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Chapter 221 - Chapter 230

244 Chapters

221. 그 사람 때문에

릴리는 마야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가느다란 팔로 작고 떨리는 몸을 감싸 안자, 아이의 흐느낌이 가슴에 묻혀 희미하게 울렸다. 마야는 작은 주먹으로 릴리의 블라우스를 움켜쥐고 있었다.“쉬이, 쉬이. 괜찮아, 아가. 이제 안전하단다.”마야는 할머니의 얼굴을 올려다볼 수 있을 만큼만 몸을 뒤로 뺐다. 얼굴은 울음으로 벌겋게 달아올랐고, 눈은 붓고 충혈되어 있었다. 뺨에는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렸다.“할머니…… 왜…… 왜 할아버지는 저를 미워해요?”릴리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그녀는 마야 앞에 무릎을 꿇고 아이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회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마야, 잘 들어 보렴. 할아버지는 널 미워하지 않으셔.”“그런데 왜 저한테 소리쳤어요? 왜 유리잔을 던졌어요?”릴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아직은 모든 진실을 마야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미안하구나, 아가. 네가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할머니가 막아 줬어야 했는데…….”마야는 잠시 말이 없었다.“할아버지도 언젠가는 저한테 잘해 주실까요?”릴리의 목이 조여 왔다. 윌리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자존심과 고집, 그리고 오랜 세월 이어진 차가운 태도까지.“그건 할머니도 모르겠구나.” 릴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언제나 너에게 다정할 거야. 아빠도, 엄마도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아껴 줄 거란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잊지 마렴.”마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흐느낌은 조금씩 잦아들고, 이따금 코를 훌쩍이는 소리만 남았다.“우리 안으로 들어가도 돼요?” 마야가 물었다. “얼굴을 씻고 싶어요.”릴리는 작지만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그럼, 물론이지.”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야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함께 저택 안으로 걸어갔다.한 시간쯤 지나자 마야는 주방에 앉아 있었다. 앞에는 우유 한 잔이 놓여 있었고, 얼굴은 깨끗하게 씻었지만 눈가에는 아직 부기가 남아 있었다. 릴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0
Read more

222. 아버지와 아들의 대면

아침 햇살은 희미하고 차가웠다.밴스는 아버지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밤새 제대로 잠들지 못한 탓에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턱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양옆으로 내린 두 손은 주먹을 꽉 쥔 채였다. 그는 분노와 고통을 억누르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문을 한 번 두드렸다.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내 안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쉰 듯 지친 목소리였다.밴스는 문을 열었다.윌리엄은 창가에 놓인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평소 아스테라 제국을 이끄는 수장다운 날카로운 인상을 감춰 주는 편안한 셔츠 차림이었다.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다.밴스는 아버지의 창백한 얼굴과 그늘진 눈가를 살폈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다.그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앉지는 않았다.“아버지.”예의를 지키려 애썼지만, 목소리 끝에는 날 선 기운이 묻어 있었다.윌리엄은 아들을 바라보지 않았다.“무슨 일이냐?”밴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제가 무슨 말을 하러 왔는지 아시잖아요.”윌리엄의 턱이 굳었다.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밴스는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목소리는 차분하게 억눌렀지만, 그 아래에는 단단한 강철 같은 분노가 깔려 있었다.“제 딸을 다치게 하셨습니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유리잔까지 던지셨죠.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입니다.”윌리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이에게 던진 게 아니다. 바닥에 던졌어.”“그게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마야는 겁에 질렸습니다. 울면서 할머니에게 달려갔고, 자기가 나쁜 아이냐고 물었어요.”밴스의 목소리가 끝에서 갈라졌다.“할아버지가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했습니다.”윌리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자 팔걸이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마야는 아버지를 도와드리려고 했습니다.” 밴스가 말을 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계신 걸 보고 걱정해서 다가간 거예요. 그런데 아버지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유리잔을 내던지셨습니다.”“나는 그런 의도가…….”“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중요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0
Read more

