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달빛의 구원:너의 피는 달콤해서: Chapter 101 - Chapter 110

112 Chapters

101화: 달콤한 평화와 조용한 불청객

​수도 본성 가장 깊은 곳, 은빛과 핏빛 마력이 신비롭게 어우러진 대침실.​대국혼이 끝난 지 사흘째 되는 밤, 방 안에는 은은한 훈풍과 함께 나른한 장미 향이 감돌고 있었다. 제국을 위협하던 모든 적을 짓밟고 황좌에 함께 오른 두 사람에게 찾아온 완벽한 휴식이었다.​"엘리자, 시원해?"​카엘이 소년 특유의 달큰하고 낮게 갈라진 음성으로 속삭였다.​소년은 넓은 실크 튜닉 깃을 가슴팍까지 느슨하게 풀어헤친 채, 엘리자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었다. 앳되고 매끈한 뺨을 여주의 서늘한 허벅지 살결에 기분 좋게 부벼대는 꼴이, 전장에서 성기사단을 찢발기던 도살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어리광 섞인 모습이었다.​카엘의 긴 손가락이 엘리자의 손가락 마디 사이를 스르륵 파고들었다. 마디 하나하나를 느리게 짚어가며 깍지를 끼는 감촉. 소년의 체온은 델 듯 따스했고, 닿아오는 살결의 촉감은 부드러운 비단처럼 매끄러웠다.​"네 무릎이 제일 좋아. 차갑고 서늘해서… 내 체온이 스며들 때마다 네 피부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다 느껴지거든."​카엘의 핏빛 동공이 아래에서 위로 엘리자를 깊게 삼켜 들어갈 듯 바라보았다.​소년의 매끈한 턱 선을 따라 내려오는 달빛이 소년 특유의 미소년다운 자태를 더욱 오싹하고 애틋하게 만들고 있었다. 카엘은 깍지 낀 엘리자의 손을 올려, 제 입술 선 위에 가만히 내리눌렀다.​쪽, 소리와 함께 소년의 더운 숨결이 엘리자의 손등 피부 위로 온화하게 스며들었다.​"오만한 사냥개가 완전히 안방마님이 되었구나."​엘리자가 차가운 눈빛 속에서도 은근한 미소를 띠며 응수했다.​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카엘의 검은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넘겨주었다. 손끝에 가닿는 머리카락의 찰랑거림과 귓바퀴를 스치는 미세한 마찰음. 카엘은 귓가가 간지러운 듯 입꼬리를 슬몃 비틀어 올리며, 엘리자의 손바닥 안쪽, 깊은 각인의 흔적이 새겨진 곳에 제 혀끝을 은밀하게 내리눌렀다.​두 사람 사이에 감돌던 농밀한 촉감이 점차 짙어지려던 바로 그 순간.​지이잉—!​침실 창문 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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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붉은 군화와 천상(天上)의 밀서

[102화: 붉은 군화와 천상(天上)의 밀서]​수도 본성 대집무실의 넓은 창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은 기이한 이중성으로 일렁이고 있었다.​핏빛 달의 은은한 기운 위로 교황청의 고대 병기 '은빛 신좌의 사슬'이 내뿜는 얇은 순백의 마력 입자들이 차가운 눈가루처럼 부유했다. 뱀파이어 마력의 근간을 미세하게 교란하는 기분 나쁜 공명음이 대기 중에서 나지막하게 진동하고 있었다.​"황제 폐하, 동쪽 국경을 넘어 대륙 중앙 영지까지 교황청 본국이 쏘아 올린 신성 파동의 여파가 스며들고 있습니다."​제국 정예 기사단장과 핏빛 귀족들이 상석 아래 납작 엎드려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올렸다.​"본국의 교황 '이노센트 14세'가 직접 신성 대성당의 봉인을 풀고 고대 성물 '신좌의 사슬'을 가동했다고 합니다. 이는 제국 내의 순혈 뱀파이어 가문들의 마력 기류를 지속적으로 정화·억제하려는 장기적인 사멸 주술입니다!"​황좌 위, 가주의 붉은 로브 자락을 늘어뜨린 엘리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아래를 내리까늘었다.​신성 파동이 스며들 때마다 쇄골 아래 혈관이 아릿하게 얼어붙는 감각이 들었으나, 그녀의 서늘한 표정에는 단 1밀리미터의 흔들림도 없었다. 엘리자의 손은 이미 옆 자리에 앉은 미소년 카엘의 단단하고 매끈한 손안에 부드럽게 옥죄어 있었기 때문이다.​카엘은 얇은 비단 셔츠 깃을 넓게 풀어헤친 채, 늑대 왕가 순혈 고유의 델 듯한 더운 온기를 엘리자의 손끝을 통해 끊임없이 불어넣고 있었다.​"교황이라는 늙은이가 제 목숨 줄을 조급하게 갉아먹는군."​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집무실 전체의 정적을 서늘하게 긁었다.​소년은 앳되고 선이 예쁜 얼굴 위로 비틀린 실소를 지으며, 맞잡은 엘리자의 긴 손가락 마디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깍지를 깊게 끼어 잡았다. 손가락 마디마다 스며드는 소년의 따스한 혈류와 정갈한 심장 박동.​"자기들이 신의 대리자라 부르면서… 정작 쓰는 수작은 쥐새끼처럼 멀리서 먼지나 날리는 거라니."​카엘이 소년 특유의 미더운 눈웃음을 지으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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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백은의 진영과 도살자의 산책

