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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철향: Chapter 61 - Chapter 70

122 Chapters

철향鐵響 六十一

”은신술 배우는데 오래걸리나?” 옷을 대충 입기에 순식간에 입은 도라가 귀를 붙잡고 있는 강현의 앞으로 왔다. 평상에 걸터앉아 눈을 내리깔고 있다. 정수리에 하나로 올려묶은 머리채가 말총처럼 흘러내려와 있다. 뭐 이것도 나쁘지 않다. 두상도 동그라니 예쁘니까. “사람마다 다르지. 근데 넌 좀 힘들텐데……. 존재감이 너무 커.” “생긴 거 때문인가. 그런 거라면 너도 꽤나 튀는데.” “으음. 외모랑은 다른건데. 넌 눈을 끌지만 난 딱히 기억에 남는 외모는 아니야. 금발에 파란 눈이지만 그거 말고는…. 그려보라면 썩 닮게 그려내진 못할껄?” 강현이 고개를 들어 도라를 바라본다. 도라는 깊고 검은 눈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 시비 잘 붙지?” 강현의 한쪽 입꼬리가 씰룩 올라간다. “젠장. 나도 알아, 안다고. 좆같이 만만하게 생겼으니까.” “그게 아니야. 무시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그냥 지나가면 괜히 지는듯한 기분이 들거든. 나처럼 약해보이고 만만해보이면 개무시를 하지 시비를 왜거냐? 개는 무서울 때 짖어. 손 좀 치워봐.” 강현은 잠시 도라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물끄러미 바라보다 귀를 강하게 누르고 있던 손을 내렸다. 굳어지기 시작한 피가 진득히 묻어나며 피칠갑을 한 귀를 드러냈다. 그래도 지혈은 되었다. 깊게 베지 않았음에도 끝이 살짝 벌어져 있다. 도라는 수건을 적셔오지 않고 강현의 젖은 비단옷을 가져와 피를 살살 닦아냈다. 강현은 별말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안에 입는 옷이라 얼룩이 생겨도 상관은 없다. “꿰맬래?” “아니. 뭐 이정도 가지고.” 손으로 만져봤기에 상처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안다. 어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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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六十二

”안내해.” 도라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강원을 쳐다봤다. 강원은 동생을 잘 추슬러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 것처럼 만들어놨다. 아직 강현의 눈은 감겨있다. 도라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인상을 구겼다. “형제 맞네.” 형제가 아주 명령질이 습관이다. 그러나 강현이 아닌 저쪽의 명령은 거절이다. 어차피 형이 데리고 가는 것이니 별일 없을 것이다. 슬쩍 몸을 물리는데, 발목에 무언가 차르르 걸린다.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균형을 잡고 발을 내려다보니 왼 발목에 이절곤이 걸려 있다. 고개를 휙 돌려 강원을 바라본다. 이쪽을 향해 한쪽 발을 쭉 뻗고 있다. 보아하니 강현의 허리에 있던 이절곤을 뽑아 발로 차서 여기로 날린 것이다. 제대로 쓰는군. 도라는 피식 웃었다. 이절곤이나 삼절곤은 본래 달리는 말의 발을 걸기 위한 무기다. 나를 말 취급을 해주시니 황송하다고나 할까. ”이렇게 쉽게 내어주고 간다고? 내가 강현의 형이 아니면 어쩌려고 이러지?” “이야. 어느 장단에 놀아나야 천치 소리를 면할까나. 댁이 직접 강현네 형이라고 나불거렸잖아. 내 옆의 예쁜이 이름도 알고, 세검을 쓰는 인간은 흔치 않고, 형제라면 같은 무공을 익혔을 거고.” 도라는 몸을 숙여 발에 걸렸다 바닥에 떨어진 이절곤을 주워 강원을 향해 던졌다. ”흐음. 그리고 동생만 못하지만 닮긴 닮았고. 궁 안에서 무기를 써도 되는 신분이라면 강현을 맡겨도 되겠다 싶었을 뿐이야. 내 이름은 도라야.” 이절곤을 가볍게 받아 든 강원이 고개를 까닥했다. “네가 게으른 칼이군. 내 아우를 데려가려던 곳이 있을 거 아냐.” “그저 저기 앞에 있는 의방에 눕혀두려 했을 뿐이야. 편히 자라고.” 강원은 고개를 한 번 젓고는 도라에게만 들리게 작고 빠르게 속삭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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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六十三

