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Chapter 161 - Chapter 170

246 Chapters

161화. 해줄까, 말까?

오피스텔 지하주차장. 기태는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하랑은 조수석에 앉자마자 팔짱을 꼈다. 입술도 삐죽 나왔다. 기태가 시동을 걸다 말고 옆을 봤다. “왜.” “치.” “뭐가.” “메롱이.” “왜 또.” 하랑은 기태를 흘겨봤다. “오빠만 좋아하잖아.”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게 아직도 서운해?” “응.” “고양이잖아.” “내 고양이거든.” “알아.” “내가 밥 주고 물도 주고 화장실도 치우는데.” “응.” “오빠는 쓰다듬기만 하잖아.” “그러네.” 하랑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왜 오빠한테만 가?” 기태가 웃었다.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오빠가 꼬셨지?” “내가?” “응!” “어떻게.”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그러더니 기태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잘생겨서?” 기태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고양이가 그걸 알아?” “모르지.” “그럼.” “그래도 잘생겼잖아.” 기태는 고개를 저으며 기어를 바꾸려 했다. 그때 하랑이 불렀다. “오빠.” “응.” “치. 아침 뽀뽀 해줄까, 말까~?” 기태의 손이 멈췄다. 하랑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돌렸다. 일부러 창밖만 바라봤다. 기태가 물었다. “안 해줄 거야?” “고민 중.” “왜.” “메롱이한테 물어봐.” 기태가 잠깐 하랑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안전벨트를 풀었다. 딸깍. 하랑이 슬쩍 돌아봤다. “왜?” “그럼 내가 하지.” “뭐를?” 기태가 몸을 기울였다. 하랑의 눈이 커졌다. “어?” 기태는 하랑의 턱을 가볍게 받쳤다. 쪽. 짧은 입맞춤이었다.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기태는 아무렇지 않게 몸을 바로 했다. “됐네.” 하랑의 입이 벌어졌다. “잠깐만!” “왜.” “내가 해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잖아!” “응.” “근데 오빠가 먼저 하면 어떡해!” “안 해준다며.” “안 해준다고는 안 했거든!”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해줘.” 하랑이 멈칫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162화. 손은 언제 놓으실 겁니까?

디자인실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하랑의 밝은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정훈이 모니터에서 고개를 들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하랑은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정훈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하랑의 손. 그리고 그 손을 잡고 있는 기태. 두 사람은 손가락까지 깍지를 낀 상태였다. “…….” 정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태는 평소처럼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민지도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그러다 두 사람의 손을 발견했다. “어머.” 로로가 커피잔을 들다가 멈췄다. “야.” 기태가 돌아봤다. “왜.” 로로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너희 오늘 출근 안 하고 데이트해?” 기태가 눈썹을 움직였다. 그제야 손을 내려다봤다. 하랑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팀장님!” “네.” “오늘 생산 시작이죠?” “네.” “진짜 오늘부터요?” “네.” “목걸이랑 반지랑 팔찌 전부요?” “일정대로 진행합니다.” 하랑의 얼굴이 환해졌다. “우와!” 손을 잡은 채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기태의 팔까지 함께 흔들렸다. 정훈이 결국 웃었다. “이하랑 씨.” “네?” “손은 언제 놓으실 겁니까?”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손이요?” 정훈이 아래를 가리켰다. 하랑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기태의 손. 자기 손. 깍지까지 낀 손가락. “……어?” 잠깐의 정적. “꺄악!” 하랑이 황급히 손을 놓았다.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아! 저! 그게!” 민지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랑아, 손잡고 출근했어?” “아니, 그게……!” 로로가 팔짱을 꼈다. “아주 자연스럽던데?” 하랑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잊어주세요!” 정훈이 웃으며 말했다. “이미 봤는데요.” “그럼 못 본 척해주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

