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가 시한부인 줄 아는 흑막 대공이 미쳐버렸다: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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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태초의 주신(主神)에게 바비큐를 먹이는 법

지난밤, 카일락을 향한 낯선 두근거림을 자각한 뒤 맞이한 아침.해상 워터 궁전의 솜사탕 구름 침대 위에서 눈을 뜬 나는, 평소와 다르게 묘하게 어색한 기분으로 눈을 굴렸다.'아…… 대공님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찔리지.'침대 옆 협탁에는 카일락이 아침 일찍 달여놓고 간 따스한 '이슬 꿀차'가 모락모락 김을 피우고 있었다. 그 다정한 배려에 또다시 심장이 콩닥거리려던 찰나였다.번쩍─────!갑자기 남부 바다의 하늘이 두 갈래로 쩍 갈라지더니, 대재앙 흑성이나 마왕이 강림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눈부신 금빛 섬광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아악! 눈부셔! 누가 아침부터 상향등을 켜고 난리야?!"내가 황급히 선글라스를 끼며 소리치자, 하늘에서 천사들의 장엄한 성가가 울려 퍼지며 거대한 황금빛 계단이 내려왔다.그리고 그 계단을 타고, 전설 속 성서에나 등장하던 천상계의 절대자, '태초의 주신(主神) 에테리우스'가 직접 강림했다!"오만하고 방종한 성녀여! 내가 인류를 구원하라고 하사한 3대 1000급 마나를, 고작 빙수 기계와 족욕기를 돌리는 데 쓰고 마왕을 바비큐 굽는 하인으로 부리다니! 네 죄를 알렷다!"주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온 바다를 뒤흔들었다. 대사제단과 관료들은 거품을 물고 기절했고, 발렌티 아빠와 카일락은 즉시 무기를 뽑아 들고 내 앞을 가로막았다."감히 내 딸의 휴식을 방해하러 천상계에서까지 내려오다니! 신이라도 베어버리겠다!" "세르리아의 평화를 깨는 자, 설령 주신이라 해도 이 적안의 흑마력으로 끌어내리마."카일락이 서늘한 살기를 내뿜으며 주신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의 넓은 등짝이 나를 완벽하게 보호하듯 감싸는 모습에, 나는 또다시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아니, 대공님은 진짜 신 앞에서도 나부터 챙기네…….'하지만 감동도 잠시, 나는 하늘에 떠서 노발대발하는 주신 에테리우스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어라? 저 주신님…….'신성한 빛에 둘러싸여 있긴 했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완벽하게 뭉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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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신계(神界)도 파업하는 휴양지

다음 날 아침.남부 해상 워터 궁전의 7성급 백사장 풍경은, 상식을 완벽하게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상태였다.내 썬베드 바로 옆자리.천상계의 태초 주신 에테리우스가 휴양지용 화려한 로브를 걸치고, 명품 선글라스를 낀 채 썬베드에 누워 있었다. 그 옆에서는 전속 앞치마를 두른 마왕 바알이 숯불에 노릇노릇 구운 특제 데리야끼 꼬치를 쟁반에 담아 바치고 있었다."주신님, 이번엔 신선한 가리비 숯불구이입니다. 불맛이 아주 예술입니다." "오…… 오냐, 마왕. 10만 년 동안 너랑 마계에서 주구장창 싸운 세월이 아깝구나. 이렇게 고기나 구워 먹으며 살 것을!"주신과 마왕이 썬베드에 사이좋게 누워 꼬치를 뜯으며 코코넛 슬러시를 나누어 마시는 미친 풍경.나는 옆에서 천년 황금 복숭아 슬러시를 쪽 빨아당기며,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음~ 신계와 마계의 극적인 화해라니. 역시 맛있는 고기 앞에서는 주신도 마왕도 다 똑같은 백수 아저씨들이네.'평화로움이 만개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번쩍! 번쩍! 번쩍!하늘 한복판에 순백의 신성한 차원의 문 수십 개가 기습적으로 열리더니, 머리에 링을 띄운 고위 대천사들이 서류 더미를 안고 헐떡이며 쏟아져 내렸다."