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본성 가장 깊은 곳, 은빛과 핏빛 마력이 신비롭게 어우러진 대침실.대국혼이 끝난 지 사흘째 되는 밤, 방 안에는 은은한 훈풍과 함께 나른한 장미 향이 감돌고 있었다. 제국을 위협하던 모든 적을 짓밟고 황좌에 함께 오른 두 사람에게 찾아온 완벽한 휴식이었다."엘리자, 시원해?"카엘이 소년 특유의 달큰하고 낮게 갈라진 음성으로 속삭였다.소년은 넓은 실크 튜닉 깃을 가슴팍까지 느슨하게 풀어헤친 채, 엘리자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었다. 앳되고 매끈한 뺨을 여주의 서늘한 허벅지 살결에 기분 좋게 부벼대는 꼴이, 전장에서 성기사단을 찢발기던 도살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어리광 섞인 모습이었다.카엘의 긴 손가락이 엘리자의 손가락 마디 사이를 스르륵 파고들었다. 마디 하나하나를 느리게 짚어가며 깍지를 끼는 감촉. 소년의 체온은 델 듯 따스했고, 닿아오는 살결의 촉감은 부드러운 비단처럼 매끄러웠다."네 무릎이 제일 좋아. 차갑고 서늘해서… 내 체온이 스며들 때마다 네 피부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다 느껴지거든."카엘의 핏빛 동공이 아래에서 위로 엘리자를 깊게 삼켜 들어갈 듯 바라보았다.소년의 매끈한 턱 선을 따라 내려오는 달빛이 소년 특유의 미소년다운 자태를 더욱 오싹하고 애틋하게 만들고 있었다. 카엘은 깍지 낀 엘리자의 손을 올려, 제 입술 선 위에 가만히 내리눌렀다.쪽, 소리와 함께 소년의 더운 숨결이 엘리자의 손등 피부 위로 온화하게 스며들었다."오만한 사냥개가 완전히 안방마님이 되었구나."엘리자가 차가운 눈빛 속에서도 은근한 미소를 띠며 응수했다.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카엘의 검은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넘겨주었다. 손끝에 가닿는 머리카락의 찰랑거림과 귓바퀴를 스치는 미세한 마찰음. 카엘은 귓가가 간지러운 듯 입꼬리를 슬몃 비틀어 올리며, 엘리자의 손바닥 안쪽, 깊은 각인의 흔적이 새겨진 곳에 제 혀끝을 은밀하게 내리눌렀다.두 사람 사이에 감돌던 농밀한 촉감이 점차 짙어지려던 바로 그 순간.지이잉—!침실 창문 너
Last Updated : 2026-09-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