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Chapter 91 - Chapter 100

244 Chapters

91 열 번이 넘도록

그날 밤,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마지막 거리마저 사라졌다.“네리사.”그가 낮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나를 봐.”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어둠 속에서 마주친 그의 눈빛은 이전과 달랐다. 억눌러 왔던 감정이 더 이상 숨겨지지 않았다.“내 이름을 불러.”그녀의 입술이 떨렸다.“…밴스.”“다시.”“밴스.”그 순간, 그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이번에는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날 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서로를 억누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그러나 한 번 무너진 감정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키스가 깊어질수록 이성이 흐려졌다. 서로의 체온과 숨결에만 집중한 채,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감정까지 모두 쏟아내듯 서로를 끌어안았다.“네리사…”그녀는 그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이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밤은 길었다.한 번으로 끝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둘 다 멈추지 못했다.몇 번이고 서로에게 이끌렸고, 그때마다 처음보다 더 강하게 감정에 휩쓸렸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열 번이 넘었을 무렵에는 그녀도 더 이상 숫자를 세지 못했다.몸은 완전히 지쳐 있었고,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남지 않았다.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침대에 쓰러졌다.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을 할 힘조차 없었다.네리사는 그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잠들기 직전까지도 그녀는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하지 않았다.그저 너무 지쳤다.밴스도 그녀를 놓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잠들었다.침실에는 고요한 숨소리만 남았다.창밖의 숲은 여전히 어두웠다.그리고 두 사람은 아직 몰랐다.아침이 오면, 이 밤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그리고 누군가가 이미 그들의 흔적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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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현장에서 들키다

해가 이미 높이 떠오른 뒤에야 네리사가 눈을 떴다.방 안은 지나치게 밝았다.눈을 몇 번 깜빡인 그녀는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누워 있었다. 시트는 다리에 엉켜 있었고, 온몸이 뻐근했다. 어젯밤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랐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보았다.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한동안 움직이지 못한 채 침대 옆을 바라보던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옆에는 밴스가 잠들어 있었다.평소의 차갑고 빈틈없는 모습과는 달랐다.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 살짝 벌어진 입술, 긴장이 풀린 얼굴.평온해 보였다.원래라면 아름다운 장면이어야 했다.하지만 네리사의 가슴을 채운 것은 차가운 공포뿐이었다.두 사람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어젯밤, 자신과 밴스가 함께했던 모든 순간.그리고 몇 달 전 자신이 목격했던 장면이 겹쳐졌다.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침대에서 함께 있던 잔과 조비.그때 그녀는 그들을 증오했다.그런데 이제 자신도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조비의 남편과 함께.'나도 그들과 다를 게 없어.'그 생각에 네리사는 입술을 깨물었다.자신이 너무나 싫었다.그녀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무릎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고, 급히 침대 옆 탁자를 붙잡았다.한참을 그곳에 서서 숨을 고르려 했지만 떨림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바닥에 흩어진 옷을 하나씩 주워 들었다.블라우스.치마.속옷.브래지어.손끝이 계속 떨렸다.그녀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 단추를 채우고 치마 지퍼를 올리는 동안에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네리사."잠에서 막 깨어난 밴스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그녀가 굳어버렸다."무슨 일이야?"밴스가 몸을 일으켰다.네리사는 치마를 정리하며 고개를 저었다."이건 미친 짓이었어요."목소리가 떨렸다."저 지금 가야 해요.""네리사, 진정해."밴스가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우리가 처음으로 서로에게 솔직해졌기 때문에 이렇게 느끼는 거야.""아니요."네리사가 고개를 저었다."이건 실수였어요. 우리 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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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거리

Vance는 Chen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기도 전에 움직였다.그는 앞으로 성큼 다가가 Chen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대로 비틀자 휴대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Vance는 재빨리 그것을 낚아챘다.그리고 엄지손가락으로 삭제 버튼을 눌렀다.영상이 사라졌다.하지만 Chen은 당황하지 않았다.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오히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아쉽게 됐네요.”Chen이 태연하게 말했다.“이미 다른 사람한테 보냈거든요. 아주 제대로 터뜨려 줄 사람에게.”Vance의 움직임이 멈췄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너무 늦었다.Chen을 얕봤다.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영상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이미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Chen은 Vance의 손에서 휴대폰을 천천히 빼앗았다.“제가 유일한 사본을 가지고 있을 만큼 멍청해 보였습니까?”그는 여유롭게 휴대폰을 재킷 안쪽에 넣었다.“Mr. Blackwood에게 배운 게 많아서요. 항상 백업을 만들어 두는 법 같은 것 말입니다.”Chen은 몸을 돌렸다.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Nerissa를 바라봤다.그녀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두 팔을 감싸고 있었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Chen이 낮게 웃었다.“아시겠지만, 전 개인적인 원한을 쉽게 잊는 사람이 아닙니다.”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제가 무너지게 된다면… 당신들도 같이 끌고 내려갈 겁니다.”그는 그대로 걸어갔다.복도에는 침묵만 남았다.Nerissa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Vance도 아무 말이 없었다.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였다.한참 후, Vance가 Nerissa를 바라봤다.목소리는 침착했지만 그의 속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자신이 실패했다.Chen에게 선수를 빼앗겼다.그리고 이제 그 여자가 그 대가를 함께 치르게 됐다.“걱정하지 마.”Vance가 낮게 말했다.“영상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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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놓을 수 없는 마음

