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Chapter 231 - Chapter 240

240 Chapters

231. 속죄의 시작

“아스테라와 호라이즌의 합병설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주가까지 하락하고 있으니, 지금 당장 대응해야 합니다.”윌리엄이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이 문제에 관해서는 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겠습니다. 제 아들이 제 유산을 빼앗으려 한다는 소문만으로 아스테라와 호라이즌의 합병을 결정하지는 않을 겁니다.”회의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채드윅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감추려 하지 않았다. 다른 이사들은 숨을 죽인 채 윌리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애슈워스는 깊은 숨을 내쉬었고, 네리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밴스를 바라보았다.밴스는 그 자리에서 몸이 굳었다.그는 애슈워스에게 모든 상황이 안정된 뒤라면 언젠가 합병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윌리엄은 이제 그 가능성을 분명하게 부정하고 있었다.밴스는 아버지에게 반박하고 싶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얼마 전 아버지와 격렬하게 충돌했던 일이 떠올랐다. 이사들이 모두 지켜보는 자리에서 또다시 부딪히고 싶지는 않았다.그는 턱을 굳게 다문 채 감정을 억눌렀다.“그렇기 때문에 언론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려는 겁니다. 회사의 미래를 두고 불필요한 추측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죠.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제 아들이 추진한 임원 급여 삭감과 구조조정이 향후 6개월 동안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아스테라와 호라이즌의 합병은 미래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선택지가 될 겁니다.”“뭐라고요? 윌리엄,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이 회사의 미래를 호라이즌에 넘기겠다는 겁니까?”채드윅이 반발했다.다른 이사들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이 터져 나왔다.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이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애슈워스는 조용히 고개를 기울였고, 네리사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밴스를 바라보았다.밴스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회사의 미래는 바로 내 아들이오.”윌리엄이 말을 이었다.“나는 우리 가족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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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흔적을 지우는 자들

늦은 밤, 아스테라 스파이어 지하실은 축축하고 서늘했다.로렌스는 커다란 금속 드럼통 옆에 서서 불길이 오랜 세월 쌓인 증거를 집어삼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 장 한 장, 한 해 한 해의 기록이 불길 속에서 사라졌다. 열기가 뜨거웠지만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에도 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첸이 그의 곁에서 서류 뭉치를 불 속에 던져 넣었다. 손놀림은 능숙하고 침착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해본 사람이 아니었다. 셀 수 없이 반복해 온 듯했다.“서둘러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첸이 재촉했다.로렌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류 가장자리를 휘감는 불길만 바라보았다. 채드윅의 서명, 페이퍼 컴퍼니 계약서, 자금 이체 승인서. 모든 것이 한 줌의 재로 변하고 있었다.회계팀 직원 중 한 명인 피터스는 출입문 근처를 서성였다. 젊은 남자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정말 이게 전부 맞습니까? 혹시 누군가 복사본을 만들어 뒀다면요?”첸의 눈빛이 번뜩였다.“복사본은 없습니다. 내가 직접 확인했어요. 서버는 깨끗하고 백업 파일도 전부 삭제했습니다. 디지털 기록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어요.”“그럼 종이 문서는요?”첸이 드럼통을 가리켰다.“저기 있잖습니까. 재가 되어 사라지고 있죠.”마침내 로렌스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우리가 이 일을 벌인 지도 벌써 7년이군요. 7년 동안 숨기고 빼돌렸는데, 이제는…….”“이제 끝내는 겁니다.”첸이 그의 말을 잘랐다.“깔끔하게, 완벽하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요.”그는 피터스를 돌아보았다.“드럼통도 치워요.”피터스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드럼통 손잡이를 붙잡고 서비스 엘리베이터 쪽으로 끌고 갔다. 불길이 마지막으로 일렁였고, 바닥에는 재가 흩날렸다.첸은 피터스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로렌스에게 시선을 돌렸다.“걱정이 많아 보이는군요.”로렌스의 턱이 굳었다.“걱정될 수밖에요.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잖습니까. 모든 증거를 통째로 없애는 건 처음입니다.”“그동안은 그럴 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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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법정은 방청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기자들이 방청석을 빼곡히 메웠고,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기자들은 휴대전화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취재 내용을 전했다. 법정 안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법정 앞쪽, 재판장은 판사석에 앉아 있었다. 굳은 표정과 날카로운 눈빛에서 조금의 빈틈도 찾아볼 수 없었다.피고인석에는 채드윅과 로렌스, 첸, 회계팀 직원 두 명, 기자 한 명, 그리고 로널드 싱클레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그들은 여유로워 보였다.특히 로널드의 태도는 당당하기까지 했다. 값비싼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고, 눈가에는 조롱에 가까운 웃음까지 걸려 있었다.그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방청석에는 조비엔이 앉아 있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꼭 맞잡은 그녀의 곁에는 얼굴이 창백한 제인이 자리했다. 반대편에서는 마거릿이 딸의 팔을 꽉 붙들고 있었다.그들 모두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들이었다.검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목소리는 침착하면서도 힘이 있었다.“재판장님,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횡령, 사기, 공모, 자금 세탁 및 장물 취득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들은 7년에 걸쳐 아스테라 코퍼레이션에서 총 4,50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조직적으로 빼돌렸습니다.”방청석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검사는 말을 이어 갔다.“검찰은 로널드 싱클레어가 이 범죄를 총괄하고, 채드윅이 자금 이체를 승인했으며, 로렌스가 실제 송금 업무를 처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예정입니다. 리처드 첸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기술적 수단을 제공했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증거를 감추는 데 가담했습니다.”검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피고인석을 차례로 훑어보았다.그러나 로널드의 미소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곧 변호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값비싼 정장을 입은 그는 날카로운 인상을 풍겼고, 목소리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재판장님, 검찰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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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그동안 잘 지냈어?

