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지금 당장 치워.”세령이 가리킨 것은 서윤이 작업대 끝에 세워놓은 휴대전화 거치대였다. 공개 행사 시작 10분 전, 아직 직원들이 다니는 통로를 렌즈가 가로막고 있었다. 서윤은 거치대를 접으면서도 억울하다는 듯 웃었다.“관객으로 신청했는데 사진도 못 찍어요? 이번에는 옷도 평범하게 입고 왔잖아요.”“촬영 가능한 구역은 표시해뒀어요. 입구부터 막고 찍지 말라는 거예요.”며칠 전 미래가 보여줬던 신청 명단에는 차서윤이라는 이름이 또렷했다. 세령은 접수를 지우지 않았다. 공개 행사에 정해진 절차로 들어오겠다는 사람을 사적인 이유로 골라내고 싶지 않았고, 출입 규칙을 어기면 그 행동에 맞춰 대응하면 됐다. 대신 직원들에게 관람 동선과 촬영 구역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지난번 값비싼 조명을 반송한 뒤에도 거래처에 해명하는 전화가 이어졌다. 세령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방문객 명단과 행사 운영 일지를 따로 남겼다. 누구 하나를 쫓아내려는 기록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하루를 보호하기 위한 준비였다.작업실에는 반투명 천을 겹쳐 빛을 바꾸는 시연대와 관람객이 만져볼 수 있는 샘플이 마련돼 있었다. 그 뒤 칸막이 너머는 아직 발표하지 않은 다음 전시의 준비 구역이었다. 치수표, 협업 작가 명단, 수정 중인 배치도가 걸린 곳으로 출입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붙여뒀다.서윤은 명찰을 달면서 그 문부터 흘끗 봤다.“아직도 절 경계하세요? 저는 진짜 배워보려고 왔어요. 전시 기획이 이렇게 멋진 일인 줄 몰랐거든요.”“그럼 오늘 공개된 작업부터 보세요. 설명해드릴 사람이 여기 있어요.”미래가 시연대로 안내하자 서윤은 순순히 따라갔다. 관람객들 사이에 섞인 그녀의 모습은 평범했다. 질문도 했다. 조명 각도를 어떻게 정하는지, 얇은 천이 겹치면 왜 색이 달라지는지. 다만 답변보다 직원이 자료를 꺼내는 방향을 더 오래 살폈다. 질문이 길어지면 다른 관람객이 설명을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윤은 매번 마지막에 하나씩 더 물었다. 미래는 답
Last Updated : 2026-11-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