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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31 - チャプター 140

246 チャプター

131화. 편애하는 직원

오후가 조금 지나자 하랑은 완전히 기운을 차렸다. 아까까지 빨갛던 눈도 가라앉았다. 코를 훌쩍이는 소리도 더는 나지 않았다. 대신. “음음음~.” 콧노래가 돌아왔다. 정훈이 모니터 너머로 하랑을 봤다. “이하랑 씨.” “네?” “이제 괜찮아요?” “네.” 대답도 씩씩했다. “완전히요?” “완전히.” 하랑은 도면을 확대하며 또 흥얼거렸다. “음음~.” 민지가 웃었다. “회복 빠르다.” “제가 원래 좀 빨라요.” 로로가 말했다. “아까 사무실 떠나가게 울던 사람 맞아?” 하랑의 손이 멈췄다. “그건 잊어주세요.” “어떻게 잊어.” “잊어야죠.” “왜 내가?” 하랑이 입술을 삐죽였다. 기태가 자기 자리에서 말했다. “한 팀장.” “왜.” “그만 놀려.” 로로가 기태를 봤다. “벌써 편드네.” 하랑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저는 편들어도 돼요.” “왜?” “여자친구니까.” 기태가 하랑을 봤다. 하랑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정훈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진짜 안 숨기네요.” 하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네.” 잠시 뒤 하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잠깐 다녀올게요.” 기태가 물었다. “어디.” “비밀.” “회사에서 무슨 비밀이야.” “금방 와요.” 하랑은 휴대폰을 챙겨 사무실을 나갔다. 회사 건물 안 카페로 내려간 하랑은 메뉴판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무혁이 자주 마시는 커피. 몇 번이나 아버지 손에서 봤던 메뉴였다. “이거 한 잔 주세요.” 주문을 마친 하랑은 기다리는 동안 카운터 옆에 놓인 메모지를 발견했다. 한 장을 뽑았다. 펜도 들었다. 잠깐 고민하더니 작게 웃었다. 사각사각. 몇 글자를 적었다. 다시 읽었다. 마지막에는 하트까지 하나 그렸다. “헤헤.” 완성된 쪽지를 접어 손바닥 안에 감췄다. 커피가 나오자 하랑은 컵을 받아 들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상무실 앞. 아까는 이 문을 나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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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팀장님이 무서워요?

다음 날 오전. 하랑은 기분이 좋았다. 아빠와도 화해했고. 커피포트도 아직 멀쩡했다. 무엇보다 오늘은 사고를 하나도 치지 않았다. 오전 열한 시까지. 하랑은 그것만으로도 제법 뿌듯했다. “음음음~.” 콧노래까지 작게 흘러나왔다. 기태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이하랑 씨.” “네.” “회사입니다.” 하랑의 콧노래가 뚝 멈췄다. “작게 했는데.” “들립니다.” “팀장님 귀 되게 좋으시네요.” “일하세요.” “네.” 하랑은 다시 모니터를 봤다. 잠시 후 사내 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조직문화 관련 익명 설문 결과였다. 하랑은 별생각 없이 파일을 열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작성한 의견 몇 개가 정리돼 있었다. 읽어 내려가던 하랑의 눈이 멈췄다. [타 부서와 협업 시 어려운 점] 그 아래. [디자인2팀 한기태 팀장님이 조금 무섭습니다.] 하랑의 눈이 커졌다. 다시 읽었다. 한기태. 맞다. 자기 팀장 한기태였다. 하랑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 기태는 자기 자리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 무표정. 말 없음. 하랑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가?’ 다시 메일을 봤다. [표정 변화가 적어서 화가 난 건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랑은 또 기태를 봤다. 기태가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왜요.” “아니에요.” 하랑이 얼른 모니터를 봤다. 잠시 후. “한 주임님.” 정훈이 불길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팀장님 무서워요?” 정훈의 손이 멈췄다. 기태의 손도 멈췄다. “갑자기요?” “네.” 정훈은 기태를 한번 봤다. “……업무적으로는 좀.” “왜요?” “왜냐니.” “안 무서운데.” 정훈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건 이하랑 씨고.” “저도 같은 팀이잖아요.” “같은 팀이라 더 신기한 겁니다.” 하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1팀 쪽으로 몸을 돌렸다. “민지 주임님.” 민지가 바로 경계했다. “왜.” “한 팀장님 무서워요?” 로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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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화. 자기도 모르게

