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Chapter 151 - Chapter 160

245 Chapters

151. 아이가 있습니까?

식당 안은 따뜻했다. 등불이 은은하게 빛났고, 생선을 굽는 냄새와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공기 속에 감돌았다.창가에는 긴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여종업원이 일행을 그곳으로 안내했다.“편하신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대니얼이 곧장 자리를 정하며 테이블 한쪽 끝의 의자를 빼냈다.“블랙우드 대표님, 여기 앉으시죠.”밴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테이블을 살피고 있었다. 마주 보는 두 줄의 긴 의자. 한쪽에서는 거리가 보이고, 반대쪽에서는 벽을 바라보게 되는 단순한 배치였다.레오가 창가 쪽에 앉았다. 샘은 그 옆자리에 앉았고, 마야는 샘의 옆 의자에 기어 올라갔다. 네리사는 마야의 반대편, 아이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한쪽에 네 사람.맞은편에는 빈 의자 네 개가 남았다.대니얼이 빈자리 쪽을 가리켰다.“프리야 씨는 여기 앉으세요.”그는 샘의 바로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이어 레오 맞은편 의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블랙우드 대표님은 여기……”“아니요.”밴스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그는 테이블 반대편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대니얼이 지정한 곳이 아니었다. 그가 선택한 자리는 마야의 바로 맞은편이었다.작은 여자아이가 회색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밴스도 아이를 내려다보았다.두 사람 사이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짧은 섬광처럼, 보이지 않는 전류처럼. 이름 붙일 수 없는 낯익음이 두 사람을 스쳤지만,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대니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프리야 옆 테이블 끝에 앉았다. 밴스는 프리야의 반대편에 자리를 잡으며 네리사와 마야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마야는 자기 몸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메뉴판을 집어 들더니 거꾸로 펼쳐 들었다.“엄마, 이게 뭐야?”네리사가 몸을 기울여 메뉴판을 바로 돌려 주었다.“음식이야. 먹고 싶은 걸 골라 봐.”“생선!”“생선이 좋아?”“눈 없는 생선이 좋아.”샘이 웃음을 터뜨렸다.“필레를 말하는 거예요.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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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그는 그게 너무 싫었다

시간이 흘렀다. 저녁 식사는 별다른 일 없이 끝났다. 직원들이 접시를 치웠고, 서로 예의 바른 인사를 나눴다. 밖으로 나오자 거리는 어두웠고, 가로등에서 흘러나오는 주황빛만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네리사는 떠나면서도 밴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마야의 손을 잡았고, 샘이 그 옆을 나란히 걸었다. 레오가 뒤따랐다. 세 사람은 모퉁이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목소리도 점차 멀어졌다. 마야의 웃음소리가 한 번 더 들려온 뒤, 거리는 다시 조용해졌다.밴스는 연석에 서서 그들이 사라진 텅 빈 거리를 바라보았다.가슴이 조여 왔다.프리야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호텔까지는 차로 10분 정도예요. 차량도 불러 뒀습니다.”대니얼이 고개를 끄덕였다.“먼저 체크인하고, 회의 내용을 정리하죠.”프리야가 밴스를 돌아보았다.“블랙우드 씨, 별도 객실을 예약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남은 방이 많지 않더라고요. 대니얼 씨와 같은 방을 쓰셔도 괜찮으시겠어요?”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네리사가 사라진 모퉁이에 고정되어 있었다.“블랙우드 씨?”프리야가 다시 불렀다.그제야 밴스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돌렸다.“응?”“객실 말이에요. 대니얼 씨와 함께 쓰셔야 하는데 괜찮으시냐고요.”“그래. 상관없어. 그냥 가자. 피곤하군.”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차를 향해 걸어갔다. 운전기사가 문을 열자 밴스는 차에 올라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프리야와 대니얼이 서로를 힐끗 바라보았다.“오늘따라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것 같네요.” 대니얼이 낮게 중얼거렸다.프리야는 어깨를 으쓱했다.“장거리 비행 때문이겠죠.”그녀가 차에 올랐고, 대니얼도 뒤따랐다. 문이 닫히자 차는 천천히 출발했다.호텔 객실은 작았지만 깨끗했다. 침대 두 개와 책상 하나, 그리고 벽돌벽이 보이는 창문이 전부였다.밴스는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화면에는 리프 앤 리클레임의 자료가 떠 있었다. 몇 주 전 대니얼이 보내 준 문서들이었다. 당시에는 대충 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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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그녀는 결혼하지 않았다

