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결혼식 시작을 십 분 앞두고 윤서하는 신랑 한지훈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와 함께 사라진 사람은 서하의 의붓동생이자 뷰티 인플루언서 윤채린이었다. 가족들은 스캔들을 막기 위해 서하에게 입을 다물라고 했다. 지훈은 서하가 자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녀가 개발한 화장품 특허도, 그녀가 살린 회사도, 그녀가 준비한 결혼식도 곧 자신의 것이 될 예정이었다. 서하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구청으로 향해 지훈과 제출하려던 혼인신고서를 찢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낡은 셔츠를 입은 강도윤을 만났다. “오늘 안에 결혼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도 그래요.”
view more결정문은 화요일 오전에 왔다.고은재가 전화로 먼저 읽었다. 서하는 세라온 사무실 창가에 서 있었다. 박민지가 숨을 멈추고 있었다.“특허심판원 심결. 발명자 정정 심판 청구를 인용한다. 특허 제 몇 호의 발명자를 윤채린에서 윤서하로 정정한다. 이유. 제출된 실험노트 원본, 금고 보관 확인서, 해원리테일 자료 수령 기록, 그리고…….”“그리고요.”“윤채린 본인의 진술서. 본인이 발명자가 아님을 인정함.”서하는 창틀을 잡았다.“권리는요.”“다온뷰티에 남아요. 직무발명이니까. 그건 다음 싸움이에요. 그런데 서하 씨.”“네.”“이름은 돌아왔어요. 세 개 다. 첫 번째, 두 번째는 가처분 때 이미 인정됐고, 세 번째는 오늘. 이제 다온이 파는 제일 잘 팔리는 세 개에 전부 서하 씨 이름이 들어가요. 라벨 뒤에.”서하는 대답하지 못했다.“그리고 하나 더요. 성공보수 조항. 제가 손으로 적은 거 기억해요? 발명자 이름이 회복될 때 지급.”“……네.”“오늘이에요. 청구서는 내일 보낼게요. 작게요.”“작게 보내지 마요.”“작게 보낼 거예요. 이 사건은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대신 다음 사건은 제값 받아요.”“다음 사건이 있어요?”“있죠. 권리. 직무발명. 그건 몇 년 걸려요. 그때는 세라온이 제값을 낼 수 있을 거고요.”“서하 씨?”“……네. 들었어요.”전화를 끊었다. 박민지가 서하를 봤다. 한소이가 건너편 칸에서 블라인드를 올렸다.서하는 울었다.소리 없이, 창틀을 잡고, 서서. 세 권의 노트를 안았을 때 울지 않았다. 세 번째를 찾고 울겠다고 했다. 세 번째를 찾았을 때도 울지 않았다. 할머니의 네 번째 노트를 받았을 때도. 만 개가 팔렸을 때도.지금 울었다.박민지가 다가와 그녀의 등에 손을 얹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소이가 휴지를 가져왔다. 유라가 어느새 와 있었다.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십 분이 걸렸다.서하가 눈을 닦고 돌아섰다.“민지야.”“네.”“다온에 전화해. 라벨 교체 일정 물어봐. 이름 바뀌는 거니
명진 회장의 집은 성북동이 아니라 한남동이었다.문은 작았다. 집은 컸다. 서정구는 현관에서 직접 서하를 맞았다. 육십 대, 큰 키, 큰 목소리.“윤서하 대표. 딸이 하도 얘기를 해서.”“연희 씨가요?”“적인지 아군인지 정하는 데 두 달 걸렸다더군. 그 애가 사람 정하는 데 두 달 쓴 건 처음이야.”저녁은 한식이었다. 서정구는 식사 중에 사업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세라온도, 명진코스도, 해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정세라 이야기를 했다.“이십 년 전에 그 양반이 해원을 돌려세웠을 때, 업계가 뒤집어졌지. 다들 무슨 수로 그랬냐고. 나도 몰라. 그런데 하나는 알아. 그 뒤로 강일호가 정세라 이름을 한 번도 입에 안 올렸어. 이긴 사람 이름은 안 올리는 법이지.”“할머니가 이겼다고 생각하세요?”“회사를 지켰으니까. 사위는 잃었지만.”서하의 젓가락이 멈췄다.“알고 계셨어요?”“업계는 다 알았어. 김재현 연구소장이 그 화재로 죽은 거. 아무도 말을 안 했을 뿐이지.”식사가 끝나자 서정구는 서재로 데려갔다. 바둑판이 있었다. 돌이 놓여 있었다. 두다 만 판이었다.“앉아.”서하는 앉았다. 서정구는 흑돌 하나를 집었다.“강태성이 리테일로 다온을 끌어들였어. 그 양반은 유통으로 세라온을 조르고, 공장으로 조르고, 모델로 조르고. 그 다음은 뭘 조를까.”“사람이요.”“맞아. 사람. 자네 남편.”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자네 남편이 누군지 알아?”“남편이에요.”서정구가 웃었다. 크게.“그 대답, 딸이 말해 줬어. 그래도 직접 듣고 싶었어.”“왜요.”“강도윤이 누군지 모른다면서 그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처음 봐서. 알고 서 있는 여자보다 무섭군.”“무섭다는 게 칭찬이에요?”“바둑에서는 그래.”그가 흑돌을 놓았다. 판 한가운데.“나는 강태성 쪽에 설 수도 있고 강도윤 쪽에 설 수도 있어. 리테일 유통권을 주겠다는 건 강일호가 한 말이고, 강일호는 늙었어. 그 다음 사람이 누구냐가 명진한테는 중요해.”“저한테 그걸 왜 말씀하