점심시간. 엘리베이터 앞에 1팀과 2팀 사람들이 모였다. 로로와 민지. 기태와 정훈, 하랑. 하랑은 오전 내내 한기태가 왜 무서운지 조사하다가 결국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 관심사는 점심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다 같이 올라탔다. 하랑이 기태 옆에 자연스럽게 붙었다. “오빠.” 기태가 내려다봤다. “응.” “우리 뭐 먹을까?” 기태의 눈이 아주 잠깐 멈췄다. 로로도 고개를 돌렸다. 민지의 눈썹이 올라갔다. 정훈은 엘리베이터 숫자를 보다가 슬쩍 하랑을 봤다. 하랑만 아무렇지 않았다. “어제 제육 먹었으니까 오늘은 다른 거 먹자.” 기태가 하랑을 가만히 봤다. “뭐 먹고 싶은데.” “음.” 하랑이 고민했다. “쌀국수?” “그래.” “로로 팀장님은요?” 로로는 대답하기 전에 기태를 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야, 너 지금—” 기태의 시선이 날아왔다. 로로가 멈췄다. 말하지 마. 딱 그런 눈이었다. 로로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왜요?” 하랑이 물었다. “아니.” 로로가 웃음을 삼켰다. “쌀국수 먹자고.” “좋아요.” 하랑은 다시 앞을 봤다. 민지가 로로를 봤다. 로로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민지도 입술을 깨물었다. 정훈까지 상황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다섯 사람은 회사 근처 쌀국수집으로 향했다. 하랑은 가는 내내 기태 옆에서 쫑알거렸다. “오빠, 나 오늘 매운 거 먹을까?” “먹어.” “근데 너무 매우면 오빠 거 먹어도 돼?” “응.” “그럼 매운 거 먹어야겠다.” 기태의 입가에 아주 미세하게 웃음이 번졌다. 로로는 뒤에서 그걸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하랑은 당연하다는 듯 기태 옆에 앉았다. 메뉴판을 펼쳤다. “오빠 뭐 먹을 거야?” “양지.” “나도 그거 먹을까?” “매운 거 먹는다며.” “아, 맞다.” 하랑이 다시 메뉴판을 봤다. “그럼 이거.” 정훈이 물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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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화. 응!

편집숍에 들어간 순간. 하랑의 걸음이 느려졌다. “우와.” 기태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뒤에서 따라갔다. 밖에서는 구경만 하겠다더니 입구부터 눈이 바빴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 작은 헤어 액세서리까지. 하랑은 진열대를 하나씩 살폈다. “오빠, 이것 봐.” “응.” “이거 연결한 거 특이하지 않아?” 기태가 하랑이 가리킨 귀걸이를 봤다. “그러네.” “보통 이 부분을 이렇게 안 쓰는데.” 하랑이 몸을 숙였다. 얼굴이 진열장 가까이 내려갔다. “오~.” 눈이 반짝였다. “이렇게도 디자인을 하는구나.” 조금 전까지 쇼핑하러 들어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었다. 완전히 디자이너 이하랑이었다. 하랑의 시선이 작은 장식 하나하나를 따라갔다. “이걸 이렇게 연결하면 움직일 때 빛이 다르게 보이겠다.” 기태가 시계를 한번 봤다. 점심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그래도 재촉하지 않았다. 하랑은 이미 시간 따위는 잊은 얼굴이었다. 옆 진열대로 이동했다. “이건 소재가 뭐지?” “직원한테 물어봐.” “잠깐만.” 하랑은 작은 목걸이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기태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곳에 멈췄다. 나왔다. 집중할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입. 처음에는 왜 저러나 싶었다. 이제는 저 입술만 봐도 알았다. 하랑은 지금 자신이 옆에 있는 것도 반쯤 잊었다. 기태가 불렀다. “하랑아.” “응.” 대답은 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진열장에 있었다. “시간.” “잠깐만.” “몇 분?” “진짜 잠깐.” 기태는 더 말하지 않았다. 억지로 데리고 나가봐야 계속 뒤를 돌아볼 게 뻔했다. 차라리 기다리는 게 빨랐다. 하랑은 옆으로 한 칸 더 움직였다. “이것도 예쁘다.” 이번에는 작은 헤어핀이 진열된 곳이었다. 하랑은 하나를 집었다. 진주와 작은 금속 장식이 함께 들어간 디자인이었다. “이거 봐.” 기태가 가까이 갔다. “응.” “단순한데 예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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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어때요?

