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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철향: Chapter 91 - Chapter 100

122 Chapters

철향鐵響 九十一

”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알 것 같습니다. 그럼 저번 강원의 방문은 강원이 먼저 청한 것이겠군요.” ”네. 화약을 이용한 다른 놀잇거리를 가지고 오겠다고 했었지요. 겸사겸사 여러 가지 많이도 가지고 왔지만요.” 이때까지 하던 말투와 사뭇 달라져 매령은 주희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뭔가 속상함이 묻어나는 것 같은 말투다. 그래서 허물없이 물어보고 말았다. “보고 싶으십니까?” 주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찻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자그마한 얼굴이 찻잔을 잡은 손안으로 쏙 들어가 감춰진다. ”보고 싶은 걸까요. 살면서 이렇게 한 사람에 대해 궁금해진 적은 처음입니다.” 주희가 찻잔을 천천히 기울여 마시더니 한숨과 함께 내려놓았다. 과자를 집을 듯 움직이던 손가락이 오므라들고 탁자 위로 내려앉더니 애꿎은 잔 받침만 뽀득뽀득 문지른다. 매령은 주희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한 듯한 당황하는 행동이 지나치게 귀여워 눈을 휘며 웃었다. “그런데 왜 묻지 않으십니까?” 주희가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로젓는다. 매령은 기름하고 붉은 정수리를 바라보자, 괜히 제 속이 몽글몽글해졌다. ”직접 보고 듣고 알아가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듣는 건 그릇된 일인 듯합니다.” 주희는 아직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잔 받침이 중심을 잃는 바람에 그 위에 얹어져 있던 빈 잔이 빙그르르 돌았다. 주희는 당황하며 잔을 바로 하고 고개를 들었다. 매령과 눈이 마주치자 시뻘게진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헛기침을 했다. “강 공자께서 정식으로 제 정혼자가 되시면 그때는 마음껏 궁으로 부를 수 있겠지요. 궁은 황실의 거처이기도 하고, 가족을 집으로 부르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예사로운 척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말끝에 힘을 주는 바람에 퍽 이상해져 버렸다. ”여가 신경 썼어야 하는 일인데, 미안하군.” “아니옵니다. 전하. 조용히 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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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九十二

자호란은 짝을 찾았으나 공주가 되지는 못했다. 귀비는 한숨을 참기 위해 눈을 감고 사리물었다. 그러나 크게 오르내리는 가슴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까 한 말은 무슨 뜻이지?” “인간은 너무 짧게 삽니다. 그런데도 할 것이 너무 많지요. 하루에도 끼니를 세 번 이상 챙겨 먹어야 하고 잠도 세 시진 이상 자야 합니다.” 어제부터 이상하다. 민하가 뜻모를 말들을 내뱉는다. 강현은 묘한 긴장감에 검병에 손을 댔다 뗐다 했다. 살기는 아니다. 그러나 뭔가 이질적인 공포감이 일어난다. 아직 적이 보이지 않는 전쟁터에 서 있을 때의 긴장감과 비슷할까. “보고 싶다면 참지 말고 보러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손 소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네. 자네도 명심해야 할걸세. 궁을 집으로 삼은 자들은 함부로 나갈 수 없어. 백성들에게 큰 폐가 되네. 폐하께서도 행차 한 번 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주 신중한 분이시네.” “용은 세상에 한 번 나올 때마다 용오름을 일으켜 비, 번개, 구름을 조종하여 인세를 농락하는 법이지요.” 민하는 잉어찜을 흘긋 바라보고는 차를 들어 입을 헹궜다. 그리고 해맑게 웃으며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한다. “아무리 그래도 황제가 용은 아니잖습니까.” 머리털이 쭈뼛 선다. 민하의 발언이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강현은 척추를 타고 흐르는 충격에 얼떨떨해졌다. 민하는 귀비나 윗사람들 앞에서는 그래도 말을 조심하는 편이었다. 강현이나 다른 궁인들과 있을 때와 달리 말을 잘 가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도를 벗어났다. “손 소저. 아무리 궁이라 하여도 사람의 자유로운 언행까지는 막지 못하네. 그러나 자네는 태자비가 되기 위해 와있지 않은가.” “용에게는 자신이 휩쓸고 간 곳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민하가 대놓고 귀비의 말을 무시했다. 강현의 손끝이 어찔어찔해진다. 만약의 경우 호위로서는 민하를 보호해야 하나 궁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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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九十三