얇은 커튼 사이로 창백하고 희뿌연 아침 햇살이 스며들었다.밴스는 이미 깨어 있었다. 사실, 그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책상 앞에 앉은 그는 노트북을 펼쳐 놓고 리프 앤 리클레임 관련 자료를 띄워 두었다. 하지만 지난 한 시간 동안 글자 하나 제대로 읽지 못했다. 옆에 놓인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욕실 문이 열리고 대니얼이 나왔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였지만 옷은 이미 갈아입은 상태였다.“일찍 일어났네.” 대니얼이 말했다. “아니면 잠은 제대로 잤어?”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대니얼은 어깨를 으쓱하고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태블릿을 집어 들고 화면을 넘기던 그가 입을 열었다.“부탁한 자료는 확보했어. 샘 하트에 관한 거.”밴스의 키보드 위 손가락이 멈췄다. 그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계속해.”대니얼은 메모를 확인하며 보고하기 시작했다.“새뮤얼 하트, 서른세 살. 레오 휘트모어와 같은 대학을 졸업했고, 대학 시절부터 친구였어. 약 7년 전에 해안 마을로 이주해서 혼자 산호초 복원 사업을 시작했지. 이후 레오가 합류하면서 두 사람이 함께 리프 앤 리클레임을 설립했어.”그는 화면을 더 내렸다.“휘트모어 남매의 어머니인 이블린은 그를 거의 둘째 아들처럼 대하더군. 집에도 자주 드나들고. 마야도 샘을 무척 좋아해. 조수 웅덩이에 데려가 놀아 주고, 비행기 놀이도 해 주고, 동화책도 읽어 준대. 알아본 바로는 마야가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곁을 지켜 온 사람이야.”밴스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둘의 관계는? 샘과 네리사 말이야.”대니얼이 고개를 들었다.“연인 사이라는 증거는 찾지 못했어. 혼인 기록도 없고, 같은 주소에 거주한 기록도 없고, 공동 명의 계좌도 없어. 네리사는 여전히 휘트모어고, 샘은 하트야. 부부가 아니라 사업 파트너라는 거지.”밴스는 화면을 응시했다.가슴을 짓누르던 무언가가 조금 느슨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무언가가 더 단단히 조여 왔다.대니얼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과장된 몸짓으로 기지개를 켰다.“밤새 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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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당신이 그럴 리 없다는 걸 알아

컨테이너 사무실은 조용했다.네리사는 책상 앞에 앉아 서류 더미를 펼쳐 놓고 있었다. 파트너십 계약서와 보조금 신청서, 수없이 검토했던 예산안까지. 작은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온 아침 햇살이 바닥 위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레오는 프리야를 데리고 재활용 시설로 갔고, 샘은 대니얼을 데리고 산호초 복원 현장으로 향했다. 두 사람 모두 몇 시간은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네리사는 혼자였다.그녀가 펜을 집어 드는 순간이었다.문이 열렸다.네리사는 샘이나 레오가 무언가를 두고 가서 일찍 돌아온 줄 알고 고개를 들었다.문간에 밴스가 서 있었다.혼자였다. 정장 재킷은 벗어 두었고, 셔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혀 있었다. 얼굴에는 피로가 묻어났지만, 회색 눈동자만큼은 여전히 날카롭게 빛났다.네리사는 펜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좋은 아침입니다.”밴스가 먼저 인사했다.네리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이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고, 한 발짝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 침착하게, 업무에 충실하게, 지난 5년 동안 자신이 연기해 온 여자가 되어야 했다.“좋은 아침입니다, 블랙우드 씨.”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안으로 들어오세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밴스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뒤에서 문이 딸깍 소리를 내며 닫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네리사에게는 그 사이에 바다가 놓여 있는 것만 같았다.밴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저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녀를 들여다보려는 듯했다. 그의 표정에는 고통과 그리움, 좌절이 뒤섞여 있었다. 네리사는 그 밖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었다.“당신과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네리사는 순간 멈칫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당신과 이야기하고 싶다.당신에 관해 알아보고 싶다는 말이 아니었다.그녀는 한 걸음 물러나 책상을 사이에 두었다.“그럼…… 앉으세요. 음료를 준비해 드릴게요.”“그럴 필요 없어.”하지만 네리사는 이미 컨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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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그는 당신이 아니야

