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오빠의 방에는 창문이 없다: Chapter 21 - Chapter 30

150 Chapters

제21화. 미끼

새벽 4시, 리츠 파리 펜트하우스 집무실.블라인드가 굳게 쳐진 어둠 속에서, 검찰 수사팀와 프랑스 인터폴의 합동 1급 타전 전문이 모니터 위로 붉게 점멸했다.[긴급 추적 보고: 도주한 조수현, 위조 여권으로 유럽에 입국한 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행적 확인. 현지 무기 밀매 조직과 접선하여 파리로 북상 중.]시후는 보고서의 마지막 지명에서 눈을 멈췄다. 조수현이 향하는 곳은 두 사람이 머무는 파리였다.“윤 실장, 당장 르부르제 공항에 전용기 대기시켜. 스위스 제네바 알프스 샬레로 은서를 이동시킨다.”시후는 곧바로 은서의 피신 장소를 정했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일단 멀리 보내고,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 곳에 머물게 할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은서의 의견을 먼저 묻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때, 집무실 문이 열리며 은서가 걸어 들어왔다.가운 자락 사이로 드러난 은서의 발목에서 백금 앵클릿이 서늘한 금속음을 냈다. 허벅지 안쪽에는 조금 전 남자의 손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은서는 그 사실을 가리려 하지 않은 채, 문손잡이를 놓지 않고 모니터를 읽었다.한 시간 전에는 도주했다는 말뿐이었다. 이번에는 도시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조수현이 살아 있는 한 어머니의 물건이 어디에 있든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방으로 돌아가.”시후가 말했다. 은서는 그 대신 가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비엔날레 사무국에서 감정 결과와 공개 일정을 확인해 달라는 연락이 와 있었다.“저 사람들이 제 이름으로 안내를 냈어요. 제가 사라지면 또 무슨 말이 나오겠어요.”“그깟 말이 네 목숨보다 중요한가.”“도망가면 조수현이 안 따라온대요?”윤 실장이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시후는 잠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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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갈라

오후 8시,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 그랜드 볼룸.화려한 금빛 조각상과 크리스탈 샹들리에 아래, 여러 국가의 왕족들과 글로벌 하이엔드 보석상 500여 명이 집결한 ‘비엔날레 초청 갈라 파티’가 거행되고 있었다. 대리석 계단 위로,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수백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폭발했다. 스리피스 블랙 턱시도를 입은 서경그룹 총괄 부사장 강시후가 계단 위에서 은서를 기다렸다.그리고 그의 곁에서, 순백의 실크 오프숄더 머메이드 드레스를 눈부시게 소화한 한은서. 은서의 쇄골 위, 시후가 새겨놓은 붉은 키스마크 위에는 백합 모양의 다이아몬드 네크리스가 교묘하게 얹혀 있었고, 스커트 옆트임 사이로 백금 앵클릿이 찰랑이며 관능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계단 마지막에서 은서는 드레스 자락을 바로잡았다. 구두 굽이 걸릴까 조심해서 발을 디뎠다. 시후가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먼저 계단을 내려선 뒤에 그 손을 잡았다.실내로 들어오자 향수와 꽃 냄새가 섞여 밀려왔다. 사람들이 내미는 명함을 받아 들고 은서는 작품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대부분은 에메랄드의 크기를 물었다. 한 사람이 프레임을 다시 제작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은서는 처음으로 길게 설명했다.“똑같이 만들겠다는 약속은 못 드려요. 원래 형태를 살릴 부분과 손봐야 할 부분이 다르니까요. 도면을 먼저 봐야 해요.”통역이 말을 옮기는 동안 시후가 가까이 섰다. 설명을 다 들은 상대가 다음 미팅을 잡자고 했다. 은서는 날짜를 확인하겠다고 답한 뒤 그가 비켜준 자리로 몸을 옮겼다.은서는 명함 뒷면에 방금 받은 질문을 적었다. 어머니의 이름 뒤에 숨은 거래를 찾으러 왔는데, 이제는 어머니의 기술을 묻는 사람이 있었다. 그 둘을 같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오늘 일은 거기까지 해.”시후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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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암전

