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혼당한 날,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다: Chapter 61 - Chapter 69

69 Chapters

61화 — 들키지 않게

“이사회 다음 날부터입니다.”도윤이 말했다.“할아버지가 쓰러지신 날. 작은아버지가 당신 뒷조사를 시작한 날.”“그러니까 결혼한 지 사흘 만에요.”“네.”“들키지 않게.”“……네.”서하는 식탁에 앉았다. 커피는 마시지 않았다.“계약서 여백에 뭐라고 썼는지 기억해요?”“보호를 이유로 상대의 선택을 대신하지 않는다.”“그 전부터 어기고 있었네요. 쓰면서도.”“네.”“왜 말 안 했어요.”“말하면 떼라고 할 테니까.”“그래서 안 말했다.”“네.”도윤은 변명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묻기 전까지는 말하지 않고, 물으면 전부 인정하는 것. 서하는 그 방식이 거짓말보다 나은지 아직 알 수 없었다.“이혼 조항 꺼낼 거라고 생각해요?”“……그럴 자격이 있습니다.”“안 꺼내요.”도윤이 그녀를 봤다.“그 조항은 해원 돈이 세라온에 들어올 때예요. 이건 다른 거예요. 이건 당신이 저를 지키려다 저를 못 믿은 거예요.”“믿지 않은 게 아닙니다.”“믿었으면 물었겠죠. 경호 붙여도 되냐고. 제가 싫다고 하면 설득했겠죠. 그런데 당신은 물으면 거절당할까 봐 안 물었어요. 그게 못 믿은 거예요.”도윤의 턱이 굳었다. 반박할 말이 없는 얼굴이었다.“그래서 조건을 다시 정해요.”“말하세요.”“경호는 받을게요. 작은아버지가 저를 보고 있다면서요. 그건 사실이니까.”“……”“대신 경호원은 저한테 보고해요. 당신이 아니라. 사람도 제가 골라요. 비용은 세라온이 낼 수 있는 만큼만 내고, 나머지는 당신이 빌려줘요. 이자 붙여서. 장부에 적고요.”“서하 씨.”“보호는 받을게요. 지휘는 제가 해요.”도윤은 오래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커피잔을 내려놓았다.“알겠습니다.”“지금 있는 사람은요.”“정우석이 쓰던 팀입니다. 교체하겠습니다.”“교체 말고 면접. 제가 볼게요. 그 사람들이 저를 몇 달 봤으면 저도 그 사람들을 좀 봐야죠.”면접은 세라온 사무실에서 했다.세 명이 왔다. 화단 옆의 남자도 있었다. 이름은 한동주. 서른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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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 아버지의 변명

윤성호는 세라온 사무실 아래 카페에 앉아 있었다.한동주가 먼저 알렸고, 서하는 십 분 뒤 내려갔다. 한동주는 두 테이블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서하는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녹음 버튼을 눌렀다.“녹음해요. 아시죠.”“……해라.”윤성호는 늙어 있었다. 반년 사이에 십 년이 지나간 얼굴이었다. 넥타이가 없었고 셔츠 깃이 구겨져 있었다.“사진 찍는 거, 그만두세요. 흥신소요.”“네가 어떻게…….”“제가 경호를 받아요. 남편 돈으로요. 이자 붙여서.”윤성호가 피식 웃었다. 웃음이 아니었다.“용건은요.”“네 엄마. 십오 퍼센트.”“그건 엄마 거예요.”“알아. 그런데 그게 없으면 나는 끝이다. 세림이 다온 샀고, 채린이는 나갔고, 집은 가압류야.”“그래서요.”“거래하자. 네 엄마가 십오를 포기하게 해. 그러면 이십 년 전 일을 말해 주마.”서하는 윤성호를 봤다. 열두 살 때 처음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던 남자. 그 뒤로 한 번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던 남자.“거래 안 해요.”“……”“그런데 말은 들을게요. 녹음되니까 알아서 하세요.”윤성호는 한참 커피잔만 봤다. 그리고 말했다.“그날 밤, 강태성한테서 전화가 왔다. 재현이가 파일을 갖고 있다고. 가서 받아 오라고.”“파란 파일이요.”“네가 어떻게 그걸…….”“엄마가 말했어요. 아빠가 인수 계약보다 더 위험한 자료를 봤다고.”윤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재현이한테 전화했다. 네 엄마 말대로 휴가였어. 재현이가 그랬다. 연구소에서 보자고. 거기 금고에 넣어 뒀다고.”“그래서 갔어요?”“갔다. 한 시 반쯤. 삼 층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재현이는 복도에 쓰러져 있었고.”“신고는 한 시 이십 분이에요.”“……내가 한 거 아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소방차 소리가 들렸어. 누가 먼저 신고했는지 몰라. 내 이름으로 돼 있는 건 내가 현장에 있었으니까 소방관이 그렇게 적은 거다.”“그럼 진술은 왜 거짓말했어요. 한 시 사십 분이라고.”“내가 거기 있었다는 걸 늦추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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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 할머니의 파일

