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모두 있는 데서 끝내자.”세령이 메뉴판을 덮자 서윤의 입꼬리가 굳었다. 조금 전까지 남의 첫 데이트를 훼방 놓고도 피해자인 척하던 여자가, 이번에는 태겸에게 세령의 식성을 아느냐고 묻고 있었다. 하필 두 사람이 옮겨 앉은 테이블까지 따라와서였다. 책임자가 몇 걸음 뒤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었고, 맞은편 유건은 서윤의 이름을 부르려다 멈췄다. 서윤이 지켜본 건 세령의 반응보다 태겸의 얼굴이었다. 전처의 취향을 들추면 장남도 흔들릴 거라 믿는 듯했다. 세령은 그 계산을 알아차리자 오히려 침착해졌다. 싸움의 상대를 태겸으로 바꿔 자신을 구경거리로 만들게 둘 생각은 없었다.“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태겸 씨보다 잘 안다고 자랑하러 왔어요?”“자랑이라뇨. 가까운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요.”서윤은 메뉴판의 생선 요리를 짚었다. “세령 씨, 원래 이런 거 안 드시잖아요. 담백한 국물 좋아하시고, 후추도 싫어하시고. 유건 씨랑 결혼했을 때부터 그랬다면서요.”세령은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낯선 여자가 아는 체한 것은 음식이 아니라, 자신이 4년 동안 살았던 식탁이었다. 아침마다 바쁜 유건에게 맞춰 먹던 메뉴, 혜란이 손님상에 올리면 별말 없이 삼켰던 음식들. 좋아서 먹은 날도 있었지만, 싫다고 말하기 귀찮아 먹은 날도 많았다. 그 구별은 정작 세령 자신만 할 수 있었다.“그걸 누가 알려줬는데요?”“그게 중요해요? 태겸 씨는 세령 씨가 뭘 좋아하는지 아시냐고요.”서윤은 태겸을 향해 몸을 돌렸다. “7년이나 사랑했다면서 음식 하나 모르시면 좀 곤란하잖아요. 저는 만난 지 얼마 안 돼도 이렇게 아는데.”태겸은 잠시 세령을 살폈다. 화가 났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시선은 서윤에게 되돌아가지 않았다. 예전의 그는 세령을 대신해 괜찮다고 말하거나, 자신이 알던 세령의 취향을 정답처럼 내놓았을 것이다. 지금은 두 사람이 카페에서 정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내가 안다고 해서 세령이가 오늘도 그걸 먹어야 하나요?”“그럼 아무것
Last Updated : 2026-10-09 Read more