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가 나간 뒤, 문이 조용히 닫혔다.네리사와 샘은 따뜻한 주방 조명 아래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집 안은 고요했다. 마야는 잠들었고, 이블린은 방으로 들어간 뒤였다. 그런데도 집 안의 공기는 답답할 만큼 무거웠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가지 못한 말들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샘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밤은 깊었고, 멀리서 바다가 낮게 웅얼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샘.”네리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샘은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여기서는 말고.”그의 목소리는 조용했다.네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샘이 뒷문을 열자 서늘한 밤공기가 밀려들었다. 네리사는 말없이 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걸었다. 텃밭을 지나고, 밴스가 마야와 함께 앉아 있었던 낮은 돌담을 지나, 해변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갔다. 발밑에서 자갈이 바스락거렸다. 희미한 달빛이 모래사장 위로 은빛을 흩뿌리고 있었다.샘은 밀물과 썰물에 오랜 세월 깎여 매끄러워진 커다란 유목 앞에서 멈췄다. 나무의 절반은 모래 속에 묻혀 있었다. 그가 먼저 앉았고, 네리사도 옆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남아 있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였다.파도가 해안에 부드럽게 밀려왔다가 물러났다. 잔잔하고 규칙적인 소리였다. 두 사람의 사정 따위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바다는 평소와 다름없이 움직였다.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샘은 바다만 바라보았다. 두 손은 무릎 위에 얹혀 있었고, 잠수복은 아직 축축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아래로 드러난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배어 있었다. 잠수 때문만은 아니었다. 열세 해 동안 혼자 짊어지고 살아온 마음의 무게가 그를 지치게 한 것이었다.“네가 그 길을 올라왔을 때 표정을 봤어.”마침내 샘이 입을 열었다.“그 남자를 바라보던 눈빛도. 손을 잡고 있던 모습도.”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네가 누군가를 그렇게 바라보는 건 처음 봤어. 제인에게도 그런 적은 없었잖아.”
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