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부위에 남아있던 엘리자의 서늘한 체온이 지워지기도 전에, 저택의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자객들이 실패했다는 소식은 숙부의 귀에도 들어갔을 터였다."오늘 밤 가문 집행위원회의 응접회에 참석해야 해."엘리자는 거울 앞에 서서 진한 핏빛 립스틱을 입술에 얹으며 차갑게 읊조렸다."숙부는 내가 독 때문에 사경을 헤매고 있거나, 어젯밤 자객의 손에 죽었을 거라 믿고 있겠지. 내가 멀쩡히 걸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그 늙은 뱀의 목을 죄는 꼴이 될 거야."카엘은 엘리자의 발치에서 목줄을 매만지며 코웃음을 쳤다."늙은 뱀을 잡으러 가는데, 왜 날 끌고 가려는 건데?""네가 어젯밤 날 구했잖아?"엘리자가 돌아섰다. 서늘한 쿨톤의 피부 위로 핏빛 입술이 선명하게 대비되어, 잔혹할 정도로 매혹적인 자태를 자랑했다. 그녀는 카엘의 앞으로 다가가 소년의 헝클어진 검은 머리칼을 가만히 정돈해 주었다. 카엘은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몸을 움찔거렸지만, 이번엔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숙부에게 보여주는 거야. 네가 그토록 탐내던 특이체질 늑대가 내 개가 되어 내 곁을 지키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애완동물이 숙부가 보낸 벌레들의 목을 깔끔하게 꺾어놓았다는 것도.""…….""준비해, 카엘. 오늘 밤은 핏빛 만찬이 될 테니까."가문의 대연회장은 화려한 샹들리에와 순혈 뱀파이어 귀족들의 차가운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중심에는 짐짓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엘리자의 숙부, '빅토르'가 서 있었다.그가 다른 귀족들과 잔을 맞대며 엘리자의 부재를 핑계로 가문 승계권을 논하려던 그 순간, 연회장의 육중한 문이 열렸다.쿵.화려한 블랙 고딕 드레스를 입은 엘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의 피로함도 느껴지지 않는, 완벽하고 도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바로 뒤, 단단한 쇠사슬을 쥔 채 걸어 나오는 미소년이 있었다.앳되고 선이 예쁜 얼굴. 하지만 얇은 셔츠 사이로 느껴지는 마른 근육과, 세상을 씹어먹을 듯 번뜩이는 늑대의 눈빛. 카엘의 등장에 연회장이 순식
Last Updated : 2026-09-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