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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철향: Chapter 101 - Chapter 110

122 Chapters

철향鐵響 一百一

꽤 많은 인원이 모여 있음에도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연무장 가운데서부터 신음을 흘리는 남자까지 핏물이 길게 그어져 있고, 핏물 위에 키가 칠척은 되어 보이는 남자가 활시위를 당기고 서 있다. 그리고 그 앞을 창을 든 붉은 머리 남자가 대치하고 있고, 그의 등 뒤로 만면에 비웃음을 띤 동생이 피 묻은 검을 들고 서 있다. 그 옆에 금발 남자는 칼을 빼 들지 않았지만 언제든 발도를 할 수 있는 자세로 서 있다. 그새 파벌도 만들고 정말 장한 동생이다. 남색가는 그렇다 치고 손곤평 어르신이 길에서 주웠다는 적발 남자는 어찌 꼬신 걸까. “형 왔어?”작게 속삭이는 말임에도 잘 들린다. 강현 바로 옆에 서 있는 도라도 들었는지 강현을 쳐다보고 시선을 따라온다. 도라가 놀라든 말든 중요한 게 아니다. 저새끼는 지금 화살이 자기를 향하고 있는데도 시선을 딴 데 두고 있다.“정신 나간 새끼.”강원이 빠른 걸음으로 연무장에 내려가자, 안내하던 금군이 멍하니 있다 다급히 따라붙는다. “멈추십시오. 위험합니다!”고함 소리와 두 사람의 과감한 움직임에 이목이 쏠렸다. 연무장 바닥까지 내려온 강원은 소매 안에서 동전을 하나 꺼낸 다음 힘껏 날렸다. 땅! 데구르르르-동전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화살촉을 때리고 바닥을 구른다. 화살의 방향이 멋대로 틀어지자 놀란 툴가가 몸을 틀어 강원을 조준했다. [씨발 넌 또 뭐야!] [개새끼 형이다.]그 정도 기억력으로 금군이 되겠다니. 강원은 대충 뇌까리고 궁의들이 둘러싼 피칠갑을 한 사내에게 다가갔다. 얼굴 전체가 땀 범벅이고 반쯤 뜬 눈에는 초점이 하나도 없다. 입 주변에 허옇고 시뻘건 피거품이 일었다. 그리고 팔이 하나 없다. 상완에서 깔끔하게 잘려 나간 왼팔이 바닥에 놓여 있고, 궁의들과 소우 장군이 지혈을 위해 매달려 있다. 온몸이 근육 덩어리라 잘린 부분의 근육도 부들거리며 날뛰는 게 보일 정도다. 그때마다 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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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一百二