궁인들을 이끌고 손님들이 묵고 있는 방으로 간다. 은령은 사룰 공주로 꾸미고 왔지만 혹여 눈치채는 이가 있을까 싶어 궁녀나 환관을 굳이 붙여주지 않았다. 아무리 황제가 승인하고 귀비가 청한 일이라 하나 너도나도 들키지 않는 편이 좋으니까. 풍습이 다른 이국의 공주라 이해해달라고, 같은 나라에서 온 덕비가 이르니 아무도 첨언을 하지 않았다. 복도에 이르자, 금발의 사내가 보인다. 오늘은 적발의 사내가 쉬러 간 모양이다. “오셨습니까.” 항상 나른해 보이는 이 사내는 의외로 깍듯하다. 제대로 국궁례를 해 보인 다음 문을 향해 이른다. “공주님. 덕비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응답을 기다리는 동안 질문을 던졌다. “자네 이름이 어떻게 되나?” “성은 없고 도라라고 불립니다.” 이 자가 도라였다. 덕비는 일단 가유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도 은령의 호위인 이상 은령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 안에서 허락이 떨어졌는지 도라가 방문을 열었다. 반묶음 머리가 언제나 비뚤어져 있고 잔머리가 사방으로 뻗쳐있던 아이가 단정히 가르마를 타고 땋아 내린 머리를 하고 입술연지를 깔끔하게 바르고 앉아 있다. 꼿꼿하고 바른 자세만은 은령일 때나 사룰일 때나 똑같다. 은령이 의자에서 일어나 공수를 한다. 덕비에게 의자를 내주기 위해 자리를 비키고 도라가 다른 의자를 준비하는 걸 보며 급히 말을 꺼냈다. “오래 머물 일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 가유, 자네가 직접 얘기하겠나?” 몸을 숙이며 덕비의 옆으로 나온 가유가 읍례하며 인사를 올렸다. “목련궁에서 온 가유라고 합니다. 이리 늦은 시간에 예고 없이 방문하게 되어 면구스럽습니다. 귀비 전하께서 급히 도라 공자를 뵙기를 원하셔서 모셔가길 청하옵니다. 원컨대 허락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의자를 내려놓고 바로 서 있던 도라도 조금 놀란 듯했다. 그러나 가유의 표정을 보고 이해한 듯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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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九十四

은령은 제인의 말을 들으며 땋은 머리를 풀어 하나로 올려 묶었다. 역시 이쪽이 훨씬 편하다. “나도 병들면 그곳으로 가면 되나?” 제인이 고개를 들어 은령의 얼굴을 보더니 뭐가 그리 웃기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밝게 웃는다. “아하하하! 홍무도에 여자가 오면 이모들과 누이들의 표정이 볼만하겠군요. 아카라님이 처를 데려오셨을 때도 불퉁하기 그지없었는데, 여인 혼자 온다면…. 하하. 아들만 너덧 명 낳아주실 거 아니라면 절대 제가 보냈다고 말씀하지 마십시오. 작살을 들고 저를 죽이러 올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웃는 모습을 봤다고 안심이 된다. 은령은 곡도를 꺼내 갈기 시작했다. “온천도 궁금한데…. 자호란 마마님은 건강해 보이시던가?” 제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는다. 이 사람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싶더니 숫돌과 대야를 가져와서 칼을 간다. 석석 칼 가는 소리만이 머물기를 잠시 은령은 고개를 들어 제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옆에 세워 둔 창대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 “갈아줘?” 지금 하나 있는 내 무기를 맡기라는 말인가? 너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은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곡도를 들어 제인의 무복을 가리켰다. 앞섶이 잘린 채 그대로다. 상처도 꿰매지 않았겠지. “알아서 안 하는 거 같아서.” 사실 무기도 옷도 서궁으로 가서 요청하면 바로 바꿔준다. 이유도 묻지 않는다. 그게 더 꺼림칙하다. 멋대로 유추해서 없던 일도 만들어 크게 키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옷을 갈아입긴 해야겠지. 이건 너무 눈에 띈다. “도라가 돌아오면 환복하러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자호란 마마라면 신경 쓸 필요 없어.” 흑철은 단단해 날이 전혀 상하지 않았다. 날을 간다기보다는 겉면을 닦아내는 거나 다름없다. 은령은 곡도를 밀어두고 침상 밑에서 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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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九十五