뒷골이 어찔어찔해진다. 조금 더 일찍 갖다줬어야했나. 재료를 구하고 만드는데 시일이 조금 걸렸다. 손을 단단히 말아쥐고 동생의 명치를 강하게 내려쳤다. 갑작스러운 폭행에 보고 있던 도라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했으나 제지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더 자극하지 않기위해 얌전히 있을 뿐이다. “켁!! 커컥! 컥!” 몸을 접으며 일어난 강현이 배를 양팔로 감싸며 기침과 헛구역질을 해댔다. 한참을 들썩인 후 간신히 떠진 눈꼬리에 눈물이 작게 맺혀있다. 강현은 큰 눈을 끔벅이며 눈물을 털어내고 강원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너른 방 안에 등잔을 하나만 켜두어 어슴푸레하다. 어둠에 잠긴 형의 잔뜩 구겨진 낯짝이 낯설다. 그러나 형의 소리는 확실하다. “형 나 미칠 거 같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약한 소리에 강원은 얼떨떨해졌다. 그러나 더 놀란 건 입 밖으로 꺼낸 강현이었다. 스스로도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도라가 지척에 있는 상황이다. 뱉자마자 주워담고 싶어졌다. 궁에서 말조심하라던 형이 뺨이나 후려갈겨줬으면 좋겠다.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됐어. 잊어.” 서둘러 수습하는 말을 뱉어낸 강현은 헐벗은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쓸어내렸다. 형에게 맞은 배는 아직 욱신거리고 속은 울렁거렸지만 더 다친 부분은 없어보인다. “차라리 따귀를 날리지.” 저고리에 팔을 꿰어 넣으며 강현은 궁시렁댔다. “뭘 잘못 먹었거나 마셨겠거니 했지. 물이라도 토하라고.” 강원은 문쪽을 슬쩍 바라보고는 흩어진 옷가지를 모았다. “설마 독살에 예민한 궁에서 약을 쓰는 멍청이가 있을 거라곤 짐작도 못했다.” 강현은 바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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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六十四

”설명해.” 도라의 말끝을 물고 무뚝뚝한 강원의 목소리가 둘 사이를 갈랐다. “왜 미치겠는지 설명해. 저 새끼가 해결 가능한거라면 값을 더 치르지.” 강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본래 형이랑 상의하고 싶었던 것은 이게 아니었다. 그러나 도라가 있는 상황에서 민하 얘기를 하기도 껄끄럽다. ”흐으. 쥐새끼가 없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바라보는 형을 무시하며 천장을 바라봤다. “여긴 쥐가 달리는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아침을 깨우는 참새 소리도, 하물며 개미가 갉는 소리조차 없어.”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듣는 소리다. 그러나 안들리면 안들리는대로 신경쓰지 않을 소리다. ”삭막해도 이렇게 삭막할 수가 없어. 너무 조용해서 사람이 내는 소리만이 빗소리처럼 사방에서 내리 꽂혀. 형, 형도 알잖아. 인간의 소리는 모두 의미가 있어서 너무 힘들어.” 와아. 전혀 모르겠다. 도라는 눈만 끔벅일 뿐이었다. 임무를 마치고 빛무리를 삼키며 겨우 잠들었을 때, 바로 옆에서 쏟아지는 코 고는 소리와 이 가는 소리는 충분히 거슬리는 소리였다. 그러나 의미가 있는 소리는 아니다. 아, 비강이 허약하고 하악이 맞물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나? 알면 알수록 강현의 청력은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만 알게된다. 그리고 보아하니 강현의 형도 그와 엇비슷한 청력을 가지고 있나보다. 눈머리를 꼬집고 있는 강원을 바라본다. 흐음. 저러고 있으니 강현과 닮은 하관이 눈에 콕 박힌다. 얄쌍한 턱 위에 위치한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열린다. “후우. 궁에 둘러쳐진 진법 때문이야. 그래도 사람이 들고 드나드는 건 가능하니까. 다음에 올 때 여치집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가져올게.” 에잇, 그래도 취향이랑은 멀다. 나보다 고운 사내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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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六十五

