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가 시한부인 줄 아는 흑막 대공이 미쳐버렸다: Chapter 61 - Chapter 70

75 Chapters

61화. 해상 야시장과 복숭아빛 주정

카일락과의 초밀착 백허그 서핑이 남긴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남부 바다 위로 은은한 자줏빛 땅거미가 내려앉았다.따끈한 온천 바다 위에 설치된 야외 수상 테라스. 솜사탕 구름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던 나는 꼬르륵 소리를 내며 배를 쓰다듬었다."하아…… 비록 누워서 타긴 했지만, 시속 80km로 달리며 바람을 맞았더니 급격하게 배가 고프네."물놀이 뒤에 찾아오는 공복감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게다가 은은한 파도 소리가 깔린 밤바다를 보고 있자니, 한국인의 유전자에 새겨진 야식의 본능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었다."이런 밤바다에는 왁자지껄한 야시장에서 버터구이 오징어랑 닭꼬치 사 먹으면서, 시원하고 달콤한 과일 맥주 한 캔 들이켜는 게 국룰인데……."내가 턱을 괸 채 나직하게 흘린 혼잣말. 그리고 그 말을, 내 곁에서 따뜻한 타월을 들고 대기 중이던 카일락이 놓칠 리 없었다."……야시장?"카일락의 붉은 눈동자가 허공을 날카롭게 훑었다. 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그림자 암살단 100명이 허공에서 튀어나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세르리아께서 야식을 원하신다. 즉시 남부 해상 전역을 가로지르는 '불꽃 수상 야시장'을 개장하라."쿠구구구구─!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다 위에서 기적이 펼쳐졌다. 인어들과 물의 정령들이 은빛 산호로 수백 개의 수상 부교를 엮어내더니, 그 위로 붉은 마법 제등 수천 개가 촤르륵 불을 밝혔다.하늘 위에서는 화로 드래곤 이그니스와 피닉스가 영롱한 하트 모양의 무지갯빛 불꽃 축포를 펑펑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남부 바다가 동화 속에 나오는 7성급 해상 축제 야시장으로 탈바꿈한 것이었다!"크하하하! 성녀 전하, 밤바다 야시장의 메인 요리는 마계의 불꽃으로 구워낸 '통 버터 갈릭 바닷가재 꼬치'입니다!"요리사 앞치마를 두른 마왕 바알이 지옥불을 약불로 정교하게 조절하며 해산물 꼬치를 노릇노릇 구워댔다. 지글거리는 버터와 해산물 익는 고소한 냄새가 온 바다를 뒤덮었다.그때, 썬베드에 누워 있던 주신 에테리우스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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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부끄러운 아침과 수동적 보물찾기

짹짹.남부 해상 궁전의 아침을 알리는 맑은 바닷새 소리와 함께, 나는 푹신한 구름 침대 위에서 번쩍 눈을 떴다."으음……."머리는 맑았고, 속은 편안했다. 어제 들이켰던 주신의 복숭아주는 내 체내의 '3대 1000급 마나 코어'가 수면 중 완벽하게 해독해 버린 덕분에 숙취 따위는 단 1도 없었다.몸 상태는 최상이었지만…… 문제는 내 '기억'이었다.'어…… 잠깐만. 나 어제 밤에…….'필름이 끊기기는커녕, 초고화질 8K 해상도로 어젯밤의 미친 만행이 뇌리에 생생하게 재생되기 시작했다.복숭아주에 취해 헤실거리던 나. 얼굴이 굳은 대공 남편의 뺨을 두 손으로 덥석 잡고 쪼물딱거리던 내 두 손. 그리고 쐐기를 박듯 날렸던 나의 미친 주정.— 『우리 남편은 어쩜 이렇게 잘생겼을까아? 흐흐, 얼굴만 봐도 배가 부르네…….』"으아아아아악!"나는 비명을 지르며 이불을 정수리 끝까지 푹 뒤집어썼다. 침대 위에서 애벌레처럼 파닥거리며 허공에 이불킥을 날렸다.'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대륙의 학살자 카일락 대공 얼굴을 주무르면서 잘생겼다고 주접을 떨다니! 아무리 취했어도 그렇지, 수치스러워서 어떻게 얼굴을 봐?!'내가 이불 속에서 귀까지 시뻘겋게 달아올라 발버둥 치고 있을 때였다.달칵."……일어났나, 나의 사랑스러운 아내여."낮고 부드러운,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가 침실을 울렸다.나는 이불을 빼꼼 내리고 밖을 살폈다. 아침 햇살을 등지고 선 카일락이, 갓 짜낸 신선한 오렌지 주스와 부드러운 수플레 팬케이크가 담긴 쟁반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그의 붉은 눈동자는 어젯밤의 애교 폭격 이후 나를 볼 때마다 꿀을 넘어 아예 용암처럼 뜨거운 애정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그가 내 침대 곁에 바짝 걸터앉으며, 나직하고 섹시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아침을 가져왔다만…… 혹시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네? 아, 아니요! 고, 고파요! 엄청 고파요!"내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자, 카일락의 입가에 짙고 요염한 미소가 걸렸다. 그가 내 코앞까지 잘생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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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심해 잠수함과 불청객들의 습격