223. 손녀의 작은 선물

마야는 복도에 서서 작은 종이 한 장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그녀는 그림을 정성껏 그렸다. 한쪽에는 할머니 릴리, 다른 쪽에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자신을 그려 넣었다. 그림의 가장 끝에는 할아버지 윌리엄도 있었다. 마야는 할아버지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를 그려 주었다.아무에게도 자신이 이곳에 오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그림을 들고 조용히 걸어왔을 뿐이었다.문은 닫혀 있었다. 마야는 조심스럽게 노크했다.“들어오렴.”이번에는 릴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마야가 문을 밀어 열었다. 긴장한 탓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의 시선은 윌리엄과 릴리 사이를 조심스럽게 오갔다.윌리엄은 창가의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눈가에는 여전히 붉은 기가 남아 있었다.그는 문간에 선 마야를 바라보다 그대로 굳어 버렸다.어제 자신이 그렇게 대했는데도, 이 아이는 또다시 찾아왔다. 윌리엄의 가슴 한구석에는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희미한 희망이 피어났다.마야는 방 안으로 들어와 손에 든 그림을 내밀었다.“할아버지, 아프셔서 안타까워요. 제가 할아버지 드리려고 그림을 그렸어요.”윌리엄은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크레용으로 그린 사람들, 환하게 웃는 얼굴들.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 이유가 전혀 없는 아이가 그려 준 자신의 얼굴까지.“왜……?”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할아버지는 제 할아버지잖아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윌리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입술이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엄마가 아빠랑 출근하기 전에 그러셨어요. 할아버지가 사랑받고 행복하다고 느끼면 금방 나으실지도 모른다고요. 그래서…….”침대 곁에 서 있던 릴리는 끼어들지 않았다. 그저 두 사람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마야는 윌리엄의 의자 옆에 놓인 탁자로 다가가 그림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할아버지가 얼른 나으셨으면 좋겠어요.”그 말을 남긴 마야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윌리엄은 한동안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0
Read more

224. 파파 샘의 새로운 시작

점심 식사를 함께한 날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블랙우드 저택에는 새로운 일상이 자리 잡았다. 이제 아침 식사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되었다. 식탁 상석에는 윌리엄이 앉았고, 그의 오른쪽에는 릴리, 왼쪽에는 밴스가 자리했다. 릴리 옆에는 마야가, 밴스 옆에는 네리사가 앉았다.식탁을 감돌던 침묵은 더 이상 적대적이지 않았다. 그저 말이 없는 평범한 침묵이었다.밴스와 윌리엄은 여전히 형식적인 인사 외에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윌리엄은 네리사의 존재를 여전히 외면했다. 밴스의 아내로는 인정했지만, 며느리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듯했다. 그는 말수가 적었고, 대답 대신 낮게 콧소리를 내거나 아예 침묵으로 일관하기도 했다.그럼에도 마야가 찾아오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자신의 방에 앉아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림을 보여 주는 것도 허락했다.자존심과 상처로 가득한 어른들과 새로운 관계를 쌓는 것보다 순수한 아이와 가까워지는 편이 훨씬 쉬웠다. 마야는 윌리엄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사랑을 요구하지도, 사과를 바라지도 않았다. 자신이 가진 사랑을 그저 건네줄 뿐이었다.그날 이후 저택에는 평화가 찾아왔다.윌리엄의 성격도 아주 조금은 누그러졌다. 정말 아주 조금이었지만, 분명한 변화였다.그리고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마야는 샘이 도착하면 선물을 주고 싶다고 고집했다. 샘이 호라이즌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도시로 올라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가 가족을 떠나 낯선 곳에서 외롭게 지내지 않도록 고향을 떠올릴 만한 선물을 골라 주고 싶어 했다.마야와 밴스는 선물을 사기 위해 시내 중심가의 상점을 돌아다녔다. 마야는 한 시간이나 들여 샘에게 꼭 어울리는 선물을 고르는 데 열중했다.밴스도 딸을 도왔다. 문제는 두 사람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는 것이었다.네리사는 상점 한쪽 벽에 기대 팔짱을 낀 채 남편과 딸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은 작은 산호초가 들어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0
Read more

225. 사람들은 왜 못되게 구는 걸까?

