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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먹을래요?

Autor: 서담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9-09 17:37:56

입사 사흘째.

점심시간이 되자 디자인2팀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정훈 주임이 하랑을 돌아봤다.

“이하랑 씨,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저는 아무거나 다 좋아해요.”

서류를 정리하던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상무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입이 짧고 까다롭다.

“진짜 아무거나 괜찮습니까?”

“네!”

십 분 뒤, 하랑은 식당 메뉴판 앞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매운 건 조금 그렇고, 생선은 가시가 있고, 오늘은 국물도 별로 안 당기고…… 제육볶음 먹을게요.”

정훈과 기태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게 아무거나입니까?”

“결국 골랐잖아요.”

식사가 나온 뒤에도 기태는 한 번 더 의문이 들었다. 하랑은 젓가락질 몇 번 하고 물을 마시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접시에는 음식이 반 이상 남아 있었다.

“다 먹었습니까?”

“네.”

“거의 안 먹었는데요.”

“저 많이 먹었어요. 제 기준에는요.”

“오후에 배고프다고 하지 마요.”

“저 간식 있어요.”

“간식이 식사는 아니죠.”

하랑이 진지하게 답했다.

“저한테는 거의 식사인데요.”

정훈이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회사로 돌아가는 길, 하랑이 갑자기 멈췄다.

“잠깐만요! 간식 사려고요.”

디저트 가게로 뛰려던 하랑이 기태와 눈이 마주치자 멈칫했다.

어제 들었던 말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회사에서는 천천히 움직이는 연습부터 합시다.

하랑은 슬그머니 속도를 줄여 얌전히 걸었다.

“교육 효과 빠르네요.”

정훈의 말에 기태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하랑은 작은 봉투를 들고 돌아왔다.

자기 것만 산 줄 알았는데 사무실에 들어오자 팀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오후 회의를 앞두고 기태가 양손에 서류를 든 채 복도를 지나는데 하랑이 따라왔다.

“팀장님도 드실래요?”

“괜찮습니다.”

“맛있는데.”

“이하랑 씨 드세요.”

바스락.

기태가 돌아보자 하랑이 포장을 뜯은 간식을 그의 입 앞에 내밀고 있었다.

“아.”

“……뭐 합니까?”

“드리려고요.”

“그러니까 왜 입에다 줍니까?”

하랑이 기태의 양손을 내려다봤다.

“손 없으시잖아요.”

“손이 없는 게 아니라 서류를 들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못 쓰시잖아요.”

너무 당연하다는 얼굴이었다.

“아.”

하랑이 다시 간식을 내밀었다. 기태는 결국 고개를 숙여 받아먹었다.

그 순간 하랑의 입도 같이 벌어졌다.

“아—”

기태가 씹다 말고 그녀를 봤다.

“이하랑 씨.”

“네?”

“왜 이하랑 씨가 입을 벌립니까?”

하랑이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그러게요? 저 원래 누구 먹여줄 때 같이 벌리나 봐요.”

마침 다가오던 정훈이 멈췄다.

“……제가 지금 뭘 본 거죠?”

“아무것도 아닙니다.”

“팀장님 간식 드렸는데요.”

“이하랑 씨. 들어가요.”

“네.”

하랑이 사라지자 정훈이 기태를 봤다.

“한 팀장님.”

“말하지 마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오후에는 함께 샘플을 확인했다.하랑은 사고를 칠 때와 전혀 다른 얼굴로 설명을 들었다.

“디자인만 보고 끝내면 안 됩니다. 실제 제작까지 생각해야 해요. 여기 곡률만 조금 바뀌어도 착용감이 달라집니다.”

하랑이 샘플을 살폈다.

“그럼 이쪽을 조금 더 완만하게 빼면 어때요?”

기태의 시선이 하랑에게 향했다. 방금 설명한 내용을 정확히 짚었다.

“그게 낫겠네요.”

“진짜요? 저 잘했죠?”

“아직 하나 했습니다.”

“그래도 하나는 잘했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까 말한 건 기억합니까?”

“네.”

“전부?”

“네. 저 사고만 치지 머리가 나쁜 건 아니에요.”

“누가 머리 나쁘다고 했습니까?”

“팀장님 표정이요.”

“내 표정이 뭐가 어때서요?”

하랑이 기태의 얼굴을 빤히 봤다.

“저 볼 때마다 조금 지쳐 보여요.”

기태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마지막 서류를 정리하던 기태는 책상 한쪽에 놓인 작은 간식을 발견했다.

낮에 하랑이 나눠줬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기태는 간식을 내려다봤다.

제 입 앞에 간식을 내밀던 얼굴.

자기가 먹여주면서 같이 입을 벌리던 얼굴.

‘그러게요?’

기태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상한 애였다.

정말 이상한 신입이었다.

그는 간식을 집어 서랍 안에 넣었다.

버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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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9화. 저 뭐 했어요?

    월요일 아침.하랑은 평소보다 십 분 일찍 출근했다.금요일 회식 이후, 주말 내내 찝찝했다.고기를 먹은 것도 기억났다.팀원들과 술잔을 부딪친 것도 기억났다.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어떻게 식당에서 나왔는지,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택시는 어떻게 타고 왔는지.회식 후반부가 깨끗하게 날아가 있었다.토요일 아침부터 몇 번이나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돌아오는 건 없었다.그렇다고 주말에 회사 사람한테 연락해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결국 월요일까지 기다렸다.자리에 앉은 하랑은 컴퓨터를 켜자마자 정훈 쪽을 슬쩍 봤다.“주임님.”“네?”“저 금요일에…….”“금요일에요?”정훈이 돌아보자 하랑은 입을 다물었다.괜히 물어봤다가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이 돌아올 것 같았다.“아니에요.”“뭔데요?”“아무것도 아니에요.”하랑이 슬그머니 모니터 쪽으로 돌아섰다.그때 기태가 출근했다.“좋은 아침입니다.”“좋은 아침입니다.”하랑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잠시 망설이던 하랑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팀장님.”“왜요.”“저 금요일에 뭐 했어요?”가방을 내려놓던 기태가 하랑을 봤다.“기억 안 납니까?”“……네.”“하나도?”하랑이 손으로 애매한 지점을 그었다.“중간까지는 나는데 그 뒤가 없어요.”기태가 짧게 대답했다.“웃었습니다.”“네?”“계속 웃었습니다.”하랑이 눈을 깜빡였다.“웃은 게 왜 문제예요?”“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처음에는요?”옆에서 듣고 있던 정훈의 입꼬리가 씰룩였다.불길했다.“……얼마나 웃었는데요?”“회식 끝날 때까지요.”결국 정훈이 터졌다.“헤헤~”하랑이 홱 돌아봤다.“뭐예요?”정훈은 두 손으로 볼까지 감싸며 하랑을 따라 했다.“기분 좋아서요. 헤헤~”하랑의 눈이 커졌다.“제가 그랬어요?”“네.”“설마.”기태가 서류를 꺼내며 말했다.“했습니다.”정훈이 이번에는 기태를 보며 재연했다.“헤헤~ 팀장님이다.”하랑이 그대로 굳었다.“……제가 진짜 그랬어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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