강일호는 서재에서 두 사람을 같이 받았다.지난번과 달랐다. 도윤을 내보내지 않았다. 서하는 그것이 좋은 신호인지 나쁜 신호인지 알 수 없었다.“윤성호를 만났다고.”“녹음했어요. 들으시겠어요?”“안 들어도 안다. 그 사람은 이십 년 전에도 같은 얼굴이었어.”서하는 녹음을 틀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할머니가 파란 파일을 가져갔다고 하던데요. 어디로 보냈는지 아세요.”노인은 지팡이를 세웠다. 서재의 벽시계가 세 번 울릴 때까지 말이 없었다.“나한테 보냈다.”도윤이 고개를 들었다.“할아버지.”“그래. 나한테. 화재 사흘 뒤에 등기로. 편지 한 장이 붙어 있었어. 회사를 사고 싶으면 이 종이를 사라. 사람은 팔지 않는다.”서하의 손이 무릎 위에서 굳었다.“그 파일이 뭔데요.”“태성이가 만든 계획서다. 다온을 인수한 뒤 처방 세 개를 해원화학으로 돌리고, 연구소장을 매수하고, 안 되면…….”“안 되면요.”“대안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안이 뭔지는 적혀 있지 않았어. 그리고 서진자문과의 계약서. 사고 조사를 해원이 원하는 대로 써 주는 조건의.”“그걸 보고 인수를 접으셨어요.”“접었다. 그리고 태성이를 리테일로 보냈다. 화학에서 떼어 놓으려고.”“그게 다예요?”“그게 다다.”서하는 노인을 봤다.“제 아버지가 그날 죽었어요. 할아버지는 계획서를 보셨고요. 대안이라는 글자도요. 그런데 리테일로 보냈다고요?”“증거가 없었다.”“그 종이가 증거잖아요.”“그 종이는 계획이지 실행이 아니다. 실행 증거는 없었어. 태성이는 그날 밤 서울에 없었고.”“윤성호한테 전화했는데요.”“전화 기록은 없었다. 윤성호 진술만 있지. 이십 년 전에는 그 사람이 그런 말을 안 했고.”도윤이 낮게 말했다.“지금은 했습니다.”강일호가 손자를 봤다. 오래.“그래서 이 아이를 데려온 거냐. 내 금고를 열게 하려고.”“같이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대가도 같이 치르고.”“대가.”노인이 웃었다. 이번에는 기침이 붙었다. 서하가 물잔을 밀었다. 노인은 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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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 첫 번째 주문

조영란의 공장은 화성 외곽에 있었다.직원 열두 명. 라인 두 개. 입구에 오래된 간판. 영란코스메틱.“정세라 대표 밑에서 칠 년 일했어요. 연구소 말고 생산. 그 양반이 처방을 넘기면 내가 통에 담았지.”조영란은 쉰여덟이었다. 손이 거칠고 목소리가 컸다.“그런데 손녀가 이렇게 작은 회사를 들고 올 줄은 몰랐네.”“작아서 왔어요. 큰 데는 저를 안 받아 주고, 받아 줘도 해원이나 세림이 뒤에 있어요.”“우리는 뒤에 아무도 없어. 그래서 가난하고.”“그래서 왔어요.”영란이 웃었다.“샘플 보자.”서하가 병을 내밀었다. 영란은 손등에 바르지 않았다. 손바닥에 덜어 두 손으로 비볐다. 그리고 냄새를 맡았다.“상온에서 가네.”“네. 유화제를 바꿨어요.”“정세라 처방은 사십 도 아래로 내려야 했는데.”“그게 할머니 처방이랑 제 처방 사이예요.”영란은 한참 손바닥을 봤다.“최소 수량 만 개. 선금 삼십 퍼센트. 나머지는 출하 때.”“선금 삼십이면…….”“없지?”“크라우드펀딩이 내일 열려요. 사흘 안에 안 되면 계약 취소해도 돼요.”“사흘.”“네.”영란이 손을 내밀었다.“정세라 손녀니까 사흘 준다. 다른 사람이면 안 줘.”크라우드펀딩은 유라의 계정에서 열렸다.목표 금액은 선금 삼십 퍼센트였다. 제품 사진은 흰 병 하나. 설명은 서하가 직접 썼다. 성분, 원료 투입 순서, 안정성 데이터 전 페이지. 그리고 맨 아래.발명자 윤서하. 세라온은 외부 투자 없이 자문료와 여러분의 선주문으로 만듭니다.첫날 저녁에 절반이 찼다. 둘째 날 오전에 목표를 넘겼다. 셋째 날에는 세 배였다.박민지가 화면을 보며 울었다. 한소이가 옆에서 같이 울었다. 유라는 울지 않고 라이브를 켰다.“보셨죠. 이름 있는 제품은 이렇게 팔려요.”가처분 심문은 금요일이었다.다온 측 변호사는 안정화 기술의 유사성을 말했다. 온도. 투입 순서. 런칭쇼에서 서하가 공개적으로 설명한 방법.고은재가 일어났다.“피신청인 본인이 설명하겠습니다. 기술이라서요.”판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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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 반반의 집

