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Chapter 81 - Chapter 90

244 Chapters

81. 그녀가 내 남편을 후원했다

— 같은 날 밤, 블랙우드 펜트하우스 —밴스는 서재에 앉아 있었다.문은 열려 있었다.거실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던 텔레비전 소리가 어느 순간 끊겼다.그가 고개를 들었다.텔레비전은 꺼져 있었다.조비는 소파에 없었다.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텅 비어 있었다.욕실도 마찬가지였다.그녀의 코트도 사라져 있었다.밴스는 펜트하우스 한가운데 홀로 서 있었다.그리고 알았다.그는 조비에게 전화하지 않았다.메시지를 보내지도 않았다.그저 다시 서재로 돌아가 어둠 속에 앉았다.그리고 기다렸다.— 이른 아침, 자인의 집 —커튼 사이로 새벽빛이 스며들었다.자인은 소파에서 눈을 떴다.조비는 여전히 그의 곁에 있었다.머리는 그의 가슴에 기대어 있었고, 한 손은 배 위에 올려져 있었다.그녀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자인은 한동안 그녀를 바라봤다.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숨결.둥글게 부풀어 오른 배.평온하게 잠든 얼굴.그는 네리사를 생각했다.이혼 서류를.그리고 사무실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을.분노도 없었다.슬픔도 없었다.그저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한 눈빛이었다.그는 다시 조비를 바라봤다.뱃속의 아이를.그리고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가질 수도 있을 새로운 삶을.하지만 그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조비가 몸을 뒤척였다.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그녀가 그를 올려다봤다."일어났어?""응."조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몇 시야?""아직 일러."조비는 주변을 둘러봤다.아침 햇살이 집 안을 부드럽게 물들이고 있었다."나 가야 해."그녀가 조용히 말했다."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자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조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그러다 문 앞에서 멈췄다."자인.""응?"조비가 뒤돌아봤다."포기하지 마."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너 자신도. 우리 아이도. 그리고 우리도."그녀는 자신의 배를 살짝 감쌌다."우리에겐 네가 필요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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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혹시 밴스 때문이야?

밴스는 네리사를 바라보았다.“설리번 씨, 그 건축가와 직접 업무를 진행했죠. 어떻게 평가합니까?”네리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목소리만큼은 침착하게 유지했다.“업무 능력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현재 계약만으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추가적인 후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그래도 후원을 받으면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다른 이사가 물었다.네리사는 그를 바라보았다.“측정 가능한 이익 없이 비용만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데이터상으로도 추가 후원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습니다.”그때 조비의 아버지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설리번 씨는 지금 그 건축가와 이혼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감정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없습니까?”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하지만 네리사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제 판단은 개인적인 과거가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수치는 명확합니다.”밴스가 입을 열었다.“설리번 씨의 분석이 맞습니다. 현재 프로젝트에는 추가적인 후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투표를 진행하는 것을 제안합니다.”회의실은 다시 조용해졌다.밴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에는 여전히 펜이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네리사는 노트북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표정은 평온했지만, 다른 이사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의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투표 전에 추가 의견이 있습니까?”조비의 아버지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저는 이번 후원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건축가는 이미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확실히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다른 이사 한 명도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프로젝트는 상당히 중요한 사업입니다. 안정적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그러나 또 다른 이사는 고개를 저었다.“현재 계약으로도 충분합니다. 추가 자금은 불필요한 지출이 될 겁니다.”논의는 계속됐다.목소리가 조금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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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그날, 모든 게 무너졌다

“그 사람은 차가운 사람이 아니야.”네리사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놀라울 만큼 담담했다.“당신을 존중하고 있어. 자기 방식대로 당신을 아끼고 있고. 다만 당신이 그걸 보지 못했을 뿐이야.”모퉁이 너머에 숨어 있던 밴스의 숨이 멎었다.가슴이 묵직하게 조여 왔다.누군가가 자신을 그렇게 말해준 적은 없었다.어머니도.아버지도.그 어떤 동료도, 친구도.그는 움직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서 네리사의 말을 듣고 있었다.조비의 표정이 굳었다.“당신은 그 사람을 몰라. 당신이 본 건 그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뿐이야.”“그럴 수도 있겠지.”네리사는 가방을 집어 들었다.“하지만 적어도 당신보다는 더 많이 봤어.”그녀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네리사.”조비가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난 당신 친구로서 이 말을 하는 거야. 그 사람 때문에 당신이 상처받는 건 원하지 않아. 난 당신을 걱정해.”네리사의 발걸음이 멈췄다.입가에 희미한 비웃음이 번졌다.천천히 돌아선 그녀가 조비를 바라보았다.“친구?”조비의 표정이 굳었다.“걱정?”네리사가 낮게 되물었다.“그런데 내 남편과 잠자리를 가진 건 당신이잖아.”조비의 입술이 벌어졌다가 닫혔다.눈가가 금세 젖었다.“미안해…”목소리가 떨렸다.“나도 이게 잘못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걸 멈출 수가 없어.”조비가 배 위에 손을 얹었다.“자네는 내 전부야.”네리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씁쓸하게 웃었다.“그래…”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고등학교 때 너희 둘이 처음 키스하던 순간부터 알고 있었어.”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말했다.“그런데도 내가 네 자리를 대신할 수 있기를 바랐던 내가 바보였던 거야.”네리사는 그대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잠깐!”조비가 그녀의 팔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네리사—”순간 조비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몸이 휘청거렸다.그녀의 한 손이 급하게 배를 감쌌다.“어지러워…”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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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나를 밴스라고 불러

