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Chapter 111 - Chapter 120

245 Chapters

111. 오늘 밤, 여기 있을래요?

에어리는 조용했다.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베인스는 소파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꼿꼿하게 등을 세우고 있었다.부드러운 조명이 감도는 에어리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여전히 정장을 입고 있었고,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셔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상태였다.네리사는 주방에 서 있었다.그녀의 등은 그를 향하고 있었다.주전자에 물을 붓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푸른 불꽃이 일었다.그녀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캐비닛을 열었다.머그잔 두 개를 꺼내 조리대 위에 내려놓았다.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물이 끓었다.그녀는 티백 위로 뜨거운 물을 부었다.따뜻한 김이 얼굴을 스쳤다.두 잔의 차를 들고 소파로 돌아온 그녀는 한 잔을 그의 앞 테이블에 내려놓았다.그리고 소파 반대편 끝에 앉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쿠션 하나가 놓여 있었다.그는 그녀가 자리를 잡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네리사는 다리를 소파 위로 올려 몸을 웅크린 채 두 손으로 머그잔을 감쌌다.그녀는 그를 보지 않았다.“프로젝트 호라이즌은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그녀가 먼저 물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애쉬워스 씨가 예비 계약서에 서명했어.”베인스가 대답했다.“하지만 그건 첫 단계일 뿐이야.”네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자금이 필요해. 애쉬워스 씨의 투자만으로는 부족해.”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같은 비전을 믿는 다른 투자자들을 찾아야 해. 단순히 수익만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들.”“부유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깨끗한 에너지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들이겠죠.”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네리사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쉽지 않을 거예요.”“알아.”“그리고 가족과는 독립적으로 추진하려는 거죠. 블랙우드 가문에서도, 조비의 집안에서도 완전히 벗어나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

112.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네리사는 스스로도 멈출 수 없었다.베인스가 굳었다.네리사도 그대로 얼어붙었다.두 사람 사이에 긴 침묵이 흘렀다.“나더러 여기 있으라는 거야?”그가 물었다.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네리사는 침을 삼켰다.“애쉬워스 씨 저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잖아요. 너무 늦기도 했고요.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건 위험하니까…”그는 움직이지 않았다.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다 천천히, 일부러 시간을 끌 듯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리고 바로 앞에서 멈췄다.가까웠다.그의 체온이 느껴질 만큼.눈가에 자리한 작은 주름까지 보일 만큼.그는 웃고 있었다.“다시 말해줄래?”낮은 목소리가 부드럽게 내려앉았다.“나더러 오늘 밤 여기 있으라는 거야?”네리사는 숨을 삼켰다.그 질문은 너무 직접적이었다.너무 가까웠다.그녀는 시선을 내렸다.그리고 천천히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있어요.”그가 움직이지 않았다.그저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왔다.그녀의 팔 옆에서 잠시 멈췄다.“그럼 난 어디서 자지?”장난기가 살짝 묻어나는 목소리였다.네리사는 바로 알아차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그건 베인스 씨가 더 잘 알죠.”그녀가 닫힌 방문을 눈짓으로 가리켰다.“이 에어리에 당신 방이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죠?”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내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팔을 감쌌다.그리고 천천히 이마가 맞닿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잠시 그대로 있었다.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필요 이상으로 긴 순간이었다.“잘 자요, 베인스.”결국 네리사가 한 걸음 물러났다.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네리사.”그가 그녀를 불렀다.그녀가 돌아보았다.“고마워.”그녀는 작게 미소 지었다.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문을 열려던 순간,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잘 자, 네리사. 좋은 꿈 꿔.”그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

113.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야?

베인스는 그녀에게서 입술을 떼지 않았다.그의 손이 그녀의 얼굴에서 어깨로, 그리고 팔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그녀의 허리를 감싼 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들어 올렸다.네리사의 다리가 본능적으로 그의 허리를 감쌌다.그는 몇 걸음 옮겨 주방 테이블 가장자리에 그녀를 앉혔다.차가운 나무의 감촉이 피부에 닿았지만, 네리사는 신경 쓰지 않았다.베인스가 그녀를 다시 끌어당겼다.한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고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키스가 깊어졌다.처음에는 느리고 조심스러웠다.그러나 곧 억눌러왔던 감정이 조금씩 흘러나왔다.네리사의 손가락이 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그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그의 손이 그녀의 등을 감쌌다.네리사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하지만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멈추고 싶지도 않았다.아침 햇살이 창문 너머로 조금씩 밝아졌다.주전자는 이미 식어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그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날 아침, 두 사람 사이의 마지막 선마저 조용히 무너졌다.한편, 도시 반대편.제인은 아파트 창가에 서서 아래의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확인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조비였다.최근 며칠 동안 그녀는 계속해서 제인의 계좌로 돈을 보내고 있었다.금액은 점점 커졌다.제인은 한 번도 돈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원하지도 않았다.그런데도 계속 들어왔다.그리고 오늘 아침.또다시 송금 알림이 도착했다.이번에는 지난번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제인의 턱이 굳었다.그는 재킷을 걸쳐 입고 곧장 집을 나섰다.펜트하우스는 조용했다.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제인은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남편이 또 출장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거실에는 조비가 앉아 있었다.한 손은 배 위에 올려둔 채였다.그녀는 제인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제인. 네가 올 줄은 몰랐어.”“돈.”제인이 곧장 말했다.“그만 보내라고 했잖아.”조비가 그에게 다가왔다.“널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