집들이 메뉴는 도윤이 정했다.된장찌개, 계란말이, 불고기. 세 가지였다. 유튜브를 보고 세 번 연습했다. 첫 번째는 탔고 두 번째는 싱거웠고 세 번째는 먹을 만했다.“계란말이가 말렸네요.”서하가 프라이팬을 들여다보며 말했다.“네 번째입니다.”“세 번째라면서요.”“……네 번째입니다.”손님은 일곱 명이었다.고은재는 와인을 들고 왔고, 한소이는 모이스트랩 신제품을, 박민지는 화분을, 유라는 카메라를 들고 왔다가 서하에게 또 혼났다. 이민영은 반찬 세 통을 들고 왔다. 조영란은 화성에서 두 시간을 운전해 왔다. 손에 정세라의 사진이 든 액자가 있었다.“집에 걸어. 그 양반이 손녀 집 구경해야지.”정우석이 마지막에 왔다. 정장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니트 차림이었다. 서하가 문을 열자 그가 고개를 숙였다.“사모님. 초대 감사합니다.”“정우석 씨 오늘 쉬는 날이죠.”“네.”“그럼 보고하지 마세요.”“……노력하겠습니다.”식탁은 서른 평 거실에 두 개를 붙였다. 여덟 명이 둘러앉았다. 도윤의 된장찌개를 조영란이 먼저 맛봤다.“짜.”“……”“그런데 먹을 만해. 정세라 대표 사위도 요리 못 했어.”이민영이 웃었다. 그 웃음에 서하는 젓가락을 잠깐 멈췄다. 어머니가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웃는 것을 처음 봤다.고은재가 잔을 들었다.“세라온 1호 생산 개시. 가처분 기각. 발명자 심판 진행 중. 그리고 반반으로 낸 집.”“마지막 건 왜 들어가요.”“제일 어려운 거니까요.”손님들은 열한 시에 갔다. 정우석이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도윤에게 뭔가 말하려다 서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보고하지 말라고 했어요.”“……내일 하겠습니다.”문이 닫혔다.설거지는 반반이었다. 서하가 씻고 도윤이 닦았다. 그릇이 많았다. 거품이 서하의 팔꿈치까지 올라왔다.“통장 하나 만들어요.”서하가 말했다.“공동으로. 월세, 관리비, 식비. 거기서 나가게. 반반씩 넣고.”“동전도요.”“동전도요.”도윤이 접시를 내려놓았다.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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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 5퍼센트