대기실은 하얗고 조용했다. 머리 위에서는 형광등이 낮게 윙윙거렸고, 공기에는 소독약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밴스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뒤로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얼마 후, 의사가 나타났다. 마흔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인상이 부드러운 눈과 손에는 차트가 들려 있었다.“블랙우드 씨?”밴스가 고개를 들었다.“아내분은 안정됐습니다. 스트레스와 탈수, 그리고 저혈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심각한 상태는 아닙니다. 그래도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오늘 밤은 입원시키겠습니다.”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의사가 자리를 떠났다.20분쯤 뒤, 조비의 어머니가 도착했다. 코트 단추도 제대로 잠그지 못했고 머리카락도 흐트러져 있었다. 급하게 달려온 게 분명했다.“어디 있니?”“안정됐습니다. 오늘 밤 입원할 겁니다.”조비의 어머니는 밴스 옆에 앉았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스트레스와 탈수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르겠습니다.”그녀는 밴스를 바라봤다. 걱정으로 날카로워진 눈빛이었다.“그럼 그때 넌 어디에 있었니?”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녀가 손을 뻗어 그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집에 가서 쉬렴. 내가 여기 있을게.”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밴스.”그가 걸음을 멈췄다.“조심하렴.”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조비는 지금 많이 약해져 있어.”그는 아무 말 없이 병원을 나섰다.밴스는 차의 시동을 끈 뒤에도 한동안 운전석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핸들 위에 올려둔 손을 움직이지 않은 채 건물을 올려다봤다.아에리의 꼭대기 층.그녀가 그곳에 있었다.그는 생각할 틈도 없이 이곳까지 운전해 왔다. 병원 대기실도, 조비의 어머니도,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도 어느새 희미해져 있었다.지금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그 아파트에 있는 여자.밴스는 차에서 내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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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난초

“내가 그녀를 안아 옮길 수밖에 없었어.”밴스는 다급하게 설명했다.“사람들이 보고 있었어. 필요했어.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였어. 거래를 위해서도.”정작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설명하고 있는지는 그조차 확실하지 않았다.그저 네리사가 자신을 오해하는 것만은 원하지 않았다.네리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창가에서 멀어지며 두 사람 사이에 거리를 만들었다.“알아요.”“그럼 왜…”밴스가 말을 멈췄다.“왜 뭐가요?”“당신… 분명 나한테 화가 난 것 같아서.”네리사가 마른침을 삼켰다.그리고 고개를 돌렸다.“화난 게 아니에요. 그냥…”그녀는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피곤하다고 했잖아요. 더 이상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날카로웠다.“지난번에 우리 이야기했을 때 당신이 직접 그렇게 말했어요.”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데 아니잖아요.”네리사가 한 걸음 다가왔다.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당신은 나와 연기하는 게 지친 것뿐이잖아요.”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녀에게는 평생 연기할 거면서.”“그건…”“그럼 아까 그건 뭐였어요?”네리사가 엘리베이터 쪽을 가리켰다.그리고 그 너머의 건물과 병원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그녀를 안아 옮기고, 남편인 척하고. 그것도 전부 연기가 아니었나요?”“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는데?”밴스의 목소리도 조금 높아졌다.“그녀를 바닥에 그대로 누워 있게 뒀어야 해?”“그럴 수도 있었잖아요!”네리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순간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나를 한 번만 봐줬다면.단 한 번이라도.하지만 그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럴 수도 있었다고?”밴스가 그녀를 바라봤다.네리사는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다시 창가로 걸어갔다.그녀의 등을 그에게 보인 채 말했다.“제발 가세요, 블랙우드 씨.”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말을 이었다.“더 이상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요. 우리 사이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안 돼요.”밴스는 움직이지 않았다.“이런 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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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약속

