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아이들이 처음 함께 엄마와 아빠를 부르던 아침 뒤로도 가족의 생활은 특별할 것 없는 날들을 따라 이어졌다. 도윤은 손이 닿는 물건마다 이름을 묻기 시작했고, 서아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른의 손가락을 잡아 그 앞으로 데려갔다.은서의 달력에는 해외 일정과 함께 아이들의 작은 약속이 적혔다. 정원에 가기, 공을 가지고 놀기, 같은 책 다시 읽기. 시후는 회의 시간이 겹치면 비서에게 약속의 상대를 묻지 말고 시간을 옮겨달라고 했다.그날 피크닉도 그러다 남겨둔 오후였다. 은서는 커다란 바구니를 보고 사람이 몇 명 더 오느냐고 물었다. 시후가 바구니 안을 내려다봤다.“부족할까 봐.”“점심 먹고 간식만 먹을 건데요.”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사과와 물만 작은 가방에 옮겼다. 큰 바구니에 남은 것을 한 번 더 보던 그가 가방의 지퍼를 닫았다. 은서는 그 작은 가방을 받아들고 먼저 차에 올랐다.***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2시, 서울 성북동 故 서혜진 박물관 후원 프라이빗 정원. 초록빛 잔디밭 위에 체크무늬 돗자리가 펼쳐져 있고, 은서와 시후는 화이트 린넨 셔츠에 편안한 슬랙스를 맞춰 입고 앉아 있었다. 첫돌을 넘기고 “엄마, 아빠!”를 또렷하게 부르기 시작한 쌍둥이 도윤과 서아가 잔디밭 위를 아장아장 뛰놀고 있었다.“아빠! 아빠, 사과!”통통한 볼살을 흔들며 달려온 첫째 아들 도윤이, 제 작은 손에 쥐고 있던 사과 조각을 시후의 입가로 불쑥 내밀었다. 순간, 세상 그 어떤 거물들 앞에서도 서늘하던 강시후의 눈매가 거짓말처럼 부드럽게 풀려났다.“그래, 우리 도윤이가 아빠 주는 건가.”도윤은 사과를 다시 제 입으로 가져갔다가 아버지를 보았다. 어느 쪽이 먼저 먹을지 잠깐 고민하
Last Updated : 2026-10-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