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Chapter 211 - Chapter 220

244 Chapters

211화. 언니, 있잖아요!

식당 안. 하랑은 로로에게 받은 웨딩드레스 사진을 저장하고 있었다. 그러다 맞은편에 앉은 방실을 바라봤다. “언니!” 방실이 고개를 들었다. “네.” “저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네. 괜찮습니다.” 하랑의 얼굴이 환해졌다. “좋아요!” 기태가 옆에서 물을 마셨다. 하랑은 의자를 조금 당겨 방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언니, 있잖아요!” “네.” “언니는 결혼식 하면 어떤 드레스 입고 싶어요?” 방실은 잠시 생각했다. “단정한 드레스요.” “어깨 나오는 거요?” “상관없습니다.” “긴팔은요?” “그것도 괜찮습니다.” 하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다 괜찮아요?” “입어보고 결정하면 됩니다.”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아!” 방실이 물잔을 하랑 앞으로 밀어줬다. “물부터 드세요.” “네!” 하랑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언니, 근데요!” “네.” “웨딩드레스에 주머니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승철이 고개를 들었다. 로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방실은 잠시 생각했다. “있으면 편하겠네요.” 하랑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죠?” “네.” “휴대전화도 넣고!” “네.” “립밤도 넣고!” “그렇겠네요.” “간식도 넣고!” 방실이 잠깐 멈췄다. “간식은 왜요?” 하랑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결혼식 하다가 배고프면 어떡해요?” 방실은 고개를 끄덕였다. “식 전에 간단히 먹으면 됩니다.”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아.” 잠깐 생각했다. “그렇네요?” 기태가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하랑은 다시 방실을 바라봤다. “언니!” “네.” “근데 신부가 결혼식 하다가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떡해요?” 로로가 웃음을 터뜨렸다. “야, 이하랑!” 하랑이 돌아봤다. “왜요?” “너 지금 무슨 질문을 하는 거야.” “궁금하잖아요!” 방실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미리 다녀오면 됩니다.” 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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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화. 이제 등까지 돌려?

식당 안. 하랑의 의자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태 옆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방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몸이 점점 맞은편으로 향했다. 어느새 상체를 완전히 돌린 상태였다. “언니, 있잖아요!” 방실이 고개를 들었다. “네.” “언니는 어릴 때도 말수가 적었어요?” “네.” “진짜요?” “그렇습니다.” 하랑의 눈이 반짝였다. “우와! 그럼 학교 다닐 때도요?” “네.” “친구들이 조용하다고 안 했어요?” “했습니다.” “그럼 뭐라고 하셨어요?” 방실은 잠시 생각했다. “그냥 그렇다고 했습니다.” 하랑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승철은 웃으며 물을 마셨다. 로로도 입꼬리를 올렸다. 그때 기태가 옆을 봤다. 하랑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등만 보였다. 기태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하랑아.” “응!” 대답은 했다. 그런데 돌아보지는 않았다. 기태의 눈썹이 올라갔다. “하랑아.” “잠깐만, 오빠!” 하랑은 방실에게 다시 물었다. “언니, 근데 승철 오빠는 말 많아요?” 승철이 고개를 들었다. “저요?” 방실이 대답했다. “적당히 합니다.” 하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순간 기태가 낮게 말했다. “이제 등까지 돌려?” 하랑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기태가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었다. 하랑은 눈을 깜빡였다. “왜?” 기태가 하랑의 의자를 내려다봤다. “아예 돌아앉았네.” 하랑은 자기 자세를 확인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기태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응?” “언니랑 얘기하느라.” “알아.” 하랑은 환하게 웃었다. “언니 너무 재미있어!” 승철이 웃음을 터뜨렸다. 로로는 고개를 숙였다. 장혁도 입꼬리를 올렸다. 기태가 물었다. “나는?” 하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빠?” “응.” “오빠도 재미있지!” “그런데 왜 등 돌려.” 하랑은 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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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화. 아빠, 왜 상무님이랑 손잡아?

