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Chapter 141 - Chapter 150

245 Chapters

141.아빠는 어디 있어요?

— 2년 후 —바닷물은 맑고 따뜻했다. 짙은 청록색 바다가 수평선까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수면 아래에는 또 다른 세상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석양처럼 붉게 물든 산호와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한 물고기들, 해류를 따라 부드럽게 흔들리는 바다 부채산호까지. 그곳은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작은 낙원 같았다.네리사는 마스크를 고쳐 쓰고 발을 차며 아래로 내려갔다. 곁에서는 샘이 산호 조각을 담은 망사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해저에 마련한 양식장에서 조금씩 키워 낸 산호들이었다.이곳의 산호초를 되살리는 건 샘이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그는 직접 인공 구조물을 설계했다. 살아 있는 산호를 심은 나무 틀을 바다 밑바닥에 고정하고, 부서진 산호 조각들이 다시 자라나도록 돌보는 일이었다. 작은 조각 하나부터 시작해 죽어 가는 바다를 되살리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레오가 다른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산호를 심는 대신 바다를 오염시키는 쓰레기를 수거했다. 플라스틱 조각과 엉킨 폐그물, 버려진 병들이 그의 망사 주머니 속으로 하나둘 들어갔다.레오의 프로젝트는 그렇게 모은 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테이블과 의자, 보도블록은 물론이고 건축용 벽 패널까지 만들어 냈다. 바다를 병들게 한 쓰레기로 다시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 그것이 그의 방식이었다.두 사람은 함께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름은 리프 앤 리클레임(Reef & Reclaim).회사는 네리사가 고향으로 돌아오기 2년 전, 샘이 먼저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오도 합류했다. 두 사람은 직접 구조물을 만들고 필요한 허가를 받아 냈으며, 소규모 지원금과 크라우드 펀딩으로 겨우 자금을 마련했다. 돈도 인력도 부족했지만, 그들에게는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그리고 네리사가 돌아왔다.모든 것이 무너진 채로. 뱃속에 아이를 품은 채로. 과거로부터 몸을 숨길 곳이 필요해서.그녀는 회사의 서류 작업에 매달렸다. 사업자 등록부터 법적 절차, 지원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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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아빠가 둘이라고?

그 말이 돌덩이처럼 네리사의 가슴에 떨어졌다.네리사의 손이 떨렸다.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샘은 그녀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아차렸다. 떨리는 손과 순식간에 텅 비어 버린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모래사장에 무릎을 꿇고 마야의 작은 두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누가 네게 아빠가 없다고 했니?”“니코랑 다른 애들이요.”샘은 고개를 저었다.“니코가 틀렸어. 아직 모르겠니?”그는 레오를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마야에게 시선을 돌렸다.“너한테는 아빠가 둘이나 있잖아.”마야의 울음이 딸꾹질처럼 끊겼다.“둘이요?”“나.” 샘이 자신을 가리켰다. “나는 네 파파 샘이잖아.”그는 이번에는 레오를 가리켰다.“그리고 저기 있는 파파 레오도 있지.”레오의 눈이 순간 커졌다. 그는 네리사를 힐끗 바라봤다. 네리사는 여전히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레오는 다시 마야를 향해 몸을 돌렸다.“맞아. 파파 레오라니, 꽤 마음에 드는걸?”마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쉴 새 없이 흐르던 눈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아빠가 둘이라고요?”“그래, 아빠가 둘.” 샘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넌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아이야.”마야가 훌쩍였다. 그러더니 조금씩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울음으로 일그러졌던 얼굴에 마침내 미소가 번졌다.“파파 샘? 파파 레오?”“바로 우리지.”샘이 웃으며 대답했다.마야는 곧장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샘은 아이를 받아 안아 번쩍 들어 올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자, 이제 울음은 그만. 우리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 하거든.”“무슨 일인데요?”“비행기 타는 일!”샘은 마야를 어깨 위에 앉혔다. 아이가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자 샘은 양팔을 날개처럼 벌리고 젖은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엔진 소리까지 냈다.“부우우웅! 달나라로 출발합니다!”마야가 까르르 웃으며 소리쳤다.“더 빨리요, 파파 샘! 더 빨리!”샘은 속도를 높였다. 바람이 마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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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스스로 일어서는 마을