163화. 너 진짜 많이 변했다

오전 열한 시. 로로는 수정된 협업 일정표를 출력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1팀과 2팀이 함께 진행하는 업무 자료였다. 기태는 모니터 앞에서 생산 일정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로로가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한 팀장.”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왜.” “공동 프로젝트 일정 수정됐어.” 기태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 “생산 일정 때문이야?” “응. 1팀 샘플 검토 날짜도 하루 당겼어.” “확인할게.” 로로는 돌아가지 않고 책상에 가볍게 기대섰다. 기태가 서류를 넘기다 고개를 들었다. “또 왜.” 로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야, 한기태.” “왜.” “너 진짜 많이 변했다.” 기태의 손이 멈췄다. “뭐가.” 로로는 팔짱을 꼈다. “그냥.” “뭐가 변했는데.” “너 원래 회사에서 손잡고 돌아다니는 사람이었냐?” 기태가 로로를 봤다. “아침 얘기야?” “응.” “하랑이가 안 놓은 거야.” 로로가 웃었다. “너도 안 놓았잖아.” 기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대답이었다. 로로는 잠깐 웃다가 다시 말했다. “근데 좋은 쪽으로.”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뭐, 나랑 있을 때는 왜 달랐어? 그런 얘기 아니야.” “알아.” “그냥 지금 너 보면 좀 신기해서.” 기태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로로가 하랑 쪽을 바라봤다. 하랑은 정훈과 생산 수량을 확인하고 있었다. “한 주임님!” “네.” “그럼 이거 다 만들어지면 제가 하나씩 확인해야 해요?” “전수검사는 품질관리 쪽에서 하죠.” “아!” “이하랑 씨는 초기 생산품 검수부터 배우세요.” “네!” 하랑은 씩씩하게 대답하고 다시 자료를 봤다. 로로가 웃었다. “쟤는 여전하네.” “응.” “질문은 안 줄었지?” “더 늘었어.” “힘들겠다.” 기태는 하랑을 한번 봤다. “괜찮아.” 로로의 시선이 돌아왔다. “그러니까 변했다는 거야.” 기태가 눈썹을 올렸다. “뭐가.” “예전에는 네가 생각한 답이 있으면 그쪽으로 빨리 가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

164화. 지금은 내 거거든요!

점심시간. 디자인1팀과 2팀은 회사 근처 한정식 뷔페에 모였다. 테이블 위에는 각종 반찬과 국, 고기 요리가 가득했다. 하랑은 접시를 들고 음식 앞을 서성였다. “오빠, 이거 맛있겠다.” 기태가 옆에서 봤다. “그럼 담아.” “근데 이것도 맛있어 보여.” “둘 다 담아.” “다 못 먹는데.” 기태가 하랑의 접시를 내려다봤다. 밥 조금. 불고기 두 점. 계란말이 하나. “벌써 다 못 먹겠어?” “응.” 기태는 자기 접시에 불고기를 더 담았다. “먹을 만큼만 가져와.” “알았어.” 다섯 사람은 창가 테이블에 앉았다. 하랑은 당연하다는 듯 기태 옆자리를 차지했다. 정훈이 웃으며 물었다. “이하랑 씨, 오늘은 당근 안 가져왔어요?” “없어서요.” “다행이네요.” “뭐가요?” “팀장님 접시가 안전하잖아요.” 하랑이 입술을 삐죽였다. 로로와 민지가 웃었다. 식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띠링. 기태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테이블 위에 놓인 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금요일 대학 동문회 안내] 기태가 휴대전화를 집었다. 하랑은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기대 화면을 들여다봤다. “어?” 기태가 옆을 봤다. “왜.” “오빠!” “응.” “우리 대학교 선배였어?” 기태가 눈썹을 올렸다. “몰랐어?” “응!” 하랑은 화면을 다시 봤다. “진짜 같은 학교네?” 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와. 신기하다.” 정훈이 웃었다. “이하랑 씨, 남자친구 학교도 몰랐어요?” “안 물어봤는데요?” “질문 그렇게 많이 하면서?” 하랑이 잠깐 멈췄다. “그러게요?” 로로가 웃었다. 하랑은 다시 기태에게 물었다. “근데 오빠.” “응.” “이거 오빠 학번만 가는 거야?” 기태가 안내 문자를 살폈다. 그때 로로가 대답했다. “아니. 최근 졸업생들도 가.” 하랑이 고개를 들었다. “진짜요?” “응. 전에도 그랬어.” “로로 팀장님은 어떻게 알아요?” 로로가 자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