콰앙-!오페라 가르니에 그랜드 볼룸의 화려한 샹들리에 수십 개가 일제히 폭발하듯 꺼져버렸다. 칠흑 같은 암흑과 함께 최루탄 연기가 피어오르며, 수백 명의 귀족들과 사교계 명사들의 비명으로 연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테라스에서 은서를 안고 있던 시후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방금 전까지 난간에 밀착돼 있던 은서의 허벅지 안쪽이 아직 젖어 있었다. 시후는 그 감각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은서를 번쩍 안아 들었다.“윤 실장, 2층 VIP 영빈실 방탄 도어 개방해.”시후는 은서를 안고 어둠 속을 질주하여, 3중 방탄 처리된 2층 전용 영빈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철컥.“여기서 문 잠그고 1초도 나오지 마라.”“오빠, 혼자 가면 안 돼요! 밑에 무장한 놈들이……!”은서가 창백해진 얼굴로 시후의 재킷 자락을 잡으려 했지만, 시후는 은서의 이마에 제 뜨거운 입술을 깊게 묻으며 문을 닫았다. 입술에 남은 것은 욕정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살아 있는지, 여기 있는지.“벌레 청소는 5분이면 끝난다.”쾅-!육중한 철문이 닫히자마자, 시후는 수트 상의를 거칠게 벗어던진 채 지하 3층 비상 계단으로 번개처럼 몸을 던졌다.은서는 문 안쪽에서 한 발 물러났다. 시후가 바깥에서 누군가와 짧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고, 곧 발소리가 멀어졌다.테라스에서 걷어 올려졌던 드레스 자락을 내려 정리했다. 허벅지 안쪽이 차갑게 식어 가는 느낌이 먼저 왔다.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자리가 아니었다.휴대폰은 신호가 약했다. 메시지를 보내자 한동안 전송 중 표시만 떠 있었다. 은서는 잠금장치를 확인한 뒤 책상 옆으로 갔다. 무작정 문을 두드리면 바깥에서 그녀의 위치를 더 쉽게 알 것 같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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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호흡

쿵-!2층 방탄 영빈실의 육중한 문이 시후의 무자비한 발길질에 경첩째 뜯겨 나갔다. 실내 바닥 위,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은서가 가늘게 경련하며 차갑게 쓰러져 있었다. 창백하게 질린 입술, 그리고 희미하게 가라앉아 가는 맥박.가스에 노출된 은서는 숨을 제대로 들이쉬지 못하고 있었다. 시후가 부르는 소리에도 눈을 뜨지 못했다.“은서야……!”시후가 쓰러진 은서 앞에서 무릎을 굽혔다. 이름을 다시 불렀을 때는 목소리가 갈라졌다. 시후는 은서를 번쩍 안아 들고 영빈실 밖으로 나왔다. 응급 처치를 받으며 이동한 끝에, 은서는 리츠 파리의 프라이빗 메디컬 스위트로 옮겨졌다.쾅-!문이 닫히고, 시후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은서를 치료 베드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윤 실장! 노출된 가스부터 확인해. 의료진에게 현장 정보를 전부 넘겨!”시후의 손가락이 거칠게 떨리고 있었다. 의료진은 오염 가능성이 있는 드레스를 벗기고 은서의 몸을 보호포로 덮었다. 시후는 그 곁에서 한 발 물러섰다.산소마스크 아래로 은서의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 쇄골이 얕게 들썩일 때마다 시후의 시선도 따라 움직였다. 네크리스 아래로 자신이 남겨 둔 자국이 희미했다. 지금은 그 자국이 소유가 아니라, 자신이 지키지 못했다는 증거처럼 보였다.의료진이 호흡을 보조하며 필요한 약물을 준비했다. 시후가 손을 뻗으려 하자, 담당 의사가 침상 곁을 비워달라고 했다.삑, 삑.모니터의 짧은 신호음이 진료실을 채웠다. 시후는 두 손을 맞잡았지만, 손끝의 떨림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처치를 방해하지 않은 채 은서의 얼굴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시후는 베드 가장자리에서 흘러내린 손을 가볍게 받쳤다. 차가운 손끝에 힘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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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티아라