마을은 산등성이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침이면 짙은 안개가 밀려들어 그 습기를 혀끝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곳 사람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두 시간씩 걸어 더러운 개울에서 물을 길어 왔다. 아이들은 자기 이름을 쓰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물통을 나르는 법부터 익혔다. 노인들은 한 방울의 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애썼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밴스는 높이 약 4.5미터에 달하는 풍력 터빈 아래에 서서 열일곱 살 소년이 마지막 조정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이 노만이었다. 나이에 비해 체구는 작았지만,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평생 무언가를 만들어 온 사람처럼 능숙하게 움직이는 손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터빈의 구조는 단순했다. 선풍기 날개와 플라스틱 파이프, 철봉으로 만든 틀, 압축기, 그리고 여러 개의 구리관이 전부였다. 바람이 날개를 돌리면 송풍기가 틀 안으로 공기를 밀어 넣었다. 공기는 압축기를 거치며 냉각되었고, 그 과정에서 공기 중의 수분이 응결해 물방울로 맺혔다. 처음에는 한 방울씩 떨어지다가 이내 가느다란 물줄기가 되었다.그렇게 모인 물은 구리관을 따라 세 단계의 필터를 통과한 뒤 저장 탱크에 담겼다.하루에 80리터에서 100리터.깨끗하고, 마실 수 있으며, 비용도 들지 않는 물이었다.이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은 노만 자신이었다. 그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원리를 익혔고, 낡은 공책에 도면을 그렸으며, 동네 시장을 뒤져 쓸 만한 재료를 모았다. 호라이즌은 압축기와 필터를 살 비용을 지원했다. 나머지는 전부 소년의 손으로 완성한 결과물이었다.이제 터빈이 낮게 윙윙거리며 산바람을 받아 꾸준히 돌아가고 있었다. 노만이 저장 탱크 아래쪽에 설치된 수도꼭지를 열자 맑은 물이 양동이 안으로 쏟아졌다.가장 먼저 물을 마신 사람은 노만의 여동생이었다. 아이는 두 손을 오목하게 모아 물을 떠서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마을의 원로는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노만은 밴스를 바라보았다. 소년은 웃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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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어

2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는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네리사는 어둠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 곁에서는 마야가 잠들어 있었다. 작은 손 하나가 네리사의 베개 위에 놓여 있었고, 아이의 숨소리는 부드럽고 고르게 이어졌다.하지만 네리사의 머릿속에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질문이 맴돌았다.엄마, 언제 파파 샘이 제 진짜 아빠가 되게 해 줄 거예요?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화제를 돌렸다.이것 좀 봐. 새 그림 도구가 왔네!마야는 잠시 관심을 빼앗겨 레오와 함께 신이 나서 달려갔다. 하지만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말없이 마주하는 순간마다, 고요가 찾아올 때마다 네리사의 마음속에 다시 떠올랐다.그녀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꾹 눌렀다.샘에게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인내심이 있었고, 마야가 무릎을 까졌을 때도, 악몽을 꾸고 깨어났을 때도, 처음으로 이가 빠졌을 때도 늘 곁에 있어 주었다. 마야에게는 자신이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아빠가 필요했다.하지만 그렇다고 선뜻 승낙할 수도 없었다.마야에게는 이미 아빠가 있었으니까.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남자. 회색 눈동자를 지녔고, 한때 어둠 속에서 그녀의 이름을 속삭였던 목소리의 주인.네리사는 눈을 감았다.잠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아침이 밝았을 때도 하늘은 잿빛이었고, 축축한 바닷바람이 창문 너머로 스며들었다.바닷가의 작은 집은 벌써 아침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네리사의 어머니 이블린은 수십 년 동안 그래 왔다는 듯 능숙한 손길로 팬케이크를 뒤집고 있었다. 희끗해진 머리카락은 뒤로 단정하게 고정되어 있었고, 세월의 흔적이 밴 손은 여전히 야무졌다.네리사가 돌아오기 훨씬 전부터 이 집의 중심을 지켜 온 사람. 그리고 딸이 돌아온 뒤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었다.마야는 이미 깨어나 주방 바닥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색연필을 색상별로 분류하던 아이는 네리사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엄마, 우리 파파 샘한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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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진심이었어

