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달빛의 구원:너의 피는 달콤해서: Chapter 51 - Chapter 60

63 Chapters

51화: 핏빛 맹세와 가문의 심장

대연회장 내부를 메운 피비린내가 공기 중에 차갑게 침전되어 가고 있었다.화려한 은빛 촛대에서 떨어진 촛농이 대리석 바닥에 흩뿌려진 검붉은 핏방울 위로 떨어지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본회 상위 집행관의 거대한 시신이 바닥을 구르고, 척살단원들의 무기가 잘려 나간 채 사방에 나뒹굴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그 피비린내 나는 전장 한가운데로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가문의 기사단원들과 늙은 집사는 대연회장 입구에 도열한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상석 근처를 바라볼 뿐이었다.그곳에는 가주의 상징인 붉은 로브를 걸친 엘리자와, 그녀의 허리를 거칠게 감아 안고 있는 검은 머리칼의 미소년 카엘이 서 있었다.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여주의 부어오른 입술을 긁듯 스쳐 지나갔다."본회 수장이 있는 본부까지… 네 발로 직접 가겠단 뜻이지?""그래."엘리자는 서늘한 목소리로 응수했다.그녀의 붉은 동공은 피로 물든 바닥을 내리깔아 보고 있었지만, 몸을 감싸고 있는 카엘의 뜨거운 체온만큼은 단 한 순간도 거부하지 않았다. 가문 귀족들 앞에서 오만하게 군림하던 가주로서의 가면은 이미 완벽하게 무너져 있었다. 소년의 피를 삼키고, 그의 맹렬한 체온에 영혼까지 종속된 이후부터 엘리자의 존재 이유는 오직 이 늑대 소년 하나로 귀결되고 있었다."더러운 프락치들과 척살단을 끊임없이 보낼 바에야, 본회의 심장부를 적출해 버리는 게 깔끔하니까.""하여간, 행동 하나는 지독하게 과격해."카엘의 입술 사이로 나른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앳되고 선이 예쁜 미소년의 얼굴 위로 흩뿌려진 붉은 피 자국. 그러나 소년의 깊고 투명했던 동공은 이성을 완전히 놓아버린 늑대 왕가의 핏빛 야성과, 오직 아래의 여주 한 사람만을 온전히 삼켜버리겠다는 집착으로 아득하게 물들어 있었다.카엘은 가늘고 매끈한 손가락으로 엘리자의 창백한 턱 끝을 강하게 틀어잡았다. 그리고는 여주의 고개를 끌어올려, 두 사람의 입술이 스칠 듯한 거리에서 깊은 눈동자를 똑바로 맞대었다."본회 늙은이들을 짓밟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

52화: 새로운 균열, 순혈의 방문

가주의 침실을 메웠던 맹렬한 체온과 열기가 채 가시기 전, 새벽의 서늘한 기운이 저택의 유리창을 차갑게 두드렸다.카엘은 엘리자의 허리를 팔로 감아 안은 채, 여주의 목덜미에 제 이마를 묻고 있었다. 앳된 미소년의 얼굴 뒤에 숨겨진 늑대의 뜨거운 체온이 엘리자의 전신을 온화하게 감쌌지만, 소년의 손가락은 여전히 여주의 손가락 마디 사이에 깊게 파고들어 결코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억세게 얽혀 있었다."하아… 카엘. 이만 일어나라."엘리자가 서늘한 목소리와 손 끝으로 소년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려 했다.그러나 카엘은 비틀린 실소를 지으며 오히려 여주의 목덜미 경계에 제 아랫입술을 집요하게 지그시 짓눌렀다. 얇은 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소년의 델 듯한 더운 숨결이 엘리자의 피부 위로 찌릿한 오한을 불러일으켰다."어디 가려고, 내 예쁜 주인님."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여주의 귓가를 간지럽혔다."본회 놈들의 목을 꺾으러 가기 전에… 오늘 밤은 온전히 내 체온에만 목말라하기로 약속했잖아.""상황이 바뀌었다."엘리자의 붉은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 내렸다.똑, 똑—.그때, 침실 문밖에서 늙은 집사의 몹시 긴장된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가, 가주 님…! 본회 최고집행위원회에서 파견된 '로엔그린 공작가'의 후계자, 디에고 공작이 영지 정문에 도착했습니다! 가주 님과의 '정략혼 상견례' 건으로 본회의 정식 칙서를 가져왔다 합니다!"침실 안의 공기가 순간 얼음처럼 서늘하게 굳어졌다.엘리자의 위를 점령하고 있던 카엘의 신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디에고 로엔그린. 본회 내에서도 가장 막강한 순혈 뱀파이어 가문의 후계자이자, 가문 법도상 엘리자의 유일한 '공식 배필'로 거론되던 사내였다. 마르쿠스 백작이 무너지자, 본회가 엘리자를 통제하기 위해 보낸 가장 번듯하고 정통성 있는 칼날인 셈이었다."정략혼…?"카엘의 입술 사이로 낮게 갈라진 음성이 새어 나왔다.앳되고 청초했던 미소년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카엘의 깊고 투명했던 동공은 순식간에 검붉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