토요일 오후. 기태와 하랑은 시내 미술관을 찾았다. 하랑은 전시실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오빠!” “응.” “이거 봐! 색깔 너무 예쁘지?” “응.” “근데 왜 여기만 파란색일까?” “글쎄.” 하랑은 그림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봤다. 그러다 기태의 손을 잡아당겼다. “저쪽도 가보자!” “천천히.” “알았어!” 두 사람은 다음 전시실로 이동했다. 하랑은 기태의 손을 잡은 채 벽에 걸린 작품들을 살폈다. 그런데. “어?” 하랑의 걸음이 멈췄다. 조금 떨어진 곳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넓은 어깨. 단정한 셔츠. 그리고 옆에 선 검은 커트머리 여자. 하랑의 눈이 커졌다. “……아빠?” 무혁이었다. 그 옆에는 차서경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손. 두 사람의 손가락이 단단히 얽혀 있었다. 하랑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어?” 기태도 두 사람을 발견했다. 잠깐의 침묵. 하랑은 그대로 다가갔다. “아빠!” 무혁이 돌아봤다. “하랑아?” 하랑은 두 사람의 손을 가리켰다. “아빠, 왜 상무님하고 깍지 껴?” 무혁의 표정이 굳었다. “그게…….” 그때 서경이 고개를 돌렸다. “연인이니까요.”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하랑의 움직임이 멈췄다. “……네?” 서경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저와 전무님은 교제 중입니다.” 순간 하랑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요?!” 무혁이 입을 열었다. “하랑아.” 하지만 하랑은 듣지 못했다. “엄마는?!”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엄마는 어떻게 되는데?!” 눈물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무혁의 표정이 달라졌다. “하랑아, 그건…….” 서경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네요.” 하랑이 서경을 바라봤다. “…….” “나가서 이야기하시죠.” 서경은 여전히 무혁의 손을 잡고 있었다. 하랑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깍지 낀 손. 하랑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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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화. 울지 말고 이야기하십시오

카페 안. 하랑은 무혁과 서경을 번갈아 바라봤다. 입술이 떨렸다. “아빠…….” 무혁이 몸을 조금 기울였다. “응, 하랑아.” “엄마는…….” 말끝이 흐려졌다.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서경은 하랑을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낮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하랑 씨.” 하랑의 시선이 향했다. “할 말이 있으면 울지 말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 “진정하세요.” 하랑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서경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울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잠깐의 침묵. “지금은 서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하랑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기태가 휴지를 건넸다. 하랑은 받아 들고 눈가를 닦았다. 무혁이 조용히 말했다. “하랑아, 천천히 해.” 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서경은 기다렸다. 에스프레소 잔을 내려놓고 하랑이 입을 열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하랑이 고개를 들었다. “아빠.” “응.” “언제부터야?” 무혁은 잠깐 생각했다. “몇 달 됐어.” 하랑의 눈이 커졌다. “몇 달이나?” “응.” “근데 나한테 말 안 했어?” 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 “왜…….” 무혁이 조용히 대답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어.” “…….” “네가 놀랄 것도 알고 있었고.” 하랑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숨겼어?” “숨기려고 한 건 아니야.” “근데 나 몰랐잖아.” 무혁은 잠시 딸을 바라봤다. “그건 아빠가 잘못했어.” 하랑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 “아빠…….” 서경이 입을 열었다. “이하랑 씨.” “네…….” “전무님께서 말씀하시는 것부터 들으세요.” 하랑은 서경을 바라봤다. 서경은 담담하게 덧붙였다. “그다음에 질문하셔도 됩니다.” 하랑은 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혁은 딸을 바라봤다. “하랑아.” “응.” “아빠는 엄마를 잊은 적 없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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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화. 엄마의 자리는 아닙니다