Vance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운전석 문을 잡고 있던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멀어지는 Nerissa의 뒷모습을 바라봤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그는 결국 그녀를 따라갔다.몇 걸음 지나지 않아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Nerissa가 멈춰 섰다.“왜요?”Vance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그녀가 천천히 돌아봤다.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하지만 눈은 달랐다.지쳐 있었다.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고, 눈가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그제야 Vance는 알아차렸다.그녀는 울고 있었다.지금이 아니었다.그가 운전하는 동안, 자신이 그녀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그 시간 동안.혼자서 울었던 것이다.“이제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힘들어요, Mr. Blackwood.”Nerissa의 목소리는 조용했다.“모든 일이 있었던 뒤에는… 더더욱.”그 말이 Vance의 가슴을 그대로 때렸다.숨이 막히는 듯했다.그가 잡고 있던 손목에서 힘이 풀렸다.Nerissa는 몸을 돌렸다.그리고 다시 걸어갔다.Vance는 움직이지 못했다.그저 그녀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두 손이 힘없이 옆으로 떨어졌다.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따라가고 싶었다.붙잡고 싶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Chen이 이기게 두지 않겠다고.아직 두 사람에게는 방법이 있다고.아직—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자신의 선택을 했다.Vance는 천천히 차로 돌아갔다.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그리고 그녀를 지나쳐갔다.차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그는 앞만 바라봤다.끝내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돌아보면 멈출 것 같았다.멈추면 결국 그녀에게 매달릴 것 같았다.그리고 그녀는 이미 떠나겠다고 말했다.사이드미러 너머로 Nerissa의 모습이 보였다.그녀가 걸음을 멈췄다.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멀어지는 그의 차를 바라봤다.가슴이 조여왔다.너무 아파서 손으로 가슴을 눌렀다.차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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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이혼

법률 사무소는 온통 유리와 회색 카펫으로 이루어져 있었다.중립적이고, 차갑고, 지나치게 깔끔했다.마치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할 자리가 없는 곳 같았다.Nerissa는 반듯한 테이블 한쪽에 앉아 있었다.맞은편에는 Zane이 앉아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서류 한 묶음이 놓여 있었다.이혼 서류.수년간 이어진 결혼이 이제 몇 개의 서명과 이니셜로 축약되어 있었다.친절한 눈매와 침착한 태도를 가진 변호사가 마지막 조항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었다.하지만 Nerissa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그녀는 Zane의 손만 바라봤다.두 손바닥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고, 손가락은 힘없이 벌어져 있었다.그는 이곳에 앉은 뒤 단 한 번도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Mr. Sullivan, 여기에 서명해 주시겠어요? 그리고 이곳에도요.”변호사가 말했다.하지만 Zane은 움직이지 않았다.변호사도 기다렸다.Nerissa도 기다렸다.침묵이 길어졌다.“Zane.”Nerissa가 조용히 불렀다.차갑지 않았다.그저 지쳐 있었다.그제야 Zane이 고개를 들었다.눈가가 붉었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입가에 자리한 깊은 주름과 축 처진 어깨만 봐도 알 수 있었다.“난 우리가 결국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모든 일이 있었는데도. 네가 집을 나간 뒤에도 계속 그렇게 생각했어.”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언젠가는… 네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Nerissa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Zane은 천천히 펜을 집었다.손이 떨리고 있었다.그는 서류를 바라보다가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정말 네가 원하는 게 이거야?”Nerissa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내가 필요한 일이야.”Zane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그리고 마침내 서류에 서명했다.이름을 적었다.날짜를 적었다.펜을 움직이는 손이 계속 떨렸다.서명을 끝낸 그는 서류를 변호사 쪽으로 밀어놓았다.그리고 손을 테이블 아래로 떨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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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스캔들

