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사극 로맨스 / 철향 / 챕터 11 - 챕터 20

철향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122 챕터

철향鐵響 十一

부지불식간에 흘러나오려는 헛웃음을 참기위해 이를 악물고 흠흠 헛기침을 했다. 재빨리 호흡을 가다듬고 휘운의 머리 위로 팔을 내밀어 주었다. “매달려 보시지요.” 커다란 회색 눈동자가 일렁이더니 예쁘게 휘며 웃는다. 그리고는 하얀 작은 손이 내 팔뚝 위에 겹쳐졌다. 불그스름한 내 피부 위에 하얀 꽃이 피었다. 제법 잘 어우러진다. 몸을 일으켜 휘운의 발이 뜰 수 있게 해주었다. 잠시 그렇게 흔들리게 두었다 내려주었다. 이 별 거 아닌 행동에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하긴 발이 뜨는 경험은 요만할 때가 아니면 하기 힘들다. 휘운 역시 꺄르륵 웃으며 내려왔다. “손이 차십니다.” “아, 제가 어마마마를 닮아 그렇습니다. 대신 제 손이 닿은 곳은 저주가 멈춘다고 합니다.” 휘운이 손을 들어 손등을 보여주었다. 은빛 손톱이 반짝인다. 어찌 사람 몸에 이리 아름다운 것이 붙어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다. “아주 단단하고 매끄러운 자단나무를 만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정말 따뜻하네요.” 그리 말하며 작은 손을 내 가슴팍에 댄다. 가슴에 차가운 인장이 찍힌다. “앞으로 다치는 일 없이 무탈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제 알았다. 그는 내 몸이 궁금했던 것이 아니라 옹축을 내려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착각에 조금 민망해졌다. 휘운이 반 시진 후에 돌아오겠다며 이르고 떠나자, 강현은 옷을 마저 벗었다. 수건 한 장 허리에 둘러 묶고 미닫이 문을 열고 욕실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옥석 벽돌을 둥글게 쌓아 만든 커다란 욕조 좌우 양 끝에 두 명씩 앉아있다. 강현은 선택지가 없기에 그대로 가운데로 걸어들어갔다. 왼쪽에 앉은 두 명은 그냥 보기에도 무시무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9-13
더 보기

철향鐵響 十二

“아 씨발! 쫌!!” 머리를 부여잡고 뒤로 눕듯이 물 속으로 들어갔다. “정말 나랑 씹하고 싶어? 와 겨드랑이털도 초록색이네. 예쁘다.” 도라의 목소리가 물 속으로 웅웅대며 침범했다. 실수다. 서둘러 물 밖으로 나왔다. 다 씻었다. 어차피 입궁 전에 씻고 왔다. 나가자. “미안, 우린 상해에서 온 용병이야. 도라는 입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제국어가 서툴어.” “전혀 아닌 거 같은데?” “어머 제인, 너야말로 구에 온지 반 년 밖에 안됐잖아! 내가 선배야!” 도라의 투정에 제인이 미안한듯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따라왔다. “예의도 아직 가르치는 중이야. 저기, 동료가 죽은 건 안타깝게 생각해. 그래서 늦었구나. 우린 칠 일 전에 도착했고, 저기 연에서 온 후보들은 이틀 전에 도착했어.” 제인이 엄지손가락을 어깨 뒤로 넘겨 덩치들을 가리켰고, 자연스럽게 그쪽을 쳐다봤다. “바트Бат다.”“툴가Тулга.” 변발과 민두가 차례로 이름을 말해주어, 고개를 까닥여 받아주었다. 도라는 그새 바트를 향해 슬금슬금 움직이고 있었다. 등줄기가 쭈뼛 일어섰다. “근육질을 엄청 좋아하거든…. 도라는 아무리 훈련을 해도 근육이 잘 안생겨. 난 열여덟이고 도라는 스물이야. 너는?” “열일곱.” “꺄하하하! 결국 툴가가 막내네.” 썩은 표정의 툴가가 열다섯이고 바트는 열여덟이라 하였다. 십오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열다섯들은 다 이렇게 큰걸까. 그리고 태자 전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외모다. 호위는 사람의 뇌리에 박히는 외모면 안 된다.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버리면 호위만 봐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9-13
더 보기

