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마지막 거리마저 사라졌다.“네리사.”그가 낮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나를 봐.”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어둠 속에서 마주친 그의 눈빛은 이전과 달랐다. 억눌러 왔던 감정이 더 이상 숨겨지지 않았다.“내 이름을 불러.”그녀의 입술이 떨렸다.“…밴스.”“다시.”“밴스.”그 순간, 그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이번에는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날 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서로를 억누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그러나 한 번 무너진 감정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키스가 깊어질수록 이성이 흐려졌다. 서로의 체온과 숨결에만 집중한 채,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감정까지 모두 쏟아내듯 서로를 끌어안았다.“네리사…”그녀는 그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이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밤은 길었다.한 번으로 끝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둘 다 멈추지 못했다.몇 번이고 서로에게 이끌렸고, 그때마다 처음보다 더 강하게 감정에 휩쓸렸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열 번이 넘었을 무렵에는 그녀도 더 이상 숫자를 세지 못했다.몸은 완전히 지쳐 있었고,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남지 않았다.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침대에 쓰러졌다.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을 할 힘조차 없었다.네리사는 그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잠들기 직전까지도 그녀는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하지 않았다.그저 너무 지쳤다.밴스도 그녀를 놓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잠들었다.침실에는 고요한 숨소리만 남았다.창밖의 숲은 여전히 어두웠다.그리고 두 사람은 아직 몰랐다.아침이 오면, 이 밤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그리고 누군가가 이미 그들의 흔적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Last Updated : 2026-10-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