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숙부의 아내가 되었다.: Chapter 21 - Chapter 30

65 Chapters

(21) 황제의 진노

시종의 다급한 외침에 놀이방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엘레노어는 엘레나를 안은 채 몸을 일으켰고 분위기가 바뀐 걸 눈치챈 루미아가 그녀의 치맛자락을 꼭 붙잡았다. 에단은 말없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황제의 건강이 좋아진 일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녀의 계획에 반드시 좋은 일이라고 할 수 는 없었다. 아드리안이 먼저 불륜을 저지른 건 맞지만, 그녀 또한 황제, 시아버지의 동생이자 남편의 작은아버지와 잠자리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더구나 그녀의 계획은 남편을 폐위시키고 숙부인 그를 다음 황제로 세우는 것이니 말이다."폐하께서...정신을 차리셨단 말이냐?""예. 비전하."시종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엘레노어는 침을 한 번 삼키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 상태는 어떠신가?""의사들 또한 거의 기적이라 하고 있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상태가 꽤 좋으셔서 그런지 비전하랑 아기씨들을 찾으셨습니다.""그래…. 가봐야지. 지금 가보지."그녀의 말에 치맛자락을 붙들고 서 있던 루미아가 고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어머니. 할바마마께서 깨어나신 건가요?""그래. 너희를 많이 보고 싶어 하시니 어서 가보도록 하자꾸나."엘레노어는 루미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에단을 바라보았다. 에단은 뭘 알겠다는 건지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시종은 앞장섰다. 엘레노어도 아이들을 데리고 그 뒤를 따랐다. 황제의 침소로 향하는 발걸음에 흔들림은 없었으나 약간의 망설임은 담겨있던 것 같다. 며칠간 앓아누운 탓에 몸이 무거웠지만 지금이야말로 황태자비로서의 체통을 지키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였다. 침소 문은 열려있었고, 의사와 몇몇 시종들이 바삐 드나들고 있었다.침대 위에는 오랜 시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황제가 파리한 안색이지만 밝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 채 앉아 있었다. 그러나 생산하게 살아있던 눈빛은 엘레노어와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그곳으로 향했다."오오…. 우리 손주들이 아니냐? 황태자비까지."그는 진심으로 기쁜 듯 손주들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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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해로운 핑크

로제린이 끌려 나간 뒤 황제는 긴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몸을 기댔다. 갑자기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엘레노어를 바라보며 말했다."엘레노어. 아드리안과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 이 늙은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네게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그래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확실히 보여주고 갈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엘레노어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네…. 폐하. 부디 건강에만 힘쓰시옵소서.""그래. 내가 항상 네게 미안하구나."그녀는 예를 갖추고 아이들과 함께 침소를 나왔다. 아드리안은 아직도 바닥에 고개를 쳐박은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침소를 나오자, 뭔가 집어던지고 깨지는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황제의 분노가 아드리안에게 폭발한 듯싶었다. 조금 고소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이미 그녀의 마음은 진작에 그에게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엘레노어가 아이들과 복도를 지나고 있을 때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멀찍이 시종들에게 끌려가는 로제린이 보였다. 그녀는 악다구니를 쓰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엘레노어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동자에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데 대한 수치와 공포, 그리고 살기마저 어려 있었다.엘레노어는 걸음을 멈추고 아이들과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더 악에 받친 로제린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거만 없어지면 되는 거잖아."황제가 살아있는 이상 애첩조차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종들에 의해 억지로 마차에 구겨 넣어지면서도 그녀의 머릿속은 이 생각으로 가득했다. - 황제만 사라지면 된다.황제가 죽어 없어지면 아드리안은 자신을 다시 궁으로 부를 것이고 그럼 눈치 보지 않고 그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가 이혼하겠다고 해도 누구도 방해하지 못할 것이고 말이다. 더구나 황제는 엘레노어를 총애하고 있으므로 더더욱 제거하는 쪽이 맞았다. - 황제가 사라지면…. 난 황후가 될 수 있어.로제린은 입꼬리를 천천히 올려 웃었다. 황제를 제거하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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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핑크빛 독약