철향鐵響 十三

“너도 남색가야?” 사실 이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물어보지 못했다. 제인에게도 물어본다. “아니, 난 아냐. 손 가장께서 아가씨 호위로 남색가를 구했는데, 쉽지 않으셨나봐. 결국 남은 한 자리는 내가 차지했지.” “그래서 오는 내내 자지를 못 먹었어. 나 너무 힘들어.” 도라가 손가락 사이로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본다. 어휴 진짜 인생 최대 고비다. 내가 남색가에게 인기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니지. 쟨 너무 굶주렸을 뿐이다. 슬쩍 바트를 바라봤다. 그 눈길을 오히려 제인이 따라온다. “바트는 부인이 있대. 심지어 공주님 시녀로 같이 왔다나봐.” 아하. 이쪽은 호위로 남색가를 썼고, 저쪽은 동행한 시녀가 있다. 아무리 같이 자란 사이라지만, 시커먼 남자들만 잔뜩 보낸 매령의 아버지가 새삼 이해되지 않는다. “너도 외모로 뽑힌거지? 난 아이가 태어나면 티날 수 밖에 없는 외모니까 뽑힌거거든. 언감생심 각서까지 썼지 뭐야. 일이 잘못되면 금군이 아닌 환관 후보로 들어가겠다는 각서.” “그러고도 못믿어서 따라왔잖아. 어휴, 아가씨 성질머리에 그런 일은 꿈에도 일어나지 않을텐데.” “너랑 안맞아서 그렇지, 아가씨는 영리하고 냉정할 뿐이야.” 사정은 대충 다 알았다. 몸도 어느정도 말랐겠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도라가 따라붙는다. “내가 너네 아가씨였으면, 너 백 번도 더 꼬시고 태자비 포기했다. 그래도 안그랬다는 건 이미 임자가 있다는거지?” 수건을 채찍처럼 휘둘러 도라를 밀어냈다. 역시 아까 손목은 일부러 잡힌거다. 몸이 재빠르다. 얘기만 들어도 손 가장이라는 자는 꽤 까다로워 보이는데, 그 자가 손수 고른 사람이라면 실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된다는 소리다. 수건을 연거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9-13
더 보기

철향鐵響 十四

“응. 태자 전하 금군 후보라는 표시래. 이 빨간 깃도 그렇고.” 도라가 축 늘어진 앞섶의 빨간 깃을 들어보인다. 태자와 제후국의 왕이 입는 붉은 곤룡포. 그들의 상징이 되는 색깔. “상투 틀고 하면 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라가 뒤로 와서 건을 두르려한다. 역시 빠르다. 행동에 악의가 없어서 반응하기가 더 어렵다. 그러나 간신히 팔꿈치로 도라의 손을 쳐내는데 성공했다. 뒤를 돌아보니 놀란 토끼눈을 한 도라가 보인다. “이야, 살기도 없었을텐데.” “소리. 옷 좀 집어넣어서 입어.” 진짜 내가 이딴 할아버지 같은 잔소리를 하게될 줄은 몰랐다. 소매도 호완 안으로 집어넣지 않아 나풀거린다. “흐음. 귀가 좋구나. 그럼 네가 제일 잘 알텐데? 귀는 눈보다 느려.” 아주 잘 안다. 맹인 검사는 어불성설이다. 찰나에 결판이 나는 세계에서 귀와 눈의 시간차는 크다. 빛이 없거나 눈부신 환경이 아니라면, 맹인 검사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 도라가 눈 앞에서 정신없이 소매를 흔든다. 귀한 면사를 섞은 비단이 파르륵 소리를 낸다. “시야를 방해하는데 이만한 게 없거든.” 물론 소리도 방해한다. 움직임이 내는 간결한 바람소리 외에 잡다한 소리가 너무 많이 섞인다. 도라의 어린 아이같은 천진한 움직임에 정신이 사나워져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는 사이 이마에 무언가가 얹어지고 뒤에서 빠르게 매듭이 지어진다. “이쪽이 훨씬 더 어울려.” 결국 내 이마에 건을 두르길 성공한 도라가 내 어깨를 잡고 좌우로 살살 돌려가며 내 얼굴을 본다. 마음에 드는지 활짝 웃는다. 웃는 낯짝에 침을 뱉을 수도 없고,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뭐라할 수가 없다. “오오. 드디어 꼬시는데 성공한거야?”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9-13
더 보기