”마침 설화궁에서 폭죽을 한참 가지고 놀고 왔답니다. 오늘 형님이 여를 불러주지 않아 아주 서운하던 참이었습이다. 다음에 그리 재미난 것이 있거들랑 꼭 불러주십시오.” “꼭 그리하겠습니다.” 강원은 피로감에 서둘러 돌아가고 싶었다. 답이 짧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휘운은 다시금 말을 걸었다. “볼수록 신묘합니다. 형님도 혹시 하백이 보이십니까? 나이도 그리 많지 않으신데, 어찌 그런 엄청난 것들을 만들어내시는 건지.” 강원은 글러먹었다 생각하며 다리 난간을 툭툭 쳤다. 그리고는 휘운에게 웃어보이며 난간다리 사이로 두 다리를 쭉 빼고 앉았다. 휘운은 그 모습을 보고 해맑게 웃으며 마찬가지로 난간 밖으로 다리를 빼고 앉았다. 교교한 달빛이 강물 표면에 은사를 구불구불 뻗고 있다. “하백이 보인다는 게 전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 열넷이 되었을 때부터 두어 해를 장강 위에서 보냈습니다. 강물을 오가는 상선 위에서 호위와 경계를 맡았었지요.” 휘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헤벌렸다. 강원은 마주 보는 상태 그대로 휘운의 표정을 따라해보였다. 휘운은 그걸 보고서도 눈치채지 못하다가 뒤늦게 깨닫고는 배시시 웃었다. “형님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전 배에 오른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데, 그 위에서 일을 하시다니요. 상선이라는 것은 사람이 몇 명이나 타는 것인지요?” “음. 사람만 탄다면 서른 명 정도는 거뜬히 탑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타는 데 가라앉지 않습니까?” “하하. 그래서 도사가 한 명씩 꼭 타지요. 물귀신을 부려 가라앉지 않게 만들려고요.” “정말입니까? 그런 도술이 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강원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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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六十六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강이 흐르는 서궁으로 발이 향합니다. 이는 제가 현명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형님을 보고 희망을 품었습니다. 하백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도 뛰어나시니까요. 그 나이에 이토록 이룬 것이 많은 이는 인재가 모여드는 궁 안에서도 보기 드뭅니다.” 어느새 돌아온 맑은 회색눈을 보며 강원은 겸연쩍게 웃었다. “마마님 전 그리 똑똑하지 않습니다. 음, 그래요. 저도 강이 가르쳐줬습니다. 장강에는 전국을 넘어서 전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몰려들지요. 궁처럼 뛰어난 이만 오는 것도 아니고 어중이떠중이 다 몰려듭니다. 전 그 속에서 얌체같이 취할 것만 쏙쏙 골라 이득을 챙겨 희희낙락하고 있을 뿐입니다.” 강원은 입술을 우물거리다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다 토해내는 날인가보다. 더이상 머리를 굴리기가 버거웠다. “전 어릴 때 창산에서 수련을 했습니다. 그래서 연단술의 기본은 알고 있었지요. 장강을 건너기 위해 아래에선 해남파부터 위에선 공동파 도사들까지 찾아옵니다. 그들 모두 만들고자하는 영약이 있지요. 그 재료를 찾아 떠도는 것이고요. 전 그들이 하는 얘기를 잘 들어뒀다가 귀향한 뒤 화약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중간에서 이쪽저쪽 언질을 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면 그들 모두 이를 수 있는 길이었는데, 그러지 않았지요.”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언제나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해왔다. “사기꾼 같지 않습니까?” 휘운의 손이 강원의 뺨에 닿았다. 주희와 달리 서늘하다. 냉랭한 기운이 뺨 속으로 스며들더니 머리를 쨍하니 울렸다. “그리 사람이 많이 드나다는 곳이라면 그 위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았겠지요. 그러나 모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화약을 성공시킨 이는 오로지 형님뿐입니다. 궁 안에도 많은 인재가 모이지만 무언가 해내는 이는 그 중에서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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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六十七

