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잘못했을까. 향이 잘못했을까. 그깟 술이 무어라고, 어설프게 만든 향이 뭘 어쩌겠냐며. 결국 내가 잘못한 것이지. 기탁의 수행에 방해될 수 없다며 만든 향을 모조리 들고 지율의 거처에서 피워댔다. 은연중에 잘 만들지 않았느냐고 자랑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하필 말리화가 들어간 향이었다. 하필 독한 술로 혀를 적신 참이었다.사실 핑계다.원래 궁에서는 제례가 있는 날이 아니고서야 술을 마시지 않았다. 저주로 곪아가는 몸에 술을 허락해 줄 리 없었다. 궁을 나와서야 마음껏 들이킬 수 있게 되었고, 화산에 이르러서야 술맛을 조금 알게 되었다. 정결한 산문 안에서 무슨 짓인가 싶지만, 객인 현덕과 기탁에게까지 술을 금하지는 않았고, 화산에서도 제례를 위한 화산만의 주조법이 있었다. 의약방에는 술이 항상 있었고, 현덕은 지율을 찾을 때면 괜스레 긴장이 되어 속에 한두 잔 들이붓고 오곤 했다. 그러면 말도 매끄럽게 나오고 좋았다. 등신같이 말하지 않았다.지율은 거문고의 현을 누르지 않은 채 술대로 퉁퉁 튕기며 공간에 진동만 더해주고 있었다. 둥둥거리는 떨림이 심장 박동 같아 현덕은 입술을 축였다. “태리님의 향이 납니다.”그간 딱히 어머니를 대화의 주제로 삼지는 않았다. 화산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도 그리고 지율에 관한 질문만으로도 봄밤은 잘만 익어갔다. ”말리화라고 장강 이남에서 피는 꽃이지. 어머니는 그쪽 출신도 아니신데, 꼭 이 향을 찾으셨어.” “스승님께 말씀드리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더 서늘하고 단단한 향이 어울리지 않으실까 하고요.” ”이를테면 백합같은?” “꽃향기보다는 초본의 향이랄까. 겨잣잎이나 곽향 같은 향이요.” ”기겁하셨겠군. 누구보다 권력욕이 강한 분이신데, 그런 잡초가 어울린다 하면.” “그래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잘했네.“어마마마께서는 무엇보다도
Last Updated : 2026-10-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