수요일 오후, 서연은 봄이와 미리 약속한 달력 만들기를 위해 804호에 갔다. 정기 돌봄도, 태주와 둘만 만나기 위해 만든 자리도 아니었다.봄이가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이모, 빨리 와. 아빠가 숫자 스티커를 거꾸로 샀어.”“거꾸로 된 숫자를 어떻게 사.”“칠이 없어. 일이 두 개야.”거실 바닥에는 색지와 스티커, 풀, 안전가위가 펼쳐져 있었다. 태주는 식탁에서 노트북으로 현장 보고서를 정리하고 있었다.“왔어?”“네.”“저녁 먹고 가. 봄이랑 약속한 날이니까.”그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서연도 누구와 끝났는지, 왜 지난 일요일 전화를 했는지 꺼내지 않았다.봄이는 열두 장의 색지를 월별로 나누고 가족 생일에 별표를 붙였다. 엄마 생일에는 보라색 별을 골랐고, 아빠 생일에는 파란색, 자기 생일에는 금색을 붙였다.“이모 생일은 빨강.”“왜 나만 빨강이야?”“이모가 떡볶이 좋아하니까.”서연이 웃으며 숫자 스티커를 다시 세자 일은 두 개가 아니라 네 개였고 칠도 봉투 바닥에 붙어 있었다.태주는 통화를 하러 부부방으로 들어갔다. 닫히기 전 문틈으로 장롱 위 결혼앨범이 보였다. 서연은 고개를 돌려 풀 묻은 봄이의 손부터 닦아 줬다.“엄마 생일에는 뭐 써?”봄이가 물었다.“봄이가 하고 싶은 거.”“케이크 먹고 싶어.”“그럼 ‘엄마 생각하면서 케이크’라고 쓰자.”봄이는 삐뚤빼뚤하게 문장을 적었다. 글씨가 칸을 넘어가자 서연이 달력 모서리를 잡아 주었다.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