그 질문이 두 사람 사이에 맴돌았다.네리사는 제인을 바라보았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 자신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남자, 그리고 이제는 산산이 부서진 삶을 다시 추슬러 보려 애쓰는 남자였다.그녀는 작게 미소 지었다. 어딘가 슬픔이 배어 있는 미소였다.밴스가 다가와 네리사의 등에 손을 얹었다. 제인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미소 한 점 없었다.“난 행복해, 제인. 아주 오랜만에 진심으로 행복해. 이제 내게는 딸도 있어. 곧 여섯 살이 돼.”제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예전에 첫아이를 잃었던 일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잘됐네.”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정말…… 잘됐어.”“쌍둥이들은 잘 지내?”네리사의 질문에 제인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가 셀레네와 오스틴의 안부를 물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잘 지내. 아빠 노릇이 쉽지는 않더라. 정말 지칠 때도 많지만, 아이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 애들이 내게 힘을 줘.”그의 시선이 밴스에게로 향했다. 처음으로 두 남자 사이의 긴장이 조금 누그러졌다. 이제 두 사람 모두 한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서로에게 묘한 동질감을 안겨 주었다.네리사는 밴스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그들은 서로에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다시 제인을 바라보았다.“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 집 말이야. 우리 둘이 함께 살려고 몇 년이나 돈을 모아서 산 집이잖아. 왜 이제 와서 나와 내 가족에게 주려는 거지? 예전에 나와 조비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도?”제인은 네리사의 표정을 살피듯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네리사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너희 둘은 한때 내게 소중한 친구였으니까. 아무리 많은 일이 있었어도, 다른 친구 하나 없던 어린 시절에 내 곁을 지켜 준 사람들이잖아.”제인은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우리가 배신했을 때 네가 받은 상처가 더 깊었겠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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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달콤한 오해

마야는 샘의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다른 한 손에는 녹아내리기 시작한 분홍색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있었다. 이미 절반이나 먹었지만, 남은 아이스크림이 옆으로 흘러내려 원피스를 더럽힐 듯 위태로웠다.“파파 샘, 우리 엄마는 정말 똑똑해요!”마야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판사님한테 동영상을 보여 줬는데, 나쁜 사람들 얼굴이 전부 하얗게 질렸어요! 꼭 유령 같았어요!”샘이 웃었다.“우리 마마가 정말 똑똑하긴 하지.”“그리고 우리 아빠도요!”마야는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아빠는 눈 하나 깜짝 안 했어요! 정말 조금도요! 그냥 무서운 눈으로 그 사람들을 쳐다봤는데, 다들 겁먹었어요!”“네 아빠 눈이 무섭긴 하지.”샘이 맞장구쳤다.“그래도 좋은 일에 쓰시잖아.”마야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쁜 사람들을 물리칠 때요. 슈퍼히어로처럼요.”“맞아. 꼭 슈퍼히어로 같지.”두 사람은 건물 입구에 도착했다. 샘은 한 손에 아이스크림 통과 과자, 초콜릿 바가 가득 든 비닐봉지를 든 채 어깨로 문을 밀어 열었다. 모두가 함께 먹을 축하 간식을 사야 한다고 고집한 건 마야였다.“에어리에 가면 영화 봐도 돼요? 팝콘도 잔뜩 먹으면서요.”“우리 꼬마 아가씨가 보고 싶은 영화라면 뭐든지.”“공주님이랑 용이 나오는 영화도요?”“그것도 물론이지.”마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두 사람은 로비로 들어섰다. 대리석 바닥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공간이었다. 몇몇 입주민이 오가고 있었지만, 마야의 관심은 온통 샘이 든 간식 봉지에 쏠려 있었다.그러다 샘이 한 여자를 발견했다.엘리베이터 앞에 모모의 목줄을 쥔 채 서 있는 셀레스트였다. 산책을 마치고 막 돌아온 모양이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조금 흐트러져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평소처럼 차분하고 무심했다.그녀의 시선이 샘의 손으로 향했다. 마야의 작은 손을 꼭 잡고 있는 손이었다. 이어서 아이의 얼굴을 살피더니 다시 샘을 바라보았다.샘이 평소처럼 따뜻하게 웃으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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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참 까다로운 여자

