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회장 내부를 메운 피비린내가 공기 중에 차갑게 침전되어 가고 있었다.화려한 은빛 촛대에서 떨어진 촛농이 대리석 바닥에 흩뿌려진 검붉은 핏방울 위로 떨어지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본회 상위 집행관의 거대한 시신이 바닥을 구르고, 척살단원들의 무기가 잘려 나간 채 사방에 나뒹굴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그 피비린내 나는 전장 한가운데로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가문의 기사단원들과 늙은 집사는 대연회장 입구에 도열한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상석 근처를 바라볼 뿐이었다.그곳에는 가주의 상징인 붉은 로브를 걸친 엘리자와, 그녀의 허리를 거칠게 감아 안고 있는 검은 머리칼의 미소년 카엘이 서 있었다.카엘의 나른하고 낮게 깔린 음성이 여주의 부어오른 입술을 긁듯 스쳐 지나갔다."본회 수장이 있는 본부까지… 네 발로 직접 가겠단 뜻이지?""그래."엘리자는 서늘한 목소리로 응수했다.그녀의 붉은 동공은 피로 물든 바닥을 내리깔아 보고 있었지만, 몸을 감싸고 있는 카엘의 뜨거운 체온만큼은 단 한 순간도 거부하지 않았다. 가문 귀족들 앞에서 오만하게 군림하던 가주로서의 가면은 이미 완벽하게 무너져 있었다. 소년의 피를 삼키고, 그의 맹렬한 체온에 영혼까지 종속된 이후부터 엘리자의 존재 이유는 오직 이 늑대 소년 하나로 귀결되고 있었다."더러운 프락치들과 척살단을 끊임없이 보낼 바에야, 본회의 심장부를 적출해 버리는 게 깔끔하니까.""하여간, 행동 하나는 지독하게 과격해."카엘의 입술 사이로 나른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앳되고 선이 예쁜 미소년의 얼굴 위로 흩뿌려진 붉은 피 자국. 그러나 소년의 깊고 투명했던 동공은 이성을 완전히 놓아버린 늑대 왕가의 핏빛 야성과, 오직 아래의 여주 한 사람만을 온전히 삼켜버리겠다는 집착으로 아득하게 물들어 있었다.카엘은 가늘고 매끈한 손가락으로 엘리자의 창백한 턱 끝을 강하게 틀어잡았다. 그리고는 여주의 고개를 끌어올려, 두 사람의 입술이 스칠 듯한 거리에서 깊은 눈동자를 똑바로 맞대었다."본회 늙은이들을 짓밟는
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