“넘기게 두면 됩니다.”도윤은 아침에 그렇게 말했다. 정우석에게 했던 말과 같았다.“무슨 뜻이에요.”“할아버지가 작은아버지에게 오 퍼센트를 주셨습니다. 그러면 작은아버지는 그 오 퍼센트로 뭔가를 할 겁니다. 뭘 하는지 보면 됩니다.”“당신은요.”“저도 뭔가를 합니다.”“뭘요.”“공시 나오면 보일 겁니다.”공시는 나흘 뒤에 나왔다.서하는 세라온 사무실에서 봤다. 박민지가 먼저 보고 화면을 돌렸다.해원홀딩스 주식 대량보유 상황 보고. 아르덴캐피털 유한회사. 보유 비율 삼 점 영 퍼센트. 취득 방법 장내 매수. 보유 목적 단순 투자.“선배, 아르덴이요. 남편분 회사.”“아르덴투자가 아니라 아르덴캐피털이네.”“다른 회사예요?”서하는 화면을 한참 봤다.“물어봐야지.”집에서 물었다.“아르덴캐피털이 아르덴투자예요?”“모회사입니다.”“어디 있는 회사예요.”“싱가포르.”“누구 거예요.”도윤이 잔을 내려놓았다.“……실소유주는요.”“지금 말할 수 없습니다.”서하는 파란 노트를 꺼냈다. 한 줄을 적었다. 도윤이 그 줄을 봤다.“그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말 안 한 겁니다.”“말 안 한 것도 한 줄이에요. 처음부터 그랬어요.”“……네.”“세 줄 남았어요.”도윤이 노트를 봤다. 그리고 그녀를 봤다.“세 줄이 차면.”“말했잖아요. 그때 제가 정해요. 남을지, 나갈지.”“……”“그러니까 세 줄 안에 말해요. 아니면 세 줄을 안 채우든가.”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하는 노트를 닫았다. 할아버지와 한 약속이 있었다. 일 년. 묻지 않는다. 그러나 노트는 묻는 것이 아니라 세는 것이었다. 그 차이를 그녀는 지키기로 했다.그리고 식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오늘은 소파입니까.”“아니요.”서하가 의자를 돌렸다. 그를 마주 봤다.“세 줄 남은 날에도 해요. 거짓말 세는 밤에도. 안 그러면 노트가 우리를 갖는 거니까.”도윤이 그녀를 봤다. 오래. 그리고 일어나 그녀 앞에 섰다. 식탁 의자에 앉은 그녀 앞에.“만져도 됩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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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 유라의 선택

유라의 라이브는 이틀 뒤 저녁 여덟 시였다.서하는 세라온 사무실에서 봤다. 박민지와 한소이가 옆에 있었다. 도윤은 집에서 봤다. 그는 유라의 계정을 그날 처음 팔로우했다.유라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 처음이었다.“제안을 받았어요. 큰 회사에서요. 큰돈이었고요. 어떤 제품의 얼굴이 되어 달라고.”댓글이 쏟아졌다.“그 제품에는 이제 발명자 이름이 들어가요. 윤서하. 저는 그 이름이 거기 들어가게 된 과정을 봤어요. 그래서 그 제품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좋은 제품이에요. 그 사람이 만들었으니까.”“그런데 거절했어요.”유라가 화면을 봤다.“이유는 하나예요. 그 회사가 저한테 조건을 걸었어요. 세라온을 제 계정에서 지우라고. 저는 이름 있는 제품만 해요. 그 이름을 지우라는 제품은 안 해요.”라이브는 십이 분이었다. 조회수는 한 시간 만에 이백만을 넘었다.다음 날 해원리테일 쪽 광고 두 건이 유라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유라는 그 사실도 올렸다. 숫자까지.[광고 두 개 떨어졌습니다. 합계 이만큼. 괜찮아요. 저는 아직 세라온 앰배서더고 돈은 아직 못 받았어요.]서하가 유라에게 전화했다.“왜 그랬어요.”“서하 씨가 정하라고 했잖아요.”“……네.”“정했어요. 그리고 하나 더. 앰배서더 비용, 이제 받을게요. 세라온 1호 팔리면 매출의 몇 퍼센트. 선금 없이.”“얼마요.”유라가 숫자를 말했다. 작았다.“그걸로 돼요?”“서하 씨가 저한테 준 건 돈이 아니었잖아요. 저도 그래요.”세라온 1호 2차 예약은 자체 사이트에서 열렸다.사이트는 박민지가 밤을 새워 만들었다. 결제 모듈이 한 번 터졌고 한소이가 새벽에 고쳤다. 유라가 링크를 올렸다.만 개가 이틀 만에 나갔다.서하는 화면을 보며 손을 떨었다. 처음 받는 자기 이름의 매출이었다. 다온에서 육 년 동안 본 숫자보다 작았고, 세림이 제시한 삼 배보다 작았고, 강태성의 삼십억보다 작았다. 그런데 이 숫자는 전부 그녀 것이었다.도윤이 사무실에 왔다. 편의점 커피 두 잔.“축하합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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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 명진 회장

