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 직원이에요?”아침이었다. 이민영은 일찍 나갔다. 요즘 어머니는 서하보다 먼저 일어났다.도윤은 커피잔을 든 채 멈췄다.“출입증 봤어요. 어젯밤에. 재킷 주우다가.”“……그렇군요.”“전략기획실.”“오래된 겁니다.”“얼마나요.”“해원 계열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르덴입니다.”“계열 어디요.”“말 못 합니다.”서하는 파란 노트를 꺼냈다. 펜을 들었다. 한 줄 적었다.“다섯 개 반.”“오늘 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말 안 한 겁니다.”“말 안 한 것도 한 줄이에요. 그건 처음부터 그랬어요.”도윤이 잔을 내려놓았다.“노트, 몇 줄이면 찹니까.”“몰라요. 근데 오늘은 거래하려고요.”“거래.”“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요. 해원 직원이든, 해원 재단 사람이든, 해원 지분을 가진 월급쟁이든.”“……”“대신 하나만. 내 회사에 해원 돈이 들어오는 순간, 계약 끝이에요. 세라온에 해원이 한 푼이라도 닿으면 그날로 이혼이에요. 조건은 내가 정하고요.”도윤은 오래 그녀를 바라봤다.“아르덴 돈도 해원 돈입니까.”“당신 말로는 해원 재단이 출자했다면서요. 그럼 해원 돈이죠.”“그럼 나는 당신 회사에 아무것도 못 넣는군요.”“남편은 넣을 수 있어요. 정규직 전환 심사는 통과했으니까.”그가 웃었다. 짧게.“알겠습니다. 해원 돈은 세라온에 안 들어갑니다. 한 푼도.”“약속이에요.”“약속입니다.”서하는 노트를 닫았다. 그리고 덧붙였다.“당신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다만 지금은 물어도 대답 안 할 거니까 안 묻는 거예요.”“언젠가 물으면.”“언젠가 대답해요. 그때 노트를 버릴게요.”오전 열한 시, 고은재의 전화가 왔다.“서하 씨, 특허청이요.”“상표 나왔어요?”“상표가 아니라 특허요. 다온뷰티가 어제 특허 출원했어요. 세 번째 처방. 발명자 윤채린.”서하는 세 번째 노트를 봤다. 식탁 위에 있었다. 커피 얼룩, 초록 형광펜, 원료 견적서.“제 노트가 여기 있는데요.”“그러니까 다온은 서하 씨 노
Last Updated : 2026-09-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