은빛 모래사장 위, 파도 소리만이 나직하게 울려 퍼지는 한낮의 보물섬.수백 명의 그림자 암살단이 명품관처럼 진열해 둔 천문학적인 보석 더미 한가운데에서, 나는 푹신한 리클라이너 썬베드에 누워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하암…… 진짜 눈 돌리는 곳마다 보석이 널려 있네."몸에 걸친 건 깃털처럼 가벼운 실크 로브뿐이었고, 입안에는 카일락이 손수 껍질을 까서 먹여준 시원한 얼음 망고의 달콤함이 가득했다.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소음에서 벗어난, 완벽하고 평화로운 무인도 휴양이었다.스륵.내 썬베드 옆으로 카일락의 묵직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바람에 흩날리는 칠흑 같은 흑발, 셔츠 단추를 가볍게 풀어 헤친 단단한 가슴팍, 그리고 그 위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그의 붉은 눈동자는 보물섬의 그 어떤 보석보다도 위험하고 짙은 열기로 일렁이고 있었다."세르리아."카일락이 썬베드 팔걸이를 짚으며 상체를 천천히 기울여왔다. 그의 거대한 체구가 나를 온전히 가두듯 에워쌌다.손끝 하나 닿지 않았는데도, 온몸의 솜털이 바짝 서며 심장이 제멋대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두근! 두근! 두근-!"카, 카일락……?""이 섬에는 방해꾼도, 소란스러운 군중도 없다."카일락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를 타고 흘렀다. 그의 긴 손가락이 내 턱선을 조심스럽게 쓸어 올리더니, 달콤한 망고 과즙이 살짝 묻어 있던 내 아랫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렀다."어젯밤 네가 내게 건넸던 달콤한 고백의 대가를…… 온전히 받아내도 되겠느냐."그의 얼굴이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달빛 아래보다 더 짙고 뜨거운 그의 붉은 눈동자가 내 시선을 집어삼켰고, 나는 숨을 턱 들이쉬며 눈을 질끈 감았다.그의 뜨거운 입술이 내 입술에 막 닿으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푸슈우우우우욱─────!고요하던 백사장 앞바다에서 난데없이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쳐 올랐다."……?!"찰랑거리는 얕은 여울목 위로, 괴상망측한 금속 기둥 하나가 쑥 솟아올랐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잠망경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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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불청객 퇴치 작전과 둘만의 글램핑