53화: 오만한 순혈과 폭주하는 사냥개

저택 접견실을 감싼 공기는 숨 막힐 만큼 차갑게 침전되어 있었다.가주를 상징하는 붉은 로브를 걸친 엘리자가 상석에 우뚝 서 있었다. 그녀의 오만하고 차가운 시선이 향한 곳에는, 본회 최고집행위원회가 파견한 로엔그린 공작가 후계자 디에고 공작이 느긋한 태도로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디에고 공작은 단순한 본회의 프락치가 아니었다. 그는 순혈 뱀파이어 가문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혈통과 무력을 자랑하는 자이자, 제국의 모든 귀족 영애들이 선망하는 완벽한 수장감이었다.빛을 머금은 듯한 은발과 매혹적인 동공, 흠잡을 데 없는 기품과 압도적인 마력의 기위.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얹고 있는 찻잔 둘레로 서늘하고도 고결한 마력이 은은하게 맴돌 정도였다."오랜만이군요, 엘리자 양. 마르쿠스 백작의 세력을 홀로 축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디에고가 찻잔을 받침대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소년 같은 기세나 거친 무골들과는 차원이 다른, 오랫동안 제국의 정점에 서 있던 순혈 귀족 특유의 유능함과 다정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려 있었다. 디에고는 엘리자의 가문이 처한 정치적 위기와 본회의 위협을 단숨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인 권력자였다."하지만 혼자서 본회의 칼날을 모두 감당하기엔 서사적 명분이 부족합니다. 나와 로엔그린 가문이 엘리자 양의 정식 반려가 된다면, 본회의 그 어떤 늙은이들도 감히 이 가문과 영지에 손을 대지 못할 겁니다. 그건 단순한 위협이 아닌… 완벽한 구원이 되겠지요."디에고가 완벽한 구애의 예법에 따라 엘리자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그의 깊고 기품 있는 눈동자가 엘리자의 붉은 눈동자를 부드럽게 쥐어잡았다. 그가 엘리자의 긴 손가락을 끌어당겨 손등에 고결한 입맞춤을 내리누르려던 바로 그 순간—.콰아앙—!접견실의 거대한 대리석 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거세게 열렸다."거기까지 하지, 더러운 뱀파이어 놈."그늘진 문지방 너머에서 낮고 나른하게 갈라진 음성이 접견실 공기를 미친 듯이 찢고 들어왔다.검은 머리칼을 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