오후.점심시간이 끝나자 하랑은 곧바로 스케치북을 펼쳤다.편집숍에서 본 디자인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그대로 따라 할 생각은 없었다.눈에 들어왔던 건 구조였다.움직임에 따라 빛이 달라지는 방식.하랑은 연필을 들었다.사각.사각.첫 번째 선을 그었다.지웠다.다시 그렸다.장식 위치를 옮겼다.연결부를 줄이고 중심을 조금 아래로 내렸다.손이 빨라질수록 주변 소리는 멀어졌다.“이하랑 씨.”대답이 없었다.기태가 모니터 너머로 하랑을 봤다.입술이 나와 있었다.꽤 많이.완전히 집중했다는 뜻이었다.정훈도 옆에서 한번 보고는 그냥 자기 일을 계속했다.하랑의 연필은 멈추지 않았다.귀걸이에서 시작한 선은 어느새 목걸이로 이어졌다.하나를 그리자 다른 디자인이 떠올랐다.같은 모티프를 반지에 적용해봤다.“음…….”지웠다.다시.“이건 아닌데.”또 지웠다.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하랑 뒤를 지나갔다.하랑은 알아채지도 못했다.기태가 스케치북을 슬쩍 봤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한참 뒤.하랑의 연필이 멈췄다.“됐다.”고개를 들었다.목이 뻐근했다.양팔을 위로 쭉 뻗었다.“으으.”그러다 기태와 눈이 마주쳤다.회사였다.점심시간에는 손을 잡고 "오빠"라고 부르며 반말까지 하던 하랑이었지만.자리로 돌아온 순간부터 다시 달라졌다.하랑이 스케치북을 들었다.“팀장님.”“네.”“잠깐 봐주실 수 있어요?”“가져오세요.”하랑이 스케치북을 들고 기태 자리로 갔다.옆에 서서 페이지를 펼쳤다.“이번 컬렉션 디자인 해봤는데 어때요?”기태의 시선이 종이 위로 내려갔다.“방금 한 겁니까?”“네.”“점심에 본 거 참고했고요?”“구조에서 아이디어만 얻었어요.”하랑이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그대로 연결하면 기존 제품이랑 비슷해질 수 있어서 중심 구조는 완전히 바꿨어요.”페이지를 넘겼다.“이번 컬렉션 메인 모티프가 빛의 겹침이잖아요.”“네.”“그래서 고정된 상태에서는 단순해 보이는데 착용하고 움직이면 안쪽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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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신입 디자이너

“팀장님.” 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뭐가 생각났습니까.” “이거요.” 하랑이 스케치북을 돌렸다. 조금 전보다 선이 훨씬 많아져 있었다. 기태가 옆에 섰다. 하랑은 연필 끝으로 중심 장식을 가리켰다. “아까 안쪽에서 잡으라고 하셨잖아요.” “네.” “그걸 아예 디자인으로 쓰면 어때요?” “어떻게요.” “연결부를 숨기는 게 아니라 여기서 한 번 더 꺾어서요.” 하랑이 선을 그었다. “이렇게.” 기태의 시선이 따라갔다. “그러면 앞에서는 두 겹처럼 보이고.” “움직이면 안쪽이 보입니다.” “맞아요.” 하랑의 눈이 반짝였다. “빛의 겹침이 더 잘 보이지 않아요?” 기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스케치북을 가져가 한참 살폈다. 하랑이 기다렸다. 십 초. “어때요?” “잠깐만요.” 다시 십 초. “팀장님.” “보고 있습니다.” “별로예요?” “기다려요.” 하랑이 입을 다물었다. 오 초. “근데—”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이하랑 씨.” “네.” “조금만 조용히 기다리면 안 됩니까.” 하랑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기태는 다시 스케치를 봤다. 정확히 십 초 뒤. “팀장님.” 기태가 눈을 감았다. 정훈이 옆에서 웃음을 삼켰다. “왜요.” “이제 말해도 돼요?” “하세요.” “어때요?” 기태가 스케치북을 내려놓았다. “좋습니다.” 하랑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진짜요?” “네.” “아까 것보다?” “훨씬.” “얼마나요?” “그걸 어떻게 수치로 말합니까.” “그냥 많이?” “네. 많이.” 하랑이 씩 웃었다. 그때 1팀 쪽에서 로로가 다가왔다. “뭐가 그렇게 좋아?” 하랑이 스케치북을 번쩍 들었다. “팀장님, 이것 좀 봐주세요.” “나?” “네.” 로로가 받아 들었다. 표정이 금세 달라졌다. 장난기 없이 디자인만 봤다. 첫 장. 두 번째 장. 그리고 방금 수정한 안. “이거 네가 했어?” “네.” “오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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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제가 다시 해볼게요