밴스가 첫 잔의 커피를 다 마시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의 눈이 잠시 멈췄다.아버지였다.받지 않을까 생각했다.하지만 결국 전화를 받았다.“밴스.”인사도, 따뜻한 말도 없었다.딱딱하고 차가운 목소리였다.“아버지.”“이사회에서 건축가를 후원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네 아내가 너를 무능하게 보이게 만들었더군. 그 여자가 그 건축가를 밀어붙였고, 너는 그걸 가만히 지켜봤고.”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창밖을 바라봤다.아침 햇빛 아래 도시는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다.“처리해.”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그렇지 않으면 네 가족 신탁 지분을 다시 생각하겠다.”밴스의 턱이 굳었다.“후원 결정은 이사회의 결정이었습니다. 저는 반대했습니다.”“그럼 더 강하게 막았어야지.”잠시 후, 아버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리고 네가 네 VP와 가까이 지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밴스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그것도 지금 당장 끝내.”뚝.전화가 끊겼다.밴스는 한동안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다시 전화하지 않았다.대신 책상 가장 위쪽 서랍을 열었다.그리고 두꺼운 파일 하나를 꺼냈다.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Project Horizon —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업 계획그는 거의 1년 동안 이 계획을 준비해 왔다.회의와 회의 사이의 짧은 시간 동안.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이른 아침마다.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조금씩 완성해 왔다.이것은 그의 탈출구였다.그만의 유산이었다.아버지가 손댈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도 했다.그리고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같은 건물, 자신의 사무실.네리사의 컴퓨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그녀는 해링턴 프로젝트 자료에서 시선을 떼었다.인사팀에서 온 이메일이었다.제목: 공식 조사 — 직장 내 윤리 및 행동 관련 사항네리사는 메일을 열었다.네리사 설리번 님,당사는 귀하와 CEO 밴스 블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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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무엇이 더 나쁜 걸까?

그날 저녁, 집 안은 조용했다.조비는 소파에 앉아 한 손으로 배를 감싸고 있었다. 뱃속의 아기가 움직이자 그녀는 그곳을 가볍게 눌렀다.맞은편에는 제인이 앉아 있었다. 두 손을 깍지 낀 채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었고, 조비가 집에 들어온 뒤로 그녀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았다.“후원금 승인됐어.”그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어.”“기뻐 보이지 않네.”그제야 그가 그녀를 바라봤다. 눈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내가 부탁한 게 아니야, 조비.”“당신에게 필요한 거잖아. 당신 회사에도.”그녀가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그리고 난 당신이 안정적이었으면 좋겠어. 우리에게 아이가 있잖아.”그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우리 아이.”그는 시선을 돌렸다.“알아.”조비는 그의 어깨에 남아 있는 긴장감을 바라봤다.“밴스가 뭔가 준비하고 있어. 느껴져. 요즘 너무 달라졌어. 뭔가 숨기고 있어. 우리도 대비해야 해.”“뭘 대비해?”“무슨 일이 벌어지든.”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손을 빼지 않았다. 차가운 손가락이 그녀의 손안에 그대로 있었다.“우린 함께야, 제인.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아기.”그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녀의 손을 뿌리치지도 않았지만, 힘을 주어 마주 잡지도 않았다.그저 말없이 앉아 있었다.조비는 그의 손을 잡은 채 창밖으로 어두워지는 도시를 바라봤다.한편, 같은 시간.에이리에 혼자 남은 네리사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방 안은 어두웠고,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만 희미하게 들어오고 있었다.창가에는 난초가 놓여 있었다.그녀는 불도 켜지 않은 채 한참 동안 그곳에 앉아 있었다.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내 파트너:이번 주말 일정은 정해졌어. 이틀이야. 애쉬워스 씨의 저택은 외진 곳에 있어서 직접 찾아가야 해. 우리의 제안을 설명해야 하고. 결정했어?네리사는 화면을 바라봤다.엄지가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나:HR은?잠시 후 답장이 왔다.내 파트너:우리가 사무실을 비우는 동안 기다리게 하면 돼.잠시 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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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스위트룸 하나