셀레스트는 잠들 수 없었다.몇 번이고 뒤척였지만 천장은 아무런 답도 주지 않았다. 침대 발치에 누워 있던 모모가 작게 낑낑거렸다. 그녀는 몇 시간째 같은 장면만 되풀이해 떠올리고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목격한 세 사람의 모습이었다.엄마.파파 샘.그 작은 여자아이는 네리사를 엄마라고 불렀다. 그리고 샘을 파파 샘이라고 불렀다.셀레스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두 손바닥으로 눈을 꾹 눌렀다.내가 왜 이렇게 신경 쓰는 거지?내 알 바 아니잖아. 저 사람들은 내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야.그런데도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밴스가 떠올랐다. 샘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네리사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그리고 두 사람이 그를 배신하고 있다는 생각까지.셀레스트는 침대 가장자리에 다리를 내렸다. 모모가 고개를 들고 기대에 찬 듯 꼬리를 흔들었다.“그래. 산책이나 가자.”이 시간의 로비는 한산했다. 희미한 조명 아래 엘리베이터가 낮게 웅웅거렸고, 건물 밖으로는 멀리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왔다.셀레스트는 모모를 데리고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문손잡이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세요?”셀레스트가 돌아보았다.엘리베이터 앞에 샘이 서 있었다.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으로, 머리카락도 조금 헝클어져 있었다. 그 역시 잠을 이루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다.“당신이 알 바 아니에요.”셀레스트는 무뚝뚝하게 대꾸한 뒤 다시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피곤해 보이시는데요. 괜찮으세요?”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문손잡이 위에 얹으려던 손도 그대로 허공에 머물렀다.왜 자꾸 저러는 거야?왜 계속 관심 있는 척하지?“그만 좀 하세요.”그녀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날카롭게 느껴질 만큼 서늘했지만, 오히려 그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모모는 신이 난 듯 목줄을 잡아당기며 주변을 탐색했다.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셀레스트는 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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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그녀의 은밀한 약점

“셀레스트.”네리사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몰랐으니까 그럴 수도 있죠.”“그래도 먼저 물어봤어야 했어요.”셀레스트가 작게 속삭였다.“최악의 상황부터 짐작할 게 아니라, 직접 물어봤어야 했는데…….”그녀는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는 물기가 맺혀 있었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샘에게 함부로 말한 것도, 두 분을 의심한 것도…….”그녀는 말을 멈췄다.“제 상처가 너무 깊어서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까지요.”밴스와 네리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네리사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문 쪽을 가리켰다. 밴스에게 나가 달라는 신호였다.밴스는 눈을 크게 뜨며 무언의 질문을 던졌다. 왜 자신이 나가야 하느냐는 표정이었다.네리사는 이번에는 눈짓으로 다시 한번 그를 재촉했다.“흠, 알겠어…… 두 사람에게 여자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양보하지.”결국 밴스가 마지못해 말했다.그는 아내와 함께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네리사의 뜻을 거스르며 버틸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네리사는 의자를 하나 가져와 셀레스트 가까이에 앉았다.“셀레스트를 이해하고 싶어요.”네리사는 일부러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샘을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가 뭔가요? 혹시 그가 당신에게 잘못한 일이 있었어요?”셀레스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쩌면…… 애초에 샘 때문이 아니었을지도 몰라요.”그녀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제 상처를 샘에게 투영했어요. 그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냥…… 그 사람처럼 보이는 상대에게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요.”“인기가 많은 사람이라서요? 왜죠?”네리사는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열광하는 걸 신경 쓰지도 않고, 오히려 즐기기까지 하죠. 진심으로 친절한 사람인 척하면서 관심을 베풀다가도 일이 조금이라도 개인적인 영역에 들어오면 뒤로 물러서요. 그러고는 애초에 상대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생각은 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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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새로운 보금자리