점창파 장문인은 다급히 전령을 파견했고, 두 명의 도사는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강씨 가장의 답을 갖고 돌아왔다. 고향에서는 볼 수 없는 뽀얀 입김이 신기해 하아하아 상냥한 숨을 거듭 내쉬던 꼬마는 그렇게 점창파의 수련사가 되었다. 고요한 산문에서 첫 잠을 청하던 날 아버지가 왜 현이를 여기로 보내려 하셨는지 알게 되었다. 공기가 차가우면 소리도 가라앉는 걸까. 세상이 침잠했다. 수련을 마친 도사들이 내는 들끓는 신음 소리와 남정네들의 애끓는 욕망의 소리가 이곳에도 차고 넘쳤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오입질하는 소리는 없었다. 형제 중에서도 유독 아버지를 닮아 귀가 밝은 현이를 조용한 곳으로 보내고 싶었던거겠지. 그렇게 오 년을 보내고 자신을 진산제자로 올리길 원하는 장문인의 청이 담긴 서찰을 들고 고향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머물러 버렸다. 아버지는 그때도 별말 없으셨다. 한 걸음 내딛는다. 나는 언제나 걸어야했다. 아버지의 비호 아래 말끔하게 자란 동생을 흙바닥에 내동댕이 칠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천지에 나 하나 뿐이었다. 점창파에서 배운 무공을 모두 쏟아부어 가르쳤다. 육체는 나이에 맞는 밀도가 있고, 동생과 차이가 크지 않은 나는 가장 적절한 강도로 가르쳐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새붉은 눈은 강현만을 쫓았다. 젖살이 빠져나가며 길쭉하게 자라던 매령은 나를 믿으면서도 현이 다칠까 잘못될까 걱정을 멈추지 않았다. 땀을 닦아주는 황금빛 손길이 내게 향하는 일은 실수로도 없었다. 두 번째 걸음부터는 달릴 수 있다. 온몸의 근육이 익숙한 흐름을 따라 부풀리고 수축하며 관절을 꺾고 펼친다. 바닥에 힘이 강하게 가해질수록 내 몸의 무게감이 사라진다. 삼 년이면 개도 풍월을 읊고, 강현도 쓸만해진다. 아버지는 슬슬 현이를 괜찮은 상단에 보낼 궁리를 하기 시작하셨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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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六十八

도라는 눈이 빠져라 둘의 대련을 바라봤다. 귀한 기회다. 고수는 초식을 넘어선다지만, 대부분은 고수가 되지 못하고 초식에 얽매인다. 앞으로도 용병일을 하며 먹고 살텐데,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고위 장교의 무술을 견식하는 행운을 얻게 되다니. 강현은 여러모로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그런데 쟤는 어떻게 벌써 저걸 익혔을까. 강현이 연무장에 서서 처음 펼친 것은 창술이었다. 뒤를 전혀 돌아보지 않는 창술에 제인이 흥미를 보였고, 뒤에서 구경하던 금군이 군역을 치를 때 기본으로 배우는 창술이라고 알려줬다. 여러 명이 나란히 서서 진을 치고 펼치는 창술이기에 앞과 좌우만을 지킨다. 설명해준 금군이 강현의 창술은 표본처럼 깔끔하다고 평했다. 그 다음으로 선보인 세검을 쓰는 검술은 무섭게 찔러대고, 날카롭게 찔러대고, 서늘하게 찔러대서 도라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아, 정말 저 아름다운 검에 제대로 찔려보고 싶다. 의외로 쾌검은 아니다. 제대로 급소만 찌르기 위해 신중하고 강하게 내지른다. 참매가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듯 몸이 자유자재로 꺾일 뿐 검은 일격에 적을 꿰뚫는다. 외려 장검을 들자 속도가 올랐다. 쾌검이라 부를만하다. 특히…. “내려치는 솜씨가 일품인데? 야, 꽃돌이들. 너네보다 빠르지 않냐?” 도라는 금군들의 잡담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와 일치한다. 본인의 힘에 장검의 무게를 더해 내려베기가 말도 안 되게 빠르다. 검을 휘돌릴 때도 관성을 절묘히 사용해 엇박을 만들어내 보는 이의 호흡이 흐트러지게 만든다. 준비 동작의 속도도 미묘하게 다르게 하여 점점 더 벨 때의 속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게 상대방의 시간을 농락해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저건 재능이고, 감각이 특출난거다. “아무래도 매화보다야 매가 더 빠르겄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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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六十九