”이연이 궁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말……. 이연은 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알 수 있나 봐. 바로바로 나타나다니. 뭐, 차라리 잘 됐어. 너를 미리 소개할 수 있었으니, 나중에 내가 다 책임지고 죗값을 치를 때 네가 빠져나가기가 수월해지지 않았겠어?” 제인의 생각에는 전혀 그럴 거 같지 않았다. 이연 마마님은 차라리 내게 다 뒤집어씌우고 저 은령이라는 자를 살릴 것이다. “내가 이연에게 질척하게 들러붙은 것들을 다 떼어내 줄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연에게서 나를 도려낼 거야.” 그렇게 나는, 이 아름다운 궁에서 소멸 할거야. 진정 내 무덤은 여기야. 이연이 머무는 곳. 제인은 착잡한 심정으로 이 대책 없는 아가씨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럼 연과의 관계는 어찌 되는 겁니까?” “그건, 죄송하지만 덕비 전하께서 수습해 주셔야겠지. 연의 공주가 되었을 때는 어쩌면 처벌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막판에 내가 다시 은령이 되고 사룰 공주를 불러오는 게 맞는 거 같아.” 오늘 하루 머리가 지끈거리게 고민했다. 뭐가 이리 어렵냐고. 그냥 다 죽이면 되는 일이라고 속 편하게 생각했는데, 이연이 끼어들고 제인이 말려든다. 죽일 때마다 뭔가가 필요한 모양이다. 죽음의 값이라. 올 때는 그냥 왔는데, 갈 때는 노잣돈이 필요하단다. 서글픈 고아라 줄 게 목숨뿐이고, 나에게 노잣돈을 줄 이는 아무도 없을 거다. 그나마 하나 있는 이연은 나를 돌아서게 만들거니까. 그나저나 아까 본 가유도 죽여야 하는데 어쩐다. 은령은 앞에 제인이 있다는 것도 잊고 발을 책상 위에 얹고 의자 등받이를 뒤로 쭉 밀어젖히며 의자 앞다리를 들어 올렸다. 머리 뒤에 깍지 낀 손을 대고 방만한 자세로 까닥까닥 생각에 잠겼다. 제인은 가라앉은 녹빛 눈으로 기묘한 여인을 바라보며 한가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법은 삐뚤어졌을지언정 이연 마마를 위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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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九十六

맑고 다디단 아침이다. 하루 꼬박 비가 씻어주고 다음 날 꼬박 태양이 닦아주어 물씬 달아오른 초여름 날씨다. ”그래서 이건 못 쓴다는 거야?”민하가 한 뼘 정도 되는 길이의 단도를 들고서 이리저리 쑤시는 시늉을 했다. 정말 아침부터 골이 띵띵 붓고 속이 답답해진다. ”그거 자결용입니다. 도대체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주운 건데.”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궁 안에 무기를 흘리고 다닐 인간이 있을 리가 없다. 강현은 칼을 불안하게 든 채 어깨를 으쓱이는 민하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민하는 단도를 돌려 칼날을 잡으며 손잡이 쪽을 강현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 예법에는 맞다. “그…”강현은 말을 하다 말고 미간을 찌푸리며 칼자루를 꾹 잡았다. ”여기 보면 코등이가 없습니다. 날은 아주 잘 갈아놨고요.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손가락 잘리기 십상이니 이제 그렇게 잡지 마십시오. 칼집에 넣어서 주면 되잖아. 아, 좀. 진짜. 그거 장식 아니야.”결국 말이 짧아졌다. 어차피 궁녀와 환관들은 아침이라 식사 준비와 청소로 바쁘다. 첫날부터 보는 이가 없을 때면 편하게 대했고, 민하도 딱히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칼집을 요리조리 살펴보다 기다란 구멍을 손톱으로 갈작이는 민하에게서 칼집을 뺏었다. “설명해 주면 좀 듣지.” ”이거 진짜 예쁘게 생겼다. 이왕이면 요런 예쁜 거에 죽으면 좋긴 하겠어.” “미친. 이상한 말을 다 하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죽는 게 뭐 좋은 일이라고.” ”아, 그러네.”콧잔등을 긁적이는 민하를 향해 칼을 위로 세워 들어 보였다. 집중하란 뜻으로 쳐다볼 때까지 잠시 기다리다 설명을 시작했다. “아까처럼 잡으면. 봐봐, 팔을 굽히는 순간 목으로 날아온다고. 그러니까 날이 이쪽, 새끼손가락 쪽으로 가게 잡는 거야. 이렇게. 그럼 팔을 펴도 베이는 건 허벅지 정도지. 뭐 이렇게도 안 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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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九十七