카페 안. 하랑은 아이스 초코라떼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조금 전보다 눈물은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눈가가 붉었다. 서경은 그런 하랑을 조용히 바라봤다. “이하랑 씨.” “……네.”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랑이 고개를 들었다. 서경은 무혁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저는 전무님과 결혼을 한다 해도 이하랑 씨 어머니의 자리에 있지 않을 겁니다.” 하랑의 눈이 커졌다. “…….” “어머니 역할을 대신하지도 않습니다.” 기태는 조용히 서경을 바라봤다. 무혁도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 서경은 담담하게 덧붙였다. “그럴 생각도 없고요.” 하랑은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럼…….” “네.” “아빠랑 결혼하셔도요?” “그렇습니다.” “저한테 엄마라고 부르라고 안 하실 거예요?” 서경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네?” “이하랑 씨에게는 어머니가 계셨으니까요.” 잠깐의 침묵. 서경은 말을 이었다. “그분의 자리는 그분의 자리입니다.” 하랑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서경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차분했다. “저는 그 자리를 차지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랑의 눈가에 다시 물기가 고였다. “그럼 상무님은…….” “전무님의 연인입니다.” 서경은 짧게 대답했다. “앞으로도 그 관계부터 생각할 겁니다.” 하랑은 잠시 서경을 바라봤다. “근데 아빠랑 결혼하면 가족이 되는 거잖아요.” “법적으로는 그렇겠죠.” “그럼 저랑도 가족인데요?” 서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랑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엄마는 아니고요?” “네.”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그러더니 입술을 삐죽였다. “어렵네요…….” 서경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하랑이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후 하랑이 다시 물었다. “그럼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해요?” “편한 대로 하십시오.” “상무님이라고요?” “회사에서는 그렇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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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화. 할머니는 아셔?

하랑은 빨대를 물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무혁은 딸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렸고, 서경은 식어가는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기태는 하랑의 손을 가볍게 쥐고 있었다. 그때 하랑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 무혁이 돌아봤다. “왜?” “아빠!” “응.” “할머니는 아셔?” 무혁의 손이 멈췄다. “……뭘?” 하랑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빠랑 상무님 사귀는 거!” 무혁은 잠시 딸을 바라봤다. “아니.” “어?!” 하랑의 목소리가 커졌다. 기태가 낮게 말했다. “하랑아.” “응?” “목소리.” “아.” 하랑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무혁에게 바짝 다가갔다. “할머니도 몰라?” “응.” “큰아빠는?” “아직.” “큰엄마는?” “몰라.” “강진 오빠랑 강욱 오빠도?” 무혁이 고개를 저었다. 하랑의 입이 벌어졌다. “그럼 나만 알아?” 무혁은 기태를 한번 바라봤다. “한 팀장도 알지.” “아!”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그러더니 두 손으로 볼을 감쌌다. “우와…….” 서경이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하랑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우리 집에서 제가 제일 먼저 알았어요!” 서경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근데 할머니가 아시면 놀라실 텐데…….” 무혁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건 나중에 아빠가 천천히 말씀드릴게.” 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 “언제?” “조금 더 있다가.” “얼마나?” “하랑아.” “응?” “아빠가 알아서 할게.”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런데 정확히 몇 초 뒤. “아빠.” “왜.” “할머니가 나한테 물어보면?” “모른다고 해.” 하랑의 눈이 커졌다. “거짓말하라고?” 무혁이 멈칫했다. “그게 아니라…….” 하랑은 진지하게 말했다. “나 거짓말 잘 못하는데.”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혁은 딸을 바라보다 웃었다. “그럼 아빠한테 직접 물어보시라고 해.”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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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화. 각자 데이트하시죠

