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Chapter 171 - Chapter 180

246 Chapters

171화. 꼭 맞아요!

솔희는 하랑이 내민 케이스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어머…….” 안에는 반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정식도 신문을 내려놓고 가까이 다가왔다. “반지네?” “네!” 하랑이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랑 아버지 커플링이에요!” 솔희는 여성용 반지를 집어 들었다. 가느다란 백금 밴드 가운데 작은 다이아몬드 세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세팅돼 있었다. “너무 예쁘다.” “진짜요?” “그럼요.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하랑의 얼굴이 환해졌다. “일부러 단아하게 만들었어요!” 정식은 남성용 반지를 살폈다. 장식 없이 단정한 무광 백금 반지였다. 가장자리가 부드럽게 마감돼 있었다. “내 것도 좋네요.” 하랑이 얼른 다가갔다. “아버지는 평소에 화려한 거 안 좋아하시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매일 착용하셔도 부담 없게 만들었어요.” 정식이 웃었다. “내 취향을 잘 알았네요.” “기태 오빠한테 물어봤어요!” 두 사람의 시선이 기태에게 향했다. 기태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사이즈랑 취향만 알려줬어요.” 하랑이 얼른 덧붙였다. “디자인은 제가 했고요!” 솔희가 웃었다. “알아요, 하랑 씨.” 하랑은 두 손을 모았다. “어머니, 한번 껴보세요!” 솔희가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스르륵. 걸리는 부분 없이 부드럽게 들어갔다. “어머!” 하랑의 눈이 커졌다. “맞아요?” 솔희가 손을 들어 보였다. “꼭 맞아요!” “진짜요?” “네. 너무 편한데요?” 하랑이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됐다!” 이번에는 정식을 돌아봤다. “아버지도요!” 정식이 반지를 끼웠다. 역시 정확하게 맞았다. “나도 딱 맞네요.” “우와아!” 하랑이 손뼉을 쳤다. “둘 다 성공!” 기태가 옆에서 웃었다. “그렇게 좋아?” “응!” 하랑은 정식과 솔희의 손을 번갈아 봤다. “혹시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정식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없어요.” “너무 두껍지는 않고요?” “괜찮아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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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우리 결혼 언제 할까?

점심 식탁에는 솔희가 준비한 음식들이 가득했다. 하랑은 기태 옆에 앉아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 근데요!” 솔희가 웃으며 돌아봤다. “네?” “저 이번에 디자인한 컬렉션 생산 들어갔어요!” “어머, 정말요?” “네!” 하랑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손으로 모양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다. “처음에는 목걸이 연결부가 자꾸 걸렸거든요.” 정식도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구조를 바꿨어요!” 하랑의 눈이 반짝였다. “근데 또 잠금장치가 문제였어요.” 기태가 옆에서 말했다. “하랑아.” “응?” “밥 먹어.” “아, 맞다.” 하랑은 얼른 밥을 한 숟가락 먹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 근데 그거 아세요?” 정식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뭘요?” “제가 처음 만든 샘플이랑 완성된 샘플이 완전 달라요!” “그래요?” “네! 처음 거는 움직임이 뻣뻣했는데요.” 하랑은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태는 하랑의 앞접시에 고기를 올려줬다. 하랑은 자연스럽게 받아먹었다. “그리고요…….” “하랑아.” “응?” “씹고 말해.” 하랑이 입을 다물었다. 오물오물. 기태는 물잔을 가까이 밀어줬다. 정식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작게 웃었다. 말이 많은 하랑. 그 옆에서 익숙하게 챙기는 아들. 평소 집에서는 조용하기만 하던 기태였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솔희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그러다 무심코 말했다. “둘이 딱 결혼하면 좋겠네.” 정식이 고개를 들었다. 기태의 손도 멈췄다. “엄마.” 말리려던 순간이었다. 하랑이 밥을 오물오물 씹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야죠~!” 기태가 하랑을 돌아봤다. “……뭐?” 하랑은 밥을 삼키고 활짝 웃었다. “결혼이요!” 솔희의 눈이 커졌다. “어머.” 하랑은 기태의 팔을 잡았다. “오빠!” “응.” “우리 결혼 언제 할까?” 기태가 잠시 말이 없었다. 하랑은 이미 신이 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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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 사귀니까 당연히 해야죠!

