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Chapter 221 - Chapter 230

244 Chapters

221화. 다섯 번이나 울었어

며칠 후. 퇴근시간이 한참 지난 세화주얼리 디자인실에는 하랑과 기태만 남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작은 보석과 금속 장식, 수정한 도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랑은 확대경 앞에 앉아 마지막 장식을 확인하고 있었다. “오빠…….” “응.” “나 망한 것 같아.”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왜.” 하랑은 손바닥을 펼쳤다. 작은 보석 하나가 놓여 있었다. “떨어졌어…….” 기태가 다가와 확인했다. “고정하기 전이잖아.” “근데 어디서 떨어졌는지 모르겠어.” “다시 보면 돼.” “흐으…….” 하랑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기태는 휴지를 한 장 뽑아 건넸다. “울지 말고.” “나 안 울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떨어졌다. 기태는 짧게 웃었다. “울잖아.” “속상하단 말이야…….” 기태는 떨어진 보석을 확인하고 다시 고정할 위치를 짚어줬다. 하랑은 훌쩍이며 작업을 이어갔다. 한참 뒤. “아악!” 기태가 돌아봤다. “왜.” 하랑은 납땜한 연결부를 가리켰다. “잘못했어어…….” 작은 금속 장식의 각도가 미세하게 틀어져 있었다. 기태가 살폈다. “수정 가능해.” “진짜?” “응.” “안 망가져?” “응.” 하랑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더니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나 왜 이러지…….” 기태는 조용히 의자를 당겨 앉았다. “천천히 해.” “응…….” 두 번째 눈물이었다. 그 뒤로도 작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하랑은 완성에 가까워진 티아라를 한참 바라봤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기태가 물었다. “뭐가.” “마음에 안 들어.” “어디.” 하랑은 중앙 장식을 가리켰다. “여기가 너무 높아.” 기태는 로로의 드레스 사진과 티아라를 비교했다. “조금 낮추면 되겠네.” 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할걸…….” 눈물이 또 떨어졌다. 기태가 휴지를 건넸다. “세 번째.” 하랑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뭐가?” “우는 거.” “오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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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화. 수상한 이하랑

며칠 후. 세화주얼리 디자인실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키보드 소리와 직원들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하랑은 모니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로로는 민지와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고, 기태는 정훈과 생산 일정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하랑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좋아. 아무도 안 봐.’ 모니터에는 두 개의 반지가 그려져 있었다. 하나는 조금 넓고 단정한 밴드. 다른 하나는 가늘고 부드러운 곡선이 들어간 디자인이었다. 하랑은 선을 하나 수정했다. “음…….” 그러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하면 예쁘겠다.” 그때였다. “이하랑 주임.” 기태의 목소리였다. 하랑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딸깍! 화면이 바뀌었다. “네!” 기태가 다가왔다. “뭐 해?” “일이요!” “알아.” 기태는 하랑의 모니터를 바라봤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자료였다. “수정 끝났어?” “네!” “보여줘.” 하랑은 얼른 자료를 열었다. “여기요!” 기태가 화면을 살폈다. “괜찮네.” “감사합니다!” 기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하랑은 그 뒷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휴우…….’ 잠시 후. “야, 이하랑.” 이번에는 로로였다. 하랑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 “티아라 어떻게 됐어?” 하랑의 눈이 커졌다. “어…….” 로로가 웃었다. “왜 그렇게 놀라?” “아니에요!” “완성했어?” 하랑은 잠깐 망설였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로로의 얼굴이 환해졌다. “진짜?” “네!” “그럼 한번 보자.” 하랑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로로가 웃음을 터뜨렸다. “야, 나한테 주는 거잖아.” “그러니까요!” 하랑은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결혼식 날 보여드릴 거예요!” 로로는 입술을 삐죽였다. “궁금한데.” “참으세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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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화. 한기태가 예민해졌다