명진 회장의 집은 성북동이 아니라 한남동이었다.문은 작았다. 집은 컸다. 서정구는 현관에서 직접 서하를 맞았다. 육십 대, 큰 키, 큰 목소리.“윤서하 대표. 딸이 하도 얘기를 해서.”“연희 씨가요?”“적인지 아군인지 정하는 데 두 달 걸렸다더군. 그 애가 사람 정하는 데 두 달 쓴 건 처음이야.”저녁은 한식이었다. 서정구는 식사 중에 사업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세라온도, 명진코스도, 해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정세라 이야기를 했다.“이십 년 전에 그 양반이 해원을 돌려세웠을 때, 업계가 뒤집어졌지. 다들 무슨 수로 그랬냐고. 나도 몰라. 그런데 하나는 알아. 그 뒤로 강일호가 정세라 이름을 한 번도 입에 안 올렸어. 이긴 사람 이름은 안 올리는 법이지.”“할머니가 이겼다고 생각하세요?”“회사를 지켰으니까. 사위는 잃었지만.”서하의 젓가락이 멈췄다.“알고 계셨어요?”“업계는 다 알았어. 김재현 연구소장이 그 화재로 죽은 거. 아무도 말을 안 했을 뿐이지.”식사가 끝나자 서정구는 서재로 데려갔다. 바둑판이 있었다. 돌이 놓여 있었다. 두다 만 판이었다.“앉아.”서하는 앉았다. 서정구는 흑돌 하나를 집었다.“강태성이 리테일로 다온을 끌어들였어. 그 양반은 유통으로 세라온을 조르고, 공장으로 조르고, 모델로 조르고. 그 다음은 뭘 조를까.”“사람이요.”“맞아. 사람. 자네 남편.”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자네 남편이 누군지 알아?”“남편이에요.”서정구가 웃었다. 크게.“그 대답, 딸이 말해 줬어. 그래도 직접 듣고 싶었어.”“왜요.”“강도윤이 누군지 모른다면서 그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처음 봐서. 알고 서 있는 여자보다 무섭군.”“무섭다는 게 칭찬이에요?”“바둑에서는 그래.”그가 흑돌을 놓았다. 판 한가운데.“나는 강태성 쪽에 설 수도 있고 강도윤 쪽에 설 수도 있어. 리테일 유통권을 주겠다는 건 강일호가 한 말이고, 강일호는 늙었어. 그 다음 사람이 누구냐가 명진한테는 중요해.”“저한테 그걸 왜 말씀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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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 발명자

결정문은 화요일 오전에 왔다.고은재가 전화로 먼저 읽었다. 서하는 세라온 사무실 창가에 서 있었다. 박민지가 숨을 멈추고 있었다.“특허심판원 심결. 발명자 정정 심판 청구를 인용한다. 특허 제 몇 호의 발명자를 윤채린에서 윤서하로 정정한다. 이유. 제출된 실험노트 원본, 금고 보관 확인서, 해원리테일 자료 수령 기록, 그리고…….”“그리고요.”“윤채린 본인의 진술서. 본인이 발명자가 아님을 인정함.”서하는 창틀을 잡았다.“권리는요.”“다온뷰티에 남아요. 직무발명이니까. 그건 다음 싸움이에요. 그런데 서하 씨.”“네.”“이름은 돌아왔어요. 세 개 다. 첫 번째, 두 번째는 가처분 때 이미 인정됐고, 세 번째는 오늘. 이제 다온이 파는 제일 잘 팔리는 세 개에 전부 서하 씨 이름이 들어가요. 라벨 뒤에.”서하는 대답하지 못했다.“그리고 하나 더요. 성공보수 조항. 제가 손으로 적은 거 기억해요? 발명자 이름이 회복될 때 지급.”“……네.”“오늘이에요. 청구서는 내일 보낼게요. 작게요.”“작게 보내지 마요.”“작게 보낼 거예요. 이 사건은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대신 다음 사건은 제값 받아요.”“다음 사건이 있어요?”“있죠. 권리. 직무발명. 그건 몇 년 걸려요. 그때는 세라온이 제값을 낼 수 있을 거고요.”“서하 씨?”“……네. 들었어요.”전화를 끊었다. 박민지가 서하를 봤다. 한소이가 건너편 칸에서 블라인드를 올렸다.서하는 울었다.소리 없이, 창틀을 잡고, 서서. 세 권의 노트를 안았을 때 울지 않았다. 세 번째를 찾고 울겠다고 했다. 세 번째를 찾았을 때도 울지 않았다. 할머니의 네 번째 노트를 받았을 때도. 만 개가 팔렸을 때도.지금 울었다.박민지가 다가와 그녀의 등에 손을 얹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소이가 휴지를 가져왔다. 유라가 어느새 와 있었다.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십 분이 걸렸다.서하가 눈을 닦고 돌아섰다.“민지야.”“네.”“다온에 전화해. 라벨 교체 일정 물어봐. 이름 바뀌는 거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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