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손에 받아 마시던 민하는 강현이 보이자 치마를 양손으로 대충 집어들고는 달려왔다. 우산을 들고 있던 환관이 겅중겅중 그 뒤를 쫓았고, 궁녀들도 머리를 숙이며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강현은 멈춰서서 골머리가 썩는다는 표정으로 그 작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 체통 좀.” “윗사람들 앞에선 착실히 지키고 있으니 신경 꺼. 어디 다치진 않았어?” 그저께 결국 밤늦게 몰래 들어왔더니 민하가 방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피하려면 피할 수도 있었지만, 수면시간을 지켜주는 것도 호위의 업무인지라 돌려보내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붙잡혀서 다친 것에 대해 추궁을 들어야 했다. -네가 혼자일 때, 이렇게 다쳐서 나타나면. 내가 네게 나를 맡길 수 있을까?- 정말 뭐라 대구할 말이 없었다. 그 후로는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놀리듯 이렇게 묻는다. 그때마다 귓바퀴의 상처가 간질간질 달아올랐다. 도라가 정말 거추장스러운 혹을 달아줬다. “여기 저기 아파 죽겠습니다. 비가 오면 예전에 다친 곳들이 비명을 질러대거든요.” “아, 괜히 돌아다니자고 했나?” “됐습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강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궁 안을 흐르는 해자가 이곳에 이르러 비정형의 연못이 되어있고, 주변을 자연스럽게 꾸며두었다. 창포와 수선화가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고, 버드나무와 물푸레나무가 드문드문 크게 자라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이 자리에도 없다. 호반새도 도요새도 두더지도 없다. 소동물의 아기자기한 소리가 부재하다. 신성한 곳으로 여겨질 정도로. “여기가 좋아.” 민하는 연못가에 주저앉으며 우산을 물렸다. “너희끼리 써. 난 괜찮아.” 환관이 머뭇거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 궁녀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강현은 어차피 자신에겐 더이상 의미도 없는 우비를 탁탁 털어 민하의
Last Updated : 2026-10-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