그 집은 저택보다 작았다. 훨씬 작았다. 하지만 그곳은 이제 그들의 집이었다.제인은 마지막 상자를 좁은 복도 안으로 옮겨 놓았다. 벽은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아 휑했고, 바닥에는 긁힌 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가구도 낡은 것들뿐이었다. 기부받거나 중고로 구한 것,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마련한 물건들이었다.그래도 지붕이 있었다. 비바람을 피할 곳이 있었고,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었다.조비는 주방에서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저택이 봉인되기 전에 챙겨 나온 것들이었다. 그녀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접시를 하나씩 찬장에 넣었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제인은 잠시 그런 조비를 바라보다가 뒷마당으로 향했다.셀레네와 오스틴은 잔디밭을 탐험하고 있었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 마당은 제멋대로였지만,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스틴은 나비를 쫓아 뛰어다녔고, 셀레네는 민들레를 꺾고 있었다.“아빠, 이제 여기가 우리 정원이에요?”제인을 발견한 오스틴이 물었다.“그래. 이제 여기가 우리 정원이야.”“전에 살던 집보다 더 넓은 것 같아요.”제인이 미소 지었다.“조금 더 야생적이지. 마음껏 뛰어놀 공간도 많고.”오스틴은 환하게 웃으며 다시 누나에게 달려갔다.거실 한가운데에는 마거릿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고, 얼굴은 창백했다.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남편도, 지위도, 집도.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삶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마거릿은 텅 빈 벽과 낡은 가구, 무성한 정원이 내다보이는 작은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조비가 곁으로 다가왔다.“어머니.”마거릿은 대답하지 않았다.“어머니, 제발 앉으세요. 몇 시간째 계속 서 계시잖아요.”“앉고 싶지 않다.”“그럼 차라도 끓여 드릴게요.”“차도 마시고 싶지 않아.”조비가 어머니의 팔을 잡으려 하자 마거릿은 움찔하며 몸을 피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미안하다. 그냥…… 이제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아무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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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같은 학교

“조용히 하고, 나를 따라오기나 해요.”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샘은 잠시 그 손을 바라보다가 이내 잡았다.두 사람은 함께 댄스 플로어로 향했다. 셀레스트가 그를 마주 보고 서자 샘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두 사람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춤 정말 못 추네요.”“부정할 수 없겠네요.”셀레스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내가 틀린 말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그럼 틀리는 일은 아예 없습니까?”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있어요. 당신에 대해서는 내가 틀렸죠. 완전히 잘못 판단했어요.”“용서할게요.”“정말 얄미운 사람이네요.”“왜요?”“사과하려고 했는데, 너무 쉽게 받아 주잖아요.”샘이 웃었다.“그럼 다음에는 좀 더 어렵게 사과해 보세요.”셀레스트는 그를 노려보았지만, 눈빛에는 조금도 날이 서 있지 않았다.댄스 플로어 반대편에는 레오와 리디아가 있었다. 두 사람은 춤을 추는 대신 창가에 나란히 서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내가 여기 와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갈라 행사라니. 이런 근사한 드레스까지 입고, 대단한 사람들 사이에 서 있다니요.”“리디아도 그중 한 사람이잖아요.”그녀가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나는 당신 어머니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인데요.”“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손님이죠. 어머니가 늘 리디아 씨 이야기를 하세요.”“그럴 리가요.”“정말이에요. 어머니는 리디아 씨가 자신이 낳지 못한 딸 같다고 하시던데요.”리디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그렇게 다정하게 이야기해 주는 어머니는 없었거든요.”레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제 생겼네요.”리디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조용히 그의 손을 찾아갔다.바 근처에서는 대니얼과 프리야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홀을 바라보고 있었다.“이게 정말 믿어져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회사가 무너지지 않게 버티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는 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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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두 아버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아이들은 어른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마야는 운동장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셀레네와 오스틴은 저편에 있는 무언가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마야가 밴스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아빠,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턱이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제인이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묻어났다.“밴스. 네리사.”잠시 침묵이 흘렀다.“우린…… 쌍둥이들을 이 학교로 전학시켰어. 네 딸도 여기 다니게 될 줄은 몰랐어.”네리사가 차분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저희도 몰랐어요.”조비의 시선이 마야에게로 향했다.값비싼 책가방.블랙우드 가문의 전용 운전기사.밴스.네리사.아버지가 당했던 굴욕이 머릿속을 스쳤다.그 순간, 조비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대체 왜 이 학교를 선택한 거예요?”그녀는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 블랙우드 가문이 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떠올리자 아름다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밴스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우리 결정은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돈도 많고 명성도 있으면서, 마야를 더 좋은 학교에 보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굳이 이 학교를 선택한 건가요? 우리가 여기 있을 걸 알고 일부러 찾아온 거예요? 또다시 우리 삶을 망가뜨리려고?”조비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셀레네와 오스틴은 움찔하며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밴스와 네리사, 마야는 아무 말 없이 조비를 바라보았다.공기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주변의 다른 학부모들도 조비의 고함을 듣고는 힐끗 시선을 던졌다. 무슨 일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일부러 자리를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조비, 이러지 마. 아이들이 놀라잖아.”제인이 엄하게 타일렀다. 얼굴에는 미소 한 점 없었다.조비는 남편의 차가운 말투에 당황했다.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쌍둥이에게 시선이 닿자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미안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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