며칠간 은서는 호텔과 치료실을 오갔다. 일정표에서 몇 줄이 지워졌다가 다른 날로 옮겨졌다. 시후는 몸을 추스르기 전까지 행사장에 가지 말라고 했고, 은서도 이번만큼은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침대에 기대어 감정 사진을 보다가 글자가 겹치면 화면을 껐다.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다르다는 것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행사 사무국은 공개 일정을 조정했다. 작품의 보관과 반환에 필요한 서류가 차례대로 도착했다. 은서는 서명할 때마다 작품명과 소유자란부터 살폈다. 어머니의 물건을 되찾았다는 말이 남의 축하 인사로만 끝나지 않게 하고 싶었다.“이름이 틀리지 않았어요.”은서가 서류를 내밀자 시후가 봤다.“서혜진.”그가 짧게 읽었다. 은서는 어머니 이름 옆을 손끝으로 짚었다. 의혹과 거래 번호가 붙어 있던 자리에 이제는 제작자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 한 줄을 읽는 데 오래 걸렸다.다시 행사장으로 향하는 날, 은서는 아침을 조금 먹고 일어났다. 시후가 남은 그릇을 봤지만 재촉하지 않았다. 은서는 자신의 상태를 묻는 말에 처음으로 괜찮다고 대답하면서 그 말을 믿을 수 있었다.***몸을 추스른 뒤, 오후 2시. 파리 그랑 팔레 메인 오디토리움. 여러 국가의 왕실 사절단과 200여 개 글로벌 명품 하우스의 총수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무대 위로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순백의 실크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한은서가, 어머니 故 서혜진의 유작 ‘황실의 에메랄드 티아라’를 단아한 흑발 위에 얹은 채 단상에 올랐다. 100캐럿 최상급 콜롬비아산 에메랄드가 뿜어내는 찬란한 초록빛이 오디토리움 전체를 압도했다.“이 티아라는 한때 탐욕스러운 자들의 비자금 세탁 도구로 오염될 뻔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어머니의 명예와 함께 서경그룹의 새로운 백년 역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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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만찬

서울로 돌아온 뒤 은서는 공항에서 곧바로 성북동으로 향했다. 차 창밖의 표지판들이 익숙해질수록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파리에서는 계약 상대가 무얼 묻는지 듣고 대답하면 됐지만, 이 집에서는 질문 뒤에 다른 뜻이 있었다.무릎 위 서류철에는 유럽 공급 계약 사본이 들어 있었다. 은서는 덮개를 열었다 닫았다. 큰 금액이 적힌 쪽보다 자신의 업무 범위가 적힌 쪽을 더 자주 봤다. 저 문서가 있어야 이 집에서 말할 자리가 생긴다는 게 씁쓸했다.“먼저 보여줄 생각 마.”옆자리의 시후가 말했다.“들어보고 꺼내라는 거죠?”“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기억해 둬.”은서는 계약서의 모서리를 폈다. 파리 담당자들이 묻던 납기와 작업 조건을 머릿속으로 다시 정리했다. 누군가 겁을 주더라도 대답할 수 있는 것부터 답하면 됐다. 저 집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준비를 잊지만 않으면 됐다.은서는 서류철을 덮었다. 시후는 이미 저 집에서 무엇을 할지 정한 듯했다. 그래도 문서는 그녀의 무릎 위에 남겨뒀다. 직접 꺼낼 때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차가 멈추자 오래 일한 사용인이 현관 문을 열었다. 은서는 습관처럼 어머니와 쓰던 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멈췄다. 그곳에는 이제 다른 장식장이 놓여 있었다. 짐을 맡긴 뒤 안내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오후 7시, 서울 성북동 서경그룹 본가 대저택 그랜드 다이닝 룸.육중한 흑단나무 식탁 주변으로 서경그룹 방계 종친들과 이사회 원로 20여 명이 도열해 있었다. 상석에는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산소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린 강문혁 명예회장이 서슬 퍼런 눈으로 앉아 있었다.“파리에서 천륜을 거스르고 사교계에 추잡한 스캔들을 뿌린 놈들이 감히 기어들어 와?”강 명예회장의 호통과 함께, 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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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역전