다음 전투는 파리한 새벽 국경을 정찰하던 중에 습격을 당했다. 말단 병사로 뒤에서 걷고 있다 낙오되고 말았다. 내 앞에 서 있는 건 나와 비슷한 또래의 병사로 폭이 넓은 곡도를 들고 있었다. 생긴 것도 나와 닮았다. 짙은 피부색, 검은 눈, 작지만 단단한 몸. 결코 약하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몇 합 겨루다 겨우 팔 한쪽을 벨 수 있었다.그때는 피가 안 보였다. 떨어지는 왼팔만 보였다. 이어 낭패감과 고통에 질린 표정이 보이고 주저앉는 무릎이 보였다. 또 멈춰 있었다. 목을 베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할 수 없었다. 망설이는 순간 눈이 붉게 채워졌다. 상대가 이를 악물고 잘린 팔을 휘둘러 내 눈 안에 피를 뿌렸다. 눈을 감고 휘청이는 순간 뒤에서 형이 날듯이 달려와 나를 뒤로 잡아당겼다.볼썽사납게 엉덩방아를 찧은 채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리듯 서둘러 닦아내고 눈을 떴을 때, 형의 너른 등짝 옆으로 무릎 꿇고 앉아 머리를 잃은 시신이 보였다. “안 죽이면 니가 죽는다고. 등신아!”손바닥 가득 묻어난 피를 보며 핑계를 댔다. “피가 안 보였어.” “그게 니 실력이다. 알간? 넌 피 안 보고 상대를 죽일 실력은 된다고. 피를 보고자 한다면 네가 변태짓을 하고 있는 거고.” “형 나 변태인가 봐.” “알아. 안다고. 인마. 가자.”히죽히죽 웃으며 형 뒤를 따랐다. 발끝마다 팔꿈치 아래에서 잘린 팔뚝이 걸렸다.병영으로 돌아오고 사흘간은 내려지는 명령이 없었다. 형이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아니 명령은 있었다. 먹으라 하여 먹었고 씻으라 하여 씻었고 자라고 해서 잤다. 팔뚝을 안고 뜨겁고 끈적한 피를 덮고 잤다. “왜 귀를 닫았을까? 우리 꼬꼬마 막내동생이?”빙글거리는 형의 얼굴을 바라봤다. 나처럼 큰 눈이지만 전체적으로 선이 굵고 커 잘 어우러진다. 형제 중 가장 크고 강인한 자. 강원이 무재라면 강명은 무신이다. “너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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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九十八

도라가 다가오기에 강현은 재빨리 단도를 칼집에 넣어 도라를 향해 던졌다. “어? 어어!!!”민하가 놀라서 버둥거리며 단도를 따라갔고, 단도를 잡아챈 도라 앞에 민하가 서 있게 되었다. “안녕.” “잘 지내셨습니까.” “응. 넌 좋은 소식이 있다고 들었어.” 도라가 잠시 민하를 바라본 뒤, 시선을 민하의 뒤로 던지니 강현이 자긴 아니라고 손까지 저어가며 열심히 도리질을 한다. 도라는 민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래도 계약은 차질 없이 이행하겠습니다. 그러니 아가씨께서도 잘 해주셔야 합니다.” “와,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네.” 그리고 강현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쟤도 자기 갈 길 잘 찾을 수 있게 해야죠.” “내가 쟤 발을 건다 이거야?”도라는 대답을 멈추고 민하를 빤히 바라보았다. 민하도 지지 않고 바라본다. 그러나 의외로 민하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찾는 사람이랑 아주 비슷해서 건드려 봤는데, 아니야. 지금은 그저 편할 뿐이고.” “찾는 사람이 있으시면 추후에 저랑 거래를 하시죠. 저도 강현 같은 사람을 찾는 일이라면 대환영입니다.” “와, 뭔 대화 진행이 이렇게 별로야?”강현은 소름 돋은 팔을 감싸며 객쩍은 소리를 했다. “그리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민하와 도라가 동시에 강현을 바라봤다. “왤까. 은근 걱정된단 말이지.” “알아서 잘하는 거 아는데, 이런 애가 삐뚤어지면 사고도 크게 쳐서 말이죠.”이건 뭐 누나와 형이 새로 생긴 느낌이다. 강현은 둘을 갈마보다 헛웃음을 흘렸다. “둘 다 관심 꺼!”그리고는 도라의 손에 든 단도를 가리켰다. “그거 뭔지 좀 봐봐. 아무래도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거 같아서. 볼수록 암기 같은데.”도라는 강현의 말에 단도를 눈높이까지 들어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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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九十九