[64화] 불청객 퇴치 작전과 둘만의 글램핑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심해 킹크랩 껍질 위로 나른한 바닷바람이 스쳐 지나갔다.버터 갈릭 소스를 듬뿍 바른 통통한 게살을 배가 터지도록 받아먹은 나는, 썬베드에 녹아내린 치즈마냥 널브러져 배를 통통 두드렸다."하아…… 배부르다. 게살이 달아서 씹을 필요도 없이 그냥 넘어가네. 이게 바로 극락이지."배가 차오르자 천하를 얻은 듯한 식곤증이 폭포수처럼 밀려왔다. 눈꺼풀이 스르륵 감기며 완벽한 해변 취침에 돌입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딸아! 게도 다 먹었으니 이제 이 음흉한 늑대 새끼의 소굴에서 벗어나 집으로 가자꾸나! 아비가 잠수함에 5성급 옥돌 침대를 깔아 두었다!"발렌티 아빠가 대검을 칼집에 꽂으며 내 손을 잡아끌려 성큼 다가왔다."잠깐, 장인어른! 식후 디저트로 마계 특제 '숯불 구운 초콜릿 바나나'를 준비했습니다!" "허허, 주신의 이름으로 축복한 신계의 1,000년 묵은 보드게임 한 판 때리고 자야 하지 않겠소?"주신 에테리우스와 마왕 바알까지 눈을 빛내며 돗자리를 펴려 들었다. 백사장이 순식간에 시골 동네 사랑방으로 변질될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스스스스……!그 순간, 온천 바다의 수증기가 단번에 얼어붙을 만큼 살벌한 기운이 등 뒤에서 피어올랐다.카일락이었다.그의 붉은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기 직전의 맹수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킹크랩을 먹는 동안 세르리아를 위해 억누르고 있던 살기가, 식사가 끝나자마자 브레이크 없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카일락이 내 썬베드 앞을 가로막아서며, 품 안에서 흑마법 통신구를 꺼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림자 1군, 2군, 3군. 지금 즉시 '불청객 격리 작전'을 개시하라.""뭐라? 격리 작전?!"발렌티 아빠가 눈을 부라린 찰나, 카일락이 마왕 바알을 향해 차가운 양피지 한 장을 휙 던졌다."마왕. 북부 극한의 만년 설산 해저 1만 미터에, 10만 년 동안 자연 숙성된 '태초의 드라이에이징 빙하 흑우(黑牛)'의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뭐, 뭐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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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황금 침대 비행선과 제국 귀환길

마법 유리 돔 천장 너머로 따스한 아침 햇살이 은은하게 쏟아져 내렸다.바닥의 38.5도 온열 보일러와 폭신한 양털 카펫 덕분에, 텐트 안은 한겨울 온돌방처럼 노곤노곤하고 따뜻했다."으음……."기지개를 켜며 눈을 비비던 나는, 문득 내 몸 상태에 위화감을 느끼고 눈을 끔뻑거렸다.'어라? 왜 몸이 이렇게 가볍지?'어젯밤 카일락에게 허리를 꽉 잡힌 채 격정적인 밤을 보냈던 탓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아프기는커녕, 마치 특급 스파에서 10시간 전신 마사지를 받고 갓 나온 사람처럼 뼈마디가 가뿐하고 피부에서는 은은한 광채마저 돌고 있었다.카일락의 무한한 순수 흑마력과 내 3대 1000급 마나 코어가 밤새도록 빈틈없이 공명하고 순환한 덕분에, 피로는커녕 전신의 세포가 최상급으로 부스팅된 것이었다.'대박…… 카일락이랑 스킨십하면 마나 충전되면서 몸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시스템인가?! 이거 완전 불로장생 마사지기잖아?!'내가 속으로 감탄하며 뒹굴거리려던 찰나였다.스륵.단단하고 뜨거운 팔 하나가 내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더니, 나를 뒤에서 자신의 품으로 푹 끌어당겼다."……더 자도 된다, 세르리아."잠에서 깬 카일락의 낮고 잠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의 쇄골에 내 뒤통수가 닿았고, 셔츠 단추가 풀린 그의 탄탄한 가슴팍에서 규칙적인 심장 박동이 묵직하게 울렸다. 카일락은 내 어깨선에 입술을 살포시 묻으며, 한없이 다정하고 은밀하게 속삭였다."밤새 내 마나를 다 쏟아부었음에도…… 네 가녀린 육신이 무리를 한 것은 아닌지 내내 가슴을 졸였다.""아, 아니요…… 저 완전 멀쩡한데요? 날아갈 것 같아요!"내가 팩트 그대로 해맑게 대답하자, 카일락의 붉은 눈동자가 순간 거세게 흔들렸다. 그가 상체를 일으켜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는데, 그의 눈에 또다시 종교적 감격과 통증 어린 애정이 왈칵 차올랐다."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시한부의 육신으로도……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토록 밝게 웃어 보이다니……."……아니, 진짜로 몸이 너무 개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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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대공성의 리모델링과 무중력 귀환