54화: 가둬진 열망과 피의 선언

접견실을 메운 공기는 당장이라도 마력이 폭발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짓눌려 있었다.디에고 공작은 은발을 차갑게 휘날리며 엘리자와 카엘을 내려다보았다. 순혈 공작으로서 제국 전체를 호령하던 그에게, 한갓 늑대 포로 소년의 몸짓에 오만한 가주가 완벽하게 길들여져 있는 모습은 거대한 수치이자 모욕이었다."엘리자 양, 참으로 유감스럽군요."디에고의 기품 있는 음성 뒤로 무시무시한 순혈의 마력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대리석 바닥이 서서히 얼어붙으며 서리 가루가 피어올랐다."본회는 이 가문을 살리기 위해 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선택한 것이 이따위 짐승의 더러운 체온과 피라면… 로엔그린 가문 역시 본회와 함께 당신을 가문의 적이자 제국의 변절자로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디에고가 장검의 자루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제국의 정점에 선 완벽한 남성으로서, 오만한 영애의 마음을 통제하고 있는 이 미소년을 단숨에 베어버리겠다는 서늘한 선언이었다.그러나 카엘은 디에고의 마력 폭풍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엘리자의 허리를 감아 안은 손에 더욱 세차게 힘을 주었다.철컥, 차랑—.카엘은 제 손가락 마디 사이에 파고들어 있던 은빛 사슬의 잔흔을 끌어 올려, 엘리자의 차가운 손목 마디를 강제로 구속하듯 얽어맸다."듣고 있어, 엘리자?"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여주의 입술을 갉아먹듯 간지럽혔다.앳되고 청초했던 미소년의 얼굴 위로 흩어진 검은 머리칼. 하지만 소년의 깊고 투명했던 동공은 디에고라는 완벽한 사내의 존재에 질투심이 극한으로 치달아, 오직 아래의 여주 한 사람만을 제 품 안에서 으깨버리겠다는 잔혹한 독점욕으로 물들어 있었다."저 잘난 귀족 놈이 네가 가문의 변절자라잖아."카엘이 허리를 더 바짝 밀착시켜 왔다. 얇은 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늑대 왕가의 폭발적인 심장 박동과, 델 듯한 더운 온기가 엘리자의 서늘한 전신을 무자비하게 삼켜 들어갔다. 소년의 핏빛 어린 눈동자가 아래에서 위로 엘리자를 깊게 삼켰다."저놈 말이 맞아. 넌 이미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

55화: 사슬이 움튼 자리

디에고 공작이 대리석 복도 너머로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차갑게 얼어붙은 적막과, 여전히 허공을 감도는 서늘한 본회의 마력 잔흔뿐이었다.그러나 접견실의 벽면에 엘리자를 사정없이 몰아붙인 카엘에게는 그 잘난 순혈 공작의 퇴장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방금 한 말… 절대로 취소 못 해, 엘리자."카엘의 나른하게 갈라진 음성이 엘리자의 부어오른 입술 위로 집요하게 짓눌려 왔다.소년의 가늘고 매끈한 손가락이 엘리자의 머리칼 깊숙이 파고들어 고개를 완벽히 고정시켰다.엘리자의 눈은 카엘의 얼굴 하나하나를 기억하려는 것 마냥 빛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은밀하게 파고들고 얽힐 때마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숨결과 젖은 마찰음이 밀폐된 공간 안을 아찔하게 채워갔다.단순히 저주를 억제하기 위한 피의 주입이 아니었다. 소년 특유의 델 듯한 더운 온기와 늑대 왕가 고유의 포식자다운 야성이 엘리자의 서늘한 살결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들어오는 완벽한 유린이자 구속이었다." 카엘….너 정말 "엘리자의 입술 사이로 옅고 서늘한 숨이 새어 나왔다.가주로서 군림하며 써왔던 무표정한 가면은 소년이 집요하게 파고들 때마다 가뭇없이 녹아내렸다. 엘리자는 자신을 꼭 안아 오는 소년의 매끈한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이 거친 욕망을 마다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였다.소년의 피 향기가 입안을 매끄럽게 적실 때마다, 혈관 속 저주의 통증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소년의 체온 자체를 갈구하는 치명적인 본능만이 가슴 밑바닥에서 뜨겁게 부풀어 올랐다.카엘이 입술을 슬몃 떼어내며 비틀린 실소를 지었다.두 사람의 입술 사이로 은밀한 열기의 잔흔이 위태롭게 이어졌다. 소년의 핏빛 어린 동공은 오직 아래의 여주 한 사람만을 온전히 삼켜버리겠다는 질투와 오만함으로 아득하게 물들어 있었다."보이지, 엘리자?"카엘의 긴 손가락이 엘리자의 창백한 턱선을 따라 내려가, 방금 전 자신이 이빨 자국을 남겨둔 목덜미 상처 위를 지그시 짓눌렀다. 차가운 피부와 더운 손길이 마찰하는 지점마다 미세한 경련이 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