주전자가 날카롭게 울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밴스는 대답을 기다렸다. 회색 눈동자는 한순간도 네리사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그 질문이 떠돌고 있었다.마야의 아버지는 누구야?네리사는 목이 바짝 말랐다. 손끝은 차가웠다.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낡은 바닥 세 걸음만큼의 거리가, 지난 5년이라는 세월을 무너뜨리고 있었다.“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밴스의 턱이 굳었다.“나와 모든 게 관련된 일일 수도 있잖아. 그 아이가 내 딸이라면.”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거칠고 절박했다.“제발 말해 줘. 내 딸이야? 아니면…… 제인의 딸이야?”네리사는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심장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당신은 나를 전혀 몰라요, 밴스. 이제는 더더욱요. 5년이나 지났잖아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마야의 아버지가 누구든, 당신이 알 바 아니에요.”“하지만 시기가…….”‘엄마, 언제쯤 파파 샘이 진짜 내 아빠가 될 수 있어?’마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해변에서 눈물을 흘리며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던 딸의 모습. 모래사장에 무릎을 꿇은 샘. 마야의 작은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하던 그.정말로 네 진짜 아빠가 되고 싶어.편안한 미소가 떠올랐다. 언제나 기다려 주던 인내심, 샘을 발견하면 망설임 없이 달려가던 마야의 모습까지.그리고 밴스.딸과 똑같은 회색 눈동자. 길었던 침묵. 자신들이 없는 곳에서 그가 혼자 일구어 온 삶.5년 동안 깊이 묻어 둔 진실까지.네리사는 마침내 선택했다.“마야에게는 아빠가 있어요.”그녀의 입술에서 차갑고 단호한 말이 흘러나왔다.“샘이요.”밴스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 이름은 칼날처럼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는 네리사의 얼굴을 살피며 거짓말의 흔적을 찾았다. 그녀의 단단한 방어막에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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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너도 나와 같은 눈을 가졌구나

대니얼은 네리사를 보고 있지 않았다. 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밴스의 회색 눈동자에 스치는 상처를 보았다. 호텔 방에서 벽만 바라보던 그 눈, 샘 하트의 과거를 조사해 달라고 했던 그 눈이었다. 대니얼은 오랫동안 밴스와 함께 일해 왔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협상하는 모습도, 가족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모습도 지켜봤다. 하지만 이런 표정은 처음이었다.마치 누군가 가슴속 깊은 곳에 손을 집어넣어 소중한 무언가를 뜯어내기라도 한 사람처럼.“의사를 부를까요?”대니얼의 목소리가 전보다 낮아졌다. 가볍게 건네는 말투가 아니었다. 조심스러웠다.“아니요. 괜찮아요.”네리사는 대답했다. 목소리는 이제 차분했지만, 물속에 담긴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밴스를 보지 않았다.그럴 필요도 없었다.밴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자신은 이곳에서 이방인이었다. 5년 전부터 줄곧 그랬다.밴스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문이 조용히 닫혔다. 작은 소리였지만, 그에게는 지금껏 들었던 어떤 소리보다 크게 울렸다.컨테이너 사무실 밖에 멈춰 선 그는 아침 햇살이 얼굴을 따뜻하게 감싸는 것을 느꼈다. 가슴의 통증은 여전했다. 샘이 손목을 움켜쥐었던 자리도 아직 얼얼했다.떠나야 했다. 호텔로 돌아가 짐을 싸고 다음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가면 됐다. 협력 사업은 대니얼이 맡으면 그만이었다. 그가 여기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밴스는 걸음을 옮겼다.주차장이 아니라 해변을 향해.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에 다져진 좁은 길이었다. 걸을수록 파도 소리가 커졌고,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폐 속으로 밀려들었다.그러다 마침내 그녀를 발견했다.마야는 물가 근처의 납작한 바위에 앉아 있었다. 바람에 헝클어진 짙은 머리카락이 작은 어깨 위로 흩날렸다. 무릎 위에는 스케치북이 펼쳐져 있었다. 사무실에서 받은 그림 도구와 함께 온 새 스케치북이었다. 주변에는 색연필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마야는 완전히 그림에 빠져 작은 손을 바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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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맞잡은 손

