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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값을 물을 사람

Autor: POTO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10 11:49:33

지급 창구의 문은 해가 중천에 오르도록 닫혀 있었다.

단비는 열한 번째로 줄에 섰다. 앞에는 채운과 재봉 궁인들이 있었다. 누구는 손을 비볐고 누구는 빈 도시락을 품었다. 하루 품을 놓치면 받을 돈보다 잃을 돈이 커지는 사람도 있었다.

서련은 맨 앞의 노인이 다리를 번갈아 짚는 것을 보았다. 객사에서 가져온 작은 의자를 그 뒤에 놓았다. 노인은 주저하다가 앉았다.

“앉으면 줄을 놓칩니다.”

“같은 자리입니다. 제가 보고 있겠습니다.”

잠시 뒤 관리가 문을 열었다. 그는 열한 사람을 세고는 지급표 위에 손바닥을 얹었다.

“물품이 확인되었으니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다만 관리 소홀을 인정한다는 표시가 필요합니다.”

단비가 내민 손을 거두었다. 종이에는 본인들의 부주의로 잃은 옷을 되찾았으며 이후 청구에 이의가 없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서련이 창구 앞으로 갔다.

“누가 잃었습니까?”

“문구가 정해져 있습니다.”

“옷이 나간 뒤에도 중궁에 있다고 표시한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채우십시오.”

관리의 눈이 뒤쪽 방으로 향했다. 민서경이 그곳에서 나왔다. 어제의 구름 옷 대신 어두운 갈색 옷을 입었으나 비녀는 그대로였다.

“값을 받으러 와서 사과까지 받겠다는 겁니까?”

“자기 잘못이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받겠다는 겁니다.”

뒤에 서 있던 젊은 궁인이 돈만 받으면 된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민서경이 그 말을 놓치지 않고 새 붓을 내밀었다. 궁인의 손이 붓 가까이 갔다가 멈췄다.

서련은 그 손을 붙잡지 않았다.

“오늘 서명하면 내일 다른 옷값도 같은 잘못으로 물을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잃은 품은 내가 낼 수 없지만, 무슨 문장인지 알고 결정하셔야 합니다.”

궁인은 종이를 다시 읽어 달라 했다. 시종이 끝까지 읽자 그녀가 붓을 탁자에 놓았다. 이번에는 돈을 받으러 온 다른 사람의 눈을 보지 않았다.

서련은 명선의 시종을 불렀다. 시종이 전날 확인한 예복의 반출 날짜와 보관 장소를 읽었다. 줄에 선 사람들은 그제야 얼굴을 들었다. 노인은 안경도 없이 종이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민서경은 사람들을 해산시키려 했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채운이 첫 줄로 나왔다.

“그 옷을 고친 날 제 품삯을 적었습니다. 고치지 않은 날이라 하시면 그날 만든 나머지 옷도 모두 없던 셈을 하셔야 합니다.”

궁인 두 사람이 자기 손으로 고친 소매를 가리켰다. 민서경은 시종에게 내수고의 체면을 생각하라 했지만 시종은 이미 공주에게 보고할 종이를 묶고 있었다.

“부주의 문구는 빼겠습니다.”

관리가 먼저 말했다. 민서경의 입매가 굳었다.

서련은 새 종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지급액을 보고 자기 손으로 표시했다.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시종이 금액을 읽었고, 본인이 받은 것을 확인한 다음 손도장을 찍었다.

가장 먼저 돈을 받은 노인은 즉시 열어 보지 못했다. 문밖으로 나와 손바닥에 쏟고서야 눈을 감았다. 얼어 있던 동전이 볕에 반짝였다.

“손녀 신을 살 수 있겠네요.”

서련은 그 말에 웃었다. 중궁에서 하사품을 나눌 때 듣던 정해진 감사와 달랐다. 노인은 서련의 축원을 길게 말하지 않고 신발 가게가 닫기 전에 가야 한다며 서둘렀다.

단비의 차례가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서련이 대신 받으려는 듯 옆으로 움직이자 고개를 저었다.

“제가 셀 수 있습니다.”

“그래. 기다릴게.”

단비는 느리게 동전을 세었다. 중간에 관리가 혀를 찼지만 처음부터 다시 세지 않았다. 남은 동전 위에 손가락을 얹고 하나씩 옮겼다. 끝나자 자기 이름을 썼다.

점심 무렵 열한 사람이 창구를 나섰다. 채운이 서련에게 얇은 천 주머니를 내밀었다. 회색 옷의 치수를 재러 갈 때 쓸 줄자가 들어 있었다.

“오늘 저녁에 들르겠습니다.”

“일 끝난 뒤에 또 일하게 만드는군요.”

“돈 받을 일을 고르는 것은 제가 합니다.”