56화: 오만한 영애의 솔직한 고백

창밖에서 터져 나가는 본회의 마력 신호탄이 붉은 궤적을 그리며 밤하늘을 기괴하게 물들이고 있었다.영지 외곽 결계를 사정없이 부수고 들어오는 디에고 공작의 중갑 기사단. 저택 바깥은 당장이라도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휩싸일 위기였지만, 접견실 안을 메운 것은 오직 두 사람만의 거친 숨소리와 아찔한 체온뿐이었다.카엘은 손목에 감아쥔 은빛 사슬을 쥐어짜며, 핏빛 어린 눈동자로 엘리자를 깊게 내려다보았다. 여느 때처럼 자신을 사냥개라 부르며 오만하게 명령하길 기다리는 미소년의 표정 뒤로, 방금 전 디에고 공작이 남기고 간 잘난 자격지심이 은근한 긴장감으로 서려 있었다."왜 그래, 엘리자."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여주의 귓가를 간지럽혔다."밖에서 네 정혼자라는 잘난 놈이 영지를 짓밟으러 오는데… 사냥개한테 어서 저놈 목을 꺾어오라고 명령해야지."소년 특유의 매끈한 손가락이 엘리자의 차가운 뺨을 감싸 감아 쥐었다. 그 손길 끝에는 언제나처럼 유유자적한 척하면서도, 여주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안달 난 늑대 왕가의 위태로운 독점욕이 묻어나고 있었다.그러나 이번만큼은 엘리자의 반응이 평소와 달랐다.엘리자는 소년의 손을 쳐내지도, 서늘한 가주의 가면을 쓰지도 않았다. 대신, 그녀는 가늘게 떨리는 차가운 손을 들어 올려 카엘의 피 묻은 뺨을 살포시 감싸 쥐었다."카엘."처음으로 들어보는 엘리자의 다정하고도 옅은 온기가 실린 목솟림.카엘의 깊고 투명했던 동공이 순간 잔물결처럼 크게 흔들렸다.엘리자는 소년의 핏빛 동공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그동안 가문의 오만한 껍데기 뒤에 숨겨두었던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디에고 공작은 완벽한 순혈이다. 그의 곁에 서면 가문의 영광도, 이 지긋지긋한 본회의 위협도 단숨에 해결할 수 있겠지.""…근데 왜 그 잘난 놈을 차버렸는데?"카엘의 음성에 낮게 갈라진 떨림이 섞여 들었다. 엘리자는 옅은 실소를 터뜨리며, 카엘의 뒷머리칼 사이로 손가락을 깊게 파고들어 소년의 얼굴을 제게로 살며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

57화: 혈풍 속의 결속

콰아아앙—!저택 1층 연회장 벽면이 거대한 마력 충격에 산산조각 나며 흙먼지와 대리석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디에고 공작이 본회의 금기 주술을 발동하여 불러낸 고대 몬스터, '혈골의 야수'들이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저택 안으로 기어들어 오기 시작했다. 핏빛 골격과 서늘한 마력 장막을 둘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발톱에는 뱀파이어의 혈류를 차갑게 마비시키는 중독성 주술 가루가 그득하게 묻어 있었다."크아아아악!"가문의 기사단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졌다.디에고 공작은 저택 외곽에서 은발을 산만하게 흩날리며, 거대한 장검을 쥔 채 서늘하게 실소를 흘리고 있었다. 제국의 정점에 선 순혈 공작으로서, 제 구애를 거절하고 늑대 포로 소년을 선택한 오만한 영애의 영지를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잔혹한 보복이었다."가주 엘리자! 당신이 선택한 그 사냥개가 과연 이 금기 주술을 버텨낼 수 있을지 보지!"디에고의 서늘한 고함이 피비린내 나는 정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그러나 접견실 2층 중앙 계단 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흔들림이 없었다.엘리자는 가주의 붉은 로브를 거세게 휘날리며 계단에 우뚝 섰다. 그리고 그녀의 바로 옆, 소년 카엘의 긴 손가락은 엘리자의 긴 손가락 마디 사이에 깊숙이 파고들어 단단하게 깍지를 끼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서로를 움켜쥐고 있는 소유권의 표시였다."카엘."엘리자의 서늘하지만 다정한 음성이 밤공기를 갈랐다.엘리자는 자신을 꼭 감싸 안고 있는 카엘의 뒷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며, 붉은 동공으로 소년을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오만한 가주의 가면 뒤에 숨겨두었던 제 마음을 고백한 이후, 두 사람 사이를 감도는 공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저 더러운 야수들의 목을 꺾고… 디에고 공작의 오만함을 사정없이 짓밟아라.""알았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주인님."카엘의 입꼬리가 핏빛 달처럼 비틀려 올라갔다.앳되고 선이 예쁜 미소년의 얼굴이었지만, 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

