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30분, 광화문 사거리 대로변.주총장인 서경그룹 본사를 불과 500m 앞둔 교차로에서, 25톤 덤프트럭 한 대가 신호를 무시하고 시후의 검은색 마이바흐를 향해 돌진해 왔다.끼이이익-!시후는 은서 쪽으로 팔을 뻗으며 핸들을 꺾었다. 차체가 옆으로 미끄러져 충돌을 간발의 차로 피했다.쿵!그 순간, 골목 어귀에서 검은 승합차 두 대가 차선을 막으며 멈춰 섰다. 태강 측 하청업체 직원과 사설 경호원들이 내려와 차량 주변을 둘러쌌다. 누군가는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다른 사람은 ‘채권 회수’라고 적힌 서류를 흔들며 문을 열라고 요구했다.강현석이 노린 것은 주총장 입장을 늦추고, 은서가 가진 의결권 서류를 빼앗거나 무효 논란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놓고 살인을 지시할 이유는 없었다. 10분만 지연시켜도 표결은 시작될 수 있었다.은서의 어깨가 안전벨트에 걸렸다. 눈앞이 흔들리는 동안에도 서류 가방은 무릎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다. 앞 유리 너머로 회사 건물이 보였다. 밤새 준비한 곳이 저기인데, 길 한복판에서 멈춰 있었다.“다쳤나.”“아니요. 가방도 있어요.”대답하고 나서 은서는 안전벨트를 내려다봤다. 쇄골을 누르는 띠가 아직 팽팽했다. 저걸 풀면 좀 편해질 것 같았지만 손대지 않았다. 차가 다시 움직일 수도 있었다. 손은 가방 위에 그대로 얹었다.시후가 창밖을 한 번 보고 휴대폰을 건넸다. 은서는 받자마자 윤 실장에게 위치를 알렸다. 통화 중이라고 표시된 화면이 오래 가기를 바랐다. 바깥에서 문을 잡아당기는 소리가 났다.“서류 내놔!”은서는 가방을 발밑 안쪽으로 밀었다. 저들이 원하는 것이 자기 목숨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가방을 주면 놓아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운전석까지 둘러싼
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