로제린은 느릿하게 일어나 망토를 어깨로 미끄러뜨렸다. 여관에서 가져다준 얇은 천으로 된 실내복이 드러나자 어스름한 조명 아래 그녀의 육감적인 몸의 곡선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보 길드원은 침을 한 번 삼키더니 입술을 핥으며 낄낄대며 말했다. "나쁘지 않은데? 키킥. 선불이야 후불이야?"로제린이 입꼬리를 올리며 나른하게 속삭였다."당연히 후불이지...원하는 걸 해주면…. 한 번 줄게."그녀의 몸을 훑는 눈이 분주해졌다. 이미 보석도 듬뿍 받았겠다 후불로 이런 몸까지 취할 수 있다니 나쁜 제안은 아니다 싶었다. 로제린은 테이블을 돌아 그의 앞에 다가가 기대어 섰다. 그리고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안쪽으로 타고 올라가며 바지 안쪽에 있을 그것을 노리듯 쓸어내렸다."내가 원하는 걸 가져다주고...황태자궁에 들어갈 길만 열어주면 돼."그녀는 몸을 기대 그의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그의 것을 부드럽게 훑어내렸다."그거면 충분해."남자의 숨이 점점 거칠어지자 로제린은 손을 떼고 그에게서 멀어졌다."거래는 후불. 오늘 저녁까지 약을 가지고 내가 묵고 있는 여관으로 와."그녀는 다시 망토로 몸을 감싼 뒤 서둘러 길드를 빠져나왔다. 등 뒤에서 남자가 작게 욕설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쫒아올까 빠른 걸음으로 여관에 다다른 그녀는 침대에 드러누워 그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몸이 달았는지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꽤나 다급한 그 발소리는 노크도 급하게 했다."...꽤나 급하네."로제린은 일부러 느릿하게 일어나 문으로 다가가 잠금쇠를 건 채로 문을 살짝 열었다. 아까의 그 정보길드 사람이었다. 그는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의 얼굴 앞에 작은 약병 하나를 흔들어 보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닮은 분홍빛 액체가 들은 병이었다. "확실해?""일단 들여보내 주고 말해. 황태자궁에 들어가는 루트까지 안내해 주지."- 찰칵로제린은 문을 열고 그를 들여보냈다. 그는 신이 난 표정으로 품 안에서 작은 상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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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핑크빛 올가미

이제 남은 건 보석 몇 개와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뿐이었다. 육체를 미끼로 내던지면 정보 길드원처럼 천한 것들은 잔뜩 세우고 달려들며 한 번 해보겠다고 난리를 친다. 무술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닌 그녀가 밑바닥에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수단인 몸과 말, 그리고 상대의 욕망을 자극하는 기술은 언제나 충분했다. 적어도 대공비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황태자비를 꿈꿀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든 것 또한 그녀의 빛나는 미모와 망가지지 못해 안달인 아드리안의 욕망을 자극한 덕분이었다. 그녀는 이런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엘레노어, 그 여자는 달랐다. 자신과 나란히 서면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 자신이 황실 정원에 핀 화려한 장미라면 그녀는 꽃다발을 장식하는 다른 작은 꽃이나 풀잎에 가까웠다. 그러나 황제는 그녀를 총애했고, 황궁의 시녀, 시종들도 그녀에게 존경을 표했다. 자기 남편인 테오도르 또한 그랬다. 아드리안도 자신을 애첩으로나 여겼지. 그 이상은 아직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황제와 엘레노어...둘 다 처리할 거야. 그리고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할 거야. 누구도 그년을 찾지 않게 만들어 주겠어."로제린은 자신의 신분에 대한 열등감인 건지, 아니면 미처 차지하지 못한 다른 남자들의 시선과 욕망에 대한 욕심인지 모를 다짐을 하며 자정이 되길 기다렸다. 보름달이 높이 뜬 밤, 자정이 가까워지자 로제린은 여관 문을 나섰다. 골목을 따라 익숙한 황궁 가까이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그녀는 적막한 골목을 걸으며 혹시 모를 주변을 살피며 경계했다. 약속한 장소에는 아까의 그 익숙한 얼굴, 정보 길드원이 나와 있었다. 달빛에 비치는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로제린을 굉장히 반기는 눈치였다."왔군."남자가 먼저 로제린을 알은체했다. 그녀는 말없이 그의 앞에 섰다. 그는 주변을 한 번 살펴보고는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시종이 곧 문을 열 거야. 들어가서 바로 왼쪽 복도를 따라가면 황태자궁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어. 경비교대 시간이라 비어 있을 거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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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악어의 눈물