그 대답에 서련이 웃었다. 채운도 눈가가 조금 풀렸다.

돌아오는 길 단비는 지나는 사람에게 부딪힐까 품을 두 손으로 감쌌다. 서련은 이제 궁의 돈도 물건도 섞이지 않게 살림을 나누어 적자고 했다. 단비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췄다.

“그런데 채운 님은 저보다 오래 일했는데 돈주머니가 더 가볍던데요.”

뒤따라온 채운이 품에서 작은 향갑 두 개를 꺼냈다. 나무에 금칠한 상자였다. 뚜껑을 열자 향이 거의 날아간 가루가 굳어 있었다.

“숙련 궁인 품삯의 일부는 이걸로 준답니다. 물품을 받아 써야 궁중 품격을 안다고.”

“값을 얼마나 쳤습니까?”

채운이 말한 금액은 단비가 받은 돈의 절반보다 많았다. 길 건너 점포의 주인이 그들의 손을 보고 손짓했다.

“향갑 받으셨소? 오늘 안에 팔면 세 푼 더 쳐 드리리다.”

채운이 주머니를 닫았다.

“저 사람은 우리가 받는 날마다 문 앞에서 기다립니다.”

서련은 점포 뒤로 돌아 들어가는 내수고의 수레를 보았다. 방금 지급 창구에서 향갑을 꺼내던 것과 같은 붉은 함이 실려 있었다.

“세 푼 말고,”

그녀가 길을 건너며 말했다.

“처음 매긴 값을 듣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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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40화. 우리의 품삯

    첫 진짜 품삯은 은자 한 닢씩이 아니라 종이 한 장씩이었다. 각자의 이름과 한 일과 값이 적힌 종이. 은자는 그 아래 있었다.“옥분.”나이 든 궁인이 앞으로 나왔다. 눈이 침침해 이불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 서련이 종이를 건넸다. 옥분은 종이를 눈앞까지 가져갔다. 한참 보았다.“제 이름입니까?”“그렇습니다. 안감 세 벌, 이레치.”“제 이름이 적힌 종이는 처음입니다. 명부에 있는 건 제 이름이 아니라 제 자리라서.”옥분이 종이를 가슴에 대었다. 눈이 젖었는데 침침한 눈이라 그런지 눈물이 오래 걸려 내려왔다. 소례가 옆에서 소매로 자기 눈을 닦았다. 채운은 자기 종이를 받고 값을 다시 더해 보았다. 이번에는 틀리지 않았다.“맞습니다.”“다행이군요.”단비가 마지막이었다. 종이를 받고 눈을 깜박였다.“저도요?”“운반했잖아. 밤에 뛰기도 하고.”“저는 서련 님 사람인데요.”“일한 사람이야.”단비는 종이를 접어 품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 읽었다. 세 번을 그랬다.명선이 마루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시종이 문서 두 장을 들고 있었다.“지급 구경은 끝났나? 그럼 내 것도 하지. 시장 간판은 내 시종이 보고 왔네. 새벽에 없어졌다더군. 없어진 게 아니라 옮긴 거지.”객사 급료와 공간 약정이었다. 수선방이 쓰는 행랑 한 칸의 값, 객사가 수선방에 맡길 일의 값,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조항. 명선이 붓을 서련에게 넘겼다.“공짜는 없지만 새장도 없다. 그대가 늘 하던 말을 내가 종이로 썼을 뿐이오.”“제가 늘 하던 말은 아닙니다.”“그럼 내가 늘 하던 말이군. 서명하오.”서련이 서명했다. 명선이 서명했다. 시종이 사본을 만들었다. 그리고 명선은 마당의 상아 옷함을 보았다.“저건 언제 가나.”“오늘 갑니다. 내수고 담당자가 옵니다.”담당자는 정오에 왔다. 서련은 옷함을 열지 않고 넘겼다. 목록에 없는 물건, 받은 날짜, 돌려보내는 날짜. 담당자가 인수 서명을 했다. 옷함이 대문을 나갈 때 향이 조금 따라 나갔다. 서련은 창을 닫지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39화. 자수를 뒤집으면