[103화: 백은의 진영과 도살자의 산책]​수도 본성의 거대한 붉은 철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이끄는 칠흑 같은 가마와 마차 세례가 동쪽 산맥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그러나 그것은 통상적인 제국의 원정군이 아니었다. 전면전의 깃발을 내걸고 수만 명의 대군을 동원하는 대신, 엘리자와 카엘은 오직 가문의 최정예 핏빛 기사단 수십 명만을 수호 기사로 대동한 채 단둘이서 신성 제국의 심장부를 향해 직진하는 파격적인 출정을 선택했다.​대륙의 동쪽 경계, '아카샤 신성 제국'으로 통하는 거대한 '은백색 절벽 문'.​수천 년간 인간 신성 제국의 불패를 자랑하던 이 천연의 요새는, 높이 수백 미터에 달하는 매끈한 백은색 암벽과 그 위를 겹겹이 두른 고대 신성 주술 장막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절벽 위에는 교황청이 자랑하는 '백은의 제1성기사단' 수천 명이 은빛 갑주를 번뜩이며 찰통 같은 경계를 서고 있었다.​"가주 님, 전방의 은백색 절벽 전체가 고대 신성 진영으로 재구성되어 있습니다."​그림자처럼 동행하던 상급 핏빛 기사단장이 납작 무릎을 꿇으며 나지막하게 보고했다.​"저 절벽을 지나는 유일한 관문인 '천상의 문'은 뱀파이어의 마력이 스치기만 해도 지상 전체를 정화하는 신성 뇌격을 쏘아 올립니다. 군대를 동원해 공성전을 펼치지 않고서는 단 둘이서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시끄럽다."​마차의 검은 비단 커튼을 가르고 먼저 걸어 나온 것은 엘리자였다.​가주의 오만한 붉은 로브 깃이 차가운 국경의 바람에 휘날렸다. 그녀의 창백한 목덜미와 백옥 같은 쇄골 위로 절벽 위에서 내리꽂히는 백은색 신성 기류가 스치자, 혈관 속 마력이 생소한 오한과 함께 아주 미세하게 움찔거렸다.​그러나 엘리자의 입가에는 어떠한 지친 기색도 없었다.​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부드럽고도 포근하게 끌어안는 델 듯한 더운 온기.​카엘이 걸어 나온 것이었다.​소년은 깃이 넉넉하게 파인 검은 비단 튜닉 차림이었다. 단단하고 매끈한 가슴팍과 목덜미 라인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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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신성 산맥과 붉은 이슬

