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거대한 주방이다. 반대편에 다음 공간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이 있는 벽이 보이고, 거기까지 가는 중간중간 아궁이가 있는 벽돌 기둥들이 있다. 기둥들은 모두 굴뚝으로 벽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여서 조금 신기했으나 이해는 쉬웠다. 벽은 창문을 제외하면 모두 선반으로 식재료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굴뚝마다 커다란 무쇠솥이며, 정체 모를 조리도구들이 걸려있다. 그 중 눈에 띄는 한 굴뚝이 있다. 벽돌 사이사이에 피가 고여 번들거리고, 냄비와 국자는 다 떨어져 바닥에 고인 핏물 위에서 허우적댄다. 피웅덩이 가운데에 누워있는 남자는 두 눈이 한 번의 칼질로 베어졌고, 오른 어깨에서 가슴까지 깊게 잘려있다. 좋은 솜씨다. 눈의 자상을 보자마자 강현은 손에 쥔 사람을 구석으로 밀어던지고, 한겸을 찾았다. 다행히 문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후딱 안으로 잡아 끈 다음에 문을 걸어잠궜다. 이 중에 범인이 없다면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저기 반대편의 문 뿐이다. “아 이런, 황 숙수….”, “아시는 분입니까?” 깅현은 납검을 하고 시신으로 다가가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당연하게도 심장은 전혀 뛰지 않는다. “두 분은 문 옆에 계십시오. 누가 열려고 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뜨고 있는 눈으로 잠금장치부터 찬찬히 확인한 한겸이 강현의 질문에 답했다. “동궁 숙수입니다. 제가 이연 마마님의 스승이기에 그의 음식을 꽤 자주 먹었습니다. 지금 지소 공주께서 임신 중으로 궁에 온 김에 먹고 싶었던 밀사빙蜜沙氷을 청했고, 폐하께서 얼음을 허하셨기에 지금 받으러 오던 중이었습니다. 날이 더워져 조금이라도 덜 녹은 상태로 주고 싶어 야참으로 청했는데….” 강현은 두리번거리며 얼음을 찾았다. 시신 옆 탁자에 갈린 얼음이 반쯤 녹아 물이 된 나무사발이 있고 그 옆에 아이 머리
최신 업데이트 : 2026-09-1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