주, 주신님! 천상계의 결재 서류가 100만 건이나 밀려있습니다!" "3,000개 차원의 인과율 보고서를 작성하셔야 천상계가 유지됩니다!" "어찌하여 마왕과 꼬치를 뜯고 계신 겁니까아아악!"대천사들이 거품을 물고 통곡하자, 썬베드에 누워 있던 주신 에테리우스가 귀찮다는 듯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혀를 찼다."시끄럽다, 대천사여. 내 승모근의 결림이 다 풀리지 않았다. 결재 따위는 나중에 해라." "주신님! 이러시면 신계가 멈춥니다!"대천사들이 사색이 되어 주신을 설득하려 들자, 그들의 서류 소음 때문에 내 달콤한 휴식이 방해받기 시작했다.'아…… 진짜 신계나 인간계나 위아래 사람 괴롭히는 결재 서류 문화는 똑같네.'나는 동병상련의 피로감을 느끼며, 마나 코어를 살짝 튕겨 마왕이 구운 바비큐 꼬치 수십 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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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대륙 연합 백수 축제와 달콤한 밤 산책

신계, 마계, 그리고 제국 황실이 손을 잡고 개최한 역사상 전무후무한 행사.이름하여 '제1회 전 대륙·신마계 통합 백수 축제'가 남부 해안가 전체에서 화려하게 개막했다.남부 해안 백사장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화려한 휴양지 셔츠를 입은 주신 에테리우스와 마왕 바알이 썬베드에 누워 짠하고 코코넛 슬러시 잔을 부딪치고 있었고, 제국 황제와 성황청 대사제는 족욕기(황실 온열 비보)에 발을 담근 채 꼬치를 퍼먹고 있었다.대천사들과 인어들은 바다에서 워터 슬라이드를 타고 있었고, 레드 드래곤 이그니스는 따스한 연분홍빛 불꽃 축포를 하늘로 쏘아 올리고 있었다.'아니…… 신계, 마계, 인간계 수장들이 모여서 한다는 게 다 같이 누워서 뒹굴거리는 백수 축제라니.'나는 솜사탕 구름 침대에 누워 그 미친 광경을 바라보며, 어이없으면서도 깊은 감탄을 내뱉었다.내가 한 거라곤 그저 시끄러우니까 좀 쉬라고 혼잣말을 하고, 꼬치를 먹이고, 마사지를 시켜준 것뿐이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거대 세력이 모여 '전 인류 백수화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음~ 근데 시원하고 고기 냄새 솔솔 나니까 진짜 휴양지 분위기 제대로네."내가 흐뭇하게 코코넛 슬러시를 쪽 빨아당기고 있을 때였다.스륵.내 곁으로 은밀하고 부드러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급스러운 칠흑색 밤빛 로브를 기품 있게 걸친 카일락이 다가온 것이었다. 그는 소란스러운 축제 현장을 배경으로, 오직 나만을 눈에 담으며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세르리아, 세속의 소음이 길어지면 네 가녀린 정신이 피로해질까 걱정되는구나. 나와 함께 잠시 고요한 밤바다를 걸어보지 않겠느냐?""아…… 밤 산책이요?"내가 눈을 반짝이며 그의 손을 잡자, 카일락은 나를 가볍게 안아 들다시피 하여 썬베드에서 일으켜 세워주었다.우리는 소란스러운 백사장 축제장을 벗어나, 남부 바다 위로 영롱하게 이어진 은빛 마법 해상 산책로를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시원한 밤바람이 뺨을 스치자, 카일락은 자신이 걸치고 있던 묵직하고 따스한 털 코트를 벗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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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대륙 평화 백수 협정과 결혼식 준비

카일락과의 심장 터질 것 같던 밤바다 산책이 끝난 다음 날 정오.남부 해상 워터 궁전의 최고급 황금 테이블 위에는, 세계 역사를 뒤흔들 한 장의 거대한 신성 양피지가 펼쳐져 있었다.테이블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의 면면은 가히 우주 멸망급이었다.천상계의 주신 에테리우스(선글라스 착용), 마계의 군주 마왕 바알(요리사 앞치마 착용), 제국 황제 에드워드(황실 족욕기에 발 담금), 성황청 대사제, 그리고 대륙 마탑주까지.대륙과 신마계의 정점에 선 절대자들이 모여 앉아, 매우 심각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깃펜을 쥐고 있었다.