대형 흑단나무 다이닝 테이블 위에 던져진 유럽 왕실 공급 계약 당사자들의 공식 직인. 그리고 그 위에 선명하게 박힌 금액, 1조 원.“유, 유럽 주요 부티크·프라이빗 컬렉터 공급권……?!”서경그룹 종친회 의장이자 방계 원로인 강진모가 안경을 고쳐 쓰며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 조금 전까지 은서를 가문에서 내쫓고 시후의 직무를 정지시키려던 원로 20여 명의 얼굴이 일제히 하얗게 질려버렸다. 서경그룹 창립 40년 이래 단 한 번도 뚫지 못했던 난공불락의 유럽 하이주얼리 유통망이었다.은서는 테이블보 아래로 내려갔던 드레스 자락을 무릎 위에서 고쳤다. 허벅지 안쪽이 아직 뜨거웠다. 그러나 지금은 그 손을 밀어낸 쪽이 맞았다. 문서를 펼친 손가락이 더 안정되어 보였다.“이 계약의 모든 지적재산권과 공급 독점권은, 서경그룹 디자인 전략실 총괄 한은서 팀장에게 영구 귀속되어 있습니다.”은서는 식탁 끝에서도 들리도록 또박또박 말했다. 계약서를 읽던 원로가 고개를 들자 다음 조항으로 손을 옮겼다.“만약 강시후 총괄 부사장님의 직무가 정지되거나 제 거취에 변동이 생길 시, 본 계약은 즉시 전액 파기되며 서경그룹은 5,000억 원의 위약벌을 배상해야 합니다.”강진모가 계약서 뒷장을 펼쳤다. 다른 원로도 의자를 당겨 그 옆에 붙었다. 조금 전에는 은서의 얼굴도 보지 않던 사람들이 서명란을 들여다보았다.“그럼 지금 협박하는 건가?”강문혁이 물었다.은서는 물잔을 내려놓았다.“제가 일할 수 있어야 계약도 이어진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계약 상대가 누구를 보고 서명했는지 확인해 보세요.”직함이 적힌 곳을 짚자 강진모의 손이 멎었다. 은서는 그 손이 다음 장으로 넘어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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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안채

“오, 오빠…… 잠깐만요…….”은서의 가쁜 숨결이 시후의 입술을 스쳤다. 벽면에 밀착된 은서의 등 뒤로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지만, 정면에서 짓눌러오는 시후의 단단한 흉근은 화상을 입힐 듯 뜨거웠다.“복도에 사람들이 돌아다녀요…… 제 말 안 들려요, 오빠?”“소리 내지 마라.”시후의 낮게 긁히는 음성이 은서의 귓전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남자의 차갑고 단단한 손가락이 은서의 실크 드레스 여밈을 거침없이 풀어헤치기 시작했다.후두둑.단추가 풀려나가며, 순백의 쇄골과 뽀얀 어깨선이 서늘한 실내 공기 속으로 드러났다.“네 입에서 작은 신음 하나라도 새어나가는 순간, 가문 전체가 내 손가락 아래 네가 어떤 꼴로 안겨 있는지 알게 될 거다.”복도에서 사용인의 발소리가 스쳤다. 은서는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고, 시후도 그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들킬지 모른다는 긴장이 오히려 둘 사이의 거리를 선명하게 만들었다. 발소리가 사라진 뒤에야 시후가 은서를 침대 가장자리로 안아 옮겼다.남자의 단단한 손바닥이 은서의 스커트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발목에 감겨 있던 백금 앵클릿을 단단히 감싸 쥐었다.“읏…… 하아…… 오빠……!”시후의 거친 손가락이 앵클릿 안쪽의 연약한 복사뼈를 묵직하게 비벼 올리며, 종아리와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결을 타고 올라왔다. 만찬장 테이블보 아래에서 멈췄던 손이, 이번에는 끝까지 들어갔다. 두 손가락이 축축한 틈새를 벌리자 은서의 허리가 들렸다.살과 살이 맞닿는 순간마다 터져 나오는 지독한 열기에 은서의 턱관절이 바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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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조수현