    바늘땀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듭은 주인을 안다.서련은 채운의 손끝을 보았다. 실이 감긴 손가락이 허공에 작은 원을 세 번 그렸다.“안감 솔기 끝마다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짓는 버릇이라 안 지을 수가 없어요.”“침방 사람들도 압니까?”“아는 사람은 압니다. 흉내는 못 냅니다. 손이 따로 배워야 하는 거라.”귀빈 대기실에는 이미 사람이 차 있었다. 태후가 상석에 있었고 후궁들이 양쪽으로 앉았다. 윤소하는 태후 곁에서 부채를 접었다 폈다. 명선이 창가 자리에서 서련을 보고 눈썹을 한 번 올렸다.서련은 문턱에서 절했다.“언니, 또 오셨어요? 오늘은 제가 옷 입는 날인데.”윤소하가 먼저 말했다. 목소리가 달았다.“그래서 왔습니다. 마마께서 누구 옷을 입으시는지 알고 입으셔야지요.”“누구 옷이긴요. 제 옷이지.”“지은 사람 말입니다.”서련은 태후를 향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마마, 소란은 피우지 않겠습니다. 한 가지만 청합니다. 옷 세 벌의 자수를 뒤집어 보게 해 주십시오.”“물러나 있으라 했소.”“뒤집어 보는 데 값이 들지 않습니다.”명선이 말했다.“어차피 입히기 전이니 잠깐이지요. 저도 궁금합니다. 제 객사 옷인지 침방 옷인지.”태후의 손이 찻잔 위에 잠깐 머물렀다.“뒤집게.”옷이 들어왔다. 채운이 첫 벌의 안감을 뒤집었다. 솔기 끝, 자수가 끝나는 자리에 작은 매듭이 있었다. 둥글게 세 번. 두 번째 옷에도, 세 번째 옷에도.“이 매듭은 제가 짓는 것입니다. 침방에서 열두 해를 일했으니 아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민서경이 나섰다.“침방에도 그런 매듭을 짓는 손이 있소.”“누가 지었습니까?”서련이 물었다.“밤새 지었다는 손 말입니다. 이름이 있겠지요.”민서경은 잠깐 망설이고 이름을 댔다.“민유정. 침방 작업 책임자요.”민유정이 불려 왔다. 젊고 손이 희었다. 서련은 바늘과 실을 내밀었다.“같은 매듭을 여기 하나만 지어 주십시오. 지으신 손이면 어렵지 않겠지요.”민유정이 바늘을 받았다. 실을 꿰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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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37화. 돌려받을 앞치마

    세탁터의 밤은 김과 잿물 냄새로 시작했다.궁 외곽 담 아래 가마솥 여섯 개가 끓고 있었다. 김 속에서 여자들이 방망이를 들었다 놓았다. 서련은 그 발부터 보았다. 얼음이 남은 마당에 발 스무 개가 맨발이었다.“저기요.”연이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가마솥 앞에서 허리를 구부린 여자. 박씨였다. 발등이 붉다 못해 검었다.담 밖에서 발소리가 멎었다. 서련은 돌아보지 않았다. 야간 순찰이라고 했다. 순찰이 백연전 앞에서 시작해 세탁터 담에서 끝나는 까닭을 그녀는 묻지 않았다.“누구요?”곽 관리가 등불을 들고 나왔다. 배가 앞서고 얼굴이 뒤따랐다.“백연전 서련입니다. 박씨의 신발을 돌려주십시오.”“신발? 아, 빚진 것들 말이오. 그건 담보요. 빚을 갚으면 돌려주지.”“빚 문서를 보여 주십시오.”“전 황후라 하셔도 여긴 세탁터요. 궁의 규정이 따로 있소.”“그럼 그 규정을 함께 읽지요.”곽이 코웃음을 치고 종이를 가져왔다. 안 보여 줄 이유가 없다고 믿는 얼굴이었다. 서련은 등불 아래 종이를 폈다. 박씨의 빚. 원금은 은 한 냥이 못 되었다. 그 아래로 줄이 길었다. 파손 배상, 파손 배상, 파손 배상.“파손이 무엇입니까?”“빨래하다 옷을 태우거나 찢으면 물어야지. 당연한 것 아니오.”“무엇에 탔습니까?”곽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박씨가 대답했다. 작은 소리였다.“솥이요. 바닥이 얇아서 빨래가 눌어요. 저희가 태운 게 아니라…”“솥은 누구 것입니까?”“…세탁터 것이지요.”서련은 문서를 곽에게 돌려주었다.“세탁터 솥이 태운 값을 일한 사람이 물고 있습니다. 궁의 규정을 말씀하셨지요. 내수고 규정 셋째 조. 궁 소유 기물의 파손은 기물 관리 책임자가 먼저 보고하고, 사용자의 과실이 확인된 뒤에 배상을 정한다. 보고하셨습니까?”곽의 등불이 흔들렸다.“어찌 그런 것을.”“여섯 해 동안 밤마다 베꼈습니다. 잠이 안 와서요.”단비가 옆에서 아주 작게 숨을 들이켰다.“규정을 아시면 아실수록 좋소. 그래도 빚은 빚이오. 여기 여자들 빚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36화. 바늘을 든 손