일부러 내어준 빈틈인 양 강원은 강현의 검을 옆으로 쳐내며 강현의 손목을 강하게 때렸다. 강현이 검을 놓지 않자 이번엔 검집을 더 높이 들어 바닥까지 내려그었다. 강현은 결국 검을 놓고 말았다. 강원은 그대로 강현의 무릎과 허벅지를 쳐 꿇게 만든 후, 몸을 거대하게 휘돌리며 강현의 어깨, 등, 허리를 연달아 묵직하게 가격했다. 그때마다 퍽! 퍽! 살점과 뼈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 푸른 단령의 너른 옷자락이 펼쳐졌다가 빙글 돌며 내는 펄럭이는 소리와 검집이 부우웅 바람을 일으키는 소리가 어우러져 파도가 치는 것 같다. 몸짓 하나하나에 성의가 있어 아름답기까지 하다면 너무 잔인할까. 그 때문에 보는 이들은 눈도 돌리지 못하고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점점 무너져 내리던 강현의 몸이 결국 바닥에 엎어졌다. “일어나.” 생각한다고 어물거렸다간 더 맞는다. 강현은 습관처럼 일어나려 했다. 팔을 뻗어 상체를 들어 올리고 꿇린 무릎을 세우려는데 피가 왈칵하고 뿜어져 나온다. 아무래도 계속 잘게 맞은 것들이 내상을 입힌 모양이다. “컥-!” 개처럼 엎드려 피를 토해냈다. 고통과 함께 위액이 섞인 고약한 핏덩이가 울컥울컥 올라온다. 토할 때마다 숨쉬기가 어려워 눈물마저 흘러내린다. “군인이 피아 구분도 못하면, 얻다 쓰지?” 스승이자 연장자인 형의 말을 바른 자세로 듣기 위해 겨우겨우 고개를 들어 무릎을 꿇고 앉은 강현의 몰골이 엉망이다. 코피까지 흘러 얼굴이 피범벅이다. “고작 대련에서 상대에게 장해를 남기는 실력으로 뭘 하겠다는 거지?” 강원은 꼴 보기 싫다는 듯 강현의 옆머리를 검집째 퍽 쳤다. 강현이 옆으로 쓰러졌다. 분명 검집째 휘둘렀음에도 살이 찢어져 피가 흘러나온다. “너를 가르친 명이 형과 나를 욕먹이기로 작정을 했구나.” 피와 먼지와 돌가루가 범벅이 된 연무장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떠는 강현의 꼴이 흉하다. 뭘 잘했다고 얼굴에 비소를 띠우고 있었느냔 말이다. 실력이 고작 그 정도라 몇 대 막지도 못하고 이렇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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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一百三

국사에게도 정중히 국궁례를 올린 강원이 주희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눈을 맞추었다. “주희 마마님, 못난 꼴을 보였습니다. 오늘 약속은 파하고 다음에 찾아뵈어도 되겠습니까? 제가 도저히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의 손님으로 온 것으로 하지.”이연이 모습을 드러내고 강원의 옆에 섰다. 그리고 어깨를 툭툭 쳐 일어나라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눈초리를 사납게 올린 주희가 강원의 손을 낚아챘다. “아니요. 오늘은 제 손님으로 오신 게 맞습니다.”어련히 잘 알아들을 주희인데 고집을 피워서 놀랐다. 그러나 이연은 고개를 숙여 주희와 강원에게만 들리게 조용히 언질을 해주었다. ”아직 정혼하기 전이다. 밤에는 이연궁으로 보내라. 자네는 오늘은 사신관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좋겠네.” “그렇게 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차라리 정신이 없을 때 들어가서 정중히 수습하고, 나중에 모자랐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뭐라 더 말을 꺼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낫습니다.”강원은 자기 손을 꾹 잡고 있는 주희의 손을 살살 어루만지며 다독이고 이연에게 설명했다.이연은 감추려 애썼지만 눈물로 얼룩진 강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내 주변에는 이런 인물들이 모이는가. 현덕 형님이 떠오르고, 은령이 떠오른다. ”자네 정말. 너무 혼자서 다하려 드는군. 지나쳐.”지금도 하나의 사건으로 발생한 몇 가지 문제를 혼자의 힘으로 한 번에 다 해결하려 한다. “이 일에 있어서는 소우 장군과 기건 장군에게도 책임이 있고, 최종 승인자로서 나에게도 책임이 있네. 그러니 원만한 해결을 위해 자네의 고견을 들어야겠으니, 너무 늦기 전에 꼭 들려주게. 기다리겠네.”이연은 보는 사람이 많은 데서 주희랑 실랑이를 할 수는 없었기에 이내 시선을 돌려 소우 장군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결국 강원을 독차지하는 데 성공한 주희는 말없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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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一百四