다음 날 오전. 하랑은 출근하자마자 스케치북부터 확인했다. 어제 마지막으로 수정한 디자인. 밤새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는지 다시 봤다. 괜찮았다. 아니.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하랑이 입술을 꾹 누르며 혼자 웃었다. “좋아.” 옆에서 정훈이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요?” “제 디자인이요.” “본인이 본인 거 보고 감탄하는 겁니까?” “마음에 드는데 어떡해요.” “자신감 좋네요.” “팀장님도 좋다고 했어요.” 기태가 모니터에서 눈도 떼지 않고 말했다.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습니다.” 하랑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좋다고도 했잖아요.” “디자인은요.” “그게 그거죠.” “다릅니다.” “치.” 정훈이 피식 웃었다. 기태가 서류를 정리했다. “생산팀에 연락했습니까?” 하랑의 표정이 바로 진지해졌다. “네. 열한 시에 보기로 했어요.” “자료는요?” “준비했어요.” “원가 예상.” “여기.” “소재.” “여기요.” “기존 공정 비교.” 하랑이 파일 하나를 들어 보였다. “이것도요.” 기태가 그제야 하랑을 봤다. “가죠.” “팀장님도요?” “처음이잖아요.” 하랑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네.” 생산팀 회의실에는 담당 직원들이 먼저 앉아 있었다. 최도현도 있었다. 하랑과 눈이 마주치자 도현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뿐이었다. 초콜릿도. 초코라떼도. 개인적인 질문도 없었다. 도현은 정확하게 선을 지켰다. 하랑도 평소처럼 업무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기태는 하랑 옆이 아니라 맞은편에 자리했다. 오늘 설명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하랑이었다. “시작하세요.” “네.” 하랑이 자료를 띄웠다. “이번 컬렉션 메인 모티프를 응용한 목걸이 디자인입니다.” 목소리는 처음보다 조금 긴장돼 있었다. 그래도 또박또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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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디자인실로 돌아온 하랑은 스케치북부터 펼쳤다. 방금 생산팀에서 들은 이야기를 잊기 전에 정리해야 했다. 연결부 두 군데. 움직임은 절반. 마모와 원가까지. 하랑은 연필을 들고 선을 하나씩 고쳤다. “음…….”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옆에서 정훈이 자료를 정리하다 고개를 돌렸다. “이하랑 씨.” “네.” “아까 요청한 공정표 왔어요.” “진짜요?” 하랑이 의자를 끌어당겼다. “같이 봐주실래요?” “그거 하려고 받은 건데요.” “역시 한 주임님.” “칭찬은 됐고 여기부터 봐요.” 정훈이 화면을 가리켰다. 하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치를 적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연결부의 두께가 컸다. “어?” “왜요?” “이러면 안쪽 장식이 걸릴 것 같은데요.” “그렇죠.” “그럼 위쪽을 더 벌리면…….” 하랑은 말을 멈췄다. 벌리면 외형이 달라졌다. 어제 로로가 덜어내라고 했던 장식까지 다시 복잡해질 수 있었다. “안 되겠다.” 정훈이 물었다. “뭐가요?” “예쁘게 만들려고 고쳤는데 다시 복잡해져요.” “그럼 다른 방법 찾아야죠.” 하랑은 스케치를 내려다봤다. 한참 뒤 연필 끝으로 연결부를 톡 건드렸다. “잠깐만요.” 정훈이 기다렸다. “움직이는 게 꼭 안쪽 장식이어야 할까요?” “무슨 뜻이에요?” “바깥쪽 프레임이 아주 조금 움직이면요?” 하랑은 종이를 돌려 새로운 선을 그었다. “안쪽 스톤은 고정하고요.” 정훈이 몸을 숙였다. “그럼 마모되는 위치가 바뀌겠네요.” “네. 대신 빛이 겹쳐 보이는 건 남길 수 있어요.” “그건 생산팀에 다시 물어봐야겠는데요.” “그렇죠?” 하랑의 얼굴이 밝아졌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이하랑 씨.” 기태가 불렀다. “네!” “어디 갑니까?” “생산팀이요.” “수정 도면은요?” 하랑이 멈췄다. “아직 스케치인데요.” “그럼 정리부터 하세요.” “아.” 하랑은 얌전히 다시 앉았다. 정훈이 웃었다. “또 마음만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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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화. 남자친구 있어요

