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이 궁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말……. 이연은 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알 수 있나 봐. 바로바로 나타나다니. 뭐, 차라리 잘 됐어. 너를 미리 소개할 수 있었으니, 나중에 내가 다 책임지고 죗값을 치를 때 네가 빠져나가기가 수월해지지 않았겠어?” 제인의 생각에는 전혀 그럴 거 같지 않았다. 이연 마마님은 차라리 내게 다 뒤집어씌우고 저 은령이라는 자를 살릴 것이다. “내가 이연에게 질척하게 들러붙은 것들을 다 떼어내 줄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연에게서 나를 도려낼 거야.” 그렇게 나는, 이 아름다운 궁에서 소멸 할거야. 진정 내 무덤은 여기야. 이연이 머무는 곳. 제인은 착잡한 심정으로 이 대책 없는 아가씨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럼 연과의 관계는 어찌 되는 겁니까?” “그건, 죄송하지만 덕비 전하께서 수습해 주셔야겠지. 연의 공주가 되었을 때는 어쩌면 처벌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막판에 내가 다시 은령이 되고 사룰 공주를 불러오는 게 맞는 거 같아.” 오늘 하루 머리가 지끈거리게 고민했다. 뭐가 이리 어렵냐고. 그냥 다 죽이면 되는 일이라고 속 편하게 생각했는데, 이연이 끼어들고 제인이 말려든다. 죽일 때마다 뭔가가 필요한 모양이다. 죽음의 값이라. 올 때는 그냥 왔는데, 갈 때는 노잣돈이 필요하단다. 서글픈 고아라 줄 게 목숨뿐이고, 나에게 노잣돈을 줄 이는 아무도 없을 거다. 그나마 하나 있는 이연은 나를 돌아서게 만들거니까. 그나저나 아까 본 가유도 죽여야 하는데 어쩐다. 은령은 앞에 제인이 있다는 것도 잊고 발을 책상 위에 얹고 의자 등받이를 뒤로 쭉 밀어젖히며 의자 앞다리를 들어 올렸다. 머리 뒤에 깍지 낀 손을 대고 방만한 자세로 까닥까닥 생각에 잠겼다. 제인은 가라앉은 녹빛 눈으로 기묘한 여인을 바라보며 한가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법은 삐뚤어졌을지언정 이연 마마를 위하는
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