샘은 두 손을 들어 보였다.“진정하세요. 저희는 그저 도와드리려던 것뿐이에요.”여자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그렇게 쉽게 웃으면 누구나 당신한테 친절하게 대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날카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그 바보 같은 미소 좀 집어넣고, 당장 물러서요.”샘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더는 웃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말다툼을 벌이지도 않았다.여자는 개를 품에 안아 올렸다. 모모가 작게 낑낑거리자 그녀는 아이를 달래듯 개를 품에 바짝 끌어안았다.“파파 샘…… 저 여자 무서워요.”마야가 작게 속삭였다.샘은 아이를 조용히 시키며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자신 뒤로 살짝 물러나게 했다.여자는 마야의 말을 들었는지 아이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시선이 마야에게 향했다.“저 애한테 예의부터 가르치는 게 좋겠네요.”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마야는 샘의 다리에 바짝 붙었다. 샘은 움직이지 않은 채 여자가 산책로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무릎을 꿇고 마야와 눈높이를 맞췄다.“괜찮아?”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여자 못됐어요.”“무서웠던 거야. 자기 강아지가 다쳤으니까. 사람들은 겁이 나면 가끔 못된 말을 하기도 하거든.”마야는 그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그럼 할아버지도 무서워서 못되게 굴었던 거예요?”샘은 잠시 말을 멈췄다. 아이를 바라보던 그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응. 아마 그랬을 거야.”마야는 한동안 조용히 걷다가 입을 열었다.“저는 그 여자가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그럼 무서워하지 마.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야.”마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샘의 손을 잡았다.“이제 돌아가도 돼요? 아빠 보고 싶어요.”“물론이지.”두 사람은 에어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월요일 아침, 따스한 햇살이 도시를 비추었다.호라이즌 글로벌의 사옥은 도시 한복판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우뚝 서 있었다.8층 규모로 그리 높은 건물은 아니었지만, 시선을 사로잡기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0
Read more

226. 첫 출근

회의실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셀레스트가 내뱉은 말이 모두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인기 많고 매력적인 남자에게 심한 알레르기가 있다.그 말을 곱씹는 데 영원처럼 긴 시간이 흐른 뒤, 가장 먼저 정적을 깬 사람은 대니얼이었다. 그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런 알레르기도 다 있습니까?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대니얼은 배를 움켜쥐었다. 웃음 때문에 어깨까지 들썩였다. 프리야가 그를 죽일 듯 노려보았고, 네리사와 밴스는 말없이 지켜보았다. 샘은 입을 살짝 벌린 채 고개를 기울였다. 셀레스트는 이런 상황에서 웃음을 터뜨린 대니얼을 세상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되는 듯 바라보았다.대니얼의 웃음소리는 셀레스트의 신경을 긁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고, 가죽 서류철을 쥔 손가락에는 힘이 들어갔다. 대체 무엇이 우스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존재만으로도 불편한 사람과 억지로 가까이 지내야 하는 상황은 전혀 웃을 일이 아니었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대니얼이 헛기침했다.“죄송합니다…….”그는 재킷을 털며 웃음을 가라앉히려 했다.“정말 죄송합니다.”하지만 눈가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 셀레스트는 그에게 더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웃음거리를 제공해 줄 생각은 없었다.그때 밴스가 셀레스트를 바라보았다.“애슈워스 씨, 제 파트너에 대한 제 판단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샘은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당신을 지도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입니다. 성실하고 열정적이며 환경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죠.”셀레스트는 고개를 기울였다. 밴스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네. 할아버지가 저를 ‘인간적으로’ 만들려고 보내신 사람 같군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가르쳐 주려는 거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데 관심 없습니다, 블랙우드 사장님. 제가 관심 있는 건 오직 사업뿐이에요. 그리고 사장님은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뛰어난 사업가시죠.”목소리는 무미건조했고, 단호했다. 감정에 호소한다고 해서 마음을 바꿀 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1
Read more

