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도시 로스토크의 번화가는 낮보다 화려한 인공 마력 등불로 가득 차 있었다.마차들이 덜컹거리며 돌로 만든 도로 위를 지나가고, 화려한 옷차림의 상인들과 각지에서 모겨든 용병들이 거리를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다. 본회의 감시망이 촘촘히 깔린 도시였기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정체가 탄로 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전장이기도 했다.그러나 호위 기사 복장을 한 미소년 카엘에게는 본회의 감시망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이것 좀 봐, 엘리자."카엘이 길거리 상점에서 파는 붉은 비단 장갑을 집어 들고는, 엘리자의 차가운 손을 잡아 끌었다.소년의 매끈하고 길쭉한 손가락이 엘리자의 손가락 마디 사이를 부드럽게 파고들며 장갑을 직접 씌워주었다. 소년 특유의 델 듯한 더운 온기가 비단 단조를 타고 엘리자의 서늘한 살결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네 손이 너무 창백해서… 남들이 자꾸 쳐다보잖아.""사람들이 보는 건 내 손이 아니라, 너다, 카엘."엘리자가 시크한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내리까늘며 나직하게 응수했다.실제로 거리의 사람들이 훔쳐보고 있는 것은 오만한 자태의 귀족 영애뿐만 아니라, 그녀의 허리 옆에 바짝 붙어 걸어가는 눈부신 미소년 기사 카엘이었다. 검은 머리칼을 가볍게 뒤로 넘긴 소년의 청초하면서도 위험한 분위기는, 지나가던 용병들과 영애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고 있었다.주변에서 카엘을 향한 은근한 시선들이 느껴지자, 엘리자의 붉은 동공이 미세하게 좁아졌다.엘리자는 서늘한 손길로 카엘의 호위 기사 수트 깃을 거칠게 감아 쥐더니, 소년의 상체를 제 쪽으로 세차게 당겨 밀착시켰다."어딜 보고 있는 거냐. 내 곁에서 시선을 떼지 마라."카엘의 깊고 투명했던 동공이 순간 잔물결처럼 크게 흔들렸다.저택을 벗어난 도심 한복판에서, 가주인 엘리자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먼저 자신을 당겨 잡은 순간이었다. 앳된 소년의 얼굴 위로 붉은 열기가 미친 듯이 차올랐다. 소년의 입꼬리가 핏빛 달처럼 비틀려 올라갔다."하… 기분 좋은데, 내 어여쁜 주인님이 질투를 다
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