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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잘 좀 잡아줘요

작가: 서담
last update 게시일: 2026-09-09 21:31:26

월요일 오전.

한기태는 출근하자마자 상무실로 호출됐다.

“앉아요, 한 팀장.”

이무혁이 결재 서류를 덮으며 맞은편을 가리켰다. 기태가 자리에 앉자 무혁은 먼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관해 몇 가지를 확인했다.

업무 이야기가 끝났는데도 무혁은 그를 보내지 않았다.

“한 팀장.”

“네.”

“하랑이는 좀 어떻습니까?”

기태는 잠시 생각했다.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사고는요?”

“…….”

무혁의 눈썹이 올라갔다.

“왜 대답을 안 합니까?”

“어디까지 사고로 봐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무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많이 칩니까?”

“많다고 하기는 그렇고…… 자주 있습니다.”

책상에 이마를 박고, 의자 바퀴에 걸리고, 펜 하나를 줍겠다고 회의실 테이블 밑으로 들어갔다.

기태의 머릿속에 지난 일주일이 빠르게 스쳤다.

“그래도 배우는 속도는 빠릅니다. 디자인 감각도 있고요. 한번 설명한 건 잘 기억합니다.”

무혁의 표정이 미묘하게 풀렸다.

“그래요?”

“네.”

“금요일에 칭찬받았다고 좋아하던데.”

기태가 무혁을 봤다.

하랑은 아빠에게 자랑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본인이 말했습니까?”

“집에서 회사 얘기하다가요. 한 팀장이 좋다고 했다면서요.”

“수정안이 좋다고 했습니다.”

“하랑이한테는 그게 칭찬인가 보죠.”

그건 기태도 이미 들었다.

무혁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한 팀장.”

“네.”

“우리 하랑이 좀 잘 잡아줘요.”

기태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잡으라고요?”

“애가 워낙 덤벙대잖아요. 집에서는 누가 하나씩 보고 있으니까 괜찮았는데 회사에서는 그럴 수 없고.”

무혁은 곧 표정을 바로잡았다.

“내 딸이라고 봐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알고 있습니다.”

“잘못하면 혼내고, 모르면 가르치고. 회사에서는 한 팀장 팀원이니까 제대로 가르쳐줘요.”

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무혁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래서 하랑이가 한 팀장한테 간 게 다행이라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상무실에서 나온 기태는 디자인2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하랑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의자 위에 올라가려는 하랑을.

“이하랑 씨.”

한쪽 발을 의자에 올렸던 하랑이 멈췄다.

“네?”

“뭐 합니까?”

“저거 꺼내려고요.”

하랑이 캐비닛 위쪽을 가리켰다. 기태는 의자와 하랑을 번갈아 봤다.

“내려오세요.”

“아직 안 올라갔는데요?”

“그 발은 뭡니까.”

하랑이 의자에 올린 발을 내려다봤다.

“……준비?”

“내려와요.”

“네.”

하랑이 얌전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기태가 직접 캐비닛 위의 자료를 꺼내 건넸다.

“필요하면 사람을 부르세요.”

“이 정도는 저도 할 수 있는데.”

“의자에서 떨어지고 나서 말하지 마요.”

하랑이 입술을 삐죽였다.

“저 그렇게 맨날 넘어지지는 않아요.”

기태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 아무 말 안 하세요?”

“뭐라고 해야 합니까.”

“믿는다고요.”

“못 믿겠습니다.”

하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무해.”

옆에서 듣고 있던 정훈이 웃었다.

“이하랑 씨, 일주일 동안 쌓은 업적이 있잖아요.”

“주임님까지 왜 그러세요.”

하랑은 자료를 품에 안고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기태가 모니터를 확인하다 고개를 들었다.

하랑은 또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나오는 걸 보니 제대로 빠진 모양이었다.

그러다 책상 끝에 놓인 커피잔 쪽으로 팔이 움직였다.

기태의 시선도 따라갔다.

하랑의 팔꿈치가 잔에 닿기 직전이었다.

“이하랑 씨.”

“네?”

하랑이 멈췄다.

기태가 커피잔을 가리켰다.

“아.”

하랑이 얼른 잔을 안쪽으로 옮겼다.

“감사합니다.”

기태는 다시 모니터를 봤다.

그런데 잠시 뒤 또 하랑 쪽으로 시선이 갔다.

이번에는 얌전히 앉아 있었다.

상무가 부탁해서 보는 거다.

손이 많이 가는 신입이니까.

잘 잡아달라고 했으니까.

기태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그의 시선은 또다시 이하랑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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