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후, 로제린이 기대하는 그날이 왔다. 황제의 주방은 언제나 다름없이 분주했다. 로제린은 아드리안의 별채에서 시녀 복을 걸친 채 나와 약속된 장소에서 독약을 전달했다. 햇살이 방 안으로 길게 들어와 바닥을 따뜻하게 비추는 너무나 좋은 날이었다. 그녀는 곧 들려올 황제의 죽음의 소식을 기대하며 손가락으로 창틀을 쓸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 모든 것이 곧 자신의 손아귀에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니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아드리안은 그녀에게 모든 걸 맡기고 의지하고 있다. 그는 본인의 근무를 하러 나간 뒤였으나 은근히 오늘을 기대하는 듯했다. 로제린은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시녀 복을 입고 별채를 나와 다른 시종과 시녀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섞여 다닐 수 있었다. 얼굴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덕분에 자유롭게 말이다. 그 덕에 누구보다 황궁 내의 소문을 빠르게 들을 수 있었다.그녀가 약을 전달하고 반나절쯤 지났을 때였다. 엘레노어가 식사를 가지고 가는 뒷모습을 지켜보고 조금 지난 뒤였다. 황제의 침실에서는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곧 시종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경비들의 발걸음 소리가 요란해졌다. 로제린은 복도 한쪽 기둥 뒤에 몸을 숨긴 채 웃음을 참고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으로 의사를 찾고 있었고,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의사!!! 의사를 부르게!""폐하! 정신 차리세요, 폐하!"엘레노어의 목소리가 문밖으로 들려올 때쯤, 로제린은 모든게 자기 뜻대로 되었으리라 짐작했다. 그리고 가벼운 걸음으로, 별채로 돌아왔다. 황제의 공식적인 사망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소문은 빨랐다. 황제가 다시 정신을 잃었다는 것.처음에는 "잠시 기운이 떨어지셨다."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상황은 심각해졌고, 결국, 테오도르까지 입궁하게 됐다. 의사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가까운 친인척인 테오도르, 아드리안, 엘레노어는 황제의 침실에서 나오지 못했다. 황제의 침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으며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하게 제한이 되었다.
Last Updated : 2026-10-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