철향鐵響 十五

“애초에 사람 한 번 죽여보지 못한 주제에 왜 금군이 되려고 해?” 도라의 속삭임이 제인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쟨 죽여봤어?” “꽤.” 도라는 턱을 쓸며 갸웃거렸다. “신기하단 말이지. 엄청 곱게 자란 거 같은데 사람은 제법 죽여 본 냄새가 나.” 깔끔한 옷차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에 몸에 벤 예절과 그에 어울리는 자신감이 있다. 다음 경지로 나아가지 못해서 그렇지 어린 나이에 제법 많은 걸 배운 태가 난다. 순수한 얼굴에 날카로운 표정을 띠우고 흉폭한 몸으로 나비처럼 움직인다. 볼수록 구미가 당긴다. 저 투명하게 빛나는 붉은 피부에 선명한 잇자국을 남기고 싶다. 입맛을 다시는데 제인이 투덜대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이라도 사람 좀 죽여봐야하나.” 도라가 봐온 제인은 신중하고 얌전하다. 그러나 궁에 들어와서부터 어째서인지 이리 조급증을 낸다. “아서라. 궁 안에서?” 어차피 금군 자리는 제인에게 양보할 거다. 도라는 돈을 벌기 위해 호위를 수락한 것이고, 궁에 메일 생각은 없다. 강현이란 인간을 만난 게 조금 재밌기는 하지만, 호기심을 채우는 일은 금군이 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강현은 제인과 도라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바트와 툴가는 둘만의 대화는 다른 이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네 언어로 했다. 그래서 귀에서 빠르게 지웠다. 강현이 보기에도 여기서 가장 실력자는 도라다. 외모도 실력이기에 사람 방심하게 하는 저 능청스러움도 실력이다. 전투의 결과는 무력으로만 정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생긴 거에 비해 별 거 아니다. 원이 형 혼자서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거다. 제인 뿐만 아니라 툴가 역시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 사람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9-13
더 보기

철향鐵響 十六

그리고 단상 아래에 세 여인이 서 있다. 매령과 마주보는 자리에는 아까 본 주희 마마시다. 그 옆으로 금발 자안의 키 큰 여인이 서있다. 도라의 밝은 금발과는 다르다. 갈대밭처럼 탁하면서 은은하게 빛나는 품위 있는 금발이다. 피부도 금빛으로 빛난다. 매령만큼이나 화려한 분이시다. 그러나 가라앉은 자안에서 영민함과 기품이 뿜어져 나온다. 불충하게도 강현의 눈에는 황후보다 더 황후의 자태로 보였다. 제일 끝에는 흑발 흑안의 여인이 서있다. 동그란 눈이 겁먹은 것처럼 보이는 가녀린 여인이다. 지금도 여기서 한시바삐 벗어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어린 주희 마마가 훨씬 의젓해 보일 지경이다. “여기까지 먼 길 와주셔서 모두 감사합니다. 이미 모든 여인들의 귀감이 될만큼 곱고 총명하며 방정한 소저들을 만나게 되어 무한한 기쁨을 느낍니다. 부디 한 달간 궁에서 부족함 없이 편히 머무르시길 빕니다.” 무거운 지붕이 짓누르는 너른 공간은 소리를 쉽게 울려퍼지게 하였고, 황후의 맑고 영롱한 목소리는 모두의 귀에 쉽게 파고들었다. 세 명의 태자비 후보는 한 달간 궁에서 교육을 받게 된다. 그 중 황제 폐하께 선택된 자가 태자비가 된다. 황제와 황후는 인사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앞으로 계속 마주칠 터이고 매령은 입궁한 첫날이라 긴장이 심할터라 부담을 과중시킬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당장 있을 이연의 탄신 연회도 준비해야한다. 강현은 황제의 지척에서 함께 움직이는 한 사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황제만큼이나 키가 크고 주희와 제인과 같은 유독 붉은 적발이다. 그러나 피부는 밤하늘처럼 검고 눈은 홍옥을 박아넣은듯 붉다. 압도적인 기세가 느껴진다. 심장 박동은 인간을 벗어난 존재인양 느리고 힘차다. 지극히 이질적인 외모와 달리 옷차림은 평범한 회색 도복에 흰 도포자락을 길게 늘이고 있다. 그 대비가 오히려 퇴폐적으로 다가온다. “마기沒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9-13
더 보기