그들이 서명하려는 문서의 제목은 다름 아닌……[제1회 영구적 전 대륙·신마계 평화 및 백수 휴양 협정]조항들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했다.제1조: 신계, 마계, 인간계는 향후 10,000년간 어떠한 전쟁이나 분쟁도 일으키지 아니하며, 모든 갈등은 마왕의 숯불 바비큐 파티와 암살단의 승모근 마사지로 평화롭게 해결한다.제2조: 성녀 전하의 쾌적한 백수 라이프를 방해하는 자는 3계(신·마·인간) 연합군에 의해 즉각 영구 추방형에 처한다.제3조: 전 대륙의 노동 시간은 하루 최대 3시간으로 제한하며, 주 4일 휴무를 기본 권리로 보장한다."크하하! 마계 10,000년 역사상 이토록 훌륭하고 기름진 평화 협정은 없었다!"마왕 바알이 양꼬치 기름이 살짝 묻은 엄지손가락으로 붉은 인장을 쾅 찍었다."옳소! 천상계의 결재 서류 지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10,000년 평화 따위 백 번이라도 서명하겠노라!"주신 에테리우스 역시 옥쇄를 대신해 망설임 없이 황금 도장을 쾅 내리찍었다. 황제와 대사제, 마탑주 역시 눈물을 흘리며 서명을 마쳤다.성녀 세르리아의 '게으름' 하나로, 수천 년간 피를 흘려온 종족 간의 증오가 완전히 종식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나는 솜사탕 구름 침대에 누워, 그림자 암살자가 둥둥 띄워준 샤인머스캣 젤리를 오물거리며 나른하게 중얼거렸다."음…… 다들 도장 잘 찍으셨네요. 평화가 최고죠. 싸우면 시끄럽잖아요."내가 뱉은 지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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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웨딩드레스

카일락과의 국혼이 공식 선포된 다음 날 아침.해상 워터 궁전의 최고급 응접실은, 결혼식 준비를 위해 몰려든 세계관 최상위 제작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가장 먼저 나선 것은 천상계와 제국 황실의 연합 디자이너 팀이었다."성녀 전하! 전설의 대천사 깃털과 제국 국보급 마나 실크로 짠 '순백의 신성 드레스'입니다!" "보석만 3,000개가 박혀 있어 걸을 때마다 은하수처럼 반짝입니다!"수석 디자이너들이 의기양양하게 펼쳐 보인 드레스는 가히 눈이 멀 정도로 화려했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눈부신 광채가 아니라, 드레스의 끔찍한 '무게'였다.'……어라? 저거 다이아몬드랑 루비 무게만 합쳐도 족히 20킬로는 나가겠는데?'게다가 허리를 사정없이 조여 매는 고대 코르셋 디자인에, 스커트 폭은 무려 10미터에 달했다. 저걸 입는 순간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꼬치 하나도 편하게 못 삼킬 게 뻔했다.나는 솜사탕 구름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 싫어요. 저거 입으면 배 나와서 케이크도 못 먹고, 무거워서 누워 있지도 못하잖아요. 그냥 편한 잠옷 입고 식장에 들어가면 안 돼요?""자, 잠옷이요?!"수석 디자이너들의 턱이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전 대륙과 신마계가 주목하는 세기말 국혼에, 성녀가 잠옷을 입고 입장하겠다니!디자이너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탁.조용히 내 곁을 지키고 있던 카일락이 서늘한 적안을 번뜩이며 손을 들었다."세르리아의 말이 옳다. 신부의 가련하고 연약한 육신을 무거운 광물 따위로 짓누르려 들다니, 불경하도다."카일락의 한마디에 침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 20킬로짜리 보석 드레스를 순식간에 저 멀리 치워버리더니, 비장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전 대륙의 마법 섬유 장인들과 신계의 직조 천사들을 전부 소집하라. 무게는 깃털보다 가볍고, 촉감은 구름 침대보다 푹신하며, 침대에 눕는 즉시 5성급 파자마로 변형되는 '최첨단 무중력 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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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누워서 입장하는 세기말 결혼식