하랑은 아이스 초코라떼를 마시며 무혁과 서경을 번갈아 바라봤다. 아직도 조금 이상했다. 회사에서 가장 무서운 상무님.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자기 아빠. 그 두 사람이 연인이라니. 하랑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빠.” “응.” “근데 상무님이랑 데이트하면 재미있어?” 무혁이 웃었다. “그럼.” “진짜?” “응.” “상무님은 말도 별로 없으시잖아.” 서경이 고개를 들었다. “듣고 있습니다.” 하랑의 어깨가 움찔했다. “아!” 기태가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무혁도 입꼬리를 올렸다. 하랑은 얼른 자세를 바로 했다. “아니, 그게…….” 서경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말이 적다고 재미없는 건 아닙니다.”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아…….” “전무님과는 대화가 잘 통합니다.” 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랑은 잠시 생각했다. 그러더니 진지하게 물었다. “그럼 아빠가 말을 많이 해?” 무혁이 웃었다. “적당히 하지.” “상무님은 듣고?” “응.” 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기태가 옆에서 말했다. “우리도 그렇잖아.” 하랑이 돌아봤다. “뭐가?” “너는 말 많이 하고.” “응.” “나는 듣고.” 하랑의 눈이 커졌다. “어!”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랑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그러네?” 무혁이 웃음을 터뜨렸다. 서경은 에스프레소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시계를 확인했다. “이쯤에서 각자 데이트하시죠.” 하랑이 고개를 들었다. “네?” 서경은 무혁을 바라봤다. “혁, 아까 본 전시회로 가죠.” 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하랑의 눈이 동그래졌다. ‘……혁?’ 서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블데이트는 이하랑 씨가 원하지 않을 것 같네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얼굴이었다. 하랑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서경은 가방을 챙겼다. “괜찮습니다.” “…….” “오늘은 각자 시간을 보내는 게 좋겠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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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화. 오늘은 우리 둘만

미술관으로 돌아가는 길. 하랑은 기태의 손을 잡고 걸었다. 조금 전까지 아버지와 서경의 이야기를 하느라 복잡했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이 돌아와 있었다. “오빠.” “응.” “우리 아까 어디까지 봤지?” “두 번째 전시실.” “아! 맞다.” 하랑은 손을 흔들며 걸었다. “근데 오빠.” “왜.” “상무님이 아빠한테 혁이라고 하니까 진짜 이상했어.” 기태가 웃었다. “아직도 그 생각해?” “응!” “그만 생각하고 데이트하자.” 하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빠가 데이트에 집중하래?” “응.” “나한테?” “그럼 누구한테.”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그러더니 기태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좋아! 오늘은 오빠만 볼게!”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두 사람은 다시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전시실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하랑은 그림 앞에 멈춰 섰다. “우와…….” 푸른색과 흰색이 겹쳐진 추상화였다. 하랑은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였다. 기태가 물었다. “왜.” “이거 바다 같지 않아?” “응.” “근데 나는 하늘 같기도 해.” “그럴 수도 있지.” 하랑은 한참 그림을 바라봤다. 그러다 기태를 올려다봤다. “오빠는 뭐 같아?” 기태는 잠시 그림을 살폈다. “파도.” 하랑의 눈이 반짝였다. “어!” “왜.” “나도 처음엔 파도 생각했는데!” 기태가 웃었다. “그래?” “응!” 하랑은 그림을 다시 바라봤다. “근데 파도를 주얼리로 만들면 예쁘겠다.” 기태가 고개를 돌렸다. “또 일 생각해?” “아니!” 하랑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냥 생각난 거야.” “그래.” “진짜야.” “알았어.” 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다 기태의 손을 다시 잡았다. 다음 전시실에는 작은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하랑은 유리 진열장 앞에 쪼그려 앉았다. “오빠!” “응.” “이거 봐!” 기태가 옆에 섰다. 작은 금속 조각들이 서로 연결된 작품이었다. “신기하지?” “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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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화. 고개 들어, 하랑아