며칠째였다. 하랑은 퇴근시간만 되면 유난히 바빠졌다. 평소라면 기태의 책상 앞으로 달려와 오늘은 뭐 할 거냐며 질문을 쏟아냈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달랐다. “하랑아.” “응?” “오늘 저녁 먹을까?” 하랑은 가방을 챙기다 멈칫했다. “아…….”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왜.” “오빠, 나 오늘 좀 피곤해서.” “많이?” “응.” “그럼 집에 데려다줄게.” 하랑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 먼저 갈게!” 기태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혼자?” “응!” 하랑은 가방끈을 고쳐 멨다. “오빠도 얼른 퇴근해!” 그리고 기태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쪽. “내일 봐!” 기태가 대답하기도 전에 하랑은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기태는 한동안 그 자리를 바라봤다. 로로가 고개를 들었다. “야, 한기태.” “왜.” “너 오늘도 차였냐?” 기태가 돌아봤다. “뭐?” “데이트.” “피곤하다잖아.” 로로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게.” 기태는 말없이 가방을 챙겼다. 그런데 손에 쥔 차 키를 다시 내려놓았다. 로로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다음 날.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때였다. 기태가 하랑의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하랑아.” “응?” “점심 같이 먹자.” 하랑은 모니터를 확인했다. “아! 나 오늘은 유나 씨랑 먹기로 했어.” 기태가 잠시 멈췄다. “그래?” “응!” 하랑은 환하게 웃었다. “유나 씨가 물어볼 게 있대.” “알았어.” 기태는 더 묻지 않았다. 그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정훈이 슬쩍 기태를 바라봤다. 기태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다. 그런데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이 유난히 빨랐다. 딸깍. 딸깍딸깍. 정훈은 조용히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오후에는 생산팀에서 수정 요청이 들어왔다. “한 대리.” “네.” “이 부분 다시 확인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지난번 검토한 내용입니다.” 목소리는 낮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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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화. 혼자만 좋은 이하랑

주말 내내 하랑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토요일 아침 기태가 보낸 메시지는 읽음 표시만 남았고, 저녁에 걸었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일요일도 마찬가지였다. [바빠?] 답장은 없었다. 기태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평소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하던 하랑이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전화를 걸어 질문하고, 메롱이 사진을 보내던 여자였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는 단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기태는 다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여전히 조용했다. 월요일 오전. 디자인실에 들어온 기태의 표정은 평소보다 굳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하랑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네.” 하랑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로가 기태에게 다가왔다. “야.”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표정이 왜 그래?” “원래 이래.” 로로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하랑이랑 싸웠어?” “안 싸웠어.” 짧은 대답이었다. 로로는 더 묻지 않았다. 그때 하랑은 모니터 앞에서 혼자 웃고 있었다. “음음~.” 화면에는 여러 디자인 자료가 열려 있었다. 하랑은 그중 하나를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며칠 동안 수정하던 개인 디자인이 마침내 완성됐다. 이제 샘플 제작만 의뢰하면 됐다. 하랑은 파일을 저장하고 다른 업무 자료를 열었다. 그러다 다시 작게 흥얼거렸다. “음음음~.” 정훈이 고개를 들었다. “이하랑 주임.” “네!” “오늘 좋은 일 있어요?” 하랑이 활짝 웃었다. “네!” “뭔데요?” “비밀이에요!” 정훈이 웃었다. “또 비밀입니까?” “네!” 하랑은 신이 나서 다시 모니터를 봤다. 기태의 시선이 잠깐 그쪽으로 향했다. 주말 내내 연락 한 번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부터 저렇게 웃고 있었다. 기태는 말없이 서류를 넘겼다. 오전 열 시. 디자인1팀과 2팀의 정기 회의가 시작됐다. 로로가 먼저 진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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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화. 한기태, 입술 내려