네리사의 턱이 굳어졌다.숨이 얕아졌다.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그가 믿고 싶은 이야기만 믿기로 했다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네리사는 몸을 돌렸다.그리고 걸었다.그는 그녀를 따라오지 않았다.적어도 당장은.사람들이 그의 주변을 오가고 있었다. 뉴스 앵커의 목소리는 여전히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고, 흐릿한 영상은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었다.네리사는 빠르게 걸었다.구두 굽이 차가운 보도블록을 두드렸다.딱, 딱, 딱.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택시를 잡지도 않았다.그저 걸었다.몇 블록이고, 또 몇 블록이고.주변의 도시 풍경이 흐릿하게 지나갔다.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렸지만, 그녀는 느끼지도 못했다.머릿속에는 오직 그 영상만 맴돌았다.화면 속 자신의 모습.구겨진 옷.흐트러진 머리카락.그리고 자막.CEO의 부사장.자신의 이름조차 아니었다.그저 직책이었다.그저 스캔들의 한가운데 놓인 이름 없는 여자.네리사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Vance를 떠올렸다.어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눈.자신의 손목을 붙잡았던 손.그리고 그날 밤.서로의 몸이 엉켜 있었던 순간들.너무나 자연스럽게 서로를 원했던 그 밤.네리사는 고개를 저었다.그 생각을 억지로 밀어냈다.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천천히 팔을 쓸어내렸다.마침내 그녀는 주거 타워에 도착했다.아리에.키 카드를 리더기에 갖다 대자 문이 열렸다.로비는 텅 비어 있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네리사는 안으로 들어가 최상층 버튼을 눌렀다.문이 닫히려는 순간—손 하나가 문 사이로 들어왔다.문이 다시 열렸다.Zane이었다.그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숨은 거칠었다.그녀를 따라 뛰어온 모양이었다.네리사가 그를 바라봤다.“따라왔어요?”“알아야 했어.”그는 숨을 고르며 엘리베이터 안을 둘러봤다.광택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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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폭발

펜트하우스는 지나치게 조용했다.조비는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메시지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어머니.아버지.몇 달 동안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친구들.모두가 같은 질문을 보내고 있었다.괜찮아?뉴스 봤어?정말 사실이야?조비는 결국 영상을 눌렀다.남편.구겨진 셔츠.그리고 다른 여자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그의 모습.썸네일 속 여자의 얼굴은 흐릿하게 처리되어 있었지만, 조비는 알 수 있었다.그 옷.그 머리카락.그 몸.네리사였다.조비는 영상을 한 번 봤다.그리고 다시 한 번.세 번째로 재생했을 때도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잠시 후, 그녀는 휴대전화를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천천히 배 위에 손을 올렸다.뱃속에서 아이가 움직였다.조비는 그곳을 손바닥으로 감쌌다.울지 않았다.소리도 지르지 않았다.그저 벽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표정은 서서히 차갑게 굳어갔다.그때 어머니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조비는 받지 않았다.잠시 후 아버지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우리 이야기 좀 해야겠다. 집으로 와라.」조비는 답장하지 않았다.그녀는 다시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연락처를 내렸다.그리고 익숙한 이름 앞에서 손가락이 멈췄다.Zane Sullivan.통화 버튼 위에 엄지가 머물렀다.하지만 누르지 않았다.아직은.---블랙우드 저택은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돌로 쌓은 담장.높은 철문.그리고 대대로 이어져 온 부와 침묵.반스는 차를 원형 진입로에 세웠다.하지만 곧바로 시동을 끄지는 않았다.차 안에 앉은 채 현관을 바라보았다.자신이 자란 집.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운 곳.마침내 그는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구두 밑에서 자갈이 바스락거렸다.그가 노크하기도 전에 현관문이 열렸다.처음 보는 하녀가 옆으로 비켜섰다.그녀는 반스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반스는 아무 말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긴 복도.짙은 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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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오빠

한편, 도시 반대편.한 젊은 남자가 서점 안으로 들어섰다.따뜻하고 조용한 서점이었다.사무엘은 지도를 사러 온 참이었다.키는 180센티미터가 넘었고, 넓은 어깨 덕분에 편안한 차림마저 의도적으로 꾸민 듯 보였다. 목에는 헤드폰이 걸려 있었고, 그 안에서는 아직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살짝 흐트러진 검은 머리.꾸밈없는 미소.길을 지나갈 때면 여자들이 한 번쯤 돌아볼 만큼 눈에 띄는 외모였다.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계산대 근처의 잡지 진열대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강렬한 붉은 글씨.익숙한 실루엣.「아스테라 CEO 밴스 블랙우드, 비밀 불륜 의혹—부사장과 호텔에서 포착」사무엘의 손이 떨렸다.그 실루엣을 알고 있었다.아주 오래전부터.고등학교 시절부터였다.레오가 처음 그를 집에 데려왔던 날.주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잠옷 차림이었다. 헝클어진 머리로 하품을 하며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당시 사무엘은 열일곱이었다.그녀는 스물두 살이었다.그리고 그는 그 순간, 어이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빠져버렸다.첫눈에 반했다는 말조차 부족했다.하지만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레오에게도.그녀에게도.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그녀가 자인 설리번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는 스스로를 설득했다.그게 그녀에게는 더 나은 선택일 거라고.그런데 지금은—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사무엘은 잡지를 집어 들었다.손끝에 힘이 들어갔다.그는 잡지를 계산한 뒤 창가로 걸어갔다.페이지를 넘겼다.기사 자체는 길지 않았다.사진도 선명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얼굴만큼은 분명했다.네리사.호텔에서 나오는 모습.구겨진 옷.헝클어진 머리.그리고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남자.밴스 블랙우드.사무엘의 턱이 굳어졌다.분노인지.실망인지.아니면—끝나가는 그녀의 결혼을 보며 느끼는 안도감인지.그는 자신의 감정을 정의할 수 없었다.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죄책감으로 돌아왔다.사무엘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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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무거운 침묵