104화: 신성 산맥과 붉은 이슬​은백색 절벽 요새가 흔적도 없이 허물어지고 수천 명의 성기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밑바닥으로 추락한 뒤, 국경의 서늘한 바람 속에는 지독한 마력의 잔흔만이 흩날리고 있었다.​절벽 너머로 펼쳐진 아카샤 신성 제국의 본토. 수천 년 동안 외적의 발길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던 신성 산맥 '아르카디아'의 높다란 바위 봉우리들이 순백의 안개 속에서 위압적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스스륵—.​가주의 오만한 붉은 로브 깃을 휘날리며 무너진 요새의 파편 위를 거니는 엘리자의 발걸음은 더없이 정갈하고 오만했다.​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백은색 안개에 쌈싸인 신성 산맥 깊은 곳을 서늘하게 내리까늘고 있었다.​비록 카엘의 더운 체온이 그녀의 전신을 감싸 안아 오한을 막아주고 있었으나, 신성 제국의 심장부에 가까워질수록 대기 전체를 죄어오는 '은빛 신좌의 사슬'의 기괴한 주술 파동은 점점 더 촘촘하고 매서워지고 있었다. 산맥의 나뭇잎 하나, 돌멩이 하나에까지 뱀파이어의 마력을 억제하는 고대 교황청의 성스러운 상극 마력이 빽빽하게 각인되어 있는 탓이었다.​"엘리자, 잠시만."​뒤에서 걸어오던 미소년 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정적을 두드렸다.​카엘은 풀어헤쳐진 검은 비단 튜닉 깃을 가볍게 털어내며, 엘리자의 가느다란 허리선을 뒤에서 부드럽게 감아 안았다.​두 사람의 신형이 빈틈없이 포개어졌다.​소년의 매끈하고 단단한 가슴팍이 엘리자의 차가운 등 뒤에 밀착되었고, 늑대 왕가 순혈 고유의 델 듯한 더운 혈류와 폭발적인 심장 박동이 엘리자의 척추 라인을 따라 오싹할 만큼 생생하게 전해졌다.​"너… 또 혼자서 저 안개의 오한을 다 참아내면서 걸으려고 했지?"​카엘의 나른한 목솟림이 엘리자의 귓가를 사르르 어루만졌다.​앳되고 선이 예쁜 미소년의 얼굴이었지만, 깊고 투명한 핏빛 어린 동공에는 제 여인의 피부 위로 단 1밀리미터의 오한이라도 스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깊은 집착과 다정한 걱정이 타오르고 있었다.​카엘 특유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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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은빛 거울과 비틀린 기억

[105화: 은빛 거울과 비틀린 기억]아르카디아 신성 산맥의 안개가 갑자기 순백에서 기괴한 핏빛 은색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교황청이 배치한 것은 단순한 기사단이 아니었다. 산맥 중앙 대성전 위에 거대하게 떠오른 고대 성물 '은빛 신좌의 거울'. 그것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육체를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혈통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트라우마와 무의식을 왜곡하여 파괴하는 고대 주술 장치였다.파아아앙—!거울에서 내리쬐는 투명한 빛무리가 두 사람을 감싸안은 순간, 주변의 풍경이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읏…!"엘리자가 눈을 떠을 때,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신성 산맥이 아니었다.수년 전, 카엘을 가문의 지하 감옥에 쇠사슬로 묶어두었던 차갑고 피비린내 나는 지하 암굴.그리고 그 한가운데, 붉은 눈동자를 잃어버린 채 태초의 야성에 미쳐 그르렁거리는 소년 카엘이 서 있었다. 소년의 목과 손목에는 억제 사슬이 채워져 있었고, 소년의 미형의 얼굴은 광기와 손상된 기억으로 오싹하게 일그러져 있었다."크르르르… 뱀파이어의 계집…!"카엘의 입가에서 소년 특유의 다정한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성물의 환각 주술에 삼켜진 카엘은, 제 앞에 서 있는 엘리자를 제 영혼의 구원자이자 아내로 알아보지 못하고, 과거 자신을 구속했던 '주인'이자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카엘의 매끈하고 가늘었던 손가락 끝에서 늑대 왕가 순혈의 거친 마력 손톱이 기괴하게 솟구쳐 올랐다.스악—!소년의 신형이 음속을 뚫고 내달려, 엘리자의 창백한 목덜미를 향해 사정없이 손톱을 휘둘렀다."죽어라… 내 몸에 사슬을 채운 뱀파이어…!"콰앙!엘리자는 피하지 않았다.그녀의 서늘한 마력 검이 카엘의 마력 손톱과 정면으로 부딪히며 소름 끼치는 마찰음을 냈다. 카엘의 폭발적인 더운 체온과 거친 숨결이 엘리자의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지만, 그 눈빛에는 연인을 향한 애정이 아닌 거칠고 위태로운 야성만이 번뜩이고 있었다.자신을 향해 진심 어린 살기를 내뿜는 소년을 바라보는 엘리자의 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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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피의 각인과 되찾은 눈동자