오후 두 시. 하랑은 생산실에서 연락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장님!”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네.” “수정 샘플 확인하러 생산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세요.” “네!” 하랑은 업무 자료를 챙겼다. 그러다 서랍 안쪽에 넣어둔 작은 파일도 꺼냈다. 며칠 동안 혼자 준비했던 개인 디자인이었다. ‘오늘 샘플 의뢰까지 해야지.’ 하랑은 파일을 다른 자료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신이 나서 디자인실을 나갔다. “다녀오겠습니다~!” 문이 닫혔다. 기태는 잠시 그쪽을 바라보다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정훈이 하랑의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어?”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 화면에는 디자인 도면이 열려 있었다. 정훈은 무심코 화면을 봤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디자인…….” 민지가 돌아봤다. “왜요?” “우리가 진행하는 건 아닌데요?” 로로가 고개를 들었다. “뭔데?” 정훈은 화면을 가리켰다. “반지 디자인입니다.” 그 말에 민지가 다가왔다. “반지요?” 화면에는 두 개의 반지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하나는 넓고 단정한 밴드. 다른 하나는 부드러운 곡선이 들어간 가느다란 반지였다. 민지의 눈이 커졌다. “어머.” 로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정훈이 대답했다. “이하랑 주임 개인 디자인 같은데요.” 로로는 화면을 살폈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렸다. “아…….” 시우와 다은, 유나도 궁금한 얼굴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반지 디자인이요?” 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프로젝트에는 없는 디자인입니다.” 유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임님 개인 작업인가 봐요.” 그때 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뭡니까.” 정훈이 돌아봤다. “팀장님, 이거 보세요.” 기태는 하랑의 모니터를 바라봤다. 두 개의 반지. 서로 다른 디자인이지만 작은 곡선이 연결되는 구조였다. 기태의 시선이 멈췄다. “…….” 로로는 그런 기태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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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화. 아무도 안 봤죠?

하랑은 모니터를 바라보다 손을 멈췄다. ‘……잠깐.’ 분명 생산실에 내려가기 전 화면을 닫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왔을 때 반지 도면이 열려 있었다. 하랑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벌떡! 하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딸깍딸깍! 사각사각! 탁탁탁! 디자인실 여기저기서 갑자기 업무 소리가 커졌다. 정훈은 마우스를 움직였고, 민지는 서류를 넘겼다. 시우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다은은 키보드를 두드렸고, 유나는 도면에 연필을 움직였다. 로로는 커피를 마셨다. 하랑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 먼저 정훈. “한 대리님.” “네.” “뭐 하세요?” “일합니다.” “무슨 일이요?” 정훈은 잠깐 멈칫했다. “업무요.” 하랑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그렇군요.” 이번에는 민지. “민지 대리님.” “네?” “아까 제 자리 오셨어요?” 민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진짜요?” “네.” 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 씨.” 시우의 등이 곧게 펴졌다. “네, 선배님!” “왜 그렇게 놀라요?” “안 놀랐습니다!” 하랑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수상한데…….” 시우는 얼른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하랑은 이번에는 다은을 봤다. “다은 씨.” “네!” “제 모니터 봤어요?” 다은은 눈을 크게 떴다. “아니요!” “정말요?” “네!” 하랑은 고개를 갸웃했다. 마지막으로 유나. “유나 씨.” “네, 주임님.” “혹시 제 컴퓨터 건드렸어요?” 유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하랑은 잠시 생각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자기 자리에 앉았다. ‘아무도 안 봤나?’ 정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민지는 고개를 숙였다. 로로는 커피잔으로 입가를 가렸다. 기태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벌떡! 하랑이 다시 일어났다. 정훈의 어깨가 움찔했다. 민지는 황급히 서류를 넘겼다. 시우는 키보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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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화. 회사에서는 뽀뽀 안 해!