레오는 정확히 20분 만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가 도착을 알리는 소리를 냈다.문이 열리고 레오가 아리에 안으로 들어섰다.그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천장까지 이어진 통유리창.그 아래 펼쳐진 도시.아무것도 없는 벽.그리고 창가에 홀로 놓인 난초.창가에는 네리사가 서 있었다.그녀는 등을 돌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네리사.”그녀가 천천히 돌아섰다.창백한 얼굴.눈 밑에 짙게 내려앉은 그늘.법률 사무소에 갔을 때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아직 갈아입지도 않은 모양이었다.“레오.”레오는 그녀에게 다가갔다.몇 걸음 앞에서 멈췄다.안아주고 싶었다.흔들어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무슨 일이야?”그가 물었다.“샘한테 전화가 왔어. 네가 뉴스에 나왔다고 하더라. 잡지 표지에도 실리고.”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네리사는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그러다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레오도 맞은편에 앉았다.“나, 자인과 이혼할 거야.”레오의 눈이 커졌다.“뭐?”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왜?”“그가 바람을 피웠어.”네리사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조비와.”레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조비?”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네 가장 친한 친구?”“응.”“언제부터?”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얼마나 오래된 일이야?”네리사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밴스와 조비는 7년 동안 해외에서 살았어. 밴스가 올해 다시 이곳으로 발령받았고, 그때부터 내 상사가 됐어.”그녀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그리고 그때부터 조비가 다시 자인을 찾기 시작했어.”레오의 턱이 굳었다.“그럼 그 불륜은…”“올해 시작됐어.”네리사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몇 달 전이야.”잠시 침묵.“조비는 자인과 처음 관계를 가진 뒤 임신했어.”레오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리고 나는 결혼기념일에 그들을 발견했어.”그의 몸이 천천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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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나를 위해 용기를 내줘

도시 반대편.조비는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운전기사가 룸미러로 그녀를 몇 번 힐끗거렸지만, 조비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지 않았다.어머니는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아버지는 메시지를 보냈다.하지만 그녀는 아무것에도 답하지 않았다.그저 택시에 올라 부모님의 집 주소를 말했다.택시가 오래된 저택 앞에 멈췄다.대대로 이어진 부유한 가문의 집이었다. 돌로 쌓은 담장과 높게 뻗은 울타리, 차가 다가가자 자동으로 열리는 철문.조비는 요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현관 앞에는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조비.""엄마."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잡아 서둘러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집 안은 따뜻했다.너무 따뜻해서 오히려 숨이 막힐 정도였다.하인들은 조용히 움직이며 조비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거실에는 아버지가 서 있었다.그는 조비가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에는 피곤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앉아."조비는 소파에 앉았다.어머니도 그녀의 옆에 앉았다.아버지는 계속 서 있었다."영상 봤다."낮고 무거운 목소리였다."네 어머니와 나, 둘 다 봤어."조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이니?"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두려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조비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다.펜트하우스에서 흘렸던 조용하고 통제된 눈물이 아니었다.참지 못한 울음이었다.어깨가 들썩이고, 숨이 흐트러지고, 목이 찢어질 듯한 울음이 터져 나왔다.어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번에는 조비도 뿌리치지 않았다."조비야, 괜찮아. 그러니까—""그이가 바람을 피웠어."조비의 목소리가 울음에 잠겼다."그 여자랑… 내 가장 친한 친구랑."그녀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네리사랑."아버지의 턱이 굳어졌다."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 영상만으로는—""영상에서 그 사람이 네리사의 손목을 잡았잖아."조비가 눈물을 닦았다."호텔 방에서 같이 나왔고… 서로 연인처럼 싸우고 있었어."그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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