114. 무너진 진실

무거운 침묵이 방 안을 짓눌렀다.조비의 아버지는 천천히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어떻게 된 일이냐?”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언제부터였지?”조비는 대답하지 못했다.그의 시선이 자인에게 향했다.“네가 내 딸의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이었지.”자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니.”그가 씁쓸하게 말을 고쳤다.“이제는 전 가장 친한 친구의 전남편이군.”그 말에 조비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아버지…….”“그러니까 네가 네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거냐?”그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비웃음이 묻어 있었다.“그리고 이제는 그 친구가 네 남편을 빼앗아 갔다고 말하는 거고?”조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난 반스를 사랑한 적 없어.”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사랑하려고 했어. 7년 동안이나 노력했어. 하지만 그 사람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했어.”눈물이 차올랐다.“그 사람에게 나는 그저 장식품이었어. 그런데 자인은 달랐어.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준 유일한 사람이었어. 그런 사람을 그리워한 것까지 나를 탓할 수는 없잖아.”조비가 자인의 손을 잡으려 했다.하지만 자인은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난 이혼하고 싶어.”조비가 말했다.“자인이 나와 결혼할 거야. 나와 아이를 책임져 줄 거야. 우리는……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어.”그녀의 아버지는 자인을 바라봤다.날카로운 눈빛이 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었다.“행복?”그는 그 단어가 낯설다는 듯 되물었다.“설리반 씨.”“네가 반스보다 더 안정적인 삶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그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네 회사는 규모도 작고, 수입도 불안정하지. 정말 내 딸과 아이에게 그들이 누려야 할 삶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자인의 턱이 굳었다.하얗게 질릴 만큼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아버지!”조비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

115. 그녀는 더 나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아파트 안은 어두웠다.잔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이혼 서류는 이미 그의 손을 떠난 지 오래였다. 서명했고, 제출했고, 모든 것이 끝났다.한때 두 사람이 함께 살았던 공간에는 이제 벽과 가구만 남아 있었다.사진도 없었다.냉장고에 붙어 있던 메모도 없었다.그녀의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잔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잠도 자지 않았다. 몇 시간째 그저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휴대전화가 울렸다.확인하지 않았다.누군지 알고 있었다.조비였다.그가 그녀의 아버지 집 복도에서 등을 돌린 뒤, 조비는 벌써 일곱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다.그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그리고 앞으로도 받을 생각이 없었다.그의 머릿속에 네리사가 떠올랐다.변호사 사무실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슬퍼 보이지도 않았다.그저…… 모든 것을 끝낸 사람의 얼굴이었다.그는 그들이 함께 만들어 온 삶을 떠올렸다.아침마다 함께하던 부엌.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던 늦은 밤.자신의 형편없는 농담에도 웃어주던 그녀.그리고 조비를 생각했다.눈물을 흘리던 얼굴.배 위에 올려놓았던 손.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했던 말.그 아이의 존재는 뱃속에 묻어 둬라.그는 배 속의 아이를 생각했다.자신의 아이였다.자신이 함께할 수 없는 여자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그리고 그 아이의 존재를 숨겨야만 유지될 결혼 생활은 감옥과 다를 바 없었다.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창가로 걸어갔다.도시는 어두웠다.거리에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그는 아무도 없는 공간을 향해 낮게 중얼거렸다."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잔은 사무실로 향했다.제도판 위에는 아직도 설계도들이 펼쳐져 있었다.해링턴 프로젝트.지역 커뮤니티 공간.한때 자신을 구원해 줄 것처럼 느껴졌던 일이었다.하지만 이제는 무덤처럼 느껴졌다.잔은 연필을 집었다.손은 흔들리지 않았다.선을 하나 그었다.그리고 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