황금 침대 비행선이 솜사탕 같은 구름을 가르며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반나절 동안 푹 자고 일어난 나는 눈을 비비며 침대 헤드에 비스듬히 기댔다. 비행선 난간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제국 수도의 풍경에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어라? 수도 전체에 불이라도 났나?"수도 상공이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길이 아니라, 제국민 수십만 명이 성녀와 대공의 귀환을 축하하기 위해 허공으로 흩뿌린 수억 송이의 붉은 장미 꽃잎 비였다.광장과 성벽, 대로변을 가득 메운 인파는 끝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성녀 전하께서 돌아오셨다!" "신마계의 영구 평화를 이룩하신 대륙의 어머니이시여!"황금 비행선이 수도 정중앙의 영웅 광장 상공에 멈춰 서자, 지상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과 통곡이 터져 나왔다.사람들의 시선이 비행선 갑판 위로 쏠렸다. 그곳에는…… 푹신한 구름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방금 자다 깨어 멍한 표정으로 샤인머스캣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내가 있었다.잠기운에 눈이 가물가물해 하품을 참느라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고, 귀찮아서 포크를 쥔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을 뿐인데.그 모습을 올려다본 대사제와 제국 관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피눈물을 쏟아냈다."보아라! 마왕을 굴복시키고 주신마저 감화시키느라 남은 생명력을 모두 소진하신 성녀 전하의 거룩한 몰골을!" "일어설 기력조차 없어 침대에 누운 채로도, 백성들을 향해 눈물의 축복을 건네고 계신다아아!"와아아아아아─! 수십만 군중이 감격에 겨워 땅바닥에 이마를 박으며 오열했다.'……아니, 그냥 자다 깨서 입이 심심해 포도 먹고 있었을 뿐인데요?'해명하고 싶었지만 귀찮았다. 어차피 이 세계 사람들은 내 말을 숭고한 유언으로 필터링해 듣는 재주가 있었으니까.그때, 내 침대 옆에 서 있던 카일락이 서늘한 적안을 빛내며 망토를 펄럭였다."수도의 탁한 공기가 세르리아의 가녀린 숨결을 해치게 둘 수 없다. 곧바로 본저로 진입한다."카일락이 손가락을 튕기자, 비행선은 광장의 환호성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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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침대 위에서 주최하는 세기말 티타임

수영장만 한 초대형 황금 마나 침대 위에서 맞이한 대공성의 첫날 아침.머리맡에서는 38.5도 온열 보일러의 은은한 라벤더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깃털 베개는 내 뺨을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하아…… 진짜 이 침대는 인류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해. 평생 여기서 숨만 쉬어도 행복하겠다."나는 이불 속에서 애벌레처럼 꼬물거리며, 침대 옆 튜브 배달구에서 튀어나온 따끈따끈한 이슬 꿀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 없는 완벽한 백수의 삶.하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똑똑.침실 밖에서 대공가의 총집사가 조심스럽고도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를 올려온 것이었다."대공 전하, 대공비 마마. 제국 사교계의 12대 가문 귀족 부인들이 대공비 마마를 알현하기 위해 본저 정문에 도착했습니다."침대 헤드에 기대어 내 머리칼을 다정하게 넘겨주고 있던 카일락의 붉은 눈동자가 순간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사교계의 여인들이 감히 이 시간에? 세르리아의 가련한 육신이 안정을 취해야 할 때에 번거롭게 굴다니. 즉시 전원 돌려보내라."카일락이 가차 없이 축객령을 내리려던 바로 그 순간, 총집사가 식은땀을 닦으며 덧붙였다."그, 그것이…… 부인들께서 성녀 전하의 쾌유를 빈다며, 제국 전역의 최고급 디저트와 특산물을 마차 50대에 가득 싣고 왔습니다. 남부의 꿀 무화과 타르트, 동부의 만년 설산 딸기, 그리고 황실 전속 파티시에의 300년 전통 수제 생초콜릿이라 합니다만……."'……뭐? 디저트 마차가 50대?!'내 귀가 쫑긋 솟구쳤다. 만년 설산 딸기에 300년 전통 수제 생초콜릿이라니! 그 환상적인 당분의 산맥을 그냥 돌려보내는 것은 디저트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었다."카일락, 잠깐만요!"내가 황급히 카일락의 소매를 덥석 붙잡았다. 살벌한 살기를 내뿜으려던 카일락이 흠칫 놀라며 나를 돌아보았다."세르리아? 사교계의 뱀 같은 여인들은 피곤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네 연약한 기운이 쇠할까 걱정되는구나.""아니에요! 멀리서 온 손님들을 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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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황실을 뒤흔든 백수 뷰티 비법