유라의 라이브는 이틀 뒤 저녁 여덟 시였다.서하는 세라온 사무실에서 봤다. 박민지와 한소이가 옆에 있었다. 도윤은 집에서 봤다. 그는 유라의 계정을 그날 처음 팔로우했다.유라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 처음이었다.“제안을 받았어요. 큰 회사에서요. 큰돈이었고요. 어떤 제품의 얼굴이 되어 달라고.”댓글이 쏟아졌다.“그 제품에는 이제 발명자 이름이 들어가요. 윤서하. 저는 그 이름이 거기 들어가게 된 과정을 봤어요. 그래서 그 제품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좋은 제품이에요. 그 사람이 만들었으니까.”“그런데 거절했어요.”유라가 화면을 봤다.“이유는 하나예요. 그 회사가 저한테 조건을 걸었어요. 세라온을 제 계정에서 지우라고. 저는 이름 있는 제품만 해요. 그 이름을 지우라는 제품은 안 해요.”라이브는 십이 분이었다. 조회수는 한 시간 만에 이백만을 넘었다.다음 날 해원리테일 쪽 광고 두 건이 유라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유라는 그 사실도 올렸다. 숫자까지.[광고 두 개 떨어졌습니다. 합계 이만큼. 괜찮아요. 저는 아직 세라온 앰배서더고 돈은 아직 못 받았어요.]서하가 유라에게 전화했다.“왜 그랬어요.”“서하 씨가 정하라고 했잖아요.”“……네.”“정했어요. 그리고 하나 더. 앰배서더 비용, 이제 받을게요. 세라온 1호 팔리면 매출의 몇 퍼센트. 선금 없이.”“얼마요.”유라가 숫자를 말했다. 작았다.“그걸로 돼요?”“서하 씨가 저한테 준 건 돈이 아니었잖아요. 저도 그래요.”세라온 1호 2차 예약은 자체 사이트에서 열렸다.사이트는 박민지가 밤을 새워 만들었다. 결제 모듈이 한 번 터졌고 한소이가 새벽에 고쳤다. 유라가 링크를 올렸다.만 개가 이틀 만에 나갔다.서하는 화면을 보며 손을 떨었다. 처음 받는 자기 이름의 매출이었다. 다온에서 육 년 동안 본 숫자보다 작았고, 세림이 제시한 삼 배보다 작았고, 강태성의 삼십억보다 작았다. 그런데 이 숫자는 전부 그녀 것이었다.도윤이 사무실에 왔다. 편의점 커피 두 잔.“축하합니다.”
“넘기게 두면 됩니다.”도윤은 아침에 그렇게 말했다. 정우석에게 했던 말과 같았다.“무슨 뜻이에요.”“할아버지가 작은아버지에게 오 퍼센트를 주셨습니다. 그러면 작은아버지는 그 오 퍼센트로 뭔가를 할 겁니다. 뭘 하는지 보면 됩니다.”“당신은요.”“저도 뭔가를 합니다.”“뭘요.”“공시 나오면 보일 겁니다.”공시는 나흘 뒤에 나왔다.서하는 세라온 사무실에서 봤다. 박민지가 먼저 보고 화면을 돌렸다.해원홀딩스 주식 대량보유 상황 보고. 아르덴캐피털 유한회사. 보유 비율 삼 점 영 퍼센트. 취득 방법 장내 매수. 보유 목적 단순 투자.“선배, 아르덴이요. 남편분 회사.”“아르덴투자가 아니라 아르덴캐피털이네.”“다른 회사예요?”서하는 화면을 한참 봤다.“물어봐야지.”집에서 물었다.“아르덴캐피털이 아르덴투자예요?”“모회사입니다.”“어디 있는 회사예요.”“싱가포르.”“누구 거예요.”도윤이 잔을 내려놓았다.“……실소유주는요.”“지금 말할 수 없습니다.”서하는 파란 노트를 꺼냈다. 한 줄을 적었다. 도윤이 그 줄을 봤다.“그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말 안 한 겁니다.”“말 안 한 것도 한 줄이에요. 처음부터 그랬어요.”“……네.”“세 줄 남았어요.”도윤이 노트를 봤다. 그리고 그녀를 봤다.“세 줄이 차면.”“말했잖아요. 그때 제가 정해요. 남을지, 나갈지.”“……”“그러니까 세 줄 안에 말해요. 아니면 세 줄을 안 채우든가.”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하는 노트를 닫았다. 할아버지와 한 약속이 있었다. 일 년. 묻지 않는다. 그러나 노트는 묻는 것이 아니라 세는 것이었다. 그 차이를 그녀는 지키기로 했다.그리고 식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오늘은 소파입니까.”“아니요.”서하가 의자를 돌렸다. 그를 마주 봤다.“세 줄 남은 날에도 해요. 거짓말 세는 밤에도. 안 그러면 노트가 우리를 갖는 거니까.”도윤이 그녀를 봤다. 오래. 그리고 일어나 그녀 앞에 섰다. 식탁 의자에 앉은 그녀 앞에.“만져도 됩니까.
Reb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