116.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

문이 딸깍 소리를 내며 닫혔다.제인은 어두운 아파트에 홀로 서 있었다. 램프 하나만 여전히 켜져 있었다. 방 안은 고요했다.그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밴스가 출근했을 때, 임원층은 조용했다.그는 네리사의 옛 사무실 앞을 지나갔다. 문은 닫혀 있었다. 새 명패가 걸려 있었다. 이제 그곳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그는 멈추지 않았다.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 책상에 앉았다. 해링턴 프로젝트 자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니스 합병 건. 다음 주 이사회 회의 자료.하지만 집중할 수가 없었다.자꾸만 그녀가 떠올랐다.그녀가 자신에게 “머물러”라고 했던 순간.그녀가 자신의 키스를 받아주던 순간.아침 햇살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밴스는 그 생각을 억지로 밀어냈다.해야 할 일이 있었다.정오가 되자 6층에서 회의가 있었다. 그는 임원용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버튼 위에 손을 올렸다.하지만 누르지 않았다.대신 직원용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문이 열렸다.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훑었다.그녀는 없었다.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기 시작했다.스스로가 우스워졌다.오후 두 시.네리사는 휴게실로 향했다.복도는 사람들로 붐볐다. 직원들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그저 수많은 직원 중 한 명이었다.모퉁이를 도는 순간이었다.밴스가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아주 잠깐.그리고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휘트모어 씨.”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블랙우드 씨.”네리사도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어깨조차 닿지 않았다.네리사는 계속 걸었다.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밴스 역시 계속 걸었다.턱이 굳게 다물려 있었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오후 네 시.네리사에게 이메일이 도착했다.재무팀 회의가 임원층에서 열리며, 그녀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내용이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

117. 결혼하셨어요?

토요일 아침은 맑고 차가웠다.밴스는 여섯 시에 그녀를 데리러 왔다. 검은색 SUV 안은 따뜻했고, 컵 홀더에는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두 잔이었다.한 잔은 블랙커피.다른 한 잔은 크림과 설탕이 들어 있었다.네리사는 조수석에 올라탔다.“안녕.”밴스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안녕.”“나 없이 잘 잤어?” 그가 장난스럽게 물었다.네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덕분에 더 잘 잤어요. 이제 가요, 미스터 블랙우드.”그녀는 일부러 격식을 차려 그를 불렀지만,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묻어 있었다.“아침 인사도 하면 안 돼?”그가 계속 장난을 걸었다.네리사는 눈을 굴리더니 몸을 살짝 기울여 그의 뺨에 짧게 입을 맞췄다.“좋은 아침이에요. 이제 가요. 하루가 우리를 기다려주지는 않으니까.”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밴스는 잠시 굳어 있었다.그러나 곧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그는 라디오를 켜고 차를 출발시켰다.도시가 뒤로 멀어졌다.고속도로가 작은 도로로 바뀌고, 작은 도로는 다시 자갈길로 이어졌다.풍경도 달라졌다.숲.언덕.끝없이 펼쳐진 하늘.네리사는 창밖으로 변해가는 세상을 바라보았다.밴스는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다.이미 모든 것을 말해버린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침묵이었다.그러면서도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사람들의 침묵이기도 했다.나무 사이로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작은 마을이었다.돌로 지어진 집들.흙길.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빨랫줄에 옷을 널고 있는 여자들.밭에서 일하는 남자들.가로등은 없었다.포장된 인도도 없었다.현대적인 기술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마을 입구에서 현지 가이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름은 아리스였다.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였고, 밝은 미소와 선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블랙우드 씨. 휘트모어 씨. 환영합니다.”그는 두 사람을 작은 게스트하우스로 안내했다.소박하지만 깨끗한 곳이었다.방은 두 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

118 오래 기다려온 시선

네리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여자는 밴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네리사를 바라보았다.“그러면 결혼하는 게 좋겠네요.” 여자가 말했다.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리니까.”네리사의 얼굴이 붉어졌다.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여자는 차를 내려놓았다.“그 프로젝트 말이에요. 전기를 가져다주는 거죠?”“네.” 밴스가 대답했다.“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렸어요.”여자가 잠시 말을 멈췄다.“어쩌면 당신이 우리를 도와줄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그녀는 네리사를 바라보았다.“당신은 그를 믿어요?”네리사는 밴스를 바라보았다.밴스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제가 여기 있잖아요.”네리사가 대답했다.여자가 미소를 지었다.“그건 대답이 아니에요.”그 말을 남긴 여자는 자리를 떠났다.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그때 문간에 한 아이가 나타났다.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였다.검은 머리카락에 맨발이었다.아이는 문턱에 선 채 무언가를 등 뒤에 감추고 있었다.방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네리사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안녕.”아이는 네리사를 빤히 바라보았다.그러다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그 손에는 작은 흰 들꽃이 들려 있었다.가냘프고 여린 꽃이었다.네리사는 꽃을 받아 들었다.“고마워.”아이가 미소 지었다.그리고는 몸을 돌려 그대로 달려갔다.밴스는 멀어지는 아이를 바라보았다.“널 좋아하나 봐.”네리사는 손에 든 꽃을 바라보았다.“날 알지도 못하는데요.”“알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네리사는 들꽃을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었다.해가 지기 시작했다.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었다가 보랏빛으로 변했고, 이내 어둠이 내려앉았다.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저녁을 가져왔다.소박한 음식이었다.밥과 채소.그리고 강에서 잡은 생선.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를 했다.식사를 마친 네리사는 밖으로 나갔다.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별빛은 눈부실 만큼 밝았다.도시의 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

