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종을 향해 추가 올라갔다.“종탑을 무너뜨려!”카시안의 명령과 동시에 성기사들이 움직였다. 다미안이 가장 먼저 계단을 뛰어올랐고, 뒤를 따르는 기사들이 시체 병사들을 베어 길을 넓혔다. 축성한 검이 검은 살을 가를 때마다 꿰매진 몸에서 피가 아니라 짙은 사기가 흘러나왔다.그러나 종탑의 계단은 오르기도 전에 무너져 내렸다.콰드득!돌계단 아래에서 수십 개의 팔이 솟아나 기사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다미안은 난간을 박차고 뛰어올라 종탑 벽면에 검을 꽂았다. 검자루를 발판 삼아 다시 몸을 띄운 그가 흔들리는 종의 추를 향해 손을 뻗었다.손끝이 닿기 직전이었다.댕―!두 번째 종이 울렸다.소리가 광장 전체를 덮쳤다. 라엘은 반사적으로 양손으로 귀를 막았지만, 종소리는 고막이 아니라 영혼 안에서 울렸다.시야가 꺼졌다.눈앞에서 카시안의 모습이 사라지고, 군중의 비명도 끊겼다. 차가운 밤바람과 피 냄새, 허리를 붙들고 있던 카시안의 손까지 한순간에 느껴지지 않았다.완벽한 무감각이었다.자신에게 몸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두 번째 종은 감각을 빼앗는다.아스테리아의 목소리만 머릿속에서 선명했다.―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몸으로 무엇을 지킬 수 있을까?‘입 좀 다물어.’라엘은 마음속으로 대꾸하며 자신의 심장 박동에 집중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영혼 가장 깊은 곳에 연결된 은빛 실은 사라지지 않았다.카시안이 가까이에 있었다.그 사실을 따라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허공을 몇 번 헤맨 끝에 손목을 붙잡는 온기가 아주 희미하게 돌아왔다.은빛 신력이 손끝으로 스며들었다.먹먹했던 감각이 조금씩 깨어났다. 가장 먼저 카시안의 손이 느껴졌고, 그다음에는 자신을 끌어당기는 팔과 단단한 가슴, 귓가에서 거칠게 울리는 목소리가 돌아왔다.“라엘!”라엘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흐릿했던 시야가 열리며 카시안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한 손은 라엘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다른 손은 그
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