이연과 마기는 강현이 누운 침상 옆에 서서 보고를 들었다. 궁의의 진단으로 보건대 한 달은 꼼짝없이 정양해야 한다. 척추는 보전했지만 갈비뼈가 여럿 나갔고 쇄골이 부러졌다. 또한 내상이 상당하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기까지 꽤 오래 걸릴 것이다. 정신이 들면 뇌진탕 증세도 나타날 것이며, 시력이나 청력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호위는 다 정해졌군요. 남은 후보가 가도, 제인, 툴가 셋입니다. 가도를 뽑을 경우 셋을 뽑기로 했습니다.” -가도를 뽑지 않으면? “소우 장군과 기건 장군 모두 후보 중 최고의 실력자라 인정했습니다.” -최고의 실력은 강원이겠지. 잘도 도망쳤어. “강원은 옳은 판단을 했습니다. 그는 금군보다 부마나 관직에 오르는 것이 더 어울립니다. 오늘 행적만 봐도 국사를 논하는 데 그만한 자가 없을 겁니다.” -아우를 초주검으로 만들어 모든 걸 해결했지. 영리하긴 해. 혈육이 이 정도까지 하면 받아들이는 쪽도 말을 함부로 얹기 힘들지.이연은 마기가 손을 펼쳐 강현의 몸 위로 기를 쓸어보는 것을 지켜보았다. 정말 딱 죽기 직전이다. 그러나 치명상은 또 딱히 없다. “협상안은 오드게렐께서 숙고 후에 제시하겠다 하셨습니다. 그동안 강원은 제가 묶어두겠습니다. 오드게렐님과 함께 있어서 좋은 꼴 못 볼 테니까요. 협상안도 그쪽이 훨씬 깔끔하게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강현은 어찌 묶어둘 심산이지? “어차피 궁에서 요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방도를 구상하면 됩니다.” -정말 까딱했다가 죽었으면……. “강원이 그 정도도 조절 못할 실력은 아닙니다. 궁의들과 도사들의 실력도 뛰어나고요. 약이나 주십시오.” - 뛰어난 궁의들이 있다면서 왜 쓸데없이 내 영단을 달래? 안 들을 수도 있잖아. “설마, 아까우신 건 아니시죠? 이러나 저러나 먹여봐야 알 거 아니겠습니까. 좋아지면 그것대로 좋은 거고요. 강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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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一百五

비로 질척해진 땅 때문에 하루 더 마장에서 지내고 온 툴가와 바트는 기고만장해졌다. 특히 바트는 기마궁술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며 배사법(뒤를 돌아보며 쏘기)까지 선보여 극찬을 들었다고 한다.그럼 뭐 하나. 말등보다 땅바닥이 더 불편해 보이는데. 궁에서는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다니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을.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그렇게 마음을 속였다. 자꾸 초조해졌다. 연무장에서 보여 준 곡도를 쓴 도법도 나쁘지 않았다. 곡도는 말을 타고서 적들의 목을 잡초 베듯 베어 버리기 위한 무기다. 상황에 맞지 않음에도 나쁘지 않게 선보였었다. 심지어 툴가는 마상에서 휘두르는 곡도와 언월도가 훌륭하다 하였다. 여기까지 온 자들 중에 거저 온 자는 없다.이제 다시 모였으니 대련이 시작됐다. 간택자들은 모란궁에서 황후에게 직접 교육을 받는다 하였다.첫날, 첫 대련은 강현과 도라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몇 번 겨뤄봤으니 상대할 만하다 여겼다.마주 서서 인사를 하고 검을 뽑아 들었다. 아무래도 세검을 써서 겨뤄본 적이 있으니, 직접 맞부딪힌 적 없는 장검으로 택했다.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도라가 강한 것은 알고 있다. 검이 도달할 위치와 시간을 신중히 골라 휘둘렀다. 그러나 순식간이었다. 도라가 발도를 함과 동시에 내 목 옆에 칼이 도달해 있었다. 완벽한 패배.결국 두 손 다 들고 물었다. “왜 갑자기 진지해졌지?”나올 때와 다르게 느릿하게 칼집으로 들어가는 환도처럼 도라가 느물거리며 답했다. ”모처럼 생긴 아버지인데, 자랑할 만한 아들이 되어드려야지.”양자는 저런가. 나는 딱히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자 애쓰진 않았다.다음은 제인과 툴가의 순서였다. 제인의 창에 맞서 툴가는 언월도를 들었다. 두 장신의 대결은 시원한 바람을 일으켰다. 툴가의 힘 있고 정석적인 움직임에 제인은 괴이하고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응수했다. “늘었어.”실력이 늘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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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一百六