마야는 이미 다시 그림으로 시선을 돌린 뒤였다. 스케치북 한쪽 구석에 보라색 물고기를 하나 더 그려 넣으며, 방금 자신이 한 말은 벌써 잊은 듯 다음 작업에 몰두했다.밴스는 바위 위에 얼어붙은 채 앉아 있었다. 딸의 말이 귓가에서 계속 맴돌았다.아저씨 눈은 나랑 똑같아요.그렇게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파도는 쉴 새 없이 부서졌고, 태양은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그러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마야!”밴스가 고개를 들었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나이 든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은 뒤로 단정하게 고정되어 있었고, 세월의 흔적이 밴 두 손은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다. 여자는 그를 날카롭게 살피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이블린. 네리사의 어머니였다.마야는 얼굴을 환하게 밝히며 고개를 들었다.“할머니! 이것 봐요. 바다를 그렸어요!”이블린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시선이 마야의 스케치북에서 밴스의 얼굴로 옮겨갔다. 미소는 없었다.“이제 집에 가자, 마야.”“엄마 사무실에 가면 안 돼요? 파파 샘 보고 싶은데.”“안 돼, 아가. 엄마랑 샘은 일하는 중이잖니. 할머니도 집에서 할 일이 있어. 널 데려다줄 수도 없고, 혼자 가게 할 수도 없단다.”마야가 밴스를 가리켰다.“그럼 이 아저씨랑 가면 돼요.”이블린의 시선이 밴스에게 향했다. 경계심과 의심이 가득한 눈빛이었다.“당신은 누구죠?”“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마야도 물었다.밴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이 아직 앉아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다리가 묵직하게 느껴졌다.“밴스 블랙우드입니다. 호라이즌 글로벌에서 왔습니다. 리프 앤 리클레임과 후원 협력을 논의하러 왔습니다.”이블린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스캔들과 기자회견, 5년 전 집으로 돌아온 딸의 텅 빈 눈빛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일의 중심에 있었던 남자였다.“이 아저씨는 엄마 친구예요.” 마야가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 마치 그것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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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나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오후의 태양이 컨테이너 사무실 위로 낮게 기울어 모래밭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네리사는 사무실 밖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붕대를 감은 손을 옆구리에 붙이고 있었다. 화상 부위가 욱신거렸지만,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에 고정되어 있었다.샘이 곁에 서 있었다. 몇 분 전 네리사의 손에 붕대를 감아 준 뒤로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어깨가 맞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안에 들어가 있는 게 좋겠어.” 샘이 조용히 말했다.“직접 봐야 해요.”“뭘?”네리사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다 마침내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밴스와 마야였다. 마야는 작은 손으로 밴스의 손을 꼭 잡은 채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밴스는 아이 쪽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귀를 기울였다.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마저 어려 있었다.밴스가 고개를 들었다.네리사를 보았다. 그리고 그녀 곁에 서 있는 샘도.샘의 손이 네리사의 붕대를 감은 팔 위에 놓여 있는 것까지.밴스의 두 손이 양옆에서 주먹으로 말렸다. 그는 억지로 손가락을 폈다. 질투할 자격 따위 없었다.그런데도 질투가 났다.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마야가 고개를 들었다. 샘을 발견하고, 네리사도 보았다.“파파 샘!”마야는 밴스의 손을 놓자마자 달려갔다.샘이 두 팔을 벌리고 무릎을 굽혔다. 마야는 그대로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샘은 아이를 번쩍 들어 한 바퀴 돌린 뒤, 한쪽 엉덩이에 걸쳐 안았다. 마야가 까르르 웃으며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쌌다.“파파 샘! 나 바다 그렸어요!” 마야가 배낭을 가리켰다.“안에 들어가서 보여 줘.”샘은 마야를 안은 채 사무실로 들어갔다.밴스가 네리사 앞에 멈춰 섰다. 샘은 그를 길게 바라보았다. 상대를 가늠하듯 살피는 시선이었다. 그러고는 마야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딸깍 소리를 내며 닫혔다.네리사와 밴스만 남았다.“왜 마야와 함께 있었어요?”네리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해변에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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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얼굴이 빨개진 남자

