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고 믿었던 성녀를 잡으러 가겠다는 라엘의 선언이 떨어지자,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조금 전까지 기적이라며 감격하던 사제들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사라졌다. 누군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벌렸고, 누군가는 불경한 말을 들었다는 듯 가슴 위에 성호를 그었다. 침대 곁에서 눈물을 훔치던 시녀마저 손수건을 쥔 채 굳어 버렸다.카시안만이 흔들리지 않았다.그는 라엘의 손목을 붙잡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눈앞의 여자는 분명 성녀 세레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허리 아래까지 흘러내린 은빛 머리카락도, 핏기를 잃은 창백한 피부도, 빛을 잃은 자줏빛 눈동자도 자신이 알던 성녀의 것이었다.그러나 그 안에서 자신을 마주하는 존재는 세레나가 아니었다.평소의 세레나는 누구를 대하든 조심스러웠다. 부탁할 일이 있어도 몇 번이나 말을 고르고, 상대가 불편해할까 염려하며 먼저 물러서는 사람이었다. 황태자의 얼굴을 손으로 더듬은 뒤 품평하듯 고개를 끄덕이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죽은 성녀를 붙잡으러 가자고 명령할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모두 나가라.”카시안의 명령에 대신전의 의원이 당황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하지만 전하, 성녀님께서는 조금 전까지 심장이 멎어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안정을 취하지 않으시면 다시 위독해질 수 있습니다.”“의원과 성기사단장만 남고 모두 나가라고 했다.”“전하.”“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서늘한 음성이 방 안을 가르자 사제들은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 성녀를 모시던 시녀들까지 머뭇거리며 밖으로 나갔고, 묵직한 문이 닫힌 뒤에는 카시안과 성기사단장 데미안, 대신전의 의원 한 명만 남았다.카시안은 문밖의 인기척이 완전히 멀어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라엘의 손목을 놓아주었다.붙잡혀 있던 자리에는 붉은 손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지나치게 가는 손목이었다. 한 손으로 감싸고도 손가락이 남을 정도로 야위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카시안의 미간이 좁아졌지만, 라엘은 그 변화를 볼 수 없었다.그녀는 손목을 매만지며 입술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9-11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