현관문이 열리고 레오가 들어왔다. 아침 일찍 바다에서 수영을 마치고 온 모양인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고 있었다. 레오는 길 아래쪽 작은 별장에서 지냈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 달려올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면서도, 네리사와 마야가 자신들만의 공간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은 떨어진 곳이었다. 네리사가 돌아온 뒤로 레오는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에 머물렀다.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를 벗 삼으며.레오는 네리사의 얼굴을 한 번 살피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마야에게 손을 내밀었다.“새로 산 미술용품 보러 갈 준비 됐어, 꼬마 아가씨?”마야가 얼른 레오의 손을 잡았다.“가는 길에 바위 웅덩이에도 들르면 안 돼? 불가사리랑 소라게 보고 싶어!”“일단 가 보고.”마야는 벌써 불가사리와 소라게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신이 나서 문 쪽으로 뛰어갔다. 레오도 그 뒤를 따라가다가 문턱에서 잠시 멈췄다. 그가 네리사를 돌아보았다.“괜찮아?”네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레오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래도 더 묻지는 않았다. 그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혔다.에블린은 다시 가스레인지 앞으로 돌아갔다.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그러다 에블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샘은 너한테도, 마야한테도 참 잘하는구나.”네리사는 조리대에 몸을 기댔다.“알아요.”“제인보다는 훨씬 낫지.”네리사는 눈을 감았다.에블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너는 아이 아버지가 누군지도 내게 말하지 않았어. 혹시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니?”“부끄러운 적은 없어요.”“넌 두려웠던 거야. 부끄러운 것과 두려운 건 다르지.”에블린은 팬케이크가 담긴 접시를 딸 앞에 놓았다.“먹어. 살이 너무 빠졌어.”네리사는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식욕은 없었다.“샘은 마야를 사랑해.” 에블린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샘은 너도 사랑하지.그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야.”“엄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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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회색 눈동자

정오, 해상 운송 컨테이너를 개조한 사무실.네리사와 샘, 레오는 접이식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그래프와 스프레드시트가 빼곡하게 떠 있었고, 세 사람의 표정은 무거웠다.“산호 폐사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샘이 가파르게 치솟는 빨간 선을 가리켰다.“근처 항로를 지나는 대기업 선박들이 해저 퇴적물을 휘저어 놓고 있어. 그 흙탕물이 새로 이식한 산호 조각들을 뒤덮고 있지. 이번 분기에 심은 산호 중 거의 40퍼센트를 잃었어.”레오가 두 번째 그래프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같은 기간 플라스틱 폐기물은 세 배로 늘었어. 그 대기업의 공급망에서 나온 포장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어. 우리가 수거하는 속도보다 쓰레기가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 이제 보관할 공간도 거의 없어.”네리사는 세 번째 자료를 내려다보았다. 예산표였다.“둘 다 핵심을 빙빙 돌려 말하고 있네요.”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한테 돈이 없다는 거잖아요.”그 말이 돌덩이처럼 테이블 위에 떨어졌다.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밖에서는 파도가 해안에 부딪쳤다. 그들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파도는 끝없이 밀려왔다 물러났다. 세 사람이 애써 쌓아 올린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동안에도 바다는 변함이 없었다.샘은 턱을 굳게 다물었고, 레오는 숫자라도 바뀌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예산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네리사는 지금까지 일궈 온 모든 것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여기서 실패하면 산호초는 죽어 갈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계속 밀려들 테고, 마야는 엄마가 소중한 무언가를 또다시 잃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침묵이 이어졌다. 샘은 화면 속 빨간 선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레오는 눈가를 문질렀다. 네리사는 두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보조금 신청은 전부 거절당했어요. 크라우드펀딩도 첫 달이 지나자 모금이 멈췄고요. 지금 남은 돈으로는 앞으로 여섯 주 정도 급여를 지급할 수 있어요. 그다음에는…….”“버틸 수 없겠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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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도착한 이메일