월요일 오전. 디자인실 탕비실에서는 커피 향이 퍼지고 있었다. 민지는 커피를 내리며 로로를 바라봤다. “팀장님, 진짜 결혼 준비하세요?” 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년쯤 생각하고 있어.” “와! 진짜요?” “응.” 민지의 눈이 반짝였다. “프러포즈는요?” “이미 받았지.” “어머!” 민지가 손뼉을 쳤다. “장혁 씨가요?” “그럼 누가 하겠어.” 로로가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아직 날짜는 안 잡았어.” “그래도 축하드려요!” “고마워.” 그때 탕비실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하랑이었다. 손에는 빈 텀블러가 들려 있었다. 로로가 돌아봤다. “하랑아.” “네!” “물 받으러 왔어?” “네!” 민지가 얼른 정수기를 가리켰다. “이번엔 일반 출수야.” 하랑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저 이제 알아요!” “알면 됐고.” 로로가 웃었다. 하랑은 조심스럽게 물을 받았다. 물이 멈추는 것까지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 민지가 웃었다. “원래 되는 거야.” 그런데 하랑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근데 무슨 얘기 하셨어요?” 민지가 대답했다. “로로 팀장님 결혼 준비하신대.” 하랑의 눈이 커졌다. “네에?!” 로로가 웃었다. “내년쯤.” “우와아!” 하랑이 텀블러를 내려놓았다. “진짜요? 프러포즈도 받으셨어요?” “응.” “언제요?” “전에.” “반지는요?” “받았지.” “어떻게 하셨어요?” 로로가 눈썹을 올렸다. “뭘?” “프러포즈요!” 민지가 웃었다. “하랑아, 질문 하나씩.” “아!” 하랑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다시 로로를 바라봤다. “팀장님!” “응?” “결혼 준비는 어떻게 해요?” 로로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뭐부터 궁금한데?” “전부요!” “전부?” “네! 식장도 잡아야 하고 드레스도 골라야 하고 반지도 준비해야 하잖아요.” 하랑은 손가락을 접기 시작했다. “청첩장도 만들고, 사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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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화. 나도 하고 싶은데

점심시간 내내 하랑의 입에서는 결혼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오빠, 결혼식은 봄이 예쁠까?” “글쎄.” “가을은?” “하랑아, 밥 먹어.” “응!” 하랑은 밥을 한 숟가락 먹었다. 그러다 다시 물었다. “우리 처음 사귄 날에 결혼하면 어때?”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알았어.” 대답은 그렇게 했다. 하지만 오후 업무가 시작되자 기태의 메신저가 울렸다. [로로 팀장님 결혼한대요!] 기태는 화면을 확인했다. 곧이어 또 메시지가 왔다. [내년쯤 한대요!] [오빠 우리도 1년 뒤에 할까?] [처음 사귄 날로 어때?] 기태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이하랑 씨, 일하세요.] 하랑은 자기 자리에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네!] 기태는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몇 분 뒤. 띠링. [오빠 이 드레스 예쁘다!] 웨딩드레스 사진이었다. 기태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업무 중입니다.] [알아요!] [그럼 일하세요.] [네♡] 잠시 조용해졌다. 기태는 생산팀에서 올라온 자료를 검토했다. 그때 다시 메신저가 울렸다. [근데 문자는 되잖아요~]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하랑은 모니터 뒤에서 웃고 있었다. “이하랑 씨.” “네!” “업무 보세요.” “네!” 기태는 다시 서류를 봤다. 그러나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빠 근데 결혼하면 메롱이도 같이 사는 거죠?] 기태의 손이 멈췄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하랑.” 하랑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 “그만해. 일해, 얼른.”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하랑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 기태도 잠시 멈췄다. 회사에서 사적인 호칭이 튀어나왔다는 걸 깨달았다. 하랑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사귀는데 결혼하자는 게 화낼 일이에요?”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기태가 대답하려던 순간. 하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잠깐 다녀올게요.” 그리고 빠르게 디자인실을 나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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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화. 나 아빠 딸이니까!