도라가 도병에 손을 얹으며 달려나가려 하기에 제인은 재빠르게 도라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도라와 사룰 공주를 지켜보다보니 이런 순발력만 는다. “히잉. 나도 아직 못만져본건데.” 제인은 한숨을 쉬며, 손을 앞으로 뻗어 버둥거리는 도라를 당겨 자리에 앉혔다. 어차피 장군에게 대들 생각은 없을 거다. 이렇게 순순히 다시 앉는 걸로 보아 그저 강현 들으라고 하는 얘기와 행동이겠지. 움찔거리는 강현의 팔과 어깨를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며 기건은 감탄을 내뱉었다. “차돌처럼 단단하군. 보통 사람은 이정도가 되기 전에 근육이 괴사를 할텐데.” 기건은 강현을 놓아주고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장검을 주웠다. 검날을 대충 훑어봐도 엉망인게 보인다. “야아, 이거 누가 갖다준거니? 애새끼나 쓰는 장난감도 아니고. 소우한테 말해둘테니까. 장검 하나 받아가라. 넌 장검도 같이 쓰는 게 낫겠어.” 강현은 다행이라 여기며 바닥의 응안검을 주워 허리에 찼다. 강원이 무슨 생각인지 자기 검을 주고 내 검을 가져갔다. 그래서 소우 장군에게 상한 검을 바꿔달라 하며 매령의 일에 대해 고할 기회를 잃어 난감하던 차였다.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강현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중하게 군례를 올렸다. 다른 금군 후보들은 하지 않은 행동이다. 기건은 이미 금군인양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강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서궁에서 금군 후보들의 기량을 파악하는 동안, 목련궁에서는 간택자들에게 궁정예절과 법도에 대해 가르치고 있었다. 해가 떨어질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는데, 강당에 자욱한 어둠이 내렸다. “오늘은 이만 하지.” 여인 뿐만 아니라 사내 중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거칠고 탁한 목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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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七十

매령은 옆에 선 사룰 공주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극도로 차분하게 꾸미고 섰다. 가르마를 타 매끈하게 넘긴 머리는 긴 비녀 위에 양쪽으로 가체와 함께 가지런히 널려있고, 본래도 하얀 얼굴은 창백할 정도로 희게 발려있다. 선을 선명하게 따서 바른 입술연지라던지 완벽한 대칭으로 그려진 둥근 눈썹까지. 장인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로 만든 인형같다. 다소 과감히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차분하고 정중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래서 매령도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반대로 민하는 신기해하고 재밌어했다. 질문도 많았고 한 번 더 봐달라는 청도 스스럼없이 하였다. 애초에 귀비가 다스리는 목련궁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일까. 나중에는 너무 맹랑하지 않은지 보는 사람이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귀비는 외로운 사람이다.” 사룰 공주가 대뜸 한마디를 하더니 매령이 뭐라 답하기도 전에 앞으로 걸어갔다. 그 앞에는 사룰 공주의 호위가 큰 우산을 들고 서있다. 불타는듯한 적발이 비에 젖어 검은 우비 위로 피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그의 청명한 녹빛 눈은 한결같이 사룰 공주만을 쫓는다. 그리고 우비에 삿갓까지 챙겨써서 금발이 간신히 보이는 벽안의 사내가 아는 척 인사를 한다. 이 사내는 언제부턴가 나를 볼 때마다 꼬박꼬박 인사를 건넨다. 그들 너머 나의 호위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역시나 접히지 않는 큰 우산을 들고 있다. 사룰 공주의 호위가 든 우산은 우산살 사이를 목련을 상징하는 자색과 흰색이 번갈아 채우고 있건만 툴가가 들고 있는 우산은 은색과 청색이다. 비에 젖지 않게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리니 바트가 발 앞에 나막신을 내려놓았다. “고맙군.” “설화궁을 나설 때 황녀가 챙겨준 것이다.” 이들은 제국어를 잘 모른다는 핑계로 반말을 마구 섞어댄다. 마음대로 하라지. 나 역시 똑같이 맞받아주면 되니 차라리 편하다. 돌아가거든 주희 마마께 꼭 감사 인사를 드려야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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