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사무실은 조용했다.네리사는 책상 앞에 앉아 서류 더미를 펼쳐 놓고 있었다. 파트너십 계약서와 보조금 신청서, 수없이 검토했던 예산안까지. 작은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온 아침 햇살이 바닥 위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레오는 프리야를 데리고 재활용 시설로 갔고, 샘은 대니얼을 데리고 산호초 복원 현장으로 향했다. 두 사람 모두 몇 시간은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네리사는 혼자였다.그녀가 펜을 집어 드는 순간이었다.문이 열렸다.네리사는 샘이나 레오가 무언가를 두고 가서 일찍 돌아온 줄 알고 고개를 들었다.문간에 밴스가 서 있었다.혼자였다. 정장 재킷은 벗어 두었고, 셔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혀 있었다. 얼굴에는 피로가 묻어났지만, 회색 눈동자만큼은 여전히 날카롭게 빛났다.네리사는 펜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좋은 아침입니다.”밴스가 먼저 인사했다.네리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이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고, 한 발짝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 침착하게, 업무에 충실하게, 지난 5년 동안 자신이 연기해 온 여자가 되어야 했다.“좋은 아침입니다, 블랙우드 씨.”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안으로 들어오세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밴스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뒤에서 문이 딸깍 소리를 내며 닫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네리사에게는 그 사이에 바다가 놓여 있는 것만 같았다.밴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저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녀를 들여다보려는 듯했다. 그의 표정에는 고통과 그리움, 좌절이 뒤섞여 있었다. 네리사는 그 밖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었다.“당신과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네리사는 순간 멈칫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당신과 이야기하고 싶다.당신에 관해 알아보고 싶다는 말이 아니었다.그녀는 한 걸음 물러나 책상을 사이에 두었다.“그럼…… 앉으세요. 음료를 준비해 드릴게요.”“그럴 필요 없어.”하지만 네리사는 이미 컨테이너
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