차갑고 피비린내 나는 지하 암굴의 환각 속.엘리자의 백옥 같은 어깨에서 흘러내린 가느다란 핏줄기가 소년 카엘의 열린 아랫입술 사이로 비릿하고 달콤하게 스며들고 있었다."우읍…! 읍…!"소년의 동공이 거세게 뒤틀렸다.태초의 야성과 고대 성물 '은빛 신좌의 거울'이 식립한 환각 주술은 카엘의 뇌리를 옥죄며 '눈앞의 뱀파이어를 찢어발기라'고 끊임없이 부추기고 있었다. 그러나 소년의 입안을 가득 채우는 서늘하고 달콤한 피의 감촉, 그리고 제 목덜미를 강압적으로 내리누르는 엘리자의 델 듯이 오만한 마력 파동은 소년의 본능 깊숙이 각인된 각인의 기억을 사정없이 두드렸다.스스스스—.카엘의 혈관 속을 메우고 있던 신성 환각의 오염된 잔흔들이, 엘리자의 고귀한 순혈 피와 부딪히는 순간 사장되는 비명을 지르며 검은 연기로 타올랐다."크아아아악—!"카엘의 가슴팍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내려앉기를 반복했다.엘리자의 어깨를 으깨어버릴 듯 세차게 움켜쥐고 있던 소년의 손톱에서 파괴적인 핏빛 마력이 미세하게 떨리며 거두어지기 시작했다.엘리자는 눈 하나 찌푸리지 않은 채, 제 손가락에 묻은 피를 소년의 입안 깊숙이 밀어 넣으며 붉은 눈동자로 카엘을 가차 없이 내리까늘었다. 차가운 살결과 폭주하는 더운 체온이 닿아있는 마찰선 속에서, 엘리자의 서늘한 음성이 소년의 온 감각을 사정없이 짓밟았다."정신이 드느냐, 카엘."엘리자의 손길이 카엘의 매끈하고 잘생긴 뺨을 강압적으로 감싸 감아 쥐었다."나를 '주인'이라 부르고, 네 영혼을 바치겠다 맹세했던 사냥개가… 감히 이따위 가짜 환각에 미쳐 나한테 손톱을 겨누어?""엘… 리… 자…?"카엘의 입술 사이로 마침내 갈라지고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핏빛으로 일렁이던 소년의 투명한 동공에 환각의 안개가 눈 녹듯 가라앉기 시작했다. 선이 예쁜 미소년의 얼굴 위로, 방금 전 자신이 저지른 짓—여주의 가주의 로브를 찢발기고 그녀의 어깨에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는 잔혹한 현실이 또렷하게 들어왔다.소년의 눈동자가 거세게 뒤흔들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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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신성 제국의 침묵과 혈각의 서약

하늘을 오염시키던 자줏빛 환각 안개가 완벽히 거두어지고, 산산조각 난 '은빛 신좌의 거울' 파편들이 푸른 달빛 아래 은빛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산산이 날아갔다.아르카디아 신성 산맥을 가득 채우고 있던 오싹한 주술의 진동은 거짓말처럼 정적 속에 삼켜졌다.산맥 너머, 아카샤 신성 제국의 심장부로 향하는 거대한 은백색 관문 '성도의 은빛 관문'이 능선 사이로 거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수천 년간 단 한 번도 외적에게 허물어진 적 없다 자랑하던 신성 산맥 전체가, 이제 단 두 사람—밤의 제국의 완벽한 황제 엘리자와 그 곁을 지키는 늑대 왕가의 밤의 왕 카엘의 발밑 아래서 숨죽인 채 떨고 있었다."하아… 하."카엘은 성물의 본체를 가루로 만들어버린 매끈하고 가늘며 단단한 손가락을 천천히 내리까늘었다.소년의 풀어헤쳐진 검은 비단 튜닉 깃 사이로 드러난 매끈한 가슴팍과 쇄골 라인이, 늑대 왕가 순혈 고유의 델 듯한 더운 체온으로 아찔하게 일렁였다.앳되고 선이 예쁜 얼굴 위로 미세하게 흩뿌려졌던 전장의 살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소년 특유의 투명하고 깊은 핏빛 동공에는 오롯이 눈앞의 여인, 제 영혼의 완벽한 구원자이자 유일한 황제인 엘리자 한 사람만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카엘은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깨끗한 손을 올려, 엘리자의 가느다란 허리선을 포근하고 세차게 감싸 안았다.스스륵.두 사람의 신형이 완전한 포옹의 형태로 밀착되었다.소년의 매끈한 어깨와 더운 가슴팍이 엘리자의 차가운 실크 드레스 자락 너머 살결에 착 감겨왔고, 얇은 튜닉 너머로 요동치는 카엘의 정갈한 심장 박동과 폭발적인 체온이 엘리자의 전신으로 따스하게 흘러들었다."아직도 몸이 조금 서늘해, 엘리자."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갈라진 음성이 엘리자의 창백한 귓바퀴를 사르르 간지럽혔다.소년 특유의 길쭉하고 매끈한 손가락이 뻗어 나와, 엘리자의 차가운 손가락 마디 사이를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마디 하나하나를 천천히 어루만지며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깍지를 깊게 끼어 잡는 부드럽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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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성도의 은빛 관문과 핏빛 성야