상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아빠아!!” 서류를 검토하던 무혁이 고개를 들었다. “어?” 하랑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달려왔다. “으아앙!!” 무혁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랑아!” 하랑은 그대로 아버지 품에 파고들었다. “아빠아…….” 무혁은 딸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왜 그래, 우리 딸.” “흐어엉…….” “무슨 일 있었어?” 하랑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아버지의 셔츠를 꼭 붙잡고 울었다. 무혁은 더 묻지 않았다. 한 손으로 하랑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그래. 울어.” “흑…….” “괜찮아. 아빠 여기 있어.” 하랑은 한참을 훌쩍였다. 무혁은 딸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하랑은 속상한 일이 생기면 눈물부터 났다. 하지만 울고 나면 다시 웃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무혁이었다. 잠시 후 하랑의 울음소리가 조금 잦아들었다. 무혁이 조용히 물었다. “이제 말해줄래?” 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훌쩍.” “응.” “오빠랑…… 훌쩍.” 무혁의 눈썹이 올라갔다. “한 팀장이랑?” “응…….” 하랑은 코를 훌쩍였다. “결혼 언제 하냐고…….” “응.” “물어봤는데…… 훌쩍.” 무혁은 기다렸다. 하랑이 입술을 삐죽였다. “오빠가 화냈어어…….” 무혁이 잠깐 멈췄다. “결혼 얘기 때문에?” “응!” 하랑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떨어졌다. “나 그냥 물어본 건데…….” 무혁은 손수건을 꺼내 딸의 눈가를 닦아줬다. “우리 딸.” “응…….” “결혼은 어른이 하는 건데?” 하랑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나도 어른인데!” 무혁이 웃음을 참았다. “그래?” “응!” 하랑은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아버지를 올려다봤다. “나 스물네 살이야.” “알아.” “회사도 다니고.” “그렇지.” “월급도 받고!” “응.” “디자인도 했어!” 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딸 다 컸네.” 하랑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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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화. 나보다 더한 애 만났네

상무실 안. 하랑은 여전히 무혁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기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기다렸다. 무혁이 딸의 등을 토닥였다. “하랑아.” “……응.” “한 팀장 기다리잖아.” 하랑은 고개를 저었다. “싫어.” “왜.” 하랑이 무혁의 허리를 더 꼭 끌어안았다. “나도 화났어!” 무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알아.” “오빠만 화낼 수 있는 거 아니잖아.” “그렇지.” “나도 속상했단 말이야.” 무혁은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얘기해야지.” 하랑이 고개를 조금 들었다. “무슨 얘기?” “한 팀장이 왜 화났는지 듣고.” “…….” “너도 왜 속상했는지 말해.” 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 무혁이 조용히 덧붙였다. “서로 말 안 하면 모르잖아.”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기태가 질투 때문에 화냈던 날도 그랬다. 이유를 몰라서 더 속상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랑은 눈가를 손등으로 문질렀다. “……알았어.” 무혁이 손수건을 건넸다. “눈부터 닦고.” 하랑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기태가 한 걸음 다가왔다. “하랑아.” 하랑은 고개를 들었다. 기태의 얼굴을 보자 입술이 다시 삐죽 나왔다. “흥.” 기태는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무혁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우리 딸.” “응.” “아빠는 이제 일해야 하는데?” 하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 쫓아내?” “아니.” “그런데?” “한 팀장이랑 얘기하라고.” 하랑은 잠시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다시 한번 꼭 안았다. “아빠 사랑해.” 무혁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아빠도 사랑해.” 하랑은 그제야 품에서 떨어졌다. 기태가 손을 내밀었다. “가자.” 하랑은 그 손을 내려다봤다. 잠깐 망설였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 “……응.” 기태는 하랑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그리고 무혁에게 고개를 숙였다. “상무님, 죄송합니다.” 무혁이 고개를 저었다. “저한테 사과할 일은 아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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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그걸 오빠가 결정하지 마

