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많았나 보네?” ”하, 별다른 거 없어. 아무튼 걘 정말 나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 날 멀리서 보기만 해도 심장 소리가 요동쳤으니까. 눈만 마주쳐도 숨 막히는 소리를 냈으니까. 내 생명이나 다름없는 무기의 날을 완벽하게 갈아 줬으니까.”도라는 다시 숨을 다스렸다. 어차피 강현의 귀에는 다 들린다. 속일 수 없다는 거, 애정 관계에서 참 불리하다. “서둘러 끝내고 옷을 추스려 입는데 뒤에서 울면서 고맙다는 거야. 그게 너무 끔찍해서. 내가 너무 쓰레기 같고, 정신이 바스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이를 악물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어서 몇 번 더 안아 줬는데, 그때마다 오히려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 버리고. 나중에는 혼이 나가서 나를 구경하듯 바라보는데 짐승 같고 역겹고 더러웠어. 걘 쾌락에 겨워 영원히 잊지 못할 거라고 속삭이는데, 그냥 당장 다 잊어줬으면 좋겠고. 할 수만 있다면 모두 없던 일로 만들고 싶었어.”강현답지 않게 말이 두서없이 쏟아져 내린다. ”매령에게도 네게도 미안하지만, 난 누군가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마음의 깊이가 깊은 사람이 아냐.”겨우 약관에 이른 나와 아직 어린 네가 과연 그게 가능할까? 누구나 남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보다 위에 두지 못한다. 네게 교접을 강요한 그 아가씨도 자신의 감정이 더 중요했던 것이니까. “그리고 관례를 치른 날부터 내 생일이나 매령의 생일, 그리고 군역을 떠나기 전날이면 매령 아버지는 나를 불러다 기녀를 붙여주었어.”도라의 발걸음이 멈췄다. ”뭐?” “그럴 때면 매령 아버지가 술을 마시는 정자에 붙은 작은방에서 일을 치러야 했지. 즐거운 술안주거리가 될 소리를 내어가며. 내 자리는 이 정도라는 거지. 매령을 넘볼 생각 따위 전혀 없었는데, 그런 식으로 경고를 한 거야. 매령은 어차피 월의 왕자 중 하나와 혼인할 예정이었어. 나도 바라는 바였는데, 간택에 올라 여기까지 왔네.”
Last Updated : 2026-10-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