로제린은 아드리안을 끌어안은 두 팔에 힘을 주었다. 그의 몸은 술로 데워져 있었고 아래쪽은 그녀의 허벅지를 찌를 만큼 단단해져 있었다. 그녀는 그의 등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속삭였다."하루가 백년같았다니…. 정말 로맨틱하네. 상을 줄게요. 황태자 전하."아드리안은 나른한 그녀의 음성에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입술을 건드리는 낭만적인 절차 따위 없는 오직 혀와 혀만이 얽히는 걸쭉한 키스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얇은 겉옷을 벗겨버리고 꿈에 그리던 풍만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아드리안은 입술을 떼고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을 떴다. "아드리안...어서 빨아줘."로제린이 젖은 목소리로 자신의 가슴을 내밀었다. 아드리안은 짐승 같은 숨소리를 내며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부드러운 살이 얼굴을 감쌀 정도로 풍만한 로제린의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아이가 젖을 찾듯 빨아대기 시작했다. "만지고 싶었어…. 이거.""하아...아드리안 조금만 살살..."아드리안은 로제린의 애원 아닌 앙탈을 무시하고 그녀의 가슴을 움켜쥔 채 유두를 혀로 굴려댔다. 로제린은 그 움직임에 허리를 튕기며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허벅지로 그의 허리를 감아 당겨 그의 욕망을 부채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아아! 좋아! 더! 더 빨아 줘."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가슴을 한 대 모아 보이며 엉덩이를 움직여 그의 것에 문질렀다. 속옷을 진작 벗어서 없었던 건지 벗어버린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이미 축축하고 뜨거운 그곳은 아드리안의 바지를 적시고 있었다. 로제린의 적극적인 반응에 아드리안은 거의 미친 사람처럼 더욱 거칠게 굴었다. 그녀의 가슴을 한데 모아 입술에 양쪽 유두를 물고 빨아댔다. 로제린이 가장 많이 좋아하는 것이었는데 양쪽 가슴이 찌릿찌릿하며 아랫배까지 저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녀는 허리를 튕겨대며 자지러질 듯 교성을 질러댔다.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이 저절로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하앙...아드리안. 좋아. 좋아...여기…. 넣어줘 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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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왜 갑자기 울고 그래?"그녀의 눈물에 당황한 아드리안이 외쳤다. 로제린은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더니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아니야...그냥...지금 이 순간이 너무 꿈같아서. 황제 폐하께서 아시면 난 또 쫓겨나겠지?""아니야. 이번에는 달라. 그런 일 없게 할게.""하지만...아드리안 그 때 많이 혼났잖아."아드리안은 황제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무릎을 꿇고 있을 뿐이었다. 심약한 그는 테오도르에게도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했고, 황제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로제린의 말은 아드리안의 깊은 곳 열등감을 자극했다.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그래서 말인데."로제린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말했다."황제 폐하께서 건강이 안 좋으시니 곧 돌아가시지 않을까?""...잠시 회복하시긴 했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시니...""...빨리 우리 둘 만 남았음 좋겠다."그녀는 손톱으로 아드리안의 가슴을 간질이며 말했다. 아무리 머리가 나쁜 아드리안이라도 그녀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그렇게 되면…. 난 맘 놓고 네 옆에 있을 수 있는데…. 황태자비 눈치 안 봐도 되고. 네 뜻대로 할 수 있잖아. 안그래?""...좋은 생각이라도 있어?"열등감 덩어리인 아드리안에게 아버지인 황제의 훈계와 그 상징과도 같은 엘레노어는 이제 로제린과 자신을 방해하는 방해물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이 제국 최고의 자리인 황제에 오르면 그 두 사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서둘러 처리해야겠다는 패륜아 적인 생각에 도달한 것이다. 그것도 숙부인 대공의 아내인 로제린 때문에 말이다."난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로제린."그는 로제린의 손을 잡고 입 맞추며 속삭였다. 본인 생각에는 자신들이 굉장히 로맨틱한 장면일지 모르나 그저 패륜적 범죄를 공모하는 불륜 남녀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건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로제린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해준 아드리안의 얼굴을 감싸고 쪽쪽 입맞추었다."...당신이 황제가 되고…. 내가 당신의 옆에 설 수 있는 방법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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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왕이 죽었다.

