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업무가 한창일 때였다. 하랑의 사내 메신저가 울렸다. [상무실로 잠깐 와.] 보낸 사람은 무혁이었다. 하랑은 모니터를 보다가 눈을 깜빡였다. 아빠가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부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장님.” 기태가 모니터에서 눈을 들었다. “네.” “상무님이 잠깐 오래요.” “다녀오세요.” “네.” 하랑은 별생각 없이 상무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무혁이 서류를 보고 있었다. 하랑은 문을 닫았다. “상무님, 부르셨어요?” 회사인 만큼 호칭부터 달랐다. 무혁이 서류를 내려놓았다. “앉아.” “네.” 하랑이 소파에 앉았다. 무혁도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까 정말 다친 데 없는 거지?” 하랑이 웃었다. “없어요.” “감전될 뻔한 것도 아니고?” “아니에요. 한 팀장님이 바로 못 만지게 했어요.” “어제는?” “어제?” “냄비 태웠다며.” 하랑의 표정이 멈췄다. “아빠가 그건 어떻게 알아?” 호칭이 순식간에 돌아왔다. 무혁이 딸을 봤다. “관리실에서 연락 왔어.” “왜 그걸 아빠한테 연락해?” “네 비상연락처가 나잖아.” “아.” 하랑이 입을 다물었다. 무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냄비만 처음도 아니더라.” 하랑의 눈동자가 옆으로 움직였다. “그것도 들었어?” “프라이팬, 고구마, 팝콘.” “…….” “오늘은 회사 커피포트.” “그건 이제 쓸 줄 알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무혁의 목소리가 조금 무거워졌다. 하랑의 웃음도 사라졌다. “그럼?” “아빠가 생각해봤는데.” 무혁이 잠깐 말을 골랐다. “오피스텔 정리해.”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뭐?” “본가로 들어와.” 이번에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랑은 무혁을 한참 바라봤다. “갑자기?” “갑자기 아니야.” “왜.”
Last Updated : 2026-10-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