    옷은 틀리지 않았다. 사람이 바뀌었다.서련은 그것을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다. 대신 윤소하에게 청했다.“어제 치수를 재 준 궁인을 불러 주십시오. 한 번만 더 입혀 보겠습니다.”“왜요? 옷이 안 맞는 걸 다들 봤는데.”“그러니 한 번 더 보자는 겁니다. 값을 물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손해는 아니지요.”“그 아이는 오늘 일이 있어요.”부채가 다시 펴졌다. 후궁들의 웃음이 조금 남아 뜰에 떠 있었다. 한 후궁이 거들었다.“귀비마마 말씀이 맞지요. 옷이 안 맞는 걸 다들 봤는데 또 볼 것이 있습니까.”“다들 보셨으니 다시 보셔도 손해는 없지요.”윤소하가 부채로 무릎을 쳤다.“그만 끝내지요. 매향아, 옷 걷어라.”“옷은 아직 제 것입니다. 인수 서명 전이니까요.”매향의 손이 멈췄다. 어제 자기 이름을 적어 넣은 종이가 떠올랐을 것이다. 서련은 단비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아도 단비는 이미 없었다. 치맛자락이 문을 돌아 사라지는 것만 보였다.“언니, 사람을 어디로 보내세요?”“구경하실 분을 한 분 더 모시러요.”명선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객사에서 연화전까지 오는 길을 공주는 서둘러 걷지 않았다. 다만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귀비가 옷 구경을 한다기에 왔소. 내 객사에서 지은 옷이라 하니 나도 볼 자격이 있겠지.”윤소하가 일어섰다. 앉아 있던 후궁들이 따라 일어났다.“공주마마께서 이런 자리까지.”“이런 자리라 온 거요. 귀비는 앉으시오. 나는 구경 온 사람이라 서서 보겠소.”윤소하는 앉지 않았다. 앉으면 지는 것처럼 보였다. 서 있어도 마찬가지였다.“치수 잰 궁인을 불러 달라 했다고? 부르지. 내가 부르면 오늘 일이 있어도 오겠지.”궁인은 왔다. 뛰어왔는지 숨이 거칠었다. 채운이 먼저 그 손목을 잡아 뒤집었다. 어제 실이 남긴 붉은 자국이 그대로 있었다.“자국이 있구나.”“예. 어제 그대로예요.”병풍 뒤에서 옷이 바뀌었다. 견습 아이가 벗은 옷을 그 궁인이 입었다.병풍이 걷혔다.어깨가 어깨에 앉았다. 소매 끝이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35화. 후한 사람의 선물

    돈상자 안의 은자보다 그 위에 놓인 종이가 더 무거웠다.서련은 은자를 세어 영수를 썼다. 선금 스무 냥, 받은 날짜, 받은 사람. 그리고 붓을 인사문 위로 가져가지 않았다.“이건 서명하지 않겠습니다.”“선금은 받으시고요?”“선금은 옷값입니다. 이 종이는 옷값이 아니지요.”매향의 눈썹이 올라갔다. 서련은 인사문을 옆으로 밀고 새 종이를 폈다. 맨 위에 한 줄을 썼다. 구매 계약. 그 아래 옷 세 벌, 값, 인도 날짜. 재단 채운, 안감 옥분과 소례, 운반 단비. 운반 중 손상은 인수 서명 전까지 수선방이, 그 뒤는 연화전이.“계약이라니요. 귀비마마께서 언니라 부르시며 아끼시는데.”“아끼시는 분께 드리는 옷일수록 값이 분명해야지요. 나중에 서운한 말이 나오지 않게.”“운반 중 손상을 연화전이 진다는 건 또 무슨 말입니까.”“인수 서명을 하신 뒤부터입니다. 서명 전에 상하면 저희가 집니다.”“귀비마마께 도장이라도 받으라는 겁니까.”“받는 분이 누구든 받았다는 표시면 됩니다. 상궁의 이름이어도 좋습니다.”매향이 서련을 보았다. 자기 이름이 종이에 남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안 받겠다고 하면 옷도 없었다. 그녀는 이름을 적었다. 붓이 무거운 사람처럼 적었다.매향은 그 종이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웃음을 잃지는 않았다. 다만 웃음이 얼굴의 다른 자리로 옮겨 갔다.“한 가지 더요. 치수는 저희가 직접 재겠습니다.”채운이 문가에서 말했다.“치수표를 보내 드리지 않았습니까.”“종이는 숨을 안 쉽니다. 사람은 쉬고요.”그날 오후 연화전에서 세 사람이 왔다. 후궁 둘과 궁인 하나. 귀비의 옷은 귀비 대신 치수가 같은 궁인이 재고 입어 보는 것이 법도였다. 채운은 궁인의 손목에 실을 감아 표를 하고 손끝으로 어깨를 짚어 가며 쟀다. 실이 풀린 자리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아프냐?”“아닙니다. 처음 재 봐서요.”“이 자국은 내일까지 남을 게다. 가봉 때 그걸 보고 내가 너를 알아본다.”궁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궁 둘은 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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