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서 나온 뒤에도 둘은 바로 헤어지지 않았다.늦은 오후였다.하랑은 기태와 저녁을 먹고 근처를 천천히 걸었다.별것 없는 데이트였다.카페에 들어가 음료를 마시고, 길가에 늘어선 가게를 구경하고.하랑이 멈추면 기태도 멈췄다.“오빠, 이거 귀엽죠?”“응.”“메롱이 사줄까?”“안 쓸 것 같은데.”“왜요?”“저번 것도 안 쓴다며.”“그건 취향이 아니었던 거죠.”“고양이 취향까지 알아?”“당연하죠. 내가 엄마인데.”기태가 작게 웃었다.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 결국 도착한 곳은 기태의 집이었다.지난번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현관에 들어서자 하랑이 먼저 신발을 벗었고, 기태가 그 신발을 가지런히 돌려놨다.둘만 남은 밤은 길었다.낮 동안 가족들 앞에서 얌전히 맞잡고 있던 손도 더는 얌전하지 않았다.몇 번이나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입을 맞추고.붙어 있다가.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욕실에서 함께 나왔다.하랑은 커다란 티셔츠 하나를 입고 침대 끝에 앉았다.젖은 긴 머리가 등에 달라붙었다.기태가 수건을 들고 다가왔다.“이리 와.”“왜요?”“머리.”하랑이 얌전히 돌아앉았다.기태가 먼저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꾹꾹 눌렀다.곧 드라이어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따뜻한 바람이 머리 사이를 지나갔다.하랑은 기분이 좋은지 다리를 달랑거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Last Updated : 2026-09-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