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안 돼요.”서하가 잘라 말했다.“왜요.”“당신이 고를 호텔은 다 해원 거잖아요.”도윤이 잠깐 말이 없었다.“……전부는 아닙니다.”“구청에서 시작했으니까 구청 근처에서 해요. 작은 데서. 사람 스무 명.”“스무 명.”“당신 쪽에서 몇 명 올 수 있어요?”도윤은 계산하는 얼굴이었다. 그 계산이 인원이 아니라 위험이라는 것을 서하는 알았다. 그의 가족이 오는 순간 그가 누구인지 드러난다.“세 명.”“누구요?”“정우석, 배진호 변호사, 아르덴 임재현 대표.”“가족은요?”“할아버지는 병원에 계시고, 부모님은 안 계십니다.”서하는 그 말의 무게를 뒤늦게 알았다. 안 계십니다. 돌아가셨다는 뜻이었다. 그는 한 번도 부모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미안해요.”“물은 게 아니니까 사과할 일도 아닙니다.”“그래도요.”도윤은 대답 대신 상자를 열었다.반지는 화려하지 않았다. 얇은 백금 링 두 개. 안쪽에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왜 비어 있어요?”“새길 말을 못 정했습니다.”“언제 샀는데요?”“구청 다음 날.”서하는 반지를 오래 봤다.“그때 왜 안 줬어요?”“서류 결혼에 반지를 주면 당신이 도망칠 것 같아서.”“지금은요?”“지금은 당신이 도망칠 것 같으면 따라갈 겁니다.”주말은 빨리 왔다.장소는 구청에서 두 블록 떨어진 오래된 양식당이었다. 고은재가 아는 집이었다. 흰 식탁보와 낡은 샹들리에. 하객은 열아홉 명.서하 쪽에는 고은재, 박민지, 한소이와 모이스트랩 직원들, 그리고 유라가 왔다. 유라는 서하를 보자마자 말했다.“영상 보낸 사람이 저예요. 이제야 인사하네요.”“알고 있었어요. 고마워요.”“고마워하지 마세요. 저는 채린이 미워서 보낸 거예요.”“그래도요.”도윤 쪽에는 정우석과 배진호, 임재현이 왔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사람 하나.이민영이었다.혼자였다. 검은 원피스에 화장기 없는 얼굴. 문 앞에서 한참 서 있다가 들어왔다.“성호 씨는 몰라.”“엄마.”“유언장 사진 보낸 거, 후회
Last Updated : 2026-09-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