짜악-!모란궁에서 황후 교육을 받고 돌아온 매령은 강원의 뺨을 가차 없이 올려붙였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을 향해 계단을 올라갔다. 강원은 붉게 부어오르는 뺨에 손도 대지 못하고 천장만 한참 바라보다 목을 뚜둑 꺾으며 고개를 내렸다. 침울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주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제가 경황이 없어 깜빡한 게 있는데, 사신관에 남은 우씨 일가의 사병들과 손곤평 어르신의 사병들 역시 거처를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연 마마님께 바삐 전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습니까? 손 가장께서 아직 목련궁에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지금 그걸 생각하고 계셨던 겁니까?”주희의 미간이 살풋 구겨진다.강원은 주희의 반응을 보고서 깨달았다. 이것도 도망치는 거다. 나와 남의 감정을 철저히 무시한다. 겁에 질려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도망친다. 가까운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는다. 같이 아파하기에는 나는 너무 잔졸하니까. 매령 네 선택은 옳아. “아까부터 생각하던 걸 꺼냈을 뿐입니다. 하아. 벌써 소문이 다 퍼졌나 봅니다.” “오늘 일로 태자의 금군 선발이 모두 끝났습니다. 그래서 금군들이 많이 들떴습니다. 태자비 후보들의 호위도 각 궁의 금군들로 바뀌었고요. 그들이 여기까지 오는 길에 무슨 말을 했을지는 훤하지요.”또 현이 앞에 깔린 길을 빼앗은 건가. 조금 어지러워져 눈을 감고 이마를 짚었다. “앉으십시오. 명령입니다.” “제가 휘청거렸습니까?” “조금요.”매령이 도착했다 하여 일어났었다. 다시 응접실의 안락의자에 반쯤 눕듯 앉았다. 팔걸이에 등을 대고 팔짱을 낀 채 고개 숙여 눈을 감고 쉬는 중이었다. 주희는 강원이 혼자 있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동안 주희는 죽간을 읽고 있었다.강원은 낮은 팔걸이를 베개 삼아 머리를 대고 팔뚝으로 눈을 가렸다. 그런 강원을 바라보며 주희가 조곤조곤 설명을 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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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一百七

주희는 손을 거두고 끓어 넘치려는 찻물을 퇴수기에 버렸다. “이건 써서 못 드십니다.”그리고는 빈 찻잔에 다관의 찻물을 따른 뒤 잔받침에 올려 강원의 앞에 내려놓았다. 강원은 놀란 눈을 한 채 주희를 주시할 뿐이었다. “저와 이연 형님은 손으로 물을 끓일 수 있습니다. 휘운과 어마마마는 홍루족 핏줄이 섞여 있지만 그 능력이 없지요. 그래서 물을 끓이지 못하는 자는 하백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신 저는 은린이 없지요.”주희는 손등을 들어 올려 강원에게 보여주었다. 아직도 놀란 강원을 보며 헤헤 하고 작게 소리 내어 웃더니 차를 마셨다. 강원은 목이 타는 느낌에 예의에 어긋나게 차를 한 번에 들이켰다. 주희는 다시 강원의 찻잔에 찻물을 채웠다. “남에게 보여주어도 되는 겁니까?” “네? 고작 물 끓이는 건데요? 이거 저 주시는 거죠?”주희는 벽곡단을 하나 들고 종이를 벗겼다. 한 입 베어 물고 우물거리더니 꿀꺽 삼켰다.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또 한 입 더 베어 물었다. “아무래도 처음이신지라 꿀을 섞었습니다. 송화가루 비율을 줄이고 볶은 콩가루를 넣었고요.”강원이 설명을 덧붙이자 주희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에 든 것을 삼켰다. “의외로 맛이 괜찮아서 놀랐습니다.”차로 입을 축인 주희는 남은 벽곡단을 마저 다 먹었다. 그리고 다시 물을 끓여 차를 우려냈다. 강원은 주희가 손을 댄 물주전자 주둥이에서 하얗게 김이 피어오르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홍무도에는 백여 개의 용소가 있고, 그걸 다 온천으로 관리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물이 썩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하백의 짝이 된 자들에게는 여의주가 주어집니다. 여의주는 품고 있는 사람의 노화를 멈추고 수명을 백 년 더 늘려준다고 하죠. 그리고 이건 이연 형님은 모르는 이야기인데, 하백의 짝이 여의주를 품고 물을 계속 끓여준다면, 황금잉어가 태어납니다. 하백의 짝이 한 명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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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一百八