오후 업무가 끝나갈 무렵. 하랑은 모니터를 확인하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 디자인 자료도 안전하게 정리했고, 생산실에 의뢰한 샘플 일정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일이었다. “음음~.” 하랑은 작게 흥얼거리며 업무 자료를 저장했다. 그때 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하랑 주임.” “네!” “오늘 업무 끝났습니까?” “네! 보고서까지 전부 제출했습니다!” 기태는 자료를 확인했다. “좋습니다.” 하랑의 얼굴이 환해졌다. “감사합니다!” 기태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며칠 동안 데이트를 피하던 하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기태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오늘은 같이 퇴근할까?” 하랑의 손이 멈췄다. “아…….” 기태는 대답을 기다렸다.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오빠, 나 오늘도…….” 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해?” “응!” “알았어.” 하랑은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기태는 웃음을 참으며 돌아섰다. 그 모습을 보던 로로가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한기태.’ 이제 이유를 알아서 그런지 화는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신 여자친구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웃음을 참고 있었다. 잠시 후. 하랑은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기태에게 다가갔다. “오빠!” “응.” “나 먼저 갈게!” “그래.” 하랑은 자연스럽게 까치발을 들었다. 기태의 볼에 입을 맞추려던 순간. 기태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하랑의 입술이 허공에서 멈췄다. “……어?” 기태는 태연하게 말했다. “회사에서는 뽀뽀 안 해.” 하랑의 눈이 동그래졌다. “네?!” 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하랑은 입을 벌렸다. “왜?!” “회사니까.” “지금까지 했잖아!” “이제 안 해.” 하랑은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입술을 삐죽였다. “오빠!” 기태는 웃음을 참았다. “왜.” “갑자기 왜 그래?” “업무 공간이잖아.”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그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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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화. 팀장님, 손 좀 빌려주세요!

다음 날 오전. 하랑은 생산실에서 올라온 작은 케이스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며칠 전 의뢰했던 개인 디자인 샘플이었다. 케이스를 열자 은빛 반지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랑은 작은 반지를 먼저 손가락에 끼워봤다. “음…….” 손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히죽.” 그때 정훈이 고개를 들었다. “이하랑 주임.” “네!” “뭐가 그렇게 좋아요?” 하랑은 얼른 케이스를 닫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요?” “네!” 정훈은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하지만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민지가 로로를 바라봤다. 로로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갔다. 조용히. 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랑은 아무것도 모른 채 다시 케이스를 열었다. 이번에는 남성용 반지를 집었다. 넓고 단정한 밴드. 안쪽에는 작은 곡선이 이어져 있었다. 하랑은 반지를 한참 바라봤다. 그러다 기태의 손을 슬쩍 봤다. ‘음…….’ 자기 손보다 훨씬 큰 손. 손가락도 길었다. 하랑의 눈이 반짝였다. “아!”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하랑은 케이스를 들고 다가갔다. “팀장님!” “네.” 하랑은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저 큰손이 필요한데요!” 기태의 눈썹이 올라갔다. “큰손이요?” “네!” 하랑은 케이스를 열었다. “이것 좀 껴보세요!” 기태의 시선이 반지로 향했다. 며칠 전 하랑의 모니터에서 봤던 디자인이었다. 기태는 잠시 반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밀었다. “어느 손가락입니까?” 하랑의 얼굴이 환해졌다. “여기요!” 하랑은 기태의 왼손을 잡았다. 그리고 약지에 반지를 조심스럽게 끼웠다. 쏙. 반지는 손가락에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하랑은 숨을 멈췄다. ‘딱 맞아!’ 기태가 손을 들어 반지를 살폈다. “괜찮네요.” 하랑의 눈이 반짝였다. “진짜요?” “네.” “불편하지 않아요?” “네.” “손가락 구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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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화. 팀장님, 주세요!