58화: 붉은 잔해 위의 왕좌

"크헉…!"디에고 공작의 몸이 산산조각 난 연회장 대리석 바닥 위로 참혹하게 나뒹굴었다.제국의 정점에 서 있던 순혈 공작의 고결한 은발은 흙먼지와 검붉은 피로 지저분하게 더러워져 있었고, 그가 자랑하던 순혈 마력은 카엘과 엘리자의 협공 앞에 완벽하게 꺾여 나간 뒤였다."말도 안 돼… 오만한 가주 양이… 고작 이따위 늑대 포로 놈에게 전부를 바쳤단 말인가…!"디에고가 분노와 수치심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들어 올렸지만, 그를 내려다보는 엘리자의 붉은 눈동자에는 오직 서늘한 경멸만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말했을 텐데, 디에고 공작."엘리자가 가주의 붉은 로브 끝자락을 휘날리며 디에고의 턱 밑에 서늘한 마력 칼날을 맞대었다."내 침실과 왕좌 옆자리를 차지하고, 날 길들일 수 있는 남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스악—.엘리자의 마력이 디에고의 마력 기강을 완전히 봉인하며 그를 연회장 밖으로 사정없이 튕겨 내던졌다. 본회 최고집행위원회가 보낸 가장 강력한 카드였던 디에고 공작이 완전히 패배하여 퇴장하는 순간이었다.연회장을 메우던 거대한 전투의 소음이 정적 속으로 침전되어 갔다.핏빛으로 물든 대리석 바닥 한가운데, 피투성이가 된 카엘이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앳되고 선이 예쁜 미소년의 얼굴 위로 검붉은 피 자국이 아찔하게 흩뿌려져 있었지만, 소년의 깊고 투명했던 동공은 오직 엘리자 한 사람만을 향한 미친 듯한 기쁨과 소유욕으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하아… 하."카엘이 피 묻은 손으로 흩어진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엘리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소년이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늑대 왕가 특유의 델 듯한 더운 체온과 폭력적인 피 향기가 밀폐된 연회장 안을 미치도록 가득 채워갔다. 카엘은 망설임 없이 엘리자의 앞까지 다가가, 피로 더러워진 긴 손가락으로 여주의 창백한 뺨을 거칠게 틀어잡았다."들었어, 엘리자."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여주의 부어오른 입술 바로 위에서 간지럽게 맴돌았다.소년의 얇은 셔츠 너머로 요동치는 심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