다음 날 오후, 로제린이 기대하는 그날이 왔다. 황제의 주방은 언제나 다름없이 분주했다. 로제린은 아드리안의 별채에서 시녀 복을 걸친 채 나와 약속된 장소에서 독약을 전달했다. 햇살이 방 안으로 길게 들어와 바닥을 따뜻하게 비추는 너무나 좋은 날이었다. 그녀는 곧 들려올 황제의 죽음의 소식을 기대하며 손가락으로 창틀을 쓸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 모든 것이 곧 자신의 손아귀에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니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아드리안은 그녀에게 모든 걸 맡기고 의지하고 있다. 그는 본인의 근무를 하러 나간 뒤였으나 은근히 오늘을 기대하는 듯했다. 로제린은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시녀 복을 입고 별채를 나와 다른 시종과 시녀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섞여 다닐 수 있었다. 얼굴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덕분에 자유롭게 말이다. 그 덕에 누구보다 황궁 내의 소문을 빠르게 들을 수 있었다.그녀가 약을 전달하고 반나절쯤 지났을 때였다. 엘레노어가 식사를 가지고 가는 뒷모습을 지켜보고 조금 지난 뒤였다. 황제의 침실에서는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곧 시종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경비들의 발걸음 소리가 요란해졌다. 로제린은 복도 한쪽 기둥 뒤에 몸을 숨긴 채 웃음을 참고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으로 의사를 찾고 있었고,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의사!!! 의사를 부르게!""폐하! 정신 차리세요, 폐하!"엘레노어의 목소리가 문밖으로 들려올 때쯤, 로제린은 모든게 자기 뜻대로 되었으리라 짐작했다. 그리고 가벼운 걸음으로, 별채로 돌아왔다. 황제의 공식적인 사망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소문은 빨랐다. 황제가 다시 정신을 잃었다는 것.처음에는 "잠시 기운이 떨어지셨다."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상황은 심각해졌고, 결국, 테오도르까지 입궁하게 됐다. 의사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가까운 친인척인 테오도르, 아드리안, 엘레노어는 황제의 침실에서 나오지 못했다. 황제의 침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으며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하게 제한이 되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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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결심

엘레노어는 황제의 처소에서 가장 가까운 침소에 머물며 초상 준비를 돕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 상복을 갖춰 입고 위엄을 잃지 않은 채 시종들을 지휘하고,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황후의 빈자리를 대신해 모든 황실의 행사를 담당하던 그녀답게 일에는 한 치의 실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달라져 있었다. 한쪽 구석에 모여 수군거리던 시녀들이 엘레노어와 눈이 마주치면 황급히 자리를 뜬다거나, 작은 실수에도 매우 놀라고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곤 했다. 평소 시녀들에게 넓은 아량을 베풀던 그녀이기에 이런 반응은 이상한 일이었다.그들은 전부 고개를 숙인 채 재빨리 엘레노어와의 자리를 피했다. 그녀는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며 어느새 이상함을 감지했다."...황제폐하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그렇겠지…. 그럴 거야."그녀는 애써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려 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점점 더 명확해졌다.황제의 측근과 대신들이 공식적으로 엘레노어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가 점심 수발을 들던 것은 궁 안의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다. 황제가 숨을 거둔 그날에도 점심 수발을 든 것은 엘레노어였고, 수시로 황제의 처소를 드나들며 그의 수발을 든 것도 엘레노어였다. 평소라면 모두의 귀감이 될 이 행동이 지금은 다른 의도로 해석이 되고 있는 것이다.거기다 아드리안의 지시도 한몫했다."가장 황제 폐하를 가까이에서 모신 자들부터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떤 지위의 사람이든 상관없다."어떤 지위도 관계없다는 건, 결국 엘레노어를 수사망에 올려두겠다는 이야기였다. 아드리안에 대한 큰 기대가 남아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는 다시 그에게 큰 실망을 했다. 그러나 실망과 슬픔에 머물러 있기엔 모든 사건이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매일 점심은 엘레노어 마마가 챙기셨잖아?"복도를 지나던 중 조문차 방문한 귀부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들은 그녀가 지나가는 걸 알아채지 못했는지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상태 좋아져서 집무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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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지켜야 할 것.