[108화: 성도의 은빛 관문과 핏빛 성야]아르카디아 신성 산맥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은빛 신좌의 거울' 파편들이 푸른 달빛 아래 은빛 가루가 되어 완전히 사멸하고, 산맥 너머에 숨겨져 있던 인간 신성 제국의 심장부 '성도(聖都) 아카샤'의 전경이 웅장하게 펼쳐졌다.수천 년 동안 외적의 발길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던 성도의 거대한 은빛 관문과, 순백색 신성 대성당의 첨탑들이 밤하늘 아래 차갑게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그러나 대성당 첨탑 꼭대기에서 울려 퍼지는 경보 종소리는, 그들의 신성한 평화가 이미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교황청의 고대 성물마저 단 한순간 만에 부수어버리고 다가오는 두 단 한 쌍의 절대자—밤의 제국의 황제 엘리자와 늑대 왕가의 밤의 왕 카엘의 존재 때문이었다."하아… 하."카엘은 성물의 본체를 가루로 만들어버린 매끈하고 가늘며 단단한 손가락을 천천히 내리까늘었다.소년의 풀어헤쳐진 검은 비단 튜닉 깃 사이로 드러난 매끈한 가슴팍과 쇄골 라인이, 늑대 왕가 순혈 고유의 델 듯한 더운 체온으로 아찔하게 일렁였다.앳되고 선이 예쁜 얼굴 위로 미세하게 흩뿌려졌던 환각의 여파와 차가운 식은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소년 특유의 투명하고 깊은 핏빛 동공에는 오롯이 눈앞의 여인, 제 영혼의 완벽한 구원자이자 유일한 황제인 엘리자 한 사람만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카엘은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깨끗한 손을 올려, 엘리자의 가느다란 허리선을 포근하고 세차게 감싸 안았다.스스륵.두 사람의 신형이 완전한 포옹의 형태로 밀착되었다.소년의 매끈한 어깨와 더운 가슴팍이 엘리자의 차가운 실크 드레스 자락 너머 살결에 착 감겨왔고, 얇은 튜닉 너머로 요동치는 카엘의 정갈한 심장 박동과 폭발적인 체온이 엘리자의 전신으로 따스하게 흘러들었다."아직도 몸이 조금 서늘해, 엘리자."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갈라진 음성이 엘리자의 창백한 귓바퀴를 사르르 간지럽혔다.소년 특유의 길쭉하고 매끈한 손가락이 뻗어 나와, 엘리자의 차가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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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은빛 성도의 침묵과 교황청의 절규