목련궁에 도착하니 주희 곁에 곧게 서 있는 강원이 보였다. 그래. 여자에 눈이 팔려 동생을 버렸구나. 매령은 솟구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강원의 뺨을 후려쳤지만, 그것마저 금방 후회되었다. 그럴 가치도 없는 인간이다. 내 손만 더럽혀졌다.원은 그래서는 안 되었다. 현이가 형을 얼마나 존경하고 좋아하는지 알면 그리해선 안되는 거였다.방으로 올라와 사람들을 다 물리고 쭈그리고 앉아 울기만 했다. 여기 와서는 반은 울며 지내는구나. 나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평생 흘릴 눈물을 다 쏟아내고야 말리라는 고집마저 생겼다. 다 쏟아내고 단단해져야지. 태자비가 되어야지.어차피 강현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강현이 원하는 모습이라도 되어주려 하였다. 그리하면 강현은 쉽게 금군이 되리라 생각했다. 실력이 있으니까. 강인하니까. 그렇게 지척에서라도 바라볼 수 있다면 만족하려 하였다. 근데 자꾸 이리 어그러진다. 여긴 정말 고약한 곳이다. 나랑 맞지 않는다. 사람이 이상해진다. 강현도 강원도 다 망가져 버렸다. 툭-또 비가 오려나. 툭- “열어.”미약하지만 분명 강현의 목소리다. 매령은 소리가 들린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톡톡-이번엔 좀 더 잘 들렸다. 남쪽으로 뚫린 큰 창문이다. 달려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덧문이 이미 열려있다. 여긴 사 층이기에 덧문에 굳이 잠금장치가 없다.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위험해.”제일 익숙한 목소리. 진짜 강현이다. 내 목을 껴안고 있는 단단한 팔뚝을 붙잡고 끅끅대며 울었다. “누가…. 누가 위험하다는 거야.” “몸이 창문 밖으로 나오려고 했잖아. 그리고 좀 놔봐. 그쪽 쇄골 부러졌어.”매령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부예진 시야로도 엉망진창인 몰골을 알 수 있다. 상의는 제대로 걸치지도 않고 허리에서 묶어놨다. 온통 붕대투성이다. 상체 전체에 하얀 붕대가 빼곡하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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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一百九