귀족 부인들과 함께한 전설의 침대 티타임이 제국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다음 날.대공성 침실의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 마침내 제국 황실의 심장부까지 도달하고 말았다."대공 전하, 대공비 마마. 황태자비 전하께서 친히 황실 시종단을 이끌고 본저에 당도하셨습니다."총집사의 긴장 서린 보고에, 내 입술에 따스한 허브티를 머금은 숟가락을 조심스럽게 대어주던 카일락의 눈매가 단번에 사납게 치켜올라갔다."황태자비? 세르리아의 병약한 몸이 아직 어제의 피로도 다 풀지 못했거늘, 황실의 여인까지 몰려와 번잡함을 더하려 들다니."카일락이 흑마력을 피워 올리며 차갑게 축객령을 내리려던 찰나, 총집사가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황급히 말을 이었다."그, 그것이…… 황태자비 전하께서 빈손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 황실 비전 금고에서 꺼내온 '24K 순금박 허니 버터 수플레'와 '황실 온실 1호 백도 복숭아 셔벗'을 특급 마법 냉장 마차에 실어 오셨습니다!"'……잠깐만, 24K 순금박 허니 버터 수플레?!'내 귓바퀴가 쫑긋 솟구쳤다. 황실 전속 파티시에 10명이 달라붙어 하루에 딱 세 개만 굽는다는 전설의 그 디저트?!"카일락, 잠깐만요! 황태자비 전하라는데 문전박대는 황실에 대한 결례예요!"내가 다급하게 카일락의 소매를 덥석 붙잡자, 그가 서글픈 듯 애틋한 적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세르리아…… 그 가련한 육신으로 황실의 체면까지 챙기려 하다니, 너의 그 하해와 같은 배려심이 가슴을 후벼파는구나."……아니, 황실 체면이 아니라 수플레가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요.어쨌든 내 간곡한(?) 눈빛 공격에 카일락은 이번에도 한 걸음 물러섰다.잠시 후.침실 문이 열리고, 제국 사교계에서 '강철의 얼음꽃'이라 불리는 황태자비 비올레타가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깃을 빳빳하게 세운 황실 정복에,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꽉 조여 맨 코르셋, 그리고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는 머리칼.황태자비의 미간에는 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과 만성 피로로 인한 깊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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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황태자 길들이기와 장인·사위 합동 훈육