227. 새로운 식구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닷바람이 리디아의 얼굴을 스쳤다.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혀끝과 코끝에 닿는 듯했다. 그 사이로 미역 특유의 싱그럽고 풋풋한 향도 섞여 있었다. 아스테라 스파이어의 재순환 공기와는 전혀 달랐다. 임원층을 가득 채운 향수와 커피 냄새와도 달랐다.이곳에는 자연이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자연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괜찮아요?”더크 오카포가 어느새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한쪽 어깨에 더플백을 걸친 그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으며, 어디서든 여유를 잃지 않는 자신감이 몸에 배어 있었다.리디아는 눈을 떴다.“괜찮아요. 그냥…… 적응하는 중이에요.”“적응이라.” 뒤에서 마커스 콰메가 말을 받았다.더크보다 키가 작고 마른 체격에 둥근 안경을 쓴 그는 늘 미간을 살짝 찌푸린 얼굴이었다. 양손에는 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었고, 어깨에 멘 방수 케이스에는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 싫어하는 장비가 들어 있을 터였다.“차에서만 네 시간을 보냈잖아요. 적응할 시간은 충분했을 텐데요.”“차 안에서 네 시간을 보내는 것과 바닷바람을 마시며 네 시간을 보내는 건 다르죠.” 리디아가 몸을 돌려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앞으로 여기가 두 사람의 집이 될 거예요. 적어도 신나 보이려는 노력은 해봐요.”더크가 활짝 웃었다.“전 이미 신나는데요? 밴스가 전화했을 때부터 이 날만 기다렸어요.”마커스는 안경을 고쳐 썼다.“저는 산호 샘플이 기대됩니다. 수질 데이터도요. 그리고—”“마커스.” 리디아가 부드럽게 말을 끊었다. “가끔은 즐기는 법도 배워야 해요.”“즐거움은 비효율적입니다.”더크가 웃음을 터뜨렸다. 리디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때 앞쪽 오솔길에서 누군가 목소리를 높였다.“호라이즌 팀에서 오신 분들이죠?”리디아가 고개를 돌렸다.한 남자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삼십 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그는 짙은 머리카락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1
Read more

228. 인기 없는 남자

도시 해변 위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졌다.샘은 호라이즌 밴을 주차장에 세우고 시동을 껐다. 말없이 차에서 내린 그는 뒤쪽으로 돌아가 장비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산소통과 마스크, 오리발, 해저 지형을 기록할 방수 태블릿, 물과 간식이 든 아이스박스까지.셀레스트는 잠시 조수석에 앉은 채 앞 유리 너머로 그를 지켜봤다. 샘은 여유로우면서도 능숙하게 움직였다. 손놀림은 익숙하고 안정적이었다.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다이빙을 한다는 생각에 들떠, 월요일 아침부터 그녀를 이런 터무니없는 일에 끌어들인 장본인답게 준비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셀레스트는 차에서 내렸다. 몇 분 뒤, 태블릿과 가죽 서류철을 손에 든 채 물에 젖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그를 관찰할 수 있는 모래밭을 골랐다.그녀는 자리에 앉아 태블릿을 열었다. 월요일 아침, 다른 사람들은 출근해 바쁘게 일하고 있을 시간에 해변에서 다이빙이나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 말고,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업무를 시작할 생각이었다.검토해야 할 스프레드시트가 있었다. 분석할 데이터도, 제출해야 할 보고서도 있었다.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이자 해야 할 일이었다.주변 해변은 휴식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근처에서는 한 가족이 커다란 파라솔을 펼치고 있었고, 한 커플은 손을 잡은 채 물가를 따라 걸었다. 십 대 무리는 파도에 뛰어들며 웃고 떠들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여자가 수건 위에 누워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저 사람들은 여기서 더 중요한 일이 없는 걸까?'셀레스트는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이내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내렸다. A열, B열, 숫자들.그녀는 억지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샘은 장비 준비를 마쳤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잠수복을 입고 산소통과 마스크, 오리발을 점검했다.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 뒤에야 바다로 향했다.파도가 발목을 적시고, 곧 무릎까지 차올랐다.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그리고 이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1
Read more