「호라이즌 글로벌 창립자 밴스 블랙우드,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가족과의 결별, 그리고 그가 멈추지 않는 이유를 말하다」네리사는 기사 제목을 다시 읽었다.기사를 쓴 기자는 그녀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진 속 밴스는 여러 현장을 방문하고 있었다. 풍력 터빈 옆에 서 있는 모습, 태양광 패널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 외딴 마을의 나이 든 여성과 악수하는 모습까지.네리사는 천천히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여섯 개 국가에서 진행 중인 스물두 개 프로젝트.서른한 명의 직원.기업의 지배가 아닌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다시 일군 재산과 사업.기자는 밴스의 아버지에 관해서도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밴스는 답변을 거절했다. 결혼 생활과 이혼에 대한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내놓은 대답은 단 한마디였다.“그 일은 이미 끝났습니다.”그리고 기사의 맨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후회하는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블랙우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단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네리사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손이 떨리고 있었다.그가 무엇을 후회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에어리를 떠나던 날,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눈에서 보았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속삭이던 그의 목소리에서도 들었다.나를 놓아준 걸 후회하는 거야.아니면 전혀 다른 일일 수도 있었다. 애초에 그녀를 만난 것 자체를 후회하는지도 몰랐다.네리사는 두 손바닥으로 눈을 꾹 눌렀다.그만. 이런 생각은 하지 마. 해야 할 일이 있잖아.그녀는 후원 후보 목록이 정리된 스프레드시트를 열었다. 그리고 검색창에 ‘Horizon Global’을 입력했다.회사 소개 페이지가 나타났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지역 공동체 중심의 사업, 국제적인 활동 범위,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완벽했다.그리고 네리사에게는 불가능한 상대였다.그런데도 커서는 회사 이름 위에 오래 머물렀다. 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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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결심

네리사가 마침내 이메일을 열어 본 것은 화요일 오전 9시 17분이었다.그녀는 컨테이너를 개조한 사무실의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옆에는 식어 버린 커피가 놓여 있었다. 화면에 뜬 제목은 여전히 같았다.「호라이즌 글로벌 – 협력 가능성 문의」리프 앤 리클레임 담당자님께,안녕하세요. 저는 호라이즌 글로벌에서 파트너십 총괄을 맡고 있는 대니얼 크로스입니다. 귀 단체의 산호 복원 및 플라스틱 재활용 활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 방식과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인상적이었습니다.귀 단체와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고 싶습니다. 통화하기 편하신 시간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대니얼 크로스네리사는 이메일을 두 번 읽었다. 글자들이 흐릿하게 번져 보였다.그녀의 머릿속에 예산표가 떠올랐다.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여섯 주. 가파르게 치솟는 산호 폐사 그래프의 빨간 선. 보관 공간을 가득 채워 가는 플라스틱 쓰레기.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기회였다.하지만 그곳은 호라이즌이었다. 밴스가 있는 곳.네리사는 이메일을 닫았다. 답장도 하지 않은 채 보관함으로 옮겼다. 다른 후원사를 찾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더 안전한 상대를 찾으면 됐다. 회색 눈동자를 가졌거나, 꿈속에서까지 그녀를 괴롭히는 목소리를 지닌 사람이 아닌 누군가를.다음 날 오후, 샘은 틱톡 계정에 올릴 새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접이식 테이블에 앉아 헤드폰을 쓴 채 레오가 플라스틱 쓰레기 자루를 나르는 장면을 자르고 있었다. 옆에 놓인 휴대폰에는 알림이 연달아 떴다.댓글 하나가 화면에 나타났다. 작성자는 "PriyaSharma_Horizon"이었다.정말 대단한 활동이네요! 저희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DM을 확인해 주세요!샘은 미간을 찌푸렸다. 곧바로 리프 앤 리클레임의 다이렉트 메시지를 열었다. 같은 계정에서 보낸 메시지가 하나 더 와 있었다.지난주에 이메일도 보내 드렸습니다. 아직 협력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답변 부탁드립니다!샘은 헤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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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바닷가에서

