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서울 성북동 구 서경그룹 본가 대저택 정문.16살에 이 정문을 처음 지날 때, 은서는 어머니 손을 놓지 못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어떤 집일지 몰랐다. 오늘은 문 위에 달린 금빛 현판을 읽으며 안에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서울시 제1호 미래문화유산: 故 서혜진 앤틱 보석 아카데미 및 박물관]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서울시장, 그리고 유럽 명품 하우스 수장 등 수백 명의 하객이 운집한 가운데 성대한 개관식이 거행되었다. 에메랄드빛 테일러드 수트를 단아하게 차려입은 은서가 단상 옆에서 순서를 기다렸다.조금 전, 손님을 맞기 전에 은서는 안내판의 설명을 한 줄 고쳤다. 서혜진의 이름 앞에 길게 붙은 가문의 직함을 덜고, 실제로 만들었던 작품과 연구를 먼저 적었다. 어머니는 누군가의 아내로만 기억될 사람이 아니었다.전시 담당자가 바꾼 설명문을 보여주었다. 은서는 어머니가 돋보기를 걸어두었던 책상 모서리를 만지다가 손을 거뒀다. 이제는 관람객이 함께 볼 유품이었다. 작은 흠집까지 남기기로 한 것은 자신의 결정이었다.“수선하면 새것처럼 만들 수 있었는데.”시후가 뒤에서 말했다.“새 책상은 어디에나 있어요. 어머니가 쓰신 자국은 여기에만 있고요.”은서는 책상 앞 의자가 놓일 자리를 봤다. 이제 저곳에는 어머니 대신 배우러 온 사람이 앉을 것이다. 흠집이 난 모서리에 손을 올려보고, 이런 책상에서 어떤 보석이 나왔는지 궁금해할 수도 있었다.전시 담당자가 보존용 덮개를 씌워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은서는 그러라고 한 뒤 한 걸음 물러났다. 자기만 만질 수 있는 유품으로 묶어두려 했다면 박물관을 열 이유도 없었다. 손을 뗀 자리가 잠깐 서늘했다.시후는 손을 뻗지 않고 옆에서 지켜봤다. 은서가 살피는 자리를 따라 그의 시선도 옮겨 갔다. 정문으로
Last Updated : 2026-10-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