119 대답

밴스의 말이 공기 속에 그대로 머물렀다.그래. 사랑해.네리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숨이 얕았다.가슴이 꽉 조여왔다.두 사람 사이의 침묵은 무겁고도 위태롭게 길어졌다.목구멍까지 치솟은 자신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손끝은 차가웠다.떨림을 들키지 않으려 그녀는 두 손을 몸 옆에 바짝 붙였다.밴스는 기다렸다.그의 시선은 네리사의 얼굴에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그의 두 손은 양옆에 내려와 있었고, 손가락은 살짝 구부러져 있었다.당장이라도 그녀에게 손을 뻗을 것 같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네리사는 그걸 알 수 있었다.굳게 다문 턱.평소보다 빠르게 오르내리는 가슴.그 모든 것이 그의 긴장을 드러내고 있었다.마침내 네리사가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왜요?”밴스가 눈을 깜빡였다.목이 움직였다.그가 침을 삼켰다.“왜냐고 묻는 거야?”낮고 거친 목소리였다.그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되었다.“어쩌면 네가 내 감정을 믿지 못해서겠지. 아니면…… 내가 널 사랑하는 데에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걸 찾으려는 걸 수도 있고.”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손이 올라왔다.네리사의 팔 가까이에서 멈췄다.하지만 끝내 닿지 못한 채 다시 내려갔다.아직은 그녀에게 손을 댈 용기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네리사, 나도 왜 그런지 몰라.”그가 고개를 저었다.마치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듯했다.“네 침착함 때문이었을까? 네 강인함?”그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네 단점들까지도.”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네가 무너져서 고통을 소리 내 울부짖을 때조차…… 난 네 곁에 있고 싶었어.”그가 숨을 내쉬었다.“그러니까 나도 모르겠어. 왜 이렇게 느끼는지.”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냥…… 느껴져.”네리사는 그를 바라보았다.눈가가 젖어 있었다.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시 다물렸다.그녀는 몸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별들이 눈앞에 가득했다.어깨가 크게 들썩였다.깊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

120 대면

밴스는 참고 있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이 풀렸다.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그럼 여기 있어.”그가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손은 뒤통수를 감쌌다.그리고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가슴에 단단히 안았다.네리사는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머리카락 위로 닿는 그의 따뜻한 숨결도 느껴졌다.“지금 이 순간에만 머물자.”밴스가 낮게 속삭였다.목소리에는 감정이 짙게 배어 있었다.“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마.”그가 그녀의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다.입술이 잠시 그곳에 머물렀다.네리사는 그의 숨결과 온기, 그리고 손끝에 아주 미세하게 남아 있는 떨림을 느꼈다.“나와 함께 있어.”그가 말했다.“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잠시 침묵했다.“영원일 필요도 없어. 그냥 지금만.”네리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품에서 물러나지도 않았다.그녀의 손이 올라갔다.손가락이 그의 등에 닿았다.그리고 그녀가 먼저 그를 끌어안았다.더 가까이.더 단단하게.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었다.그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강하고.불안정하게 뛰고 있었다.네리사는 눈을 감았다.주말이 끝났다.월요일 아침은 흐리고 차가웠다.이른 아침 햇빛이 방 안을 회색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네리사가 눈을 떴다.익숙한 천장이 보였다.차가운 침대 시트.어젯밤 늦게 현장 방문에서 돌아온 참이었다.밴스는 그녀를 데려다준 뒤 곧바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조비와 그의 가족이 무언가를 눈치채지 않도록 또다시 그녀와 밤을 보내지는 않았다.네리사는 몸을 일으켰다.순간 방 안이 빙글 돌았다.그녀는 손바닥을 매트리스에 짚고 어지러움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속이 울렁거렸다.메스꺼움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힘겹게 침을 삼키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피곤해서 그래.스스로에게 말했다.장거리 운전 때문이고, 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
PREV
1
...
1011121314
...
2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