호텔 객실 문이 닫혔다. 찰칵. 하랑은 현관에 선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기태의 손만 꼭 붙잡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저녁을 먹으며 쉴 새 없이 떠들던 여자였다. 그런데 객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말이 없어졌다. 기태가 내려다봤다. “하랑아.” “……응.” “왜 그러고 있어.” “그냥…….” “그냥?” 하랑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좀 부끄러워.” 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 와서?” “응…….” 일 년 넘게 만났다. 서로의 집에서 밤을 보낸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데도 가끔 이렇게 단둘이 있는 순간이면 처음처럼 가슴이 뛰었다. 기태는 하랑의 가방을 받아 옆에 내려놓았다. “고개 들어.” 하랑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왜 그렇게 봐…….” “예뻐서.” 하랑의 볼이 붉어졌다. “오빠는 그런 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해.” “사실이니까.” 기태가 하랑의 허리를 감싸 끌어당겼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사라졌다. 하랑은 그의 가슴에 양손을 올렸다. “오빠…….” “응.”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알아.” “근데 왜 이렇게 가까워?” 기태가 고개를 숙였다. “싫어?” 하랑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럼.” 기태의 입술이 닿았다. 처음에는 가벼웠다. 하지만 하랑이 그의 셔츠를 움켜쥐자 입맞춤은 조금씩 깊어졌다. 기태의 손이 허리를 단단하게 감쌌다. 하랑은 눈을 감고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입술이 잠시 떨어졌다. “하아…….” 하랑이 숨을 골랐다. 기태는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내려다봤다. “괜찮아?” “응…….” “그런데 왜 눈을 못 봐.” 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 “오빠가 자꾸 그렇게 보잖아.” “어떻게.” “그냥…….” 하랑은 대답 대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기태가 낮게 웃었다. “말 많던 이하랑 어디 갔어.” “지금은 없어…….” “그래?” “응.” 기태는 하랑을 더 가까이 안았다. 하랑도 그의 허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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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화. 신부에게는 비밀이에요!

월요일 아침. 하랑은 기태의 품에서 눈을 떴다. 호텔 객실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랑은 자신을 감싸 안은 기태의 팔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살짝 들었다. “오빠.” “응.” “일어났어?” “방금.” 하랑은 웃으며 그의 턱에 입을 맞췄다. 쪽. “아침 뽀뽀!” 기태가 눈을 떴다. “입술은?” 하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했잖아.” “턱이잖아.” “치.” 하랑은 몸을 조금 일으켜 그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 기태가 허리를 감싸 끌어당겼다. “짧아.” “오빠아!” 기태는 웃으며 하랑의 입술을 다시 붙잡았다. 한참 뒤 하랑이 그의 가슴을 가볍게 밀었다. “출근해야 해…….” “알아.” “근데 왜 안 놔?” “조금만.” 하랑은 그의 품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나도 좋아.” 기태가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일어나자.” 두 사람은 호텔에서 준비를 마치고 함께 출근했다. 디자인실에 도착한 하랑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작은 보석과 금속 샘플, 여러 장의 스케치가 들어 있었다. 로로의 결혼 선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할 티아라였다. 하랑은 드레스 사진을 확인했다. 낮게 묶은 머리. 길게 내려오는 베일. 장식이 많지 않은 단정한 드레스. “음…….” 하랑의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 작은 꽃잎 모양의 장식을 낮은 곡선 위에 배치했다. 기태가 옆으로 다가왔다. “뭐 해?” 하랑은 얼른 스케치북을 가렸다. “비밀!” 기태가 눈썹을 올렸다. “나한테도?” 하랑은 잠깐 생각했다. “오빠는 봐도 돼.” “왜.” “도와줘야 하니까.” 기태가 웃었다. “그럼 보여줘.” 하랑은 스케치북을 펼쳤다. 기태는 한참 살폈다. “높이가 조금 높은데.” “그렇지?” “베일 고정할 부분도 필요하고.” 하랑은 얼른 메모했다. “아! 맞다.” 기태가 낮은 곡선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수정해 봐.” “응!” 하랑은 신이 나서 다시 연필을 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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