정염에 타오르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여유롭고 단단한 강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개구지게 미소 짓는다.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봐 온 모습이다.“원이 형이 내가 장가갈 기회가 생길 때마다 판판이 깬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러지 말지. 자연스럽게 네 곁을 떠날 수 있었는데. 진작 떠났으면 넌 끝까지 몰랐을지도 모르는데.”이제 내가 붙잡을 차례다. 강현의 품에 안기고 싶은데 촘촘하게 감긴 하얀 붕대가 내 행동을 막는다. 손끝으로 타고 올라간다. 아플까? 내가 현이를 아프게 할 수 있을까?“그럼 왜 오라버니들 대신 네가 군역을 가고, 여기까지 호위도 네가 하고, 지금 이렇게 내 눈앞에 있는 건데?”강현의 목을 끌어안고 목덜미에 이마를 비비고 입술을 갖다 대었다. 지금 네게서 멀쩡한 부분은 여기뿐인 걸. 강현의 강한 맥동이 입술을 타고 전해진다. 다행이다. 네 심장은 아직도 강하게 뛰는구나. 강현이 내 어깨를 잡고 밀어낸다. 얼굴이 타오른다.“그래도 곁에 있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려고 했지. 우 가장이 그걸 이용하는 거라고 해도 상관없었어. 그게 내 욕심이었던 거고. 그것도 이제 끝이네. 금군이 되는 건 실패했고, 고향으로 돌아가야겠지.”기껏 용기를 냈는데 거절당했다. 서러움과 창피함으로 열이 오르고 눈물이 차올랐다.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강현이 몸을 숙여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 숙인 나와 눈을 맞췄다. 너 여기서 키도 자란 거 알고 있어?“이제 내 걱정 하지 말고. 응? 나 때문에 울지 말고, 화내지 말고.”밑에서 삐딱하게 올려다보는 강현의 표정이 귀여워 입술을 깨물었다. 하필 또 이럴 때 귀여워서, 울다 말고 웃을 뻔했다. 울음과 웃음을 참느라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주먹을 꽉 쥐고 다스렸다. 한참 후에야 겨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왜 이렇게 영영 못 볼 사람처럼 굴어?”“영영 못 봐야지. 이 이상 네 옆에 있으면 너에게 내가 오점이 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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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一百一十

강현을 지붕 위로 끌어당긴 도라는 창문의 크기가 작고 개수도 적은 북쪽으로 가서 밧줄을 내렸다. 강현은 한 팔로도 충분히 밧줄을 오르내렸다. “내 시체를 안게 될 거야. 아우. 야릇해. 최고야. 민하 아가씨도 한 성깔 한다고 생각했는데, 네 아가씨도 만만찮잖아. 간택이 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나 봐.”도라는 양팔을 끌어안으며 몸을 뒤흔들었다. 어차피 작게 말해도 강현 귀에는 다 들린다. 강현이 바닥에 닿자 밧줄이 가벼워졌다. 다리는 멀쩡하지만 뛰어내리다 충격으로 멀쩡한 뼈까지 다칠까 봐 들킬 위험을 감수하고 길게 내려뜨려 주었다. 도라는 밧줄을 둘둘 감아 어깨에 메고 바닥을 향해 처마를 폴짝폴짝 밟으며 뛰어내렸다. 강현은 도라가 다 내려올 때까지 얌전히 서서 기다리고 있다. “나도 죽겠다고 하면 안아 줄 거야?” “넌 죽어 걍.” “히잉. 냉정해.” 강현은 도라가 앞장설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도라가 발걸음을 옮기자 천천히 뒤따르며 나직이 한숨처럼 읊조렸다. “그래도 이제 울고 있진 않겠지.”지붕을 타고 달리는 것이 빠르겠지만, 강현의 몸 상태를 생각해 어둠으로 파고들며 이연궁으로 향했다.도라는 현덕궁으로 옮긴 손 가장을 만나 계약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연궁은 절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지만, 강현이 살아 있는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 부엉이 피리를 이연궁 담장 위에서 불었더니 강현이 창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눈물이 핑 돌았다. 움직일 수 있구나. 창문을 타넘고 들어가 강현의 상태를 파악했다.상처 쪽을 제외하면 안색이 나쁘지 않다. 보통 내상을 입으면 피부가 누렇게 뜨거나 거멓게 죽는다. 상반신에 감싸인 붕대는 예상한 대로인데 얼굴은 괜찮아 보여 위화감이 느껴졌다. “너 뭐 물감 같은 거 물고 있다 토했냐? 아닌데. 그 정도 양은 위장을 채우고도 남는 양인데.”자신을 보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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