[109화: 은빛 성도의 침묵과 교황청의 절규]아르카디아 신성 산맥을 지나 거칠 것 없이 다가오는 두 사람의 거대한 기운 앞에, 수천 년 불패를 자랑하던 성도(聖都) 아카샤의 은빛 외곽 대문은 오싹한 침묵에 삼켜져 있었다.성벽 위를 메운 수천 명의 궁수들과 신성 주술 사제단은 거친 숨을 내쉬며 활시위를 당긴 채 달달 떨고 있었다.대군을 이끌고 올 것이라 생각했던 밤의 제국의 침공은 오판이었다.성문 너머, 핏빛 달빛을 받아 차갑게 반짝이는 은빛 돌바닥 위로 걸어 나오는 것은 단 두 사람. 가주의 화려한 붉은 로브 깃을 휘날리는 엘리자, 그리고 그 곁에서 깃이 풀어헤쳐진 검은 비단 튜닉 차림으로 나비처럼 사뿐히 걸어오는 미소년 카엘뿐이었다."거, 정지하라! 이단 뱀파이어와 늑대의 짐승들아!"성벽 위의 성기사단장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질렀다."이곳은 신성한 교황청의 성도 아카샤다! 감히 단 둘이서 이곳을 직면하다니, 성스러운 신의 단죄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성기사단장의 고함과 함께 성벽 전체에 각인되어 있던 고대 신성 주술 문양들이 오싹하게 발광하며 사방으로 백은색 신성 마력 화살을 포탄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지 전체를 사정없이 짓밟아버릴 듯한 압도적인 화력의 공격이었다.스스륵.그러나 엘리자의 발걸음은 단 1밀리미터도 둔해지지 않았다.그녀의 차가운 눈빛이 성벽 위를 오만하게 내리까늘기도 전, 카엘이 신형을 내던져 엘리자의 가느다란 허리를 뒤에서 포근하고 세차게 감싸 안았기 때문이다."버릇없는 늙은이들의 고함 소리가… 너무 시끄럽네, 엘리자."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여주의 귓가를 사르르 간지럽혔다.소년 특유의 매끈하고 길쭉한 손가락이 뻗어 나와, 엘리자의 차가운 손가락 마디 사이를 천천히 파고들어 깍지를 깊게 끼어 잡았다.손끝과 손바닥을 타고 흘러드는 늑대 왕가 순혈 고유의 델 듯한 더운 혈류. 소년의 체온과 정갈한 심장 박동이 퍼져나가자, 성벽에서 내리꽂히던 수천 개의 신성 화살들은 두 사람의 포개어진 몸에 닿기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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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대성당의 은빛 주교와 핏빛 결계

[110화: 대성당의 은빛 주교와 핏빛 결계]콰아아앙—!성도 아카샤의 거대한 은빛 관문이 형체도 없이 완전 사멸하며 터져 나간 잔해 사이로, 검붉은 피 향기와 오싹한 순혈의 위엄이 쏟아져 들어왔다.수천 년간 신성 제국이 자부하던 불패의 성벽은 이미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무너진 백은색 파편 위를 거니는 가주의 붉은 로브 자락, 그리고 그 곁을 다정하게 감싸 안고 걸어오는 미소년의 신형에 교황청 내성은 소름 끼치는 패닉에 삼켜졌다."히, 희대의 이단들이 관문을 부수고 들어왔다!""교황 폐하를 수호하라! 신성 대성당의 고대 대진을 발동해야 한다!"은빛 갑주를 걸친 수천 명의 제1성기사단원들과 백은의 사제들이 비명을 지르며 대성당 앞 중앙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이 목숨을 바쳐 성물을 끌어올리자, 대성당 지붕 위로 거대한 십자가 형상의 순백색 대진—'신성 징벌의 상극 결계'가 형성되며 대지 전체를 사정없이 죄어왔다.파아아앙—!공기 중에 부유하는 신성 입자들이 엘리자의 백옥 같은 쇄골과 목덜미 살결에 닿아 오자, 혈관 속 순혈 피가 차갑게 오한을 일으키며 마력을 미세하게 억제하려 했다.그러나 엘리자의 백옥 같은 손가락이 가주의 로브 깃을 움켜쥐기도 전.스륵.카엘이 엘리자의 등 뒤에서 사뿐히 다가와, 제 매끈하고 단단한 두 팔로 엘리자의 가느다란 허리와 어깨선을 가만히 감아 안았다.두 사람의 신형이 완벽한 포옹으로 밀착되었다.카엘은 얇은 비단 튜닉 깃 너머로 늑대 왕가 순혈 고유의 델 듯한 더운 온기와 폭발적인 혈각 마력을 엘리자의 살결 내부로 부드럽게 불어넣었다.두둥. 두둥.카엘의 가슴팍에서 울려 퍼지는 정갈하고 폭발적인 심장 박동이 엘리자의 등과 척추 라인을 타고 찌릿하게 전달되었다."하아… 하, 엘리자."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갈라진 음성이 엘리자의 귓가를 사르르 간지럽혔다.소년 특유의 매끈하고 길쭉한 손가락이 뻗어 나와, 엘리자의 차가운 손가락 마디 사이를 천천히 파고들었다. 두 사람의 십지(十指)가 단단히 얽히어 깊은 깍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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