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렀다.해가 지기 시작했고, 도시 곳곳에 하나둘 불빛이 켜졌다.밴스는 목적지도 없이 차를 몰았다. 같은 길을 몇 번이고 맴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머릿속은 복잡했고, 생각은 끊임없이 네리사에게로 향했다.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차는 펜트하우스 앞에 멈춰 있었다.자신이 살던 곳.그리고 조비가 기다리고 있을 곳.밴스는 차를 세운 뒤에도 한동안 내리지 않았다. 두 손은 여전히 핸들 위에 놓여 있었다.어두워진 밤하늘 아래 펜트하우스의 창문에서는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그는 휴대폰을 확인했다.네리사에게서는 여전히 아무런 답이 없었다.밴스는 다시 메시지 창을 열었다.가장 처음 보냈던 메시지까지 화면을 올렸다.Aerie. PH 70. 오후 7시.그날 네리사는 왔다.그녀는 그곳에 머물렀고, 결국 자신에게 입을 맞췄다.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메시지에 답장조차 하지 않았다.밴스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리고 핸들에 이마를 기댔다.들어가고 싶지 않았다.조비를 보고 싶지도 않았다.그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밴스는 결국 차에서 내렸다.건물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문이 열렸다.펜트하우스는 조용했다.조비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한 손은 배 위에 얹혀 있었다.밴스가 들어오자 조비가 고개를 들었다.“늦었네.”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소파에 앉지도 않은 채 조비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봤다.“무슨 생각이야?”조비가 눈을 깜빡였다.“뭐?”“네 계획 말이야.”밴스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네리사가 해고되지 않도록 했지. 네 아버지에게 회사에 남겨달라고 했고. 네가 말했잖아. 네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이라고.”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그게 정말 이유야?”조비의 얼굴이 굳었다.“밴스, 나는…….”“진실을 말해.”조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잠시 후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난 네리사가 불쌍했어.
Last Updated : 2026-10-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