수영장만 한 황금 침대 옆, 5성급 라텍스 빈백 쿠션 위.제국 사교계의 ‘강철 얼음꽃’이라 불리던 황태자비 비올레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젤리처럼 녹아내려 있었다. 그녀는 황실 예복 대신 편안한 오버핏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튜브 배달구에서 갓 튀어나온 바삭한 감자 크루아상을 뇸뇸 씹고 있었다."하아…… 황궁으로 돌아가서 서류 결재를 하느니, 여기서 대공비 전하의 시종으로 평생 누워 살겠습니다.""거봐요, 제가 뭐랬어요. 누워 있으면 세상만사 다 부질없다니까요."나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카일락이 정성스레 깎아준 샤인머스캣을 오물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그 평화롭고 나른한 침실 공기를 깨뜨린 것은, 대공성 정문 너머에서 울려 퍼진 요란한 황실 나팔 소리였다.뿌우우우우우─!"황태자 전하 납시오!" "대공비는 당장 황실의 국모가 될 황태자비를 돌려보내라!"마법 확성기를 타고 쩌렁쩌렁 울리는 오만한 목소리. 아침부터 아내가 돌아오지 않자 눈이 뒤집힌 제국 황태자 레온이, 황실 근위대 500명을 이끌고 대공성을 포위한 것이었다."시끄럽군."내 곁에 앉아 있던 카일락의 붉은 눈동자에 순식간에 차가운 살기가 어렸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망토를 걸치려던 찰나, 침실 문이 덜컥 열리며 대검을 든 발렌티 아빠가 성큼 들어섰다."딸아! 바깥의 소음 때문에 잠을 설쳤느냐?! 어떤 철없는 망나니 놈이 감히 내 딸의 휴식을 방해하느냐아아!"대공성 문밖에서 사위를 감시하며 대검을 갈고 있던 발렌티 아빠가, 황태자의 고함 소리에 먼저 뚜껑이 열려버린 것이었다.카일락과 발렌티 아빠. 평소라면 서로 목을 베지 못해 으르렁거리던 장인과 사위의 시선이, 허공에서 딱 마주쳤다.스스스스……!순간, 두 남자의 눈빛이 기괴할 정도로 완벽한 일치감을 보였다.‘세르리아의 낮잠을 방해한 놈은 주신이든 황태자든 용서하지 않는다.’침실 안의 공기가 영하 50도로 곤두박질치는 기적의 살인 콤비 결성이었다."장인어른, 밖의 먼지투성이들을 치우러 가시겠습니까." "오냐, 늑대 새끼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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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제국 수뇌부 파자마 온천 파티와 비밀 스파

황태자 레온과 황태자비 비올레타가 대공성에 주저앉아 감자 크루아상과 삼겹살 쌈을 퍼먹으며 복귀를 거부한 지 반나절째.제국 황궁은 비상이 걸리다 못해, 급기야 황제 본인이 직접 거동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쾅! 쾅! 쾅!"짐의 아들과 며느리가 대공성에 납치당해 삼겹살의 노예가 되었다는 비보를 들었다! 대공은 당장 성문을…… 으응?"황금빛 로브를 펄럭이며 대공성 로비로 들이닥치던 황제 에드워드의 턱이 덜컥 내려앉았다.대공성 로비 한가운데. 제국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황태자 부부가 최고급 벨벳 파자마를 맞춰 입고, 푹신한 온열 빈백에 누워 나란히 만화책을 넘기며 생딸기 슬러시를 빨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어, 아버지 오셨어요? 거 밖에서 찬 바람 쐬지 말고 신발 벗고 들어오세요. 바닥에 보일러 들어와서 아주 뜨끈합니다."황태자가 슬리퍼를 까딱이며 건넨 태평한 인사에, 황제는 뒷목을 잡으며 휘청거렸다."이, 미친놈이……! 황태자비까지 끌어들여 황실의 국정을 내팽개치고 여기서 뭐 하는 짓이냐!""아버님, 소리 지르지 마세요. 성녀 전하께서 귀마개 끼고 낮잠 주무시는 중이란 말입니다."황태자비 비올레타가 눈살을 찌푸리며 황제의 손에 '38.5도 라벤더 족욕 쿠폰'을 쥐여주었다. 황제가 기가 차서 입을 떡 벌리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달칵.대공성 중앙 분수대 바닥이 스르륵 갈라지더니, 대공 카일락이 세르리아를 위해 지하 암반수와 마나 라인을 연결해 완공한 '대공성 7성급 실내 온천 라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화아아아악……!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은은한 수증기와 함께, 만년 설산 암염과 피닉스의 따스한 기운이 깃든 38.5도의 에메랄드빛 온천수가 거대한 대리석 탕을 가득 채웠다. 그 수증기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수십 년 묵은 황실 정무의 편두통이 싹 날아갈 지경이었다."……어, 어라? 이 냄새는……?"황제의 코가 벌름거렸다. 그 틈을 타 천상계 주신 에테리우스가 휴양지 로브를 걸치고 튜브를 낀 채 온천물에서 둥둥 떠올라 손을 흔들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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