디자인실. 하랑은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케이스를 확인했다. 여성용 반지는 들어 있었다. 그런데 남성용 반지가 보이지 않았다. “어?” 하랑은 케이스 안을 다시 살폈다. 하나. 둘. 아무리 봐도 하나가 없었다. “……어라?” 그때 기태가 옆을 지나갔다. 하랑의 시선이 그의 왼손으로 향했다. 약지에 은빛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하랑의 눈이 커졌다. “아!” 기태가 고개를 들었다. “왜.” 하랑은 얼른 다가갔다. “팀장님!” “네.” “주세요!” 기태가 눈썹을 올렸다. “뭘요.” 하랑은 그의 왼손을 가리켰다. “반지요!” 기태는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아.” 하랑이 손바닥을 펼쳤다. “샘플 가져가야 돼요!” 기태는 잠시 반지를 바라봤다. “아직 확인 중인데요.” 하랑의 눈이 동그래졌다. “네?” “착용감이요.” “아까 확인 끝났다고 하셨잖아요!” 기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조금 더 확인해보려고요.” 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 “안 돼요!” “왜요.” “샘플 수정해야 하거든요!” 기태의 눈썹이 움직였다. “어디를요?” 하랑은 얼른 그의 손을 잡았다. “여기요!” 반지 안쪽을 가리켰다. “마감 조금 더 부드럽게 하고 싶어요.” 기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네!” 하랑은 다시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주세요!” 기태는 천천히 반지를 빼려 했다. 그런데 하랑이 갑자기 손을 붙잡았다. “잠깐!” 기태가 멈췄다. “왜.” 하랑은 반지를 다시 살폈다. “음…….” 손가락을 구부려보게 했다. “한 번만 더요.” 기태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랑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리고 다시 말했다. “이제 주세요!” 기태는 결국 웃었다. “알겠습니다.” 반지를 빼서 하랑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하랑은 얼른 케이스에 넣었다. 찰칵. “감사합니다!” 기태가 물었다. “그렇게 급합니까?” “네!” “왜요.” 하랑은 잠깐 멈칫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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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화. 우리 둘만의 반지

로로의 결혼식을 하루 앞둔 금요일 밤. 기태는 하랑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 거실에는 내일 입을 옷과 가방이 준비돼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작은 보관함이 놓여 있었다. 하랑은 보관함을 열어 티아라를 확인했다. 은빛 곡선 위로 작은 보석들이 반짝였다. “오빠!” “응.” “티아라 예쁘지?” “응.” “로로 팀장님 좋아하시겠지?” “좋아할 거야.” 하랑은 만족스럽게 뚜껑을 닫았다. “좋아! 내일 꼭 챙겨야지!” 기태는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봤다. 하랑은 보관함을 가방 옆에 놓았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랍을 열었다. “어?” 작은 반지 케이스가 없었다. 분명 퇴근 후 이곳에 놓아뒀는데. “……어라?” 하랑은 서랍을 다시 뒤졌다. 책상 위. 화장대. 침대 옆 협탁.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어……?” 기태가 침실로 들어왔다. “뭐 찾아?” 하랑은 화들짝 놀랐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왜 뒤져.” “그냥!” 기태는 하랑을 바라봤다. “잃어버렸어?” 하랑의 입술이 떨렸다. “아니…….” “하랑아.” “응…….” “뭔데.” 하랑은 대답하지 못했다.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흐으…….” 기태가 다가왔다. “왜 울어.” “안 울어…….” 그런데 눈물이 뚝 떨어졌다. “으아앙!” 기태는 곧바로 하랑을 안았다. “알았어.” “오빠아…….” “응.” “없어졌어어…….” 기태는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뭐가.” 하랑은 그의 셔츠를 꼭 붙잡았다. “내가 진짜 열심히 만들었는데…….” 기태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때였다. “야옹.” 침대 위에서 메롱이가 몸을 일으켰다. 기태는 고양이가 앉아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작은 상자 하나가 보였다. “하랑아.” “흐윽…….” “저거 아니야?” 하랑이 고개를 들었다. “……어?” 기태가 침대를 가리켰다. 하랑은 얼른 다가갔다. 그리고 케이스를 집어 들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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