옥상정원. 기태는 하랑과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하랑은 잡고 있던 손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눈가는 아직 붉었다. 기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랑아.” “응.” “아까 화낸 거 미안해.” 하랑은 고개를 숙였다. “…….” “업무 중에 계속 메시지 보내서 그만하라고 한 건 맞아.” “응.” “근데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어.” 하랑이 입술을 삐죽였다. “나도 일 안 한 건 잘못했어.” 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오빠.” “왜.” “결혼 얘기하는 게 그렇게 싫었어?” 기태는 곧바로 대답했다. “아니.” 하랑이 고개를 들었다. “그럼 왜?” 기태는 잠시 말을 골랐다. “나도 너랑 결혼하고 싶어.” 하랑의 눈이 커졌다. “……진짜?” “응.” “그런데 왜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어?” 기태는 하랑을 바라봤다. “네가 이제 시작했으니까.” “뭘?” “일.”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기태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첫 컬렉션 이제 생산 들어갔잖아.” “응.”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어.” 하랑은 조용히 들었다. “네가 얼마나 좋아하는 일인지도 알고.” 기태는 잠깐 말을 멈췄다. “그래서 걱정됐어.” “뭐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하랑의 시선이 멈췄다. “네가 일을 그만둘까 봐.” 하랑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기태가 덧붙였다. “너라면 그럴 것 같았어.” “왜?” “아이 생기면 네가 직접 챙기려고 할 것 같아서.” 하랑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나쁜 거야?” “아니.” “그럼?” 기태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네가 좋아하는 걸 포기할까 봐.” 하랑은 잠시 기태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조용히 물었다. “오빠.” “응.” “나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그렇게 할 거야.” 기태의 눈썹이 움직였다. 하랑은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행복한 거니까.” “하랑아.” “아이가 생기면 내가 키우고 싶어.” 기태는 말없이 들었다. “엄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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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화. 술 안 마셨거든요!

디자인실 문이 열렸다. “헤헤~.” 하랑이 기분 좋은 얼굴로 들어왔다. 한 손에는 기태의 손이 꼭 잡혀 있었다. 기태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조금 전까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여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신난 얼굴이었다. “오빠.” “응.” “나 기분 좋아.” “알아.” “엄청!” “알겠어.” 하랑은 손을 한번 더 꼭 쥐었다. 그때 정훈이 고개를 들었다. “어?” 시선이 두 사람의 손으로 향했다. 그리고 하랑의 얼굴. “이하랑 씨.” “네!” “술 마셨어요?” 하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아니, 갑자기 왜 그렇게 웃어요?” 하랑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아니거든요!” 정훈이 웃었다. “진짜 안 마셨어요?” “네!” “근데 왜 술 취한 사람처럼 웃어요?” 하랑은 기태의 팔을 꼭 붙잡았다. “기분 좋아서 그러는 거예요!” 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럼 아까는 왜 울었어요?” 하랑이 멈칫했다. 기태가 정훈을 봤다. “한 주임.” “네.” “업무 보세요.” 정훈은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로로가 의자에 기대앉아 웃었다. “야, 이하랑.” “네?” “화해했어?” 하랑의 얼굴이 환해졌다. “네!” “잘됐네.” “감사합니다!” 민지도 웃으며 물었다. “이제 안 울어요?” “네!” 하랑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이제 안 울 거예요.” 정훈이 중얼거렸다. “그 말 지난번에도 들은 것 같은데.” 하랑이 홱 돌아봤다. “한 주임님!” “네.” “자꾸 놀리실 거예요?” “아니요.” “진짜요?” “네.” 하랑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훈이 덧붙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하랑의 입이 벌어졌다. “오늘은요?!” 로로가 웃음을 터뜨렸다. 기태는 하랑의 손을 가볍게 놓았다. “이하랑 씨.” “네!” “이제 업무 봅시다.” 하랑이 고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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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혜성처럼 나타난 신입 디자이너

