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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자꾸 눈에 들어오는 신입

Penulis: 서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09 17:38:28

사흘 뒤, 오전 열 시.

회의실에는 다섯 사람이 앉아 있었다. 디자인1팀 한로로 팀장과 얼마 전 주임으로 승진한 민지. 맞은편에는 디자인2팀 한기태 팀장과 한정훈 주임, 그리고 입사 일주일 차 이하랑.

“우와.”

하랑은 첫 프로젝트 회의에 신이 나 있었다. 새 노트를 펼치고 눈을 반짝이는 하랑을 보며 로로가 기태를 힐끗 봤다.

“잘 키웠네.”

“일주일 됐습니다.”

“일주일 치고 멀쩡해 보여.”

“회의 시작하시죠.”

“뭔가 있었구나.”

로로는 더 묻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라인보다 금속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에요.”

민지가 태블릿을 넘기자 하랑의 표정이 달라졌다. 소재와 두께, 세공 방식, 원가를 빠르게 적었다.

“이 부분은 두께를 유지하면 무게가 너무 올라가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래서 오늘 같이 보려고 했어요.”

“안쪽을 조금 비우는 방식은 어려워요?”

기태가 답했다.

“가능은 한데 체결 부분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하랑이 다시 노트로 시선을 내렸다. 집중할수록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왜 저러지.

“한 팀장?”

로로의 부름에 기태가 시선을 돌렸다.

“여기 체결 부분은 2팀 수정안이 낫겠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툭.

하랑의 펜이 떨어져 기태의 구두 앞까지 굴러갔다. 하랑은 아무 말 없이 의자에서 내려가 테이블 밑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발밑의 인기척에 기태가 고개를 내렸다.

하랑이 펜을 줍고 있었다.

“이하랑 씨.”

“네!”

하랑이 벌떡 일어나자 머리가 기태와 테이블 사이로 쑥 올라왔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왜 거기서 나옵니까.”

“펜 주웠는데요?”

하랑은 펜을 보여주다 주위를 둘러봤다.

“저 어디로 나가요?”

민지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로로와 정훈도 고개를 돌리고 웃었다.

“아하하! 저 왜 여기로 나왔지?”

기태만 웃지 않았다.

“제발…… 다음부터는 의자 쪽으로 나오세요. 펜 하나 떨어졌다고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지 말고요.”

“근데 팀장님 발 앞에 있어서요.”

“저한테 주워달라고 하면 되잖습니까.”

하랑의 눈이 커졌다.

“아! 그 방법이 있었네요.”

웃음이 다시 터졌다.

입사 일주일.

한기태는 벌써 조금 늙어 있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지만 하랑은 여전히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회의에서 나온 수정안을 손보는 중이었다.

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나다 멈췄다.

하랑은 주변이 조용해진 것도 모르고 화면에 빠져 있었다. 마우스를 움직일수록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조금.

조금 더.

“이하랑 씨.”

대답이 없었다.

“이하랑 씨.”

“네!”

하랑이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입이 왜 그렇게 나왔습니까?”

“제 입이요?”

손끝으로 입술을 만지던 하랑이 얼른 입을 집어넣었다.

“저 또 이러고 있었어요?”

“또요?”

“집중하면 그런대요. 아빠가 맨날 놀려요. 입부터 들어간다고.”

가방을 챙기던 정훈이 웃었다.

“진짜 아까부터 조금씩 나오던데요?”

“주임님도 보셨어요? 아, 창피해.”

하랑이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뭐 하고 있었습니까?”

“회의 때 나온 수정안이요. 이렇게 바꿔봤어요.”

기태가 화면을 살폈다. 한번 설명해준 부분이 제대로 반영돼 있었다.

“여기는 괜찮습니다. 대신 이쪽은 너무 얇아요.”

“그럼 여기만 조금 두껍게…….”

하랑이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술이 또 슬금슬금 나왔다.

“……또 나옵니다.”

“안 내밀려고 했는데.”

“그냥 하세요.”

“네?”

“집중하라고요.”

“네!”

잠시 후 하랑이 화면을 돌렸다.

“팀장님, 이렇게요?”

“네. 그게 낫습니다.”

“됐다.”

하랑이 저장 버튼을 눌렀다. 입술은 또 살짝 나와 있었다. 이번에는 기태가 말하지 않았다.

“이제 퇴근하세요.”

“조금만 더 하면 안 돼요?”

“안 됩니다.”

“왜요?”

“입사 일주일 된 신입한테 야근시키는 팀장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하랑은 아쉬운 얼굴로 파일을 닫았다.

“팀장님, 내일 뵐게요!”

“네. 조심해서 가요.”

두 걸음을 가던 하랑이 돌아왔다.

“팀장님.”

“또 왜요.”

“저 오늘 안 넘어졌어요.”

기태가 잠시 말이 없었다.

“그게 자랑할 일입니까?”

“저한테는 발전인데요?”

하랑은 깔깔 웃으며 사무실을 나갔다.

기태는 닫힌 문을 바라봤다.

테이블 밑에서 튀어나오고, 집중하면 입술부터 나오는 신입.

그런데 사고만 치는 애는 아니었다. 배우는 걸 좋아했고, 한번 알려준 건 기억했다. 무엇보다 디자인을 볼 때는 누구보다 진지했다.

기태는 조금 전 점점 앞으로 나오던 입술을 떠올렸다가 미간을 좁혔다.

왜 하필 그게 생각나지.

아직은 그저,

손이 많이 가는 신입사원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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