사흘 후호텔 방은 임시 숙소였지만, 밴스는 마치 자기 공간인 것처럼 생활했다. 매일 아침 누구보다 먼저 컨테이너 사무실에 도착했다. 모두가 마실 수 있도록 커피를 넉넉히 사 왔다. 데이터를 검토하고, 메모를 남기고, 필요한 질문을 했다. 호라이즌의 인맥을 활용해 기자들에게 연락하고, 마을 공청회 취재 일정도 잡았다.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그는 그저 처음부터 그곳에 속해 있었던 사람처럼 그들과 나란히 일했다.그런 모습이 네리사를 불편하게 했다. 어떤 대립보다도 더.사흘째 되는 날 오후, 모두의 어깨에 피로가 내려앉았다.컨테이너 사무실은 어느새 작전 본부처럼 변해 있었다.해안선 지도가 벽에 빼곡히 붙어 있었고,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량을 나타내는 도표들이 테이블을 덮고 있었다. 인근 업체의 선박들이 산호초를 훼손해 온 항로에는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노란 메모지에는 해야 할 일과 마감 기한, 협조를 약속한 마을 주민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네리사는 테이블에 앉아 서류 더미 위에 손을 얹고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지 며칠째였다. 다른 사람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샘은 창가에 서서 휴대전화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마을 대표가 금요일에 공청회를 열기로 했어. 플라스틱 폐기물 관련 데이터를 발표하고, 산호초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 줄 수 있겠어.”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서류 캐비닛 앞에서 오래된 허가 서류들을 꺼내고 있었다.“그 업체는? 우리가 보낸 서한에 답이 왔어?”“아니요.” 네리사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무시하고 있어요. 늘 그렇듯이요.”샘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럼 직접 찾아가자. 환경 담당자와 면담을 요청하는 거야.”“거절할 거예요.”“그렇다면 거절할 수 없게 만들어야지.”샘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언론을 데려가고, 마을 대표도 함께 가는 거야. 데이터도 전부 준비해서.”레오가 눈을 비볐다. 새벽 네 시부터 해변에서 플라스틱 자루를 나르느라 깨어 있었던 탓에 허리가 쑤셨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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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귀여운 그 남자

레오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문질렀다.“이런 얘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그걸 이제 알았어?”샘의 목소리는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의자가 뒤로 넘어지며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냈다.“바람 좀 쐬고 올게.”샘은 문을 향해 걸어갔다. 걸음이 지나치게 빨랐다.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문이 쾅 닫혔다.레오가 얼굴을 찡그렸다.“내가 괜한 말을 했어.”네리사가 그를 바라봤다.“그러게. 하지 말았어야지.”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어디 가?”레오가 물었다.“샘을 보러.”“괜찮을 거야.”“내 남동생의 친구잖아.”네리사는 문틀에 손을 얹은 채 잠시 멈췄다.“그런데 알고 보니 13년이나 나를 사랑했대. 적어도 이야기는 한번 나눠 봐야 하지 않겠어?”그녀는 밖으로 나갔다.문이 달칵 소리를 내며 닫혔다.컨테이너 사무실에 홀로 남은 레오는 벽에 걸린 지도들을 바라봤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입을 함부로 놀린 걸 벌써 후회하고 있었다.밖으로 나온 샘은 그리 멀리 가지 못했다.그는 컨테이너 옆에 쪼그려 앉아 금속 벽에 등을 기댄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울어서가 아니었다.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창피해서였다.귀도 여전히 빨갰고, 목덜미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피부에서 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멍청이.이 멍청아, 이 바보 같은 자식아.레오는 입을 다물고 있었어야 했다. 자신도 마음을 끝까지 숨겼어야 했다. 13년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묻어 둔 감정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 산산이 부서졌다.이제 네리사도 알게 됐다.앞으로 그녀는 자신을 예전과 다르게 볼 것이다. 어쩌면 안쓰럽게 여길지도 모른다. 아니면 거리를 두거나, 상처 주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베푸는 조심스러운 친절을 보여 줄 수도 있었다.난 너와 같은 마음이 아니야. 하지만 네가 다치는 것도 원하지 않아.그런 뜻이 담긴 친절 말이다.샘은 두 손으로 눈을 더 세게 눌렀다.그때 문이 삐걱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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