귀비와 가유, 그리고 도라가 황제를 알현하는 자리에는 이연도 와 있었다. 태자가 되기에 앞서 황제의 집무를 지척에서 보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귀비는 그것을 알면서도 뭔가 껄끄러웠다. 이연에게 물어보라 하였던가.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가유는 그저 황궁의 일을 맡기 위해 만들어진 환관이 아니다. 멸망한 제나라의 장군으로 귀비에게 충성을 맹세하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한 자이다. 짐은 그의 말년이 행복하기만을 빈다. 네 역할이 중할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네겐 따로 비단 백 필과 준마 한 필, 흑철도 한 자루를 하사토록 하지. 가유의 면이 서도록.” “황송하옵니다.”가유와 도라가 동시에 답했다. 귀비는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귀비가 따로 준비한 것들도 있었지만, 흑철도처럼 황제만이 직접 내릴 수 있는 것은 귀하다. 그리고 앞으로 도라가 해 줄 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희. 이러면 되겠소?”귀비는 여전히 예쁘게 웃는 무탄을 바라보았다. 제국의 자랑은 주희와 휘운 이전에 무탄이었다. 갈색 고수머리에 황금빛 눈동자가 영롱한 미모의 삼황자. 옥좌에 앉은 후 거추장스러운 미색을 감추기 위해 수염을 지저분하게 길렀다. 수염 안에 애교스러운 보조개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도 이제 많지 않다. “이왕이면 한 가지 더 청하고자 합니다. 이연의 책봉식이 끝나면 암행을 좀 다녀올까 합니다. 그때 가도와 동행하고자 합니다.”황제는 귀비를 바라보며 고민하더니 뒤를 향해 물었다. “이연아 괜찮겠느냐?” “하문하시는 연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귀비 역시 황제의 뜻을 짐작키 어려워 인상을 찌푸렸다. 암행을 반대할 수는 있으리라 여겼으나, 이연에게 묻는 연유는 짐작 가는 바가 없다. “가도는 네 호위 후보가 아니더냐. 네 호위는 네가 뽑기로 하지 않았던가?” “환관의 양자는 황실의 측근이 될 수 없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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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一百

강원은 손곤평을 보위하며 입궁했다. 딸이 자기를 먼저 찾아줬다며 그저께부터 내내 자랑 중이다. “걘 어릴 적부터 사람을 살살 녹여먹어. 요즘 컸다고 애교가 좀 줄어들어 아쉬웠더만 이리 귀엽게 그림도 그려 보내고 말야.”손곤평이 자그마한 종이를 하나 꺼내 팔랑팔랑 흔든다. 딸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려 보냈다며 좋아 죽는 종이에는 무시무시하게도 무기가 그려져 있다. 섬세하게 장식된 단도와 칼집이다. 뛰어난 그림 솜씨에 비해 이상하기 짝이 없는 단도다. 구조를 하나도 모르고 상상으로 그려낸 무기 같다. 그럼에도 손곤평은 어제 하루 낙양에 사람을 풀어 비슷한 걸 구해왔고, 애지중지 품에 안아 들고 왔다. “진작 가르쳤어야 했는데! 호위를 붙여줄 생각만 했지, 스스로 몸을 지키는 법을 가르칠 생각을 못 했어. 그런데 이렇게 딱 아비의 생각을 앞서가다니. 아마 궁에 있어서 그렇겠지? 황자뿐만 아니라 황녀들도 곤륜파 무공을 익힌다지 않던가. 아무튼 자꾸 자란다니까. 자네도 꼭 딸을 낳아 키워봐.”강원은 아직 열여덟인 자신에게 동갑인 딸을 자랑하며 꼭 딸을 낳으라는 곤평에게 조금 질렸다. 하긴 아버지도 백이 형을 열여섯에 얻었고, 백이 형은 내 나이에 첫 아들을 봤다. 백이 형이 일찌감치 대를 이어주어 명이 형이 저리 나대고 다닐 수 있는 거고.나 역시 명이 형처럼 대충 전장을 누비며 살 거다. 부마란 그런 거지. 권력 없는 관직.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공주를 잘 모시며, 전장에서 적을 한 명이라도 줄여주는 것이 아닌가.아이를 낳는 건 내 몫이 아닌 백이 형과 현이의 몫이다. 현이라면 제법 귀여운 딸을 낳아줄지도 모르지. 매령도 닮았을 테고. 난 명절 때나 얼굴 비추는 숙부가 되어 그 아이를 귀여워해주다 저런 말도 안 되는 단도를 사다 줄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부산스럽습니다.”저번에 궁에 들렀을 때는 석식 이전 교대 시간이었음에도 이 정도로 어수선하지 않았다. 지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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