토요일 아침은 맑고 추웠다.네리사는 레지던스 타워 앞에 작은 가방 하나를 내려놓고 서 있었다.짐은 간단하게 챙겼다. 옷 몇 벌과 노트, 그리고 프로젝트 호라이즌의 자료가 담긴 파일.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검은색 SUV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가자 운전석에 앉은 밴스가 그녀를 바라봤다.정장을 입고 있지 않았다.짙은색 바지에 네이비색 라운드넥 스웨터.평소보다 훨씬 편안한 차림이었지만, 날카로운 인상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의 그가 조금 더 잘생겨 보였다.차에 올라탄 네리사는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그저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창밖만 바라봤다.밴스도 재촉하지 않았다.그는 차를 출발시켰다.도시가 뒤로 멀어졌다.고속도로가 작은 도로로 바뀌고, 작은 도로가 다시 시골길로 이어졌다.공기가 달라졌다.더 깨끗했고, 더 차가웠다.두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편안한 침묵은 아니었다.그렇다고 적대적인 침묵도 아니었다.모든 것을 말한 것 같으면서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이었다.얼마 후 네리사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었다.밴스는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잠든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평소보다 어려 보였다.그는 다시 도로를 바라봤다.풍경은 계속 바뀌었다.숲은 점점 울창해졌고, 멀리 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차 안에는 엔진 소리만 잔잔하게 울렸다.네리사는 깨어나지 않았다.저택이 모습을 드러내자 밴스는 속도를 늦췄다.돌담.높은 창문.참나무가 늘어선 진입로.그는 정문에 도착하기 직전 차를 길가에 세웠다.엔진은 여전히 낮게 웅웅거렸다.밴스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네리사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머리는 창문에 기대어 있었고,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머리카락 몇 가닥이 뺨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깨워야 했다.도착했으니까.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그저 그녀를 바라봤다.천천히 오르내리는 가슴.가방 위에 놓인 손.살짝 구부러진 손가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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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감정에 면역인 사람은 아니다

방 안은 어두웠다.창밖의 숲은 고요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있었다. 침대 위 몇 인치의 거리만을 사이에 둔 채,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네리사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옆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이 선명했다.그의 호흡은 느리고 일정했다.너무 일정할 정도로.몇 분이 흘렀다.그리고 조용히—“네리사.”그녀가 고개를 돌렸다.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은 희미한 그림자처럼 보였다.“당신이 조비에게 말했지.”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내가 그녀를 사랑한다고.”침묵이 흘렀다.“정말 그렇게 생각해?”그의 목소리에는 따지는 기색이 없었다.그저 확신할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였다.평생 자신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믿어 온 남자의 목소리.네리사는 다시 천장을 바라보았다.“사랑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모든 사람이 요란하게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요.”잠시 후, 그녀가 다시 말했다.“누군가는 보호하고,”“누군가는 곁에 남고,”“누군가는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책임까지 짊어져요.”그녀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의무라고 착각하죠.”“사실은 그것이 사랑인데도.”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계속했다.“당신은 조비에게 안정감을 줬어요.”“그녀를 존중했고,”“그녀의 명예를 지켜줬고,”“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모욕한 적도 없었죠.”“그녀가 당신에게 충실하지 않은 뒤에도 결혼을 지켰어요.”그녀는 숨을 삼켰다.“사랑이 아니었다면…”“왜 그렇게까지 오랫동안 그녀를 위해 행동했겠어요?”그 질문이 조용히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았다.몇 년 만에 처음으로…밴스는 대답할 수 없었다.그의 아버지는 사랑이 약함이라고 가르쳤다.그의 어머니는 결혼은 의무라고 가르쳤다.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애정과 책임의 차이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어쩌면…그는 그 차이를 찾는 것 자체를 포기했는지도 몰랐다.네리사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당신이 그녀를 아끼는 마음은 한 번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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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우리가 마침내 함께한 밤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그러다 조용히 말했다.“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네리사.”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누군가가 내게 감정을 느껴도 된다고 말해준 건 처음이야.”잠시 침묵이 흘렀다.“하지만 네 말이 맞아. 나는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어.”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래요. 그렇다고 당신에게 뭔가 부족한 건 아니에요.”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그의 손이 침대 위에서 움직였다.손끝이 그녀의 손가락을 살짝 스쳤다.조심스럽고 망설이는 듯한 접촉이었다.그녀는 피하지 않았다.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맞물렸다.“당신 말이 맞아.”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부족한 사람이 아니야.”그의 눈빛은 부드러웠다.진심이 담겨 있었다.“너도 그래.”“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 네리사.”“그리고 제대로 된 사람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해.”그녀의 숨이 멎는 듯했다.그가 천천히 가까워졌다.이마가 맞닿았다.코끝이 살짝 스쳤다.그리고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부드럽고 깊은 키스였다.무언가를 요구하는 키스가 아니었다.그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다정했다.네리사는 생각할 틈도 없이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그녀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그의 입술을 따라갔다.잠시 후 그녀는 그에게서 떨어졌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보드에 등을 기대고 무릎을 끌어안았다.“이러면 안 돼요, 블랙우드 씨.”그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나한테 키스했잖아.”낮은 목소리였다.네리사는 부정하지 않았다.“당신은 아직 결혼한 상태예요.”그녀가 힘겹게 말했다.“아직 그녀와의 관계가 끝난 것도 아니잖아요.”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난 더 이상 연기하지 않을 거야, 네리사.”그의 시선이 그녀를 놓지 않았다.“너도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그녀는 아무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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