165화. 그때 그 이하랑?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옷을 갈아입은 기태와 하랑은 동문회가 열리는 호텔 연회장에 도착했다. 기태는 단정한 셔츠에 재킷을 걸쳤고, 하랑은 연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었다. “오빠.” “응.” “나 이상하지 않아?” “예뻐.” “진짜?” “응.” 하랑은 안심한 듯 웃었다. 기태가 손을 내밀자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끼웠다. 연회장 안으로 들어서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야! 한기태!” “기태야! 여기!” 대학 동창들이 손을 흔들었다. 기태도 가볍게 웃으며 다가갔다. “오랜만이다.” “얼굴 보기 힘들다, 너.” “바빴어.” “여전하네. 말 짧은 거.” 동창 하나가 하랑을 발견했다. “근데 옆에는 누구?” 기태가 하랑의 손을 잡은 채 대답했다. “여자친구. 대학 후배이기도 하고.” 하랑이 얼른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하랑입니다.” “어? 우리 학교 후배야?” “네!” “이렇게 예쁜 후배가 있었다고?” 기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내가 졸업한 후에 다녔겠지.” 동창들이 웃었다. “아, 그렇네. 너 졸업한 지가 언젠데.” “근데 여자친구 진짜 어려 보인다.” 하랑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 스물네 살이에요.” “열 살 차이네?” “네!” “기태야, 너 능력 좋다.” 기태는 별다른 대답 없이 하랑의 손을 한번 고쳐 잡았다. 하랑은 주변을 둘러봤다. 오랜만에 보는 학교 이름. 익숙한 학과 이름.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조금 답답했다. 그때였다. 뒤쪽 테이블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야, 쟤 우리 학교 찐따였던 이하랑 아니야?” 하랑의 걸음이 멈췄다. “어? 맞네.” “와, 진짜 오랜만이다.” 여자 둘과 남자 하나가 하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쟤 학교 다닐 때 진짜 이상했잖아.” “맞아. 실수만 하고 말도 엄청 많고.” “맨날 엉뚱한 소리 해서 거의 혼자였잖아.” 하랑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대기업 임원 딸인데도 진짜 허접했지.” “맞아. 조별 과제 할 때 애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

166화. 한기태 여자친구니까!

호텔 연회장 밖 복도. 하랑은 기태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흑…….” 작은 훌쩍임이 이어졌다. 기태는 아무 말 없이 하랑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하랑의 손은 여전히 그의 재킷을 꼭 붙잡고 있었다. “오빠…….” “응.” “나 눈 빨개졌지?” “조금.” “많이?” “아니.” 하랑은 코를 훌쩍였다. “거짓말.” 기태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봐.” 하랑은 고개를 들었다. 기태가 눈가를 조심스럽게 닦아줬다. “화장 번지겠다.” “이미 번졌을걸.” “괜찮아.” “안 예쁘잖아.” 기태가 하랑을 내려다봤다. “예뻐.” 하랑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울었는데도?” “응.” “눈도 빨갛고?” “응.” “코도 빨간데?” “그것도.” 하랑이 결국 작게 웃었다. 기태는 손수건으로 코끝을 가볍게 눌러줬다. “이제 괜찮아?” 하랑은 잠시 그의 품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기태는 기다렸다. 하랑이 스스로 몸을 떼어낼 때까지. 잠시 후 하랑이 한 걸음 물러났다. “오빠.” “응.” “이제 나 괜찮아.” “그래?” “응!” 하랑은 양손으로 눈가를 문지르려 했다. 기태가 손목을 잡았다. “비비지 마.” “왜?” “더 빨개져.” “아.” 하랑은 얌전히 손을 내렸다. 그러더니 기태를 올려다봤다. “오빠가 혼내줬으니까 조용할 거야~.” 기태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누가.” “아까 그 사람들.” “또 그러면?”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그때는 내가 말할래.” 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랑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 다시 말했다. “근데 오빠.” “응.” “나 진짜 말 많았어?” 기태가 하랑을 봤다. “지금도 많아.” 하랑의 눈이 커졌다. “오빠!”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왜.” “위로해 주는 거 아니었어?” “사실이잖아.” 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럼 줄일까?” “아니.” “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

167화. 저는 현재거든요!

