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집을 나오자 밤공기가 제법 선선했다.사라는 배가 부르다며 강수보다 반걸음 앞에서 천천히 걸었다.“아, 진짜 많이 먹었다.”강수는 대꾸 없이 뒤따랐다.한 손에는 사라의 가방이 들려 있었다.“오빠.”“왜.”“내 가방 줘.”“놔둬.”“내 건데.”“알아.”사라가 뒤로 걸으며 강수를 올려다봤다.“근데 왜 오빠가 들어?”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사라가 피식 웃었다.“하여튼 이상해.”때마침 강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주머니에서 꺼낸 화면에 뜬 이름을 보는 순간 강수의 걸음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김서희.사라도 봤다.아무 말 없이 다시 몸을 돌렸다.강수가 전화를 받았다.“어.”― 여보.서희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회사야?강수의 시선이 앞서 걷는 사라에게 향했다.“아니.”― 퇴근했어?“어.”잠시 정적이 생겼다.― 여보, 집에는 언제 와?강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앞에서 걷던 사라가 길가에 멈춰 섰다. 기사가 도착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강수는 그 작은 등을 바라봤다.“오늘은 늦어.”― 또?서희의 목소리에 아주 작은 아쉬움이 묻어났다.강수의 눈이 가라앉았다.최근 들어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부쩍 늘었다.예전에는 없던 일이었다.늦더라도 집으로 돌아갔다.새벽에 일이 끝나도 그랬고, 지방 일정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청담동으로 향했다.그곳이 자신의 집이었으니까.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사라의 오피스텔에 칫솔이 생겼다.셔츠가 생겼고.갈아입을 옷이 늘었다.아침에 눈을 뜨면 사라가 있었고, 퇴근하면 그쪽으로 차를 돌리는 날이 많아졌다.강수 자신도 굳이 세어보지 않았던 변화였다.― 요즘 너무 바쁜 거 아니야?“좀.”― 저녁은 먹었어?“어.”― 뭐 먹었는데?강수의 시선이 사라에게 갔다.사라가 배를 문지르며 하품하고 있었다.“곱창.”― 곱창?서희가 웃었다.― 웬일이야. 당신이 먼저 먹으러 갔을 것 같진 않은데.강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누구랑 먹
Last Updated : 2026-09-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