철향鐵響 十七

일단 매령에게 경고는 해두어야겠다. “조심하는 게 좋겠어.” “네가 지켜줄 거잖아.” 살짝 앞에 있는 매령의 옆모습을 본다. 재빨리 답하고 어금니를 앙 다물었는지 턱이 불거져 있다. “그래. 내가 지켜줘야지.”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그래도 내가 가르쳐준 거 잊지 않았지?” 매령이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든 네가 쓸 단검을 구해볼게. 그런데 원님은?” 매령은 강현이 진짜 화났을 때만 쓰는 형의 존칭을 듣고 피식 웃고 말았다. “간택에 오른 사람과 호위 빼고는 전부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동궁으로 갔어. 그리고 원이 오늘 탄신제에 그걸 쓸 건가봐. 준비해야한다고 바삐 갔어.” 강현과 매령의 대화를 도라가 진득하게 보고 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강현의 바쁜 시선을 보건데 연나라 공주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모양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도라는 어제까지의 공주를 봤기에 오늘은 엄청 닮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눈치챘을 뿐이다. 사실 도라 입장에서는 태자비가 누가 되든 상관은 없다. 제가 모신 아씨가 태자비가 되면 수당을 조금 더 받을 뿐이다. 다만 매령을 보자마자 강현의 살심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는 알겠다. 남자들이 욕망하는 여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저걸 저리 깨끗하게 지켜내려면 꽤나 고생했을터다. 이거, 질투가 나는데? 팔짱을 끼고 제인을 향해 물었다. “야, 너 쟤 예뻐? 안 예뻐?” “누구?” “강현네 아가씨.” “솔직히 말해?” “어, 넌 취향이 좀 남다르잖아.” “여기서 제일 예쁜 거 같은데?” “됐다. 말자.” “뭘?”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9-13
더 보기

철향鐵響 十八

“먼저 강 공자께서는 상해에서 오신 민하님을 호위해 주시면 됩니다. 혹시 혼자라 힘드신 점이 생긴다면 바로 제게 보고해주십시오. 저는 항상 서궁 금락전에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무과와 비슷한 무예 시험 정도를 거칠거라 예상했는데, 본연의 임무와 가장 비슷한 방식의 시험이 치러지려나보다. 시작도 안해보고 약한 소리 할 필요는 없다. 혼자서 할 수 있는데까지는 해본다. 호위의 대상이 바뀌는 근거는 설명되었다. 반박을 하려면 근거를 대고 합당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당장은 떠오르는 것이 없다. 궁에 들어온 이상 더이상 매령의 호위만을 고집할 수 없다. 아직 금군도 아닌 자가 항명을 한다면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하는 다른 금군에 대한 월권이 된다. 금군도 군인이고 신속히 명령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낫다. “본래 민하님의 호위인 도라와 제인께서는 사룰 공주님을 호위해 주시면 됩니다. 공주님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네.” 이쪽는 아무래도 타국의 공주가 신분이 더 높기 때문인지, 도라와 제인의 의견은 묻지 않는다. “그럼 사룰 공주님의 호위셨던 바트님과 툴가님께는 매령님의 호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네.” “좋네.” 매령은 멀리서 들리는 저 답이 거슬렸다. 뭐가 좋다는 걸까? 나는 지금 심장이 벌렁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는데? 현이는 나의 상태가 좋지 않아졌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고개를 돌려 강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강현은 뒤에 없었다. 이미 새로운 호위 대상에게 가고 있었다. “현.” 민하의 뒤에 이르른 강현은 몸을 돌려 매령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황궁 안이고 태자비 후보들은 황실 다음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손님이다. 괜히 사룰 공주에 대해 경계하라 알려주었다. 이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9-13
더 보기