오후의 태양이 수평선 가까이 내려앉으며 해변 위로 황금빛을 쏟아 냈다. 미팅은 잘 끝났다. 네리사가 감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였다. 프리야 샤르마는 중요한 내용을 꼼꼼히 기록했고, 적절한 순간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대니얼 크로스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지만, 말투에는 존중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꽤 호의적이기까지 했다.이제 일행은 해안선을 따라 걷고 있었다. 발밑에서 모래가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조용한 해변을 채웠다. 샘은 마야를 어깨에 태운 채 걸었고, 작은 두 손은 그의 머리카락을 꼭 붙잡고 있었다. 레오는 프리야의 옆에서 재활용 시설의 확장 계획을 설명했다. 네리사는 조금 뒤처진 채 두 팔을 가슴 앞에 교차하고, 수평선만 바라보았다.미팅이 끝난 뒤로 그녀는 말수가 부쩍 줄었다. 예의 바르고 업무적인 태도는 유지했지만, 어딘가 거리를 두고 있었다.대니얼이 손목시계를 힐끗 보았다.“이 시간대의 빛이 정말 아름답네요. 이런 곳에서 일하신다는 건 행운입니다.”“도움은 되죠.” 네리사가 대답했다. “산호가 죽어 가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날에는요.”프리야가 미소 지었다.“그런데도 계속해 나가시잖아요.”“우리는 계속할 거예요.”네리사가 동의했다.앞서 걷던 마야가 샘의 어깨 위에서 몸을 꼼지락거렸다.“파파 샘, 나 물고기 보고 싶어!”“물고기들은 자고 있단다, 꼬마 아가씨.”“아니거든! 물고기는 안 자!”“그럼 아주 조용한 파티를 하고 있나 보네.”마야가 까르르 웃었다. 샘은 아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자세를 고쳐 잡고는 계속 걸었다. 해변 저편에 키가 큰 남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였다.---밴스는 올 생각이 없었다.택시에서 내리며 그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바다의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대니얼에게는 그저 풍경을 보러 왔다고 했다. 기분 전환을 하려고, 소금기 어린 바람을 쐬려고, 물가에 서서 숨을 들이마시는 기분이 어땠는지 다시 떠올려 보려고 왔다고.하지만 모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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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저녁 식사 제안

대니얼이 헛기침을 했다.“블랙우드 대표님? 이쪽으로 오시죠.”밴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네리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두 팔은 가슴 앞에 교차되어 있었다. 마치 모래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싶기라도 한 사람처럼 보였다.“블랙우드 대표님?”대니얼이 일행 쪽으로 손짓하며 다시 불렀다.“다들 여기 있습니다.”밴스가 눈을 깜빡였다. 그는 억지로 다리를 움직였다.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걸음이 더 무거워졌다. 모래가 구두를 붙잡고 늘어졌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는 오히려 커져만 갔다.돌아서야 했다. 공항으로 돌아가야 했다. 애초에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그런데도 그는 계속 걸었다.샘의 어깨 위에서 마야가 몸을 꼼지락거렸다.“엄마, 우리 언제 밥 먹어? 배고파.”네리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에게 붙들려 있었다. 심장이 거세게 뛰었고, 숨은 가빠졌다.“엄마?”그제야 네리사가 눈을 깜빡였다. 고개를 들어 샘의 어깨 위에 있는 딸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움직였다.밴스에게 다가간 것도, 그에게서 멀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샘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샘 때문이 아니었다. 그 어깨 위에 마야가 있었기 때문이다. 딸이 그곳에 있었다. 네리사는 그저 딸에게 다가간 것이었다.그녀의 손이 저절로 뻗어 나가 마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아이를 안심시키려는 마음이자, 단단한 현실에 자신을 붙들어 두려는 몸짓이었다.밴스는 그 모습을 보았다.다른 남자에게 다가서는 그녀의 움직임. 아이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손길. 그리고 세 사람이 함께 서 있는 모습.마치 하나의 가족 같았다.밴스의 가슴이 갈라지는 듯했다.그녀에게는 가족이 있구나.그는 지난 5년 동안 싸우며 살아왔다. 이혼을 치렀고, 상속권을 잃었으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호라이즌을 세웠다. 그 모든 일이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한 것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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