퇴근 후, 두 사람은 영화관으로 향했다. 하랑은 기태의 손을 잡고 매표소 앞 포스터를 훑었다. “오빠, 이거 재미있겠다.” “아까 그거 보자며.” “그것도 재미있어 보여.” “하나 골라.” 하랑은 잠깐 고민하다가 기태를 올려다봤다. “오빠는 뭐 보고 싶어?” “네가 고른 거.” “그게 제일 어려워.” 결국 하랑이 고른 건 로맨틱 코미디였다. 표를 예매하고 팝콘까지 산 뒤, 기태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나 화장실 좀.” “응. 여기 있을게.” “멀리 가지 마.” “나 애기 아니거든.” 기태가 피식 웃고 돌아섰다. 하랑은 팝콘 통을 안고 포스터 앞에 섰다. 주인공이 입은 목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잠금장치가 어디 있지?’ 고개를 갸웃하며 살피는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하랑이 돌아봤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네?” “혹시 혼자 오셨어요?” “아니요.” “아, 친구 기다리세요?” “남자친구요.” 남자가 잠깐 멈췄다. “아, 남자친구 있으시구나.” “네.” “그래도 혹시 번호는 안 될까요?” 하랑의 눈이 동그래졌다. “왜요?” “마음에 들어서요.” “아.” 하랑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저 남자친구 있어요. 번호는 안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남자가 멋쩍게 웃고 물러났다. 그때 화장실에서 돌아오던 기태가 걸음을 멈췄다. 마지막 대화가 들렸다. 남자가 멀어지는 걸 확인한 뒤 하랑에게 다가갔다. “하랑아.” “오빠!” 하랑의 얼굴이 환해졌다. “왜.” “방금 어떤 분이 내 번호 물어봤어.” “들었어.” “진짜?” “응.” 기태는 남자가 사라진 쪽을 한번 봤다. 하랑이 그의 얼굴을 살폈다. “오빠.” “왜.” “질투해?” “응.” 대답이 너무 빨랐다.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이번엔 바로 말하네?” “말하라며.” “맞아.” 하랑이 웃었다. “근데 나 남자친구 있다고 했어.” “알아.” “번호도 안 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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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복사기가 토해요!

다음 날 오전. 디자인실은 평화로웠다. 기태는 오전 회의를 마치고 수정 도면을 검토하고 있었고, 정훈은 생산팀에 보낼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하랑도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음음~.” 작은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이하랑 씨.” “네!” “출력 자료 준비됐습니까?” “네. 지금 뽑아올게요.” 하랑은 파일을 저장하고 복합기가 있는 사무 공간으로 향했다. 이번 컬렉션 수정 도면이었다. 생산팀에 전달할 자료라 빠짐없이 준비해야 했다. 하랑은 화면을 확인했다. 인쇄. 부수. 용지 크기. “열 장이면 되겠지?” 혼잣말을 하며 숫자를 눌렀다. 그리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위잉. 복사기가 작동했다. 첫 번째 종이가 나왔다. 두 번째. 세 번째. 하랑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네.” 그런데. 열 번째가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열한 번째. 열두 번째. 열세 번째. “어?” 하랑이 화면을 봤다. 복사기는 계속 움직였다. 위잉. 촤륵. 촤륵. 종이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잠깐만.” 하랑이 급히 버튼을 눌렀다. 멈추지 않았다. 다른 버튼을 눌렀다. 오히려 기계가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종이를 뱉기 시작했다. “어어?” 출력받침대에 종이가 수북하게 쌓였다. 몇 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랑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꺄아악!!” 사무실 전체가 울렸다. “복사기가 토해요!!!!!” 기태가 벌떡 일어났다. 정훈도 고개를 들었다. “뭐가요?” “종이를 계속 토해요!!” 로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뭘 토해?” “복사기가요!” 기태는 이미 복합기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앞에는 하랑이 양손으로 쏟아지는 종이를 받아내고 있었다. “오빠!!” 기태의 걸음이 빨라졌다. “뭐 했어.” “나 아무것도 안 했어!” “그럼 이건 뭔데.” “종이!” “그건 나도 보여.” 기태가 복합기 화면을 확인했다. 출력 대기 목록.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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