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기태의 차가 하랑의 본가 앞에 멈췄다. 하랑은 안전벨트를 풀면서 뒷좌석을 돌아봤다. 과일이며 선물 상자며 한가득이었다. “오빠.” “응.” “너무 많이 산 거 아니에요?” “처음 가는 거잖아.” “우리 가족 진짜 많은데.” “알아.” “할머니도 있고, 큰아빠도 있고, 큰엄마도 있고, 강진 오빠랑 강욱 오빠도 있고, 아빠도 있고.” 기태가 차 문을 열려다 멈췄다. “하랑아.” “네?” “나도 알아.” “아.” 하랑이 웃었다. “긴장할까 봐 다시 알려준 건데.”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 “저는 우리 집인데 왜 긴장해요?” 말은 그렇게 해놓고 하랑은 입술을 한번 꾹 눌렀다. 기태가 그걸 보고 물었다. “안 긴장해?” “……조금?” 기태가 피식 웃었다. “가자.” “네.” 하랑은 오피스텔을 나온 뒤부터 몇 번이나 같은 말을 했다. 괜찮다고. 아빠도 회사에서 이미 알았고, 가족들도 기태가 누군지는 알고 있으니 그냥 남자친구라고 인사만 하면 된다고. 그런데 막상 현관 앞에 서니 하랑이 먼저 기태의 소매를 잡았다. “오빠.” “왜.” “손.” 기태가 들고 있던 선물을 한 손으로 옮기고 빈손을 내밀었다. 하랑이 바로 손가락을 끼웠다. “이제 들어가요.” “응.” 하랑이 익숙하게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렸다. “나 왔어!” 거실 안쪽에서 강욱의 목소리가 먼저 날아왔다. “혼자?” “아니!” 하랑이 신발을 벗으며 씩 웃었다. “남자친구랑!” 순간 안쪽이 조용해졌다. 기태가 하랑을 내려다봤다. “왜 그렇게 크게 말해.” “다 들으라고요.” “이미 들었어.” “그렇죠?” 거실로 들어가자 정말 전부 있었다. 백금희가 가장 안쪽 소파에 앉아 있었고 무진과 진화가 맞은편에 있었다. 강진과 강욱도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무혁. 금요일 회사에서 기태와 마주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하랑이 아무렇지도 않게 기태의 손을 잡은 채 앞으로
Last Updated : 2026-09-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