229. 아버지의 손에 짓밟힌 아들

오전 6시 47분.윌리엄은 서재에서 커피잔을 든 채 앉아 있었다.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자 다시 생산적인 일상을 되찾으려 노력하던 중, 태블릿이 진동했다. 그가 즐겨 읽는 경제 전문 매체에서 보낸 뉴스 알림이었다.그는 화면을 눌렀다.**「블랙우드의 배신: 호라이즌 글로벌, 아스테라 스파이어 삼키려 하나 — 밴스 블랙우드 CEO, 아버지의 제국을 차지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모의 중이라는 소문」**윌리엄의 손이 굳었다. 커피잔은 입술에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멈춰 있었다.그는 기사를 한 번 읽었다. 두 번, 세 번 다시 읽었다.「아스테라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호라이즌 글로벌의 창립자이자 CEO인 밴스 블랙우드가 아버지의 회사를 호라이즌에 편입하기 위해 비밀리에 합병을 논의해 왔다. 사실상 아버지의 기업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다. 내부에서는 블랙우드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가족에게 개인적인 복수를 하려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윌리엄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그는 무시했다.다시 진동했다. 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부재중 전화와 음성 메시지가 쌓이고 있었다.“블랙우드 회장님, 세 번째 연락입니다. 이사회가 정오에 열릴 예정입니다. 회장님의 지침이 필요합니다.”“윌리엄, 제럴드야. 주가가 떨어지고 있어. 입장을 발표해야 해.”“회장님, 기자들이 계속 연락해 오고 있습니다. 공식 입장을 듣고 싶다고 합니다.”그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그리고 태블릿 화면을 응시했다. 헤드라인을, 아들의 이름을.호라이즌 글로벌의 창립자, 밴스 블랙우드.아버지의 제국을 차지하기 위한 인수 모의.개인적인 복수.그때 문이 열렸지만, 윌리엄은 알아차리지 못했다.밴스가 서재로 들어섰다. 얼굴에는 밤샘 근무의 피로가 역력했다. 그는 밤새 피해를 최소화하려 애썼고, 누가 이 기사를 흘렸는지 알아내려 했다. 소매는 걷어 올려져 있었고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보셨군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1
Read more

230. 팽팽한 대치

밴스는 아스테라에 도착하자마자 긴급 이사회 소집을 지시했다.기사가 보도되고 주가가 급락하자, 이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을 제외한 채 비밀 회의를 열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채드윅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주들의 마음을 흔들어 자신에게 유리한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불씨를 던져 놓은 것이다. 특히 임원들의 급여 삭감이라는 밴스의 파격적인 구조조정안 이후, 그가 회사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 놓으려 했다.밴스는 길게 뻗은 마호가니 테이블의 상석에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평온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몸은 미동조차 없었다. 네리사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 태블릿을 펼친 채 회의실을 훑어보고 있었다.맞은편에는 이사회 구성원들이 평소 앉던 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밴스에게 표를 던졌던 원로 이사 제럴드와 다른 원로 이사들, 그리고 여러 이사진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채드윅은 테이블 반대편 끝자리에 앉아 손가락을 맞댄 채 날카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자신감으로 번들거렸다.이미 승리를 확신한 사람처럼 보였다.회의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몇몇 주주는 이미 밴스의 충성심을 의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애슈워스까지 참석해 있었다. 아스테라 지분 20퍼센트를 매입한 뒤 처음으로 이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그의 참석은 오히려 이사진의 의심을 키웠다. 밴스가 두 회사를 합병하려 한다는 의혹, 그리고 아스테라를 호라이즌에 종속시키려 한다는 의혹에 힘을 실어 주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테이블 상석에 놓인 빈 의자, 평소 윌리엄이 앉던 자리도 의도적으로 비워져 있었다.채드윅은 모두가 그 빈자리를 의식하도록 만들었다.“시작할까요?”채드윅이 부드럽고 익숙한 목소리로 물었다.“우리가 왜 이 자리에 모였는지는 다들 알고 계실 테니까요.”밴스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상대가 말을 이어 가도록 기다렸다.채드윅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오늘 아침 보도된 기사로 인해 상당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주가는 하락하고 있고,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1
Read more
PREV
1
...
20212223242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