신계와 마계, 그리고 제국 황실의 역사가 새로 쓰이는 날.남부 해상 워터 궁전의 바다는 전 우주에서 몰려든 하객들로 은하수보다 눈부시게 일렁이고 있었다.하늘 위에는 대재앙의 흑성(UV 차단 양산)이 부드러운 은빛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고, 그 주위를 피닉스 삐약이와 레드 드래곤 이그니스가 날아다니며 찬란한 무지갯빛 마나 불꽃을 수놓았다.백사장 양옆에는 제국 귀족들과 황실 관료들, 뿔 달린 고위 마족들, 그리고 날개를 반짝이는 대천사들이 나란히 앉아 경건하게 숨을 죽이고 있었다.그리고 식장의 가장 높은 주례석에는……선글라스를 낀 천상계의 주신 에테리우스가 성서 대신 황금 꼬치 꼬챙이를 쥐고 엄숙하게 서 있었다!"크흠! 삼라만상의 주신 에테리우스의 이름으로 선포하노라. 이제 역사상 가장 거룩하고 숭고한 신부의 입장이 있겠노라!"주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함께 천상계 대천사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웨딩 로드가 울려 퍼졌다.콰아아아앙!바다 한가운데가 은빛 물보라를 일으키며 갈라지더니, 대망의 신부 입장이 시작되었다.하지만 걸어 나오는 신부는 없었다."우오오오오……!" "성녀 전하아아아!"하객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경악과 종교적 오열이었다.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온 것은, 최고급 구름 솜으로 뒤덮인 거대한 '무중력 해상 침대 가마'였다!나는 디자이너들이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파자마 감촉의 무중력 힐링 웨딩드레스'를 입고, 푹신한 베개에 등을 편안하게 기댄 채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도 없이, 마법 추진력으로 부드럽게 전진하는 침대 위에서 나는 허공에 떠 있는 100단 케이크 조각을 오물거리는 중이었다."음~ 멜론 크림 조각 진짜 맛있네."그 침대 가마의 좌우를 호위하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대검을 차고 비장한 얼굴로 걸어오는 아빠, 발렌티 공작이었다."오냐, 내 가련한 딸아……! 죽어가는 시한부 육신의 마지막 불꽃을 보존하기 위해 걸음조차 아끼며 침대 채로 입장하다니……! 이 아비의 가슴이 찢어지는구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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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신혼 첫날 아침의 모닝 브런치

세상에서 가장 거창하고 게으른 해상 침대 결혼식이 끝난 다음 날 아침.해상 워터 궁전 최상층, 오직 신혼부부만을 위해 준비된 특실의 구름 침대 위에서 나는 눈을 떴다.창밖에서는 남부 밤바다의 소란함이 싹 가신 채, 영롱한 아침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실크 커튼을 부드럽게 흔들고 있었다."으응……."기지개를 켜며 눈을 비비려던 나는, 손끝에 닿는 묵직하고 따스한 감촉에 멈칫했다.내 손을 꼭 감싸 쥐고, 침대 곁에 의자를 바짝 끌어당겨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바로 내 '남편'이 된 카일락이었다.칠흑 같은 흑발 사이로 비치는 눈부신 얼굴, 낮게 깔린 부드러운 숨소리. 그는 내가 잠든 내내 단 한 순간도 눈을 붙이지 않은 듯, 내가 눈을 뜨는 순간을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깼나, 세르리아?"카일락의 적안이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한 진주처럼 빛났다. 그의 입가에 맺힌 눈부시게 달콤한 미소에, 내 가슴속에서 또다시 거친 박동이 폭발했다.두근-! 두근-!'미쳤나 봐, 진짜! 눈뜨자마자 정면에서 저런 미모를 보여주면 내 심장이 무사할 수 있겠냐고!'내가 당황해서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리며 얼굴을 붉히자, 카일락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거세게 흔들렸다. 그는 다급하게 내 이마에 손을 얹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세르리아…… 뺨이 붉고 심장 박동이 위태롭구나. 역시 어제 결혼식의 여파로 체내 마나 코어가 과부하를 일으킨 것인가?""아, 아니에요! 