연회장으로 돌아온 하랑은 기태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테이블에는 스테이크와 여러 음식이 놓여 있었다. 기태는 하랑의 접시를 자기 앞으로 당겼다. “뭐 해?” “잘라주게.” “나도 할 수 있는데.” “알아.” 기태는 스테이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하랑은 그 모습을 보다가 주변 사람들을 돌아봤다. “저 궁금한 거 있어요!” 기태의 동창들이 웃었다. “뭔데요?” “오빠 학교 다닐 때 인기 많았어요?” 기태가 손을 멈췄다. 동창 하나가 바로 대답했다. “많았죠.” 하랑의 눈이 커졌다. “진짜요?” “엄청요. 디자인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겼잖아요.” 하랑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기태가 접시를 돌려줬다. “먹어.” “응!” 하랑은 스테이크를 한 점 먹었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럼 고백은 몇 번 받았어요?” 동창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몇 번이더라?” “셀 수가 있었나?” 하랑이 기태를 돌아봤다. “오빠!” “왜.” “진짜야?” “밥 먹어.” “몇 번인데?” “기억 안 나.” 하랑이 눈을 가늘게 떴다. “수상한데.”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나!” 하랑이 돌아봤다. “네?” “나 한기태랑 CC였어.” 하랑의 젓가락이 멈췄다. “……CC요?” “응. 캠퍼스 커플.” 여자는 웃으며 기태를 바라봤다. “그때 우리 꽤 유명했잖아.” 기태는 짧게 대답했다. “오래전 일이야.” 하랑은 여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기태를 봤다. 다시 여자. 잠시 생각하더니 스테이크를 한 점 더 먹었다. “음.” 기태가 물었다. “왜.” 하랑이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적과의 식사인가?”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뭐?” “아무것도 아니야.” 하랑은 씩 웃었다. 여자가 물었다. “하랑 씨는 기태랑 어떻게 만났어요?” “회사에서요!” “같은 회사예요?” “네. 제가 신입사원이고 오빠가 팀장님이에요.” 동창들이 놀란 얼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

168화. 저 보지 마요!!

하랑은 기태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댔다. “오빠, 나 화장실 좀~.” 기태가 고개를 돌렸다. “같이 가?” “아니. 금방 올게.” “응.” 하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리하고 화장을 확인했다. 눈가가 조금 붉었다. 아까 울었던 흔적이었다. “괜찮아.” 하랑은 거울 속 자신에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기태가 앉아 있는 테이블이 보였다. 하랑은 반가운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자 하나가 슬쩍 발을 내밀었다. 탁! “어?” 하랑의 발이 걸렸다. 중심을 잃은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쿵! “아악!” 하랑이 바닥에 넘어졌다. 주변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손바닥이 얼얼했다. 무릎도 아팠다. 눈에는 순식간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하랑은 울지 않았다. 입술을 꾹 깨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발을 걸었던 여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너.” 여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왜?” “일부러 했지?” “뭘?” “발 걸었잖아.” 여자가 피식 웃었다. “너 원래 잘 넘어지고 잘 울고 말 많았잖아.” 옆에 있던 동기까지 웃었다. “맞아. 학교 다닐 때도 맨날 그랬지.” 하랑의 눈에 눈물이 더 차올랐다. 그래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거랑 이거랑 달라.” 여자의 웃음이 멈췄다. 하랑이 한 걸음 다가갔다. “내가 잘 넘어지는 거랑 네가 일부러 발 건 건 다르잖아.” “아니, 그냥 장난인데.” “장난 아니야.” 하랑은 손바닥을 한번 내려다봤다.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과해.” 여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너 진짜 여전하다.” “뭐가?” “말 많은 거.” 하랑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래서 너희는 요즘 뭐 하는데?” “뭐?” “세공디자인과 나와서 뭐 하냐고.” 동기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하랑은 말을 이었다. “나는 세화주얼리에서 디자인해.” 여자가 비웃듯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