철향鐵響 十九

작지만 울림이 있고 강단이 있는 목소리다. 강현은 자신의 바로 앞에서 서늘하게 외친 여인을 바라보았다. 자그마한 민하가 아직 강현의 옆에 서있는 도라와 제인을 향해 한 말이다. 그러나 내용은 누가 들어도 저기 굳어있는 매령에게 전하는 말이다. 정적을 신경 쓸 여유도 있고, 새삼 대단하다. “네, 아가씨. 여기 강 공자는 제가 이미 알아본 봐, 아가씨를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도라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나다 몸을 돌려 사룰 공주 쪽으로 향한다. 제인도 민하와 강현에게 각각 묵례를 한 다음 도라를 따라 갔다. 그에 따라 바트와 툴가는 매령 쪽으로 오게 되었다. 강현은 그들이 자신의 앞을 지나갈 때, 다시 면밀히 살펴야 했다. 저 무리의 목적이 뭘까. 양녀를 황실에 집어넣는 위험을 미련한 백부님 말고 다른 이들이 시도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타국에서. 태자의 지근이 목적이라면, 가짜 공주가 태자비가 되는 것보다 금군 임명이 더 쉽다. 일단 자리가 두 자리이고, 임명권자가 황제 폐하가 아닌 소우 장군이다. 심지어 따지고보면 호위가 태자비보다 태자의 지근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은 더 길다. 어쩌면 저 둘을 집어넣기 위해 억지로 공주를 만들어 참가한 간택일지도 모른다. 바트만일지도 모르겠다. 툴가는 약하다. 아버지처럼 다른 태자비 후보를 범해서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제국의 백성인 나와는 다르다. 저들은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외국인이다. 당장은 매령이 위험에 처할 일은 없어보인다. 심지어 매령이 머무를 궁은 비가 아닌 황녀의 거처이다. 좀 더 안전할 것이다. 젝일.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점점 불안해하는 매령의 앞에서 나까지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저녁에 형이 준비해온 것을 실패없이 시연해낸다면, 조금 진정이 될까.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9-13
더 보기

철향鐵響 二十

현덕은 태자 자리를 스스로 고사하였고, 이황자, 삼황자가 저주로 죽었으나, 이연은 건강히 자라 열다섯을 앞두게 되었다. 우선 빈 황후의 자리부터 채웠다. 현비였던 설화궁의 공주 사비나賜備娜는 그동안 쌍둥이 황자, 황녀까지 낳아 명실상부 황실의 안주인이 되었다.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었다. 황제의 저주마저 완전히 저해하고, 해가 바뀌자마자 황후궁인 모란궁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오래 비었던 태자궁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각종 진상품이 올라왔다. 그 중 가장 값진 것들로만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자궁의 서궁은 태자비가 될 이의 물건으로 채워질 것이다. 연의 사신단이 가져온 물건으로 채워질 것인지, 상해의 상단이 가져온 물건으로 채워질 것인지 아니면 운남의 공신이 가져온 물건으로 채워질 것인지는 한달 후 판가름이 날 것이다. 강원은 태자궁의 서궁 지붕 위에 올라와 있다. 하늘은 맑고 구름 한 점 없다. 그러나 새도 없다. 강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점창파는 하늘의 해를 쏘아 맞추는 도관이다. 자랑하는 검법도 사일검법이며, 매의 눈을 새긴 응안검을 쓴다. 그러나 이 하늘은 이질적이다. “그 흔한 굴뚝새 하나 없다니.” “흐억. 원아, 무슨……. 무슨 문제라도 있냐? 하.” 매령의 집안에서 보내 온 무사들이 강원이 가져온 커다란 나무통을 낑낑대며 들고 올라왔다. 사람 두 명은 충분히 들어갈 크기이다. 그걸 지붕 위까지 올리느라 폐에 구멍이 나고 땀샘이 터져버릴 지경이다. “하늘이 닫혀 있어.” “하아. 하아. 뭔 소리냐. 그게. 아주. 제대로 뻥 뚫려 있구만. 후우.” “아냐. 그거 여기 잘 설치해 둬. 내가 알려준대로.” 강원은 대충 일러주고는 단령 자락을 펄럭이며 아래로 뛰어내렸다. 궁궐의 건물은 모두 크고 높다. 태자궁 서궁은 이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09-13
더 보기
이전
123456
...
13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