가슴이 아픈 게 아니라, 그냥 대공님…… 아니, 카일락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내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변명하자, 카일락의 손길이 딱 멈춰 섰다."……카일락."그가 내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을 나직하게 읊조렸다. 카일락의 적안에 짙은 열망과 감격이 차올랐다. 그는 내 볼을 정성스럽게 감싸 쥐며, 내 입술 바로 앞까지 얼굴을 밀어붙였다."다시 한번 불러다오.""……카일락."쪽─.내가 얌전하게 이름을 부르자마자, 카일락은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내 입술에 깊고 달콤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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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남부 바다를 통째로 보일러 돌리는 법

카일락이 정성스럽게 먹여주는 핫케이크와 꽃차로 침대 브런치를 마친 오전.나는 가볍고 보들보들한 실크 로브를 걸치고, 신혼 특실의 프라이빗 해상 테라스로 나섰다. 테라스 아래로는 에메랄드빛 남부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고, 파도가 찰랑거리며 테라스 계단 끝을 적시고 있었다."하암~ 배부르고 날씨도 좋고, 완벽한 휴양지네."나는 테라스 가장자리 선베드에 기대앉아, 계단 아래로 맨발을 살짝 뻗어 바닷물에 발가락을 톡 담갔다.찰랑."앗, 차가워!"아무리 남부 바다라고 해도 오전의 바닷물은 아직 서늘했다. 수영은커녕 발만 담가도 발끝이 찡하게 시려오는 감각에, 나는 몸을 움츠리며 혼잣말로 구시렁거렸다."으으, 물이 왜 이렇게 차담. 바다 전체가 따끈따끈한 온천탕이었으면 발 담그고 하루 종일 멍때릴 텐데."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지지며 귤이나 까먹고 싶다는, 지극히 한국인다운 나른한 푸념이었다.하지만 내 등 뒤에 서 있던 카일락의 붉은 눈동자가 순간 번쩍였다."……바닷물이 차갑다?"카일락의 얼굴이 무섭도록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당장 달려와 내 젖은 발을 자신의 딴딴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더니, 품에서 꺼낸 보드라운 벨벳 수건으로 물기를 정성껏 닦아냈다."세르리아의 가련한 육신에 차가운 한기가 스며들다니…… 내 불찰이다.""네? 아니, 그냥 바닷물이 원래 좀 찬 거…….""이 바다는 이제 더 이상 차갑지 않을 것이다."카일락의 목소리에서 대륙 전체를 뒤흔들 패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가 허공을 향해 서슬 퍼런 흑마력의 오러를 쏘아 올리며 차갑게 선언했다."전속 화룡(드래곤) 이그니스, 그리고 마왕 바알을 소환하라."쿠구구구구─!테라스 밖 바다 한복판에서 대기하고 있던 레드 드래곤 이그니스와, 바비큐 앞치마를 두른 마왕이 즉시 테라스 난간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크아앙! (화로 드래곤 이그니스, 대공비 전하를 위해 대기 중입니다!)" "크하하! 대공 전하, 무슨 고기를 구우면 되겠습니까?"카일락이 차갑게 명령을 내렸다."고기를 굽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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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온천 바다 위의 회전초밥과 대공의 질투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38.5도의 따끈따끈한 남부 온천 바다.나는 푹신한 오리 튜브 형태의 마법 플로팅 베드 위에 엎드려, 잔잔한 천연 마사지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바닷물이 따끈하게 몸을 데워주니 나른함이 극에 달했지만, 슬슬 입안이 허전해지기 시작했다.'음……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까, 이번엔 차갑고 찰진 생선회가 당기네.'한국인의 영혼은 온천욕 뒤에 시원하고 신선한 회전초밥을 원하고 있었다. 기름진 참치 대뱃살, 톡 쏘는 와사비, 그리고 달콤한 단새우 초밥이 뇌리를 스쳤다."온천물 위에 둥둥 떠서 골라 먹는 회전초밥집이 있으면 딱인데……."