169화. 그래서 안 돼

하랑은 기태 옆에 다시 앉았다. 눈가는 아직 조금 붉었지만 울음은 멎었다. 기태는 하랑의 손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손 줘.” “응.” 손바닥을 펼치자 붉게 쓸린 자국이 보였다. 기태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아파?” “조금.” “움직여 봐.” 하랑은 손가락을 하나씩 움직였다. “이렇게?” “응.” “괜찮아.” 기태는 반대쪽 손도 확인했다. “무릎은?” “괜찮아.” “정말?” “응!” 하랑이 씩 웃었다. “나 튼튼해.” 기태가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잘 넘어지면서.” 하랑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그건 튼튼한 거랑 다르지.” 기태는 더 말하지 않고 손을 놓았다. 대신 물잔을 하랑 앞으로 밀어줬다. “마셔.” “응.” 하랑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맞은편 동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랑 씨, 진짜 괜찮아요?” “네!” “아까 많이 놀랐죠?” “조금요.” 하랑은 손바닥을 한번 내려다봤다. “그래도 사과받았어요.” “잘했네요.” 그 말에 하랑이 환하게 웃었다. 분위기는 조금씩 다시 편안해졌다. 동창들은 대학 시절 이야기를 꺼냈고, 하랑은 기태 옆에서 귀를 기울였다. “야, 한기태 기억나냐?” “뭐.” “졸업 작품 전시회 때 교수님이 네 작품 앞에서 한참 서 있었잖아.” 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나.” 하랑의 눈이 반짝였다. “진짜요?” 동창이 웃었다. “그때 기태 작품 보려고 다른 과 애들도 왔어요.” “우와!” 하랑이 기태를 올려다봤다. “오빠 진짜 잘했구나.” “그냥 했어.” “또 그런다.” “뭘.” “잘하면서 맨날 그냥 했대.” 동창들이 웃었다. 그때 남자 동창 하나가 와인병을 들고 다가왔다. “하랑 씨도 한잔할래요?” 하랑이 고개를 들었다. “저요?” “네. 오늘 처음 봤으니까 건배라도 하죠.” 남자가 빈 잔을 가져오려 했다. 그 순간 기태가 손을 들었다. “얘 술 못 해.” 남자가 멈췄다. “어?” 기태는 담담하게 대답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

170화. 어머니 아버지 선물 챙겼어!

토요일 아침. 하랑의 오피스텔 앞에 기태의 차가 멈췄다. 기태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도착했어.] 답장은 금방 왔다. [나가요!!] 잠시 후 현관문이 열렸다. “오빠아~!” 하랑이 작은 쇼핑백을 들고 나왔다. 긴 머리를 풀어 내리고 연한 크림색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었다. 기태가 차에서 내렸다. “천천히 와.” “응!” 하랑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오빠~ 어머니 아버지 선물 챙겼어!” 쇼핑백을 번쩍 들어 보였다. 기태가 받아 들었다. “잘 챙겼네.” “응! 어제 세 번이나 확인했어.” “알아.” “어떻게 알아?” “전화로 세 번 말했잖아.”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그랬나?” 기태가 웃으며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 하랑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손을 내밀었다. “오빠.” “왜.” “토요일 아침 뽀뽀.” 기태가 허리를 숙였다. 쪽. 하랑이 활짝 웃었다. “좋아!” 기태는 안전벨트를 확인하고 운전석에 앉았다. 차가 출발하자 하랑은 쇼핑백을 내려다봤다. “오빠.” “응.” “어머니 반지 좋아하시겠지?” “응.” “아버지는?” “좋아하실 거야.” “근데 두 분 반지 사이즈 안 맞으면 어떡해?” “수정하면 되지.” “그렇지?” 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조용했다. “오빠.” “응.” “나 사실 조금 떨려.” 기태가 옆을 봤다. “왜.” “선물 드리는 거 처음이잖아.” “응.” “내가 직접 만든 거라 더 떨려.” 기태는 신호에 차를 멈췄다. 그리고 하랑의 손을 잡았다. “좋아하실 거야.” 하랑이 그를 올려다봤다. “진짜?” “응.”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까 안심돼.” 기태가 손을 가볍게 쥐었다 놓았다. 하랑은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돌렸다. “아!” “왜.” “어머니한테 오늘 뭐 해드릴까?” “아무것도 하지 마.” “왜애.” “지난번 기억 안 나?” 하랑이 입술을 삐죽였다. “현관에서 넘어진 거?” “그것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Read more
PREV
1
...
1516171819
...
2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