59화: 어둠 속의 유일한 체온

피비린내로 물들었던 대연회장의 문이 단단히 닫히고, 저택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가주의 침실 안에는 기묘한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창밖에서는 영지 외곽을 집어삼킨 본회의 붉은 마력 조약돌들이 위태로운 궤적을 그리며 흩날리고 있었지만, 적막한 침실 내부를 메운 것은 오직 두 사람의 밀도 높은 숨소리와 타오르는 화로의 은은한 온기뿐이었다.엘리자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가주의 붉은 로브를 천천히 벗어 내려놓았다.가문 귀족들과 본회의 위협 앞에서는 서리처럼 차갑게 빛나던 붉은 동공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침대 앞에 서 있는 검은 머리칼의 미소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그 어떤 가면도 남아 있지 않았다.스스륵.카엘이 피 칠갑이 되었던 검은 셔츠의 단추를 풀어 내리며, 천천히 엘리자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무릎을 꿇었다.앳되고 청초했던 소년의 얼굴 위로 흩어진 잔흔들. 그러나 소년의 깊고 투명했던 눈동자는 이제 오직 엘리자라는 존재 하나만을 온전히 집어삼킨 핏빛 야성과 지독한 애정으로 번뜩이고 있었다."무릎을 꿇는 건가, 나의 충견."엘리자가 서늘하고 매끈한 손가락을 뻗어 카엘의 매끈한 턱 선을 살포시 감싸 올려쥐었다.손끝에 닿는 소년의 뜨거운 살결과, 피 향기 뒤에 숨겨진 늑대 왕가의 델 듯한 더운 온기. 카엘은 여주의 서늘한 손길에 제 뺨을 기대어 비비며, 비틀린 실소를 지어 보였다."꿇는 게 아니야, 엘리자."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여주의 허벅지와 무릎 경계에 바짝 내리눌렸다.소년 특유의 길고 매끈한 손가락이 엘리자의 차가운 손목 마디를 감싸 안아, 제 목덜미 상처 위로 강제로 끌어당겨 내리눌렀다. 손끝을 타고 전달되는 늑대 특유의 맹렬한 심장 박동과, 각인의 피가 지닌 구속적인 열기가 엘리자의 전신으로 노골적으로 퍼져나갔다."네가 내게 내려준 고백에… 온몸으로 응답하려는 거지."카엘이 고개를 숙여 엘리자의 손등과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집요하게 입맞춤을 새겨 넣었다.입술이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소년의 뜨거운 숨결과 젖은 촉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

60화: 핏빛 여명과 마지막 사냥

창문 너머를 붉게 물들이던 마력 신호탄의 잔흔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짙은 칠흑 같던 밤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가고 있었다.카엘은 엘리자의 목덜미와 쇄골 경계에 제 아랫입술을 깊숙이 내리누른 채, 멈춰 서 있었다. 소년의 매끈한 손가락은 여주의 긴 손가락 마디 사이를 강제로 파고들어 시트 위로 단단히 포개어 얽어매고 있었다.단순한 피의 주입도, 저주의 억제도 아니었다.소년 특유의 델 듯한 더운 온기와 늑대 왕가 고유의 포식자다운 야성이 엘리자의 차가운 살결을 완벽하게 길들이는 은밀한 각인이었다."하아… 카엘."엘리자의 입술 사이로 서늘하고 옅은 숨이 새어 나왔다.가주로서 군림하던 오만한 껍데기는 소년이 집요하게 체온을 바짝 밀착시켜 올 때마다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엘리자는 자신을 꼭 안아 오며 전신을 통제하려 드는 소년의 매끈한 어깨를 감싸 안았고, 이 거친 독점욕을 마다하지 않고 온전히 수용했다.소년의 피 향기와 체온이 전신으로 스며들 때마다, 가문의 지긋지긋한 저주의 통증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소년의 존재 자체를 향한 치명적인 본능만이 가슴 밑바닥에서 뜨겁게 부풀어 올랐다.카엘이 슬몃 고개를 올려 엘리자의 부어오른 아랫입술에 제 입술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피비린내 대신 달콤하게 스며드는 소년 특유의 체온. 카엘의 깊고 투명했던 동공은 이성을 완전히 놓아버린 맹렬한 독점욕과, 마침내 여주의 사랑을 완전히 차지했다는 잔혹한 행복감으로 아득하게 물들어 있었다."이젠… 내가 없으면 단 한 순간도 버티지 못하겠지, 엘리자."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여주의 귓가를 간지럽혔다."응… 그렇다, 카엘."엘리자가 소년의 핏빛 동공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서늘하게 미소지었다. 오만한 영애의 입에서 흘러나온 완벽한 굴복의 응답이었다.카엘의 입꼬리가 달처럼 비틀려 올라갔다. 소년은 비틀린 실소를 지으며 여주의 허리선을 감아 안아 제 품 안으로 더욱 단단히 당겨 밀착시켰고, 두 사람의 서늘함과 뜨거움이 완벽하게 하나로 뒤엉켜 갔다.창밖의 달빛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
PREV
123456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