내가 턱을 괸 채 중얼거린 혼잣말은, 늘 그렇듯 남부 바다의 절대자들에게 곧바로 지상 최대의 명령으로 둔갑했다.찰랑!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닷속에서 남부 인어 족장과 물의 정령들이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내 플로팅 베드 주변으로 원형의 투명한 마법 해류를 만들어내더니, 영롱한 크리스털 접시 수백 개를 물 위에 둥둥 띄우기 시작했다.인어들이 심해 10,000미터에서 갓 잡아 올린 '심해 대왕 참치', '황금 단새우', '천년 성게알'이 얹어진 최상급 초밥들이 내 눈앞에서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다!"와…… 미쳤다! 진짜 바다 위 천연 회전초밥이잖아?!"내 눈이 번쩍 뜨이며 젓가락을 들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성녀 전하! 미천한 인어족의 차기 후계자인 제가 직접 바다의 보물, '무지개 진주 참치'의 가장 기름진 부위를 진상 올리겠습니다!"푸른 은빛 머리칼을 찰랑이는 수려한 외모의 젊은 인어 청년이, 영롱한 참치 초밥 접시를 들고 생긋 웃으며 내 플로팅 베드 바로 앞까지 헤엄쳐 다가왔다. 그가 감격에 차 내 손끝에 접시를 올리려던 찰나───.콰아아아앙─────!온천 바다의 수증기를 일격에 찢어버리며, 살벌한 칠흑빛 오러 폭풍이 바다를 갈랐다."감히 누구의 손을 타려 하는가."얼음보다 차갑고 서늘한 음성과 함께, 테라스 난간 위에 서 있던 카일락이 수면 위로 번개처럼 내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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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남부 바다의 밀착 서핑 강습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남부 바다 위로 은은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나른한 오후.초밥을 잔뜩 먹고 썬베드에 누워 있던 내 시야로, 저 멀리 푸른 파도를 가르며 노는 인어족 전사들과 하객 마족들의 모습이 들어왔다.그들은 마법으로 일으킨 에메랄드빛 파도 위에서 미끄러지듯 판자를 타고 질주하고 있었다.'……어라? 서핑이네?'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를 맞으며 바다를 질주하는 모습이 꽤 시원하고 짜릿해 보였다. 하지만 침대와 한 몸이 된 백수에게 저 스포츠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우와…… 재미있어 보이긴 하는데, 저건 내내 두 발로 꼿꼿이 서서 균형을 잡아야 하잖아? 다리 아프게 왜 저러고 사담. 그냥 푹신한 소파에 누운 채로 바다 위를 알아서 미끄러져 날아다니는 서핑보드는 없나……."지극히 본능적이고 게으른 한국인 백수의 푸념이었다.그러나 내 등 뒤에서 서성이던 카일락의 붉은 눈동자가 순간 거세게 번뜩였다."……파도를 질주하고 싶으셨던 것인가?"카일락의 목소리에 무시무시한 비장함이 감돌았다. 그는 당장 바다 한복판을 향해 손을 뻗으며 살벌한 오러를 피워 올렸다."전속 마탑주, 그리고 신계의 직조 천사들을 소집하라.""잠깐, 늑대 새끼야!"테라스에서 꼬치를 씹던 발렌티 아빠가 대검을 뽑아 들고 난입했다."저 거친 파도에 내 가련한 딸을 내보낼 순 없다! 저 거친 파도가 내 딸의 뼈마디를 부러뜨릴지도 모른다! 당장 바다 전체를 평탄화 마법으로 밀어버리겠다!" "물러서라, 공작. 세르리아의 순수한 소망을 꺾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저 거친 바다조차 세르리아를 위한 가장 안락한 주행로로 개조할 뿐이다."카일락의 서슬 퍼런 선언과 함께, 단 3분 만에 기상천외한 물건이 내 눈앞에 대령했다.이름하여 '무중력 힐링 리클라이너 서핑보드'!판자 위에는 5성급 호텔 라텍스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고, 4면에는 3중 안전 에어백과 38.5도 온열 시트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바다에 빠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신계의 자력 결계까지 걸려 있어, 아무리 거친 파도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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