테오도르는 엘레노어의 손을 놓지 못하고 한참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의 눈물이 그의 손등을 적시는 감각이 느껴지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극한의 스트레스로 그녀의 체온이 평소보다 낮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할 테니…. 조금만 버텨 주십시오."]엘레노어가 눈물 젖은 눈을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 테오도르의 은발이 달빛에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평소의 온화함 대신, 뭔가 결심한 듯한, 차갑고 단호한 느낌이 서려 있었다."제가 직접 조사하겠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평소처럼 주방에서 바로 침실로 왔는데 갑자기 독극물이라니요. 이건 뭔가 있습니다. 아드리안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벌인 일일지도 모릅니다."그는 황궁에서 쫓겨난 뒤 소식이 끊긴 로제린에 대한 언급을 애써 삼켰다. 증거부터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녀가 정말로 황제의 시해에 관여했다면 레온의 어미이더라도 엄중히 처분해야 할 일이었다."...조사는 신뢰할 수 있는 자들로 다시 구성해서 진행할 겁니다...그러니..."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엘레노어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반드시…. 당신이 이 일과 무관함을 증명하겠습니다. 만약, 그게 잘되지 않더라도…. 나쁜 일은 생기지 않을 겁니다."엘레노어는 말없이 그의 단호한 의지가 서린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그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더 이상 눈물을 내지 않았다. 어쩐지 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테오도르는 그녀의 어깨를 한 번 감싸안은 뒤, 처소를 빠져 나갔다.복도는 적막했다. 상중이기도 했으나 죄인 취급을 받는 엘레노어의 처소 근처에 드나들 간 큰 사람은 없었다. 달빛만이 창을 넘어 그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강한 기시감이 들었다. 아드리안의 별채에 로제린이 있을 것 같았다.테오도르는 발걸음을 돌려 아드리안의 별채 방향으로 향했다. 별채로 가는 길은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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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이혼 바로 재혼

테오도르는 다음 날, 수사를 새롭게 진행했다. 자신의 측근, 믿을만한 사람으로 구성된 수사팀은 아드리안의 별채에 머무르는 로제린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 별채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뭔가 나오리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로제린은 이미 시녀 복을 처분한 뒤였고, 그녀가 황궁을 돌아다닌 증거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별채에서만 지낸 탓에 드레스라던가 외출복 등은 전혀 발견되지 않은 탓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 어떻게 이럴 수가."테오도르는 서류 뭉치를 구기며 말했다. 생각보다 로제린이 치밀하게 준비한 탓에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은 탓이었다. 다만, 엘레노어에게 음식이 담긴 쟁반을 건넨 시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조사 전 스스로 목을 맸다는 점이 새로운 소구점이었다. 시종들은 그녀가 범인이라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분분했으나, 그럼에도 엘레노어에 대한 의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 시녀가…. 뭐 하러 황제 폐하를 그러겠어?""누가 시킨 거 아니야?""아니면 황태자비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거 아니야?"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하던 중, 황제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장례식은 제국의 격식에 맞춰 성대하게 치러졌다. 검은 휘장이 황궁 전체를 덮었고, 국내외 조문객이 끝없이 줄을 이었다. 황족과 귀족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그를 추모했다. 황제의 관이 천천히 인파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동안 궁인들은 고개를 숙였고, 대신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예를 갖추었다. 그러나 그 엄숙함 속에서도 로제린의 시선은 은밀하게 움직였다.황태자 이제 황위 계승자답게 아드리안은 상복을 입고 가장 앞장서있었다. 표정은 슬픔에 찬 모습이었으나, 눈빛은 묘하게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그의 아내이자 황태자비인 엘레노어가 아닌, 검은 옷을 입고 모자를 갖춰 쓴 핑크색 머리의 여성이 서 있었다. 바로 로제린이었다. 아드리안은 이제 로제린을 숨기려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런 자리에서조차 로제린을 엘레노어 대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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