며칠 후. 세화주얼리 디자인실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LUMÉ의 새로운 컬렉션이 정식 출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하랑이 디자인한 목걸이와 반지, 팔찌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판매되고 있었다. “어?” 정훈이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이거 뭐야?” 민지가 고개를 들었다. “왜요?” “이번 컬렉션 판매량이요.” 로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나 나왔는데?” 정훈이 화면을 돌렸다. “초기 물량 거의 소진됐습니다.” “벌써?” “네. 추가 주문도 계속 들어오고요.” 하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거요?”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네.” “목걸이도요?” “네.” “반지도요?” “네.” “팔찌도요?” 기태가 하랑을 바라봤다. “전부요.” 잠깐의 침묵. “꺄아악!!” 하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짜요?!” 정훈이 웃었다. “이하랑 씨, 귀 떨어지겠습니다.” “우와아!” 하랑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내가 만든 걸 사람들이 산다고요?” 로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히트라는 거지.” 하랑은 믿기지 않는 얼굴로 화면을 바라봤다. 기태가 말했다. “아직 추가 생산 일정 확인해야 합니다.” “네!” “품질관리도 계속하고요.” “네!” 하랑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러다 다시 웃었다. “팀장님, 저 너무 좋아요!”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잘했습니다.” 그때 민지가 갑자기 외쳤다. “어머!” 모두가 돌아봤다. “하랑 씨! 뉴스 떴어요!” “네?” 민지가 화면을 보여줬다. 기업 전문 뉴스였다. 화면 위에는 커다란 제목이 떠 있었다. [낙하산이 아닌 실력으로 증명하다] [LUMÉ, 혜성처럼 나타난 신입 디자이너 이하랑] 하랑의 입이 벌어졌다. “……저요?” 정훈이 웃었다. “여기 이하랑이라고 쓰여 있잖아요.” 하랑은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기사에는 이번 컬렉션의 디자인 특징과 출시 직후 판매 성과가 소개돼 있었다. 세화주얼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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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화. 아빠 카드 줘!

오후 세 시. 디자인실에서는 여전히 하랑의 컬렉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정훈은 추가 생산 일정을 확인했고, 민지는 온라인 판매 반응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하랑이 벌떡 일어났다. “여러분!” 로로가 고개를 들었다. “왜?” 하랑은 두 손을 허리에 올렸다. “오늘 제가 쏩니다!” 정훈이 눈썹을 올렸다. “뭘요?” “맛있는 거요!” 민지가 웃었다. “하랑 씨가요?” “네!” 하랑은 가슴을 쭉 폈다. “오늘은 제가 다 살게요!” 로로가 팔짱을 꼈다. “오, 우리 스타 디자이너?” “네!” 정훈이 웃으며 물었다. “첫 월급 털려고요?” 하랑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럼요?” 하랑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빠 카드로요!” 순간 디자인실이 조용해졌다.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네?” 하랑이 활짝 웃었다. “아빠도 승진했고, 아빠 딸도 좋은 일 있잖아요!” 로로가 입술을 깨물었다. 정훈은 고개를 숙였다. 민지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하랑 씨, 그럼 하랑 씨가 쏘는 게 아니잖아요!”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왜요?” “전무님이 쏘시는 거죠.”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그렇네요?” 기태가 이마를 짚었다. “이하랑 씨.” “네!” “본인 카드로 사세요.” “왜요?” “본인이 쏜다면서요.” 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 “아빠도 축하받아야 하잖아요.” “그건 맞는데요.” “그럼 아빠가 쏘면 되죠!” 정훈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논리가 이상한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하랑은 이미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저 잠깐 다녀올게요!” 기태가 불렀다. “이하랑 씨.” “네?” “어디 갑니까?” “전무실이요!” “업무 중입니다.” 하랑이 시계를 확인했다. “그럼 휴식시간에 다녀올게요!” 기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잠시 후. 하랑은 휴식시간이 되자마자 전무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아빠아~~!” 무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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