새벽 5시, 성북동 대저택 지하 종합상황실.전면 벽면을 채운 모니터에 해경 레이더망의 붉은색 침투 궤적이 선명하게 점멸했다.[충남 서산 대산항 인근 갯벌: 무등록 목선 접안 확인. 탈옥범 조수현 및 무장 괴한 6명 상륙 후 서울 방면 고속 이동 중.]화면을 보던 시후의 눈길이 서울 방면으로 이어진 궤적에 멎었다. 상황실 직원들도 그가 다음 지시를 내리기를 기다렸다.“윤 실장. 성북동 전 구역에 코드 블랙 발령해.”시후의 낮고 엄중한 명령이 떨어졌다.“특수 경호팀 50명 전원 실탄 무장 배치하고, 외곽 전기 철조망 전압 최대로 올려라. 단 한 마리의 쥐새끼도 살아서 정원을 밟지 못하게 해.”윤 실장은 저택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주방과 숙소에 있던 직원들이 차례로 안전한 쪽으로 옮겨졌다. 은서는 화면 한쪽에서 자신에게 코트를 받아줬던 사용인을 알아봤다. 손에 앞치마를 들고 있었다.“저분들도 다 나가는 거예요?”“이동 중입니다.”윤 실장은 짧게 대답하고 다른 보고를 받았다. 은서는 더 묻지 않았다. 조수현에게 붙잡히는 사람이 자신만일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됐다. 이 집에는 시후와 자신이 모르는 시간에도 문을 열고 밥을 짓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빗줄기가 굵어졌다. 담장 쪽 화면이 흐려져 직원이 화면을 바꿨다. 은서는 어머니의 펜던트를 옷 안으로 넣었다. 손에 꼭 쥐고 있으면 다른 것을 잡지 못할 것 같았다.탁자 위 서류에는 조수현이 움직인 경로가 적혀 있었다. 체포 소식을 들었을 때 끝났다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도주했다는 보고는 언제나 더 빨리 왔다. 은서는 종이를 넘기려다 손을 내렸다. 지금 필요한 일과 화가 나서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해야 했다.은서는 도주 경로가 적힌 종이 옆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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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결단

쿠르릉, 쾅-!성북동 대저택의 지붕을 때리는 장대비와 천둥번개가 칠흑 같은 어둠을 갈랐다. 정원 진입로의 철제 게이트가 C4 폭약에 산산조각 나며, 검은 방탄복 차림의 무장 괴한 6명이 거실 통유리창을 깨부수고 침입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소음기 장착 둔기가 흉흉한 살기를 뿜어냈다.“안채로 올라가! 한은서 그 계집애를 찾아 사린 캡슐을 먹여라!”뒤편에서 비에 젖은 조수현의 표독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괴한 둘이 2층 계단으로 발을 내딛으려던 그 순간. 번개가 번쩍이며 계단참 위에 서 있는 길게 드리운 그림자를 비추었다.단추를 풀어헤친 블랙 셔츠, 그리고 손에 티타늄 전술봉을 쥔 강시후였다.“내 집에서 감히 누구를 찾지?”파앗-!시후의 장신이 계단을 타고 번개처럼 강습했다.우드득!첫 번째 괴한의 쇄골을 시후의 전술봉이 단숨에 함몰시켰다.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구는 찰나, 시후는 남자의 총기를 낚아채 개머리판으로 두 번째 괴한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쿵!단 30초 만에 거실 바닥은 괴한들의 핏물로 물들었다. 시후가 사내들 사이를 빠져나갈 때마다 거실 쪽에서 비명이 들렸다. 서재 안에서 은서는 문손잡이를 보며 서 있었다. 아래층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난 뒤 호출 장치가 한 번 울렸다. 은서는 자신의 위치를 말하고 더 뒤로 물러났다.복도에 발소리가 들렸다. 시후라면 먼저 이름을 부르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목소리 없이 문 앞에서 멈췄다. 은서는 서랍을 열었다. 무엇을 집었는지 확인한 뒤 서랍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손잡이가 끝까지 들어가기 전에 문이 흔들렸다.은서는 책상 뒤로 발을 옮겼다. 이름을 불러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문밖에서 잠깐 숨